아련한 추억 속의 그대(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2002.06.05 10:51윤주홍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무슨 게임?
1992년 거의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며 손노리의 탄생을 예고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인간과 요정(Elf) 그리고 난쟁이(Dwarf)라는 판타지 세계의 기본설정을 따와 한 영웅의 모험을 그린 롤플레잉 게임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역시 단순한 레벨 노가다와 뻔한 이벤트 일색이었지만 손노리 특유의 재치 있는 게임진행 방식으로 기존에 출시되던 일본형 롤플레잉 게임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임은 번영과 행운의 상징이라는 카이난의 지팡이를 호송하던 제 5보병부대가 미지의 기사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차츰 지팡이에 얽힌 어스토니시아 대륙의 비밀을 알아내가면서 모험에 동참할 동료를 얻어간다는 조금은 식상한 스토리로 게임이 진행된다. 그 시절에 한글 게임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식상한 스토리에 많은 게이머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거의 엽기적이라 할 수 있었던 어스토니시아의 이벤트 진행방식에 기인하고 있었다.
사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전투 자체가 엔딩에 이르기까지 즐거움을 주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마치 의무방어전을 치루 듯 다음 이벤트를 보기 위해, 그리고 좀 더 뽀대나는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전투를 진행하다보니 자연히 흥미가 떨어지고 몬스터와 맞닥뜨리는 것 자체가 짜증나는 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이러한 롤플레잉 게임의 맹점을 간파하고 지루하지 않은 게임 진행을 위해 획기적인 전투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캐릭터들의 대화처리방식을 엽기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리얼 번호를 맞추는 게이머에게 “메뉴얼까지 복사했군”이라는 대사라던가 서태지가 무대에 등장하는 이벤트(지금은 현 상황에 맞게 수정 ^^) 등 게임이 지루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재치발랄한 이벤트가 게이머들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물론 스토리 자체도 준수한 편이며 전투가 그토록 지겨운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시절에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들이 아직까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러한 손노리 특유의 재치가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특유의 재치는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역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뀐 걸까?
사실 ASR이 전작과 비교하여 크게 변화한 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윈도우 시대에 걸맞게 그래픽과 사운드를 재편집했다고 하나 320 * 240 정도의 해상도와 GP32의 사운드 샘플링을 그대로 보여주는 탓에 외양적인 면에 있어서도 변화된 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굳이 변화된 부분을 꼽자면 게임 중간 일행이 참가하는 방법이 바뀌거나 흥미 이벤트가 몇 가지 추가된 정도…? 또 현재 상황에 맞게 재수정된 다양한 대화방식 등을 제외하고는 전작과 거의 동일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전작을 즐긴 게이머에게는 향수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지만 어스토니시아를 처음 접한 게이머에겐 조금은 당황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근래에 나오는 롤플레잉 게임과는 거의 극상의 대조를 이룰 정도로 단순한 형태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게임은 시종일관 유쾌한 대사와 깜찍한 이벤트로 이러한 외양적인 단점을 보완해주고 있다. GP32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긴 하지만 조작이 상당히 간편해 롤플레잉을 처음 즐기는 게이머라도 무리 없이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시스템이 돋보였다. 스토리는 전작과 다름없이 카이난의 지팡이를 훔쳐간 프란시스를 쫓아 결국 악의 축으로 불려지는 브림힐트를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전의 작품을 기억하는 게이머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유머가 독특하다. 전작에서 메모리 에러라는 가장 큰 버그를 불러일으켰던 핫카이트 대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너희들은 버그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빼기로 했다”는 부분이 이를 잘 증명해주는 대목. 비록 정해진 내용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지만 올드 게이머는 추억을 새로운 재미로, 새로운 게이머는 손노리 특유의 재치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들의 도전은 훌륭했다
흔히 출시되는 리메이크 게임의 경우 작품 자체의 모습을 완전히 변모시키고 새로운 게임으로 만들어내는 케이스와 단순히 현재의 상황에 맞게 수정 제작하는 케이스로 구분할 수 있다. ASR은 그 후자에 해당하는 게임으로서 새로운 작품으로의 변신보다는 전작을 즐겨보지 못한 게이머나 추억을 쫓는 게이머들의 소망을 풀어주기 위해 나온 일종의 ‘디렉터스 컷’으로 해석하는 편이 마땅하다. 물론 PC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GP32에서 출시된 버전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은 지적할만한 부분이지만 그들이 약속한 것은 새로운 게임이 아니라 손노리의 처녀작을 미처 즐겨보지 못한 게이머들을 위한 ‘어스토니시아 R`뿐이었다.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똑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이 때 GP32 유저들을 위한 어려운 결정과 저물어가는 패키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손노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게임메카 윤주홍>
1992년 거의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며 손노리의 탄생을 예고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인간과 요정(Elf) 그리고 난쟁이(Dwarf)라는 판타지 세계의 기본설정을 따와 한 영웅의 모험을 그린 롤플레잉 게임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역시 단순한 레벨 노가다와 뻔한 이벤트 일색이었지만 손노리 특유의 재치 있는 게임진행 방식으로 기존에 출시되던 일본형 롤플레잉 게임과는 무언가 다른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임은 번영과 행운의 상징이라는 카이난의 지팡이를 호송하던 제 5보병부대가 미지의 기사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차츰 지팡이에 얽힌 어스토니시아 대륙의 비밀을 알아내가면서 모험에 동참할 동료를 얻어간다는 조금은 식상한 스토리로 게임이 진행된다. 그 시절에 한글 게임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이렇게 식상한 스토리에 많은 게이머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거의 엽기적이라 할 수 있었던 어스토니시아의 이벤트 진행방식에 기인하고 있었다.
사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전투 자체가 엔딩에 이르기까지 즐거움을 주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마치 의무방어전을 치루 듯 다음 이벤트를 보기 위해, 그리고 좀 더 뽀대나는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전투를 진행하다보니 자연히 흥미가 떨어지고 몬스터와 맞닥뜨리는 것 자체가 짜증나는 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이러한 롤플레잉 게임의 맹점을 간파하고 지루하지 않은 게임 진행을 위해 획기적인 전투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캐릭터들의 대화처리방식을 엽기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리얼 번호를 맞추는 게이머에게 “메뉴얼까지 복사했군”이라는 대사라던가 서태지가 무대에 등장하는 이벤트(지금은 현 상황에 맞게 수정 ^^) 등 게임이 지루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재치발랄한 이벤트가 게이머들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물론 스토리 자체도 준수한 편이며 전투가 그토록 지겨운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시절에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들이 아직까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러한 손노리 특유의 재치가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특유의 재치는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역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뀐 걸까?
사실 ASR이 전작과 비교하여 크게 변화한 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윈도우 시대에 걸맞게 그래픽과 사운드를 재편집했다고 하나 320 * 240 정도의 해상도와 GP32의 사운드 샘플링을 그대로 보여주는 탓에 외양적인 면에 있어서도 변화된 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굳이 변화된 부분을 꼽자면 게임 중간 일행이 참가하는 방법이 바뀌거나 흥미 이벤트가 몇 가지 추가된 정도…? 또 현재 상황에 맞게 재수정된 다양한 대화방식 등을 제외하고는 전작과 거의 동일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전작을 즐긴 게이머에게는 향수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지만 어스토니시아를 처음 접한 게이머에겐 조금은 당황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사실 근래에 나오는 롤플레잉 게임과는 거의 극상의 대조를 이룰 정도로 단순한 형태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게임은 시종일관 유쾌한 대사와 깜찍한 이벤트로 이러한 외양적인 단점을 보완해주고 있다. GP32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긴 하지만 조작이 상당히 간편해 롤플레잉을 처음 즐기는 게이머라도 무리 없이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시스템이 돋보였다. 스토리는 전작과 다름없이 카이난의 지팡이를 훔쳐간 프란시스를 쫓아 결국 악의 축으로 불려지는 브림힐트를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전의 작품을 기억하는 게이머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유머가 독특하다. 전작에서 메모리 에러라는 가장 큰 버그를 불러일으켰던 핫카이트 대원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너희들은 버그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빼기로 했다”는 부분이 이를 잘 증명해주는 대목. 비록 정해진 내용의 게임을 즐기는 것이지만 올드 게이머는 추억을 새로운 재미로, 새로운 게이머는 손노리 특유의 재치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들의 도전은 훌륭했다
흔히 출시되는 리메이크 게임의 경우 작품 자체의 모습을 완전히 변모시키고 새로운 게임으로 만들어내는 케이스와 단순히 현재의 상황에 맞게 수정 제작하는 케이스로 구분할 수 있다. ASR은 그 후자에 해당하는 게임으로서 새로운 작품으로의 변신보다는 전작을 즐겨보지 못한 게이머나 추억을 쫓는 게이머들의 소망을 풀어주기 위해 나온 일종의 ‘디렉터스 컷’으로 해석하는 편이 마땅하다. 물론 PC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단순히 GP32에서 출시된 버전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은 지적할만한 부분이지만 그들이 약속한 것은 새로운 게임이 아니라 손노리의 처녀작을 미처 즐겨보지 못한 게이머들을 위한 ‘어스토니시아 R`뿐이었다.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똑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이 때 GP32 유저들을 위한 어려운 결정과 저물어가는 패키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손노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게임메카 윤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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