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벌써 4번째 임기입니다. 근데 공약한 것들은 어디로?(심시티 4)
2003.01.17 19:41원병우
달라지긴 달라진 것 같은데... 뭐가 달라진 건가?
벌써 15년이다. 자타공인 천재 게임디자이너 윌 라이트가 PC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심시티를 개발한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심시티 이후 거의 모든 경영, 건설시뮬레이션게임 중에 심시티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지 않는 게임이 없었고 많은 게임개발사들이 노골적으로 심시티를 베끼다시피 한 게임을 만들어 냈지만 하늘 아래 태양이 두개일 수는 없는 법. 독특한 리얼리티와 유머를 가진(여기서의 리얼리티와 유머는 게이머가 서구인일 때에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다) 심시티 시리즈는 항상 최고의 도시건설시뮬레이션게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내가 직접 한 도시의 시장이 되어 골치 아픈 도시의 경영과 발전을 책임진다’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피학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심시티 시리즈는 사실 기본적인 게임의 모토는 15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은 게임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도로를 건설하고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고 인구를 불려 세금을 거둬들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공공시설과 위락시설을 제공해주어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 개인이 심시티를 즐기는 목적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위의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심시티를 플레이 한다.
심시티 4가 3D로 탈바꿈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요소도 많이 첨가되었지만 전체적인 시리즈의 맥락에서 이탈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비록 인터페이스는 심즈와 비슷하도록 변했지만 게임플레이에 들어가면 기존의 시리즈를 한번이라도 해본 게이머들은 아주 쉽게 심시티 4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시티 4는 여전히 아주 복잡하고 세밀한 건설게임이고 ‘사고’와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다.
심시티 4가 이전 시리즈와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그래픽이 아니다. 심시티 4가 새로운 3D그래픽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신의 모드로 들어가서 산을 만들고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을 적용하고 난 이후에는 사실 3D 그래픽은 별로 실감나는 수준은 아니다(마음대로 줌인 줌아웃을 하면서 게임 내에 만들어 놓은 도로에서 크레이지 택시를 몰아보는 것도 물론 불가능하다).
심시티 4에서 달라진 개념은 바로 심네이션(SimNation) 즉 심나라 밑에 심시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이머가 만들고 다듬는 도시는 독립적인 도시가 아니라 심나라 밑에 있는 도시다. 심나라는 여러 개의 사각형 도시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도시들을 특색이 있게 잘 건설하면 서로 간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적은 노력으로도 훨씬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옆 도시와 남아도는 전력을 교환하기도 하고 물과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심시티 4의 특징이다.
돈은 없고 써야 할 곳은 많고, 시장님 머리숱 좀 빠지시겠어요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지금까지의 심시티 시리즈와 별로 다른 점이 없다. 미리 도시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도로를 이어주고 되도록이면 공해가 덜한 발전소를 짓고 주거지역과 공업지역, 그리고 상업지역을 지정해주면 알아서 집들과 공장, 사무실들이 들어서도록 기다리면 된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구역을 너무 크게 지정해주면 자동적으로 바둑판 모양의 도로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도로의 대부분은 차도 별로 안 다니면서 유지비만 깎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일일이 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시장이 마음대로 ‘인생대역전 로또 복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으면 시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아쉽게도 심시티 4에서 시 재정 수입의 대부분은 주민들과 상인, 공장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도록 되어 있다. 자, 여기서부터 딜레마가 생기면서 게임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세금을 낮게 매기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주거인들이 생기도록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오는 심즈 안 말리고 가는 심즈 안 잡는다’ 식으로 높은 세금을 매기면서 많은 세수확보에 주력할 것인가?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묵살하고 시의 재정 안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 아니면 시의 재정은 빵꾸가 나더라도 살기 좋은 도시를 건설하는데 투자를 할 것인가? 소방, 교육, 치안, 전력, 수도 등 공공시설에 관한 공적자금은 어느 정도로 유지를 할 것인가? 심시티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에 있다. 비록 100년 이상이 걸리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이머가 시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한 단 한시도 놀고 있을 틈이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빚을 내어 완벽한 도시를 만들어 놨으니 알아서 발전하겠지’라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늘 실시간으로 판단을 내리고 정책을 수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전의 심시티 시리즈는 경찰서나 소방서같은 한정된 공공시설에만 예산의 증감이 가능했지만 심시티 4는 거의 모든 도시의 예산을 사안별로 증감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더욱 세심한 도시관리가 가능해졌다.
심시티 2000부터 등장한 여러 명의 도시자문위원들은 게이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도시 행정에 관한 자세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별로 급하지도 않은 문제들을 호들갑을 떨면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다그치기 때문에 자문위원들 말만 듣고 예산을 쓰다가는 10년도 못되어서 시의 살림이 거덜나기 십상이다. 자문위원들의 호들갑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줌인으로 카메라를 맞춰놓은 상태에서 도시의 여러 구역을 직접 클릭해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주 종종 맥시스가 주의력 깊은 게이머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유머’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이 출시되기전 많은 게이머로부터 기대를 모았던 ‘심즈모드’가 추가된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게이머가 원한다면 심즈에서 직접 만들었던 나만의 독특한 심즈들도 심시티 4에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심시티 4의 심즈모드는 아주 제한적이어서 심즈의 집을 지정해주고 일터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볼만한 게 없다. 따라서 게이머가 직접 만든 심즈가 몇 블럭 떨어진 회사에 걸어가서 사무를 보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아쉽지만 심시티 5 이후를 기대해야 한다. 가끔 심즈들이 도시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이 정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라 시장으로서 도시를 경영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 심시티 4에서의 심즈는 그냥 ‘액세서리’다.
응? 시나리오 모드 어디 갔어? 그리고 왜 이리 느려?
지금까지 심시티를 플레이 해 온 게이머들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시나리오 모드의 부재일 것이다. 물론 심시티라는 게임이 엔딩이 존재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인데다가 프리 모드를 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단기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고 때로는 훌륭하게 튜토리얼 모드를 대신해주는 시나리오 모드가 제외된 것은 아쉽기도 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재앙이 닥친 도시를 구출하거나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는 도시를 흑자경영의 길로 올라서게 하는 시나리오 제작은 맘만 먹으면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이 아니지 않는가(숭례문이나 서울시청 등 각국의 랜드마크 건물조차 친절히 만들어주는 판국에).
또 필자 개인적으로는 세계 유명도시를 맥시스가 직접 게임 속에 만들어 놓고 게이머들은 미리 만들어져 있는 도시를 경영만 할 수 있는 모드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것도 지원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파리, 서울 등과 똑같은 도시가 있어 게이머가 각각의 도시를 경영할 수 있었으면 했지만 그것도 다음 시리즈에나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기왕이면 요즘 세계 뉴스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평양도?).
하지만 심시티 4의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시스템을 헐떡이게 만드는 과도한 요구사양이다. 펜티엄 1.8GHz에 256MB 메인메모리에 128MB램을 장착한 지포스 4 급의 ‘요새 그럭저럭 할만한’ 시스템에서도 인구수가 조금만 늘어나면 심각하게 버벅거리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심시티의 그래픽수준과 데이터 수준으로 볼 때 이것은 맥시스가 최적화에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심시티 4가 꽤 잘 만들어진 시뮬레이션게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 볼 때 심시티 4는 심즈와 심시티가 합쳐지는 과도기적인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맥시스가 가진 ‘심’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빠른 시간내에 심즈와 심시티, 심골프 등 여러 가지 심시리즈가 완벽하게 혼합되어 거대한 버추얼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원병우)
벌써 15년이다. 자타공인 천재 게임디자이너 윌 라이트가 PC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심시티를 개발한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심시티 이후 거의 모든 경영, 건설시뮬레이션게임 중에 심시티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지 않는 게임이 없었고 많은 게임개발사들이 노골적으로 심시티를 베끼다시피 한 게임을 만들어 냈지만 하늘 아래 태양이 두개일 수는 없는 법. 독특한 리얼리티와 유머를 가진(여기서의 리얼리티와 유머는 게이머가 서구인일 때에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다) 심시티 시리즈는 항상 최고의 도시건설시뮬레이션게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내가 직접 한 도시의 시장이 되어 골치 아픈 도시의 경영과 발전을 책임진다’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피학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심시티 시리즈는 사실 기본적인 게임의 모토는 15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은 게임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도로를 건설하고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고 인구를 불려 세금을 거둬들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공공시설과 위락시설을 제공해주어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 개인이 심시티를 즐기는 목적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위의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심시티를 플레이 한다.
심시티 4가 3D로 탈바꿈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요소도 많이 첨가되었지만 전체적인 시리즈의 맥락에서 이탈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비록 인터페이스는 심즈와 비슷하도록 변했지만 게임플레이에 들어가면 기존의 시리즈를 한번이라도 해본 게이머들은 아주 쉽게 심시티 4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시티 4는 여전히 아주 복잡하고 세밀한 건설게임이고 ‘사고’와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다.
심시티 4가 이전 시리즈와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그래픽이 아니다. 심시티 4가 새로운 3D그래픽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신의 모드로 들어가서 산을 만들고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을 적용하고 난 이후에는 사실 3D 그래픽은 별로 실감나는 수준은 아니다(마음대로 줌인 줌아웃을 하면서 게임 내에 만들어 놓은 도로에서 크레이지 택시를 몰아보는 것도 물론 불가능하다).
심시티 4에서 달라진 개념은 바로 심네이션(SimNation) 즉 심나라 밑에 심시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이머가 만들고 다듬는 도시는 독립적인 도시가 아니라 심나라 밑에 있는 도시다. 심나라는 여러 개의 사각형 도시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도시들을 특색이 있게 잘 건설하면 서로 간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적은 노력으로도 훨씬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옆 도시와 남아도는 전력을 교환하기도 하고 물과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심시티 4의 특징이다.
돈은 없고 써야 할 곳은 많고, 시장님 머리숱 좀 빠지시겠어요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지금까지의 심시티 시리즈와 별로 다른 점이 없다. 미리 도시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도로를 이어주고 되도록이면 공해가 덜한 발전소를 짓고 주거지역과 공업지역, 그리고 상업지역을 지정해주면 알아서 집들과 공장, 사무실들이 들어서도록 기다리면 된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구역을 너무 크게 지정해주면 자동적으로 바둑판 모양의 도로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도로의 대부분은 차도 별로 안 다니면서 유지비만 깎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찮더라도 일일이 도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시장이 마음대로 ‘인생대역전 로또 복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으면 시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아쉽게도 심시티 4에서 시 재정 수입의 대부분은 주민들과 상인, 공장이 내는 세금에 의존하도록 되어 있다. 자, 여기서부터 딜레마가 생기면서 게임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세금을 낮게 매기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주거인들이 생기도록 유도할 것인가 아니면 ‘오는 심즈 안 말리고 가는 심즈 안 잡는다’ 식으로 높은 세금을 매기면서 많은 세수확보에 주력할 것인가?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묵살하고 시의 재정 안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 아니면 시의 재정은 빵꾸가 나더라도 살기 좋은 도시를 건설하는데 투자를 할 것인가? 소방, 교육, 치안, 전력, 수도 등 공공시설에 관한 공적자금은 어느 정도로 유지를 할 것인가? 심시티의 매력은 바로 이런 데에 있다. 비록 100년 이상이 걸리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이머가 시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한 단 한시도 놀고 있을 틈이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빚을 내어 완벽한 도시를 만들어 놨으니 알아서 발전하겠지’라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늘 실시간으로 판단을 내리고 정책을 수정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전의 심시티 시리즈는 경찰서나 소방서같은 한정된 공공시설에만 예산의 증감이 가능했지만 심시티 4는 거의 모든 도시의 예산을 사안별로 증감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더욱 세심한 도시관리가 가능해졌다.
심시티 2000부터 등장한 여러 명의 도시자문위원들은 게이머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도시 행정에 관한 자세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별로 급하지도 않은 문제들을 호들갑을 떨면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다그치기 때문에 자문위원들 말만 듣고 예산을 쓰다가는 10년도 못되어서 시의 살림이 거덜나기 십상이다. 자문위원들의 호들갑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줌인으로 카메라를 맞춰놓은 상태에서 도시의 여러 구역을 직접 클릭해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주 종종 맥시스가 주의력 깊은 게이머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유머’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이 출시되기전 많은 게이머로부터 기대를 모았던 ‘심즈모드’가 추가된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게이머가 원한다면 심즈에서 직접 만들었던 나만의 독특한 심즈들도 심시티 4에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심시티 4의 심즈모드는 아주 제한적이어서 심즈의 집을 지정해주고 일터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것 이외에는 별로 볼만한 게 없다. 따라서 게이머가 직접 만든 심즈가 몇 블럭 떨어진 회사에 걸어가서 사무를 보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아쉽지만 심시티 5 이후를 기대해야 한다. 가끔 심즈들이 도시 전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이 정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라 시장으로서 도시를 경영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라고 볼 수는 없다. 심시티 4에서의 심즈는 그냥 ‘액세서리’다.
응? 시나리오 모드 어디 갔어? 그리고 왜 이리 느려?
지금까지 심시티를 플레이 해 온 게이머들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시나리오 모드의 부재일 것이다. 물론 심시티라는 게임이 엔딩이 존재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인데다가 프리 모드를 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단기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고 때로는 훌륭하게 튜토리얼 모드를 대신해주는 시나리오 모드가 제외된 것은 아쉽기도 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재앙이 닥친 도시를 구출하거나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는 도시를 흑자경영의 길로 올라서게 하는 시나리오 제작은 맘만 먹으면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이 아니지 않는가(숭례문이나 서울시청 등 각국의 랜드마크 건물조차 친절히 만들어주는 판국에).
또 필자 개인적으로는 세계 유명도시를 맥시스가 직접 게임 속에 만들어 놓고 게이머들은 미리 만들어져 있는 도시를 경영만 할 수 있는 모드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것도 지원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파리, 서울 등과 똑같은 도시가 있어 게이머가 각각의 도시를 경영할 수 있었으면 했지만 그것도 다음 시리즈에나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기왕이면 요즘 세계 뉴스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평양도?).
하지만 심시티 4의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시스템을 헐떡이게 만드는 과도한 요구사양이다. 펜티엄 1.8GHz에 256MB 메인메모리에 128MB램을 장착한 지포스 4 급의 ‘요새 그럭저럭 할만한’ 시스템에서도 인구수가 조금만 늘어나면 심각하게 버벅거리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심시티의 그래픽수준과 데이터 수준으로 볼 때 이것은 맥시스가 최적화에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심시티 4가 꽤 잘 만들어진 시뮬레이션게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 볼 때 심시티 4는 심즈와 심시티가 합쳐지는 과도기적인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맥시스가 가진 ‘심’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빠른 시간내에 심즈와 심시티, 심골프 등 여러 가지 심시리즈가 완벽하게 혼합되어 거대한 버추얼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원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