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집착을 버린 작품. 그러나… (델타포스: 블랙 호크 다운)
2003.04.24 09:34윤주홍
과거의 집착을 버린 작품. 그러나…
노바로직은 이상하리만치 과거의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중반 복셀 스페이스라는 새로운 그래픽 기술로 화려한 출발을 알린 그들의 도전은 모두 1편의 영광으로 끝나기 일쑤였지만 매번 당당히 과거의 인기에 편승한 시리즈물을 내놓는 노바로직의 모습은 안쓰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블랙 호크 다운은 델타포스라는 시리즈명이 무색할 정도로 과거의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떠한 유명 엔진도 차용하지 않은 블랙 호크 다운의 그래픽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수준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액션슈팅게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임성을 따지고 볼 때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인기 프랜차이즈명(?)에 편승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델타포스가 아닌 델타포스
오프닝 시퀀스, 블랙 호크 다운은 꽤나 큰 흡인력을 발휘한다. 메달 오브 아너의 첫 잠입씬이 쏘고 죽이고 달리는 식의 전쟁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듯 블랙 호크 다운은 광활한 대지에서 시작되는 호위미션으로 게임의 시작을 흥미진진함으로 포장한다.
험비 위에 마련된 50미리 머신건으로 뛰어나오는 소말리아 반군을 처치하고, 도킹지점에서 내려 지상전을 펼치는가 하면 곧바로 헬기를 타고 머신건을 쏘아대는 광경은 마치 “보아라. 이렇게 달라진 델타포스의 모습을…”이라고 외치는 노바로직 개발자들의 목소리로 느껴진다. 블랙 호크 다운의 첫 번째 미션, 이 대목에서 모든 게이머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이 게임 정말 물건이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델타 포스 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 오퍼레이션 리스토어 호프와 태스크 포스 레이저의 실제 임무 수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배경에 관한 지루한 설명은 각설하고 게임은 이 작전에 투입된 델타 포스, US 아미 레인저스 그리고 제 10 마운틴 디비젼 요원이 모가디슈 부근에서 소말리아의 전쟁광에 대항해 싸우는 전투를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게이머는 10 마운틴 디비전의 무작위 요원(?)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마크 보우든(Mark Bowden)이 쓴 소설 ‘블랙 호크 다운’과 200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근간으로 실제와 가상을 배경으로 한 임무를 반반씩 섞어놨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인 만큼 소설이나 영화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위의 작품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온 것만은 분명하다(모가디슈 전투가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짜여진 미션은 수송차량 보호, 특정 목표물 파괴/보호, 인질 구출, 요인 암살/납치 등이 반복되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게이머는 미군의 최첨단 현대장비를 갖추고 험비나 블랙 호크 다운 혹은 리틀 버드라고 불리우는 초퍼(Chopper) 헬기를 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무를 클리어해 나가게 된다.
한글화가 되어 국내 출시된 작품은 아니지만 임무목표 자체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브리핑 화면을 빼고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가 가능하다. `Search and Destroy`라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임무가 주를 이루는 만큼 미션 목표에 따라 단순히 화면 우측 하단에 표시된 레이더의 화살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다. 이전의 작품들처럼 모든 무기는 게이머가 직접 결정할 수 있으나 대부분 해당 미션에 적합한 기본설정이 잡혀져 있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고는 할 수 없겠다.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게이머가 주시해야할 부분은 미션의 길이에 따라 세이브할 수 있는 숫자가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1인칭 액션게임을 즐기면서 습관성 퀵세이브 병에 걸려 있는 사람에겐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어느정도 이상의 긴장감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나쁘게 여겨질만한 부분은 아니다. 게다가 게임이 전체적으로 쉬운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외관상으로 비춰지는 게임의 전경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훌륭하다. 탄환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색으로 날아가는 궤적이라던가, 지포스 4 Ti 급 이상에서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물 그래픽, 헬기가 착륙할 때 피어오르는 먼지를 비롯해서 실제와 버금가는 모가디슈 현장의 재현까지 게임을 즐기는 줄곧 감탄사가 흘러나올 만큼 전장의 느낌을 실감나게 살려주고 있다. 다소 높은 요구사양에서만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게 흠이랄까? 하지만 이렇게 외관상으로 비춰지는 모습만으로 이 게임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밀리터리 아케이드 게임?
미려한 그래픽이 당시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성이라는 측면을 따지고 볼 때 블랙 호크 다운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혼자 들기도 무거운 M60을 착용할 때나 CAR-15를 들 때나 똑같은 속도로 뛰는 대원의 모습, 떨어지는 타격감과 비슷비슷한 총성 등의 사소한 단점은 빼놓고서라도 말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애로사항이 꽃피었던 부분은 게이머의 동료와 적이 마치 뇌가 없는 듯한 행동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총알을 낭비하기 일쑤며 기도비닉이라는 단어는 아랑곳없이 무조건 허허벌판으로 나와 모든 이들의 타겟이 되고 싶어 한다. 동료는 더 가관이다. 코앞에 있는 적을 보고도 뒤통수를 보이는 것은 물론, 적이 떼로 몰려 있는 곳에 혼자 달려나가 죽거나 뒤에 대원들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플래쉬뱅을 던진 뒤 자기 눈을 붙잡고 괴로워한다. 때문에 게이머는 동료와의 팀웍이 생명인 델타포스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한명의 ‘람보’가 되어 전장을 누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프라이프에서 등장하던 NPC만큼의 반응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너무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떨어지는 인공지능은 중반 이후 단조로워지기 시작하는 미션구성을 더욱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위적인 임무가 많이 포함됐다는 것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상미션에 포함된, 배를 타고 해변에 상륙해서 지뢰와 박격포를 피해 어설픈 진격작전을 펼치는 광경은 라이언일병구하기의 오마주로 보아야할지 단순히 추세와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의도로 보아야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무뇌인(?)들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블랙 호크 다운의 멀티플레이 서버인 노바월드를 한참이나 찾아다녔던 필자에게 이 작품은 또다시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헬기에 탑승해서 머신건을 쏘아대는 느낌은 분명 일품이지만 이러한 탈 것들이 정해진 루트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전쟁을 한다는 것보다는 마치 놀이동산에 롤러코스터를 타러온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게다가 현대무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는지 스코프로 확대/조준한 상태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는 온통 캠퍼와 스나이퍼들이 판치고 있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자리만 잘 잡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물론 깃발뺏기 등의 다양한 모드도 포함되어 있고 캠퍼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밀리터리 류의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단점이, 부각되기까지 한 블랙 호크 다운의 멀티플레이는 분명 실망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하지만 블랙 호크 다운은 소말리아 내전과 밀리터리를 주제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다. 레인보우 식스처럼 한두발의 총을 맞고 쓰러지는, 부상도를 체크하는 사실성 추구의 게임이 아니며 메디킷을 먹고 체력을 회복하는 전형적인 액션슈팅게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작사가 사실성이라는 부분보다는 일부러 아케이드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블랙 호크 다운는 끝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에서 지겨운 국지전을 펼치던 과거의 델타포스의 모습을 버렸으며 이후에 델타포스 시리즈가 그려나갈 초안을 마렸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블랙 호크 다운이 하프라이프, 메달 오브 아너나 노원리브스 포에버와 같은 드라마틱한 싱글플레이를 갖추고 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데이오브디피트나 배틀필드 1942와 같은 멀티플레이에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대전이라는 요소를 꽤 멋진 연출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비교될만한 배경의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아볼 수 있겠다.
M16과 CAR-15의 집탄률을 따져가며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메달 오브 아너의 드라마틱한 구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은 실망스러운 느낌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리어스 샘에 버금가는 학살극을 소말리아 반군을 상대로 펼치고픈 게이머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사양 PC의 위력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즐겨볼 만한 타이틀로 권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노바로직은 이상하리만치 과거의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중반 복셀 스페이스라는 새로운 그래픽 기술로 화려한 출발을 알린 그들의 도전은 모두 1편의 영광으로 끝나기 일쑤였지만 매번 당당히 과거의 인기에 편승한 시리즈물을 내놓는 노바로직의 모습은 안쓰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블랙 호크 다운은 델타포스라는 시리즈명이 무색할 정도로 과거의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떠한 유명 엔진도 차용하지 않은 블랙 호크 다운의 그래픽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수준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액션슈팅게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임성을 따지고 볼 때 블랙 호크 다운이라는 인기 프랜차이즈명(?)에 편승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델타포스가 아닌 델타포스
오프닝 시퀀스, 블랙 호크 다운은 꽤나 큰 흡인력을 발휘한다. 메달 오브 아너의 첫 잠입씬이 쏘고 죽이고 달리는 식의 전쟁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듯 블랙 호크 다운은 광활한 대지에서 시작되는 호위미션으로 게임의 시작을 흥미진진함으로 포장한다.
험비 위에 마련된 50미리 머신건으로 뛰어나오는 소말리아 반군을 처치하고, 도킹지점에서 내려 지상전을 펼치는가 하면 곧바로 헬기를 타고 머신건을 쏘아대는 광경은 마치 “보아라. 이렇게 달라진 델타포스의 모습을…”이라고 외치는 노바로직 개발자들의 목소리로 느껴진다. 블랙 호크 다운의 첫 번째 미션, 이 대목에서 모든 게이머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이 게임 정말 물건이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델타 포스 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 오퍼레이션 리스토어 호프와 태스크 포스 레이저의 실제 임무 수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대배경에 관한 지루한 설명은 각설하고 게임은 이 작전에 투입된 델타 포스, US 아미 레인저스 그리고 제 10 마운틴 디비젼 요원이 모가디슈 부근에서 소말리아의 전쟁광에 대항해 싸우는 전투를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게이머는 10 마운틴 디비전의 무작위 요원(?)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마크 보우든(Mark Bowden)이 쓴 소설 ‘블랙 호크 다운’과 200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근간으로 실제와 가상을 배경으로 한 임무를 반반씩 섞어놨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인 만큼 소설이나 영화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위의 작품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온 것만은 분명하다(모가디슈 전투가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짜여진 미션은 수송차량 보호, 특정 목표물 파괴/보호, 인질 구출, 요인 암살/납치 등이 반복되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게이머는 미군의 최첨단 현대장비를 갖추고 험비나 블랙 호크 다운 혹은 리틀 버드라고 불리우는 초퍼(Chopper) 헬기를 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무를 클리어해 나가게 된다.
한글화가 되어 국내 출시된 작품은 아니지만 임무목표 자체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브리핑 화면을 빼고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가 가능하다. `Search and Destroy`라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임무가 주를 이루는 만큼 미션 목표에 따라 단순히 화면 우측 하단에 표시된 레이더의 화살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클리어할 수 있다. 이전의 작품들처럼 모든 무기는 게이머가 직접 결정할 수 있으나 대부분 해당 미션에 적합한 기본설정이 잡혀져 있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고는 할 수 없겠다.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게이머가 주시해야할 부분은 미션의 길이에 따라 세이브할 수 있는 숫자가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1인칭 액션게임을 즐기면서 습관성 퀵세이브 병에 걸려 있는 사람에겐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어느정도 이상의 긴장감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나쁘게 여겨질만한 부분은 아니다. 게다가 게임이 전체적으로 쉬운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외관상으로 비춰지는 게임의 전경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훌륭하다. 탄환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색으로 날아가는 궤적이라던가, 지포스 4 Ti 급 이상에서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물 그래픽, 헬기가 착륙할 때 피어오르는 먼지를 비롯해서 실제와 버금가는 모가디슈 현장의 재현까지 게임을 즐기는 줄곧 감탄사가 흘러나올 만큼 전장의 느낌을 실감나게 살려주고 있다. 다소 높은 요구사양에서만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게 흠이랄까? 하지만 이렇게 외관상으로 비춰지는 모습만으로 이 게임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밀리터리 아케이드 게임?
미려한 그래픽이 당시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성이라는 측면을 따지고 볼 때 블랙 호크 다운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혼자 들기도 무거운 M60을 착용할 때나 CAR-15를 들 때나 똑같은 속도로 뛰는 대원의 모습, 떨어지는 타격감과 비슷비슷한 총성 등의 사소한 단점은 빼놓고서라도 말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애로사항이 꽃피었던 부분은 게이머의 동료와 적이 마치 뇌가 없는 듯한 행동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총알을 낭비하기 일쑤며 기도비닉이라는 단어는 아랑곳없이 무조건 허허벌판으로 나와 모든 이들의 타겟이 되고 싶어 한다. 동료는 더 가관이다. 코앞에 있는 적을 보고도 뒤통수를 보이는 것은 물론, 적이 떼로 몰려 있는 곳에 혼자 달려나가 죽거나 뒤에 대원들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플래쉬뱅을 던진 뒤 자기 눈을 붙잡고 괴로워한다. 때문에 게이머는 동료와의 팀웍이 생명인 델타포스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한명의 ‘람보’가 되어 전장을 누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프라이프에서 등장하던 NPC만큼의 반응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너무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떨어지는 인공지능은 중반 이후 단조로워지기 시작하는 미션구성을 더욱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위적인 임무가 많이 포함됐다는 것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상미션에 포함된, 배를 타고 해변에 상륙해서 지뢰와 박격포를 피해 어설픈 진격작전을 펼치는 광경은 라이언일병구하기의 오마주로 보아야할지 단순히 추세와 인기에 편승하기 위한 의도로 보아야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무뇌인(?)들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블랙 호크 다운의 멀티플레이 서버인 노바월드를 한참이나 찾아다녔던 필자에게 이 작품은 또다시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헬기에 탑승해서 머신건을 쏘아대는 느낌은 분명 일품이지만 이러한 탈 것들이 정해진 루트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전쟁을 한다는 것보다는 마치 놀이동산에 롤러코스터를 타러온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게다가 현대무기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는지 스코프로 확대/조준한 상태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격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는 온통 캠퍼와 스나이퍼들이 판치고 있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자리만 잘 잡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물론 깃발뺏기 등의 다양한 모드도 포함되어 있고 캠퍼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밀리터리 류의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단점이, 부각되기까지 한 블랙 호크 다운의 멀티플레이는 분명 실망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하지만 블랙 호크 다운은 소말리아 내전과 밀리터리를 주제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다. 레인보우 식스처럼 한두발의 총을 맞고 쓰러지는, 부상도를 체크하는 사실성 추구의 게임이 아니며 메디킷을 먹고 체력을 회복하는 전형적인 액션슈팅게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제작사가 사실성이라는 부분보다는 일부러 아케이드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블랙 호크 다운는 끝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에서 지겨운 국지전을 펼치던 과거의 델타포스의 모습을 버렸으며 이후에 델타포스 시리즈가 그려나갈 초안을 마렸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블랙 호크 다운이 하프라이프, 메달 오브 아너나 노원리브스 포에버와 같은 드라마틱한 싱글플레이를 갖추고 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데이오브디피트나 배틀필드 1942와 같은 멀티플레이에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대전이라는 요소를 꽤 멋진 연출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비교될만한 배경의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아볼 수 있겠다.
M16과 CAR-15의 집탄률을 따져가며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메달 오브 아너의 드라마틱한 구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은 실망스러운 느낌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리어스 샘에 버금가는 학살극을 소말리아 반군을 상대로 펼치고픈 게이머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사양 PC의 위력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즐겨볼 만한 타이틀로 권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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