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게임의 신화 다시 한 번(버추어 파이터 4)
2002.02.08 12:04금강선
버파라고하면 왠지 불안?
많은 게이머들은 버파가 가정용으로 이식된다고 하면 왠지 불안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드림캐스트로 발매된 버파 3같은 경우에는 가정용 격투액션 게임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VS모드조차 빠뜨리면서 게이머들을 우롱하는 수준의 이식을 해버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운이식은 물론이고 그래픽적으로도 미숙한 면도 있었으며 여러 가지 요소들이 삭제되곤 하면서 실망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4편은 어떨까?
3편에서 단단히 혼이 나긴 났는지 이번 4편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이식했음을 느낄 수 있다. 예전의 가정용 버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드를 대폭 추가시키면서 가정용만의 매력을 그대로 살려냈다. 물론 그래픽적인 면에서는 아케이드용에 비해서 다운이식이 되고 몇 가지 삭제가 있어서 아쉽다. 예를 들어 아키라의 도복에서 느껴지던 옷의 질감이 PS2에서는 단순히 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단색으로 표현되었고, 제프리의 스테이지에서 아케이드용은 바닷물 밑으로 섬이 잠겨있는 모습이 표현되었지만 PS2용으로는 그것이 표현되지 않았다. 또한 구름도 많이 삭제되었다. 눈이 오는 스테이지 같은 경우에는 눈이 파인 땅의 모습이 뚜렷하게 표현되는데 PS2용에서는 이것을 대충 표현한 듯 하다. 하지만 대충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문제되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그런 세세한 요소들까지 완벽하게 이식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따름이다. 이런 것의 부재 때문이었는지 세가는 새로운 스테이지(굉장히 매력적인 스테이지)를 추가해주기도 했으며 여러 새로운 모드를 추가시켜 오랜 시간 버파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로딩도 쾌적한 편이니 PS2용 버파 4는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조작 잘 되니?
아케이드용 격투게임이 가정용으로 등장할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스틱과 패드의 차이이다. 아케이드는 스틱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빠르게 집어넣을 수 있지만 패드는 그것이 약간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조작감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특히 빠른 조작을 요구하는 버파같은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은 부분이다. 버파 4의 조작은 스틱을 따라갈 수야 없겠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기술도 잘 먹는 편이고 그다지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드림캐스트에서는 고생했던(10번하면 1번 될까말까) ‘붕격운산쌍호장’, ‘수라패왕고화산’ 등의 기술들도 10번하면 4번은 성공시킬 수 있을 정도니 만족할만한 수준. 물론 고수들은 10번하면 10번 다 성공시킬 수 있을 듯. 버튼배합이 PS2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패드설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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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의 기분을 집에서
PS 2용 버파 4의 하이라이트는 쿠미테모드이다. 이 모드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케이드에서 대전을 하는 기분을 집에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모드이다. 쿠미테모드에서는 각기 다른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많은 도전자들이 게이머에게 도전해온다. 이들 중에는 초고수들은 물론 중수, 하수들까지 다양하다. 계속 이기게 되면 아케이드와 마찬가지로 연승기록이 표시되며 중간중간에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아이템을 얻어 장착할 수 있다. 즉,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네트웍 게임에서의 아바타의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얻은 아이템으로 캐릭터에게 헬맷을 쓸 수도 있으며 가면이나 모자를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이것을 계속하다보면 승급심사, 승단심사 등을 보기도 하며 자신의 등급을 올려나갈 수 있으며 등급이 오르다보면 여러 가지 보너스 혜택이 주어진다. 예를 들면 초단심사에 합격한 경우에는 버추어 파이터 1의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버추어 파이터 1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그래픽의 수준이 버파 1의 것이 등장하는 것. 새로운 느낌으로 플레이 할 수 있고 굉장히 재미난 요소이다. 세가가 팬서비스에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버파 4는 육성시뮬레이션
PS2용 버파 4의 또 하나의 야심작이 바로 A.I모드이다. A.I모드에서는 자신의 기술을 그대로 따라하는 인공지능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육성시뮬레이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리플레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습득한 기술을 익히거나 버리게 하면서 자신만의 특색있는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은 이제까지 어떤 격투게임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이다. 자신이 고생해서 키운 A.I캐릭터는 여러 가지로 사용될 수 있다. 자기자신과 직접 대전을 벌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친구가 키워놓은 A.I캐릭터와 대전을 할 수도 있다. 얼마나 재미있는 요소인가? 친구와 자신의 A.I캐릭터를 대전시켜서 만약 A.I캐릭터가 이기게 된다면 친구가 대전을 하자고 귀찮게 굴 때 이런 말을 툭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메모리카드 줄테니 내 인공지능부터 이기고와!”
초보자들을 배려한 트레이닝
허술하기로 유명했던 버파 시리즈의 트레이닝 모드.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굉장히 높은 완성도의 트레이닝 모드를 보여주고 있다. 철권의 완성도와 비견할 만한데 커맨드, 프리, 트라이얼 같은 다양한 트레이닝 옵션이 존재하고 있어 초보자부터 고수까지 난이도 별로 연습할 수 있다.
커맨드모드는 각 캐릭터들의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모드로 열쇠로 묶어두면 한 기술을 계속 연마할 수도 있으며 잘 안되는 것은 컴퓨터의 충고를 들을 수도 있고 데모플레이를 볼 수도 있는 등 초보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띈다. 프리모드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연습을 하는 중급자들의 모드이며 트라이얼모드는 고수들을 위한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는 모드. 트레이닝 모드의 높은 완성도는 게임을 심취할 수 있는 게이머들을 만드는 기초단계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싶다.
옵션도 신경 많이 썼네
옵션에도 물론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고 있다. 컨트롤러 세팅이나 결과 등은 당연히 존재해야 할 것들이지만 진동기능을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버파가 진동이 된다니 왠지 모를 즐거움이). 단지 좀 아쉬운 부분은 진동기능은 맞을 때만 된다. 호쾌한 공격시에도 짜릿한 진동을 맛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물론 고수의 경우에는 진동으로 인해서 기술을 입력하는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지만 고수들은 진동기능을 꺼두면 되지 않는가? 약간은 아쉬운 요소로 남는다. 게임의 옵션같은 경우에는 특이하게 타격효과를 ON/OFF로 설정할 수 있는데 타격효과라고 해서 철권처럼 불꽃이 튕긴다든지 이런 것은 아니고 타격시에 몸이 번개가 치듯이 잠시 반짝거리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런 배려가 어디인가? 또 타이틀 화면을 바꿀 수 있는 많은 배경화면이 존재해서 게이머들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세가의 이식작들
버파 4를 하면서 많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곤 했다. 그러고는 자주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3에서 한번 지더니 정신차렸네...”
세가가 아케이드용 게임을 가정용으로 이식하면서 이 정도로 팬서비스에 신경을 쓴 것은 거의 전대미문인 것 같다. 항상 팬서비스의 부재로 남코와 비교당하면서 악평을 받았던 수많은 세가의 명작게임들. 이제는 조금 안심할 수 있을 듯 하다. 세가는 팬서비스 정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하드웨어 가업을 툭 털어내고 컨텐츠 사업에 주력을 하려다 보니 이제야 팬서비스라는 요소가 게임이 팔리거나 게이머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자각한 것일까? 지금도 수 없이 발매되는 세가의 명작 아케이드 게임들. 이제는 가정용으로 이식될 때 불안감을 조금 덜어낼 수 있을 듯 하다. 끝으로 버파 4는 최고의 격투게임이다. 뛰어난 그래픽으로 무장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 3를 20시간도 채 플레이 하지 못했는데 버파 4는 벌써 플레이시간이 30시간정도가 됐을 것이다. 특정 격투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플레이 시간이 게임의 완성도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2로 첫발을 내딛은 버파 4. 그 첫 발걸음은 가볍게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