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불감증과 무더위! 모두다 날려버리자!(슈퍼마리오 선샤인)
2002.07.29 20:18금강선
이게 얼마만이냐 마리오! 닌텐도 64로 발매한 슈퍼마리오 64이후 마리오 시리즈의 최신작이 6년만에 돌아왔다. 이제 마리오 시리즈가 등장한지도 20년이 되어간다. 따라서 많은 게이머들이 “아직도 마리오냐? 지겹지도 않냐?”라는 말을 자주 꺼내곤 한다. 과연 닌텐도는 이들에게 지겹도록 발매되는 마리오로 “아니다, 언제든지 마리오는 좋다”라는 평가를 받아낼 수 있을까? 현재 최고의 액션게임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리오의 위상이 이번 작품에서도 유지되어갈 수 있을까? 자, 뚜껑을 열어보자.
꽉 찬 공간감, 이것이 3D다!
게임을 조금 해보면 금새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다른 게임들에서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부분, 그것은 바로 ‘공간감’이다. 닌텐도의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러하지만 마리오 선샤인은 3D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단순한 연출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3D가 아니라 3D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게임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사용되는 3D라는 얘기다. 마리오의 세계에서는 공간감이 분명하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마치 실제로 어떠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마련해준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도 내가 지나다녔던 곳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면 자신이 살고있던 동네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멀리 있는 곳이 보인다.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저기에선 “뭘 어떻게 해야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헤엄을 쳐서 건너편 무인도까지 간다. 마을이 멀게 보인다. 어느 곳을 돌아다녀도 친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와본 곳은 ”아~ 여기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공간이 꽉 차있다. 이곳에 내가 혹은 마리오가 존재한다라는 기분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마리오는 게임의 특성상 버려지는 공간이 없다. 아니, 버려지는 공간이 없게 만들도록 게임의 특성을 맞추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거나 선샤인을 모으기 위해서는 파란코인이나 빨간코인을 찾아야한다. 이것들은 스테이지 구석구석을 통해 숨겨져 있다. 파란코인이나 빨간코인을 찾으러 돌아다니다보면 쓸데없이 장식만 해두기위해서 만들어진 배경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스테이지의 구성도 같은 스테이지에서 경로 등을 바꾸어 여러번 다른 느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같은 스테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목적, 방식이 달라 새롭게 느껴진다.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지만 그만큼 스테이지의 특성과 지리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 높아지는 난이도를 절묘하게 커버해준다.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나온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픽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상하게 게이머들이 대작들의 신작이 등장했을 때 그래픽이 획기적이거나 놀라운 수준이 아니면 많이 실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내내 그래픽에 대한 놀라움은 갈수록 대단했다.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이 아니라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그래픽을 말한다. 우선 물그래픽이 인상적이다. 필자는 마리오 선샤인에서처럼 폴리곤으로 물 그래픽을 이정도까지 뛰어나게 표현한 게임은 거의 보지못했다. 마리오 선샤인의 배경 스테이지를 보면 여름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여름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얘기는 게이머들에게 ‘시원함’을 주고 싶었다는 것으로 통하게 된다. 7월 19일이라는 무더운 발매시점에 맞춰 마리오 선샤인은 상당히 쿨한 그래픽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게이머들에게 그래픽적인 시원함을 선사한다. 아지랑이 필터링을 사용해서 찌는 무더위의 열기를 묘사하면서도 주변에는 시원하게 표현한 물을 듬뿍 깔아두었으며 마리오가 사용하는 메인무기 펌프도 쉴새없이 물을 쏘아올리기 때문에 더할나위없는 시원함을 보여준다. 마치 아지랑이 필터링은 시원함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찌는 무더위속에서 바다를 보면 굉장한 시원하다고 느껴지지만 그저 따뜻한 날씨에 봄바다를 가보면 시원함 느낌이 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뜨거움을 강조한 것이다. 쨍쨍내려쬐는 햇빛(선샤인)도 이러한 의도였으리라. 결론적으로 마리오의 그래픽은 게임성과 맞물려 훌륭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상상력을 요구하는 게임
마리오 선샤인은 게이머에게 고도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게임속에 있는 사물(오브젝트)을 어떻게 사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갈 것인지는 게이머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다. 꼭 방법은 한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게이머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기막힌 퍼즐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3D공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퍼즐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퍼즐을 풀어나가면서도 만든이의 아이디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제작자와 게이머사이에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는 느낌. 제작자는 게이머와 두뇌대결을 하기위해 자신은 여러 가지 사물과 적캐릭터가 되고 게이머에게는 ‘마리오’라는 매개체를 제공한다. 게이머는 게임을 하면서 제작자의 상상력에 놀라게 되고 퍼즐을 풀면서 자신이 생각해낸 상상력에 으쓱해진다. 그러면서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고급의 성취감을 제공해준다.
“어떤 펌프를 이용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저곳까지 넘어갈 것인가?”. 게이머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보스전에서도 다양한 공략방식이 존재한다. 무조건 과거의 마리오들처럼 쿠파의 꼬리를 잡고 돌린다든가 3번밟으면 이긴다든가 이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공략법이 존재한다. 이것 역시 제작자의 기발한 아이디어로서 게이머들에게 지루함을 없애주며 게임을 계속해도 신선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냉장고’와 같은 존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을 뿌린 후 넘어지면 3번 공격해서 넘어뜨리는 고전적인 방법도 남아있지만 오징어의 다리를 하나씩 잘라나가고 마지막에는 코한번 땡기면 오징어가 쭈욱~ 날아가버리는 신선함과 통쾌감을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마리오 선샤인을 플레이하면서 어릴 적 레고같은 블록이나 과학상자 등을 조립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렇게 저렇게 바꿔서 블록들을 맞춰가면서 뭔가를 완성시켜나갔던 어린시절. 나와 같은 생각은 한 게이머들이 더 존재한다면 이 게임은 재미외에도 게이머들에게 무한한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임이 틀림없으리라. 자신의 창의력에서 무언가를 완성시켰을 때만큼 벅찬 성취욕을 느끼기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오가 주는 성취감은 대단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무튼 마리오 선샤인은 닌텐도 스탭들의 뛰어난 발상으로 생겨난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 음악
마리오 선샤인에는 크게 두가지 음악이 존재한다. 첫째는 현재 만들어진 게임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새롭게 제작된 곡이며 둘째는 과거의 수많은 마리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난 작품들의 리메이크곡. 물론 음악의 완성도는 첫 번째 곡이나 두 번째 곡이나 뛰어나다. 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것. 마리오 선샤인에서는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 듣기좋게 귓속에서 머물거리며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마리오가 “요호~”, “와하”하면서 내는 음성 또한 게이머들이 친숙하게 게임을 진행하고 뭔가 신나는 분위기를 마련해주는 요소일 것이다. “철철철~” 펌프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소리도 게이머들에게 그래픽적인 요소와 함께 시원함을 제공해주면 스테이지마다 “딱이야!딱!”이라는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잘어울리는 음악과 효과음이 전테적인 게임의 완성도를 한단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루하지 않은 장치들과 절묘한 밸런스
이런류의 게임은 진행해 나갈수록 똑같은 액션과 지루한 형식의 반복으로 인해서 금방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마리오는 아예 그런점이 없다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늘 어느 정도 진행하면 신선한 요소가 등장하고 새롭다는 생각이 들게되어 엔딩을 볼 때까지 지루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물론 선샤인 120개를 모두 모으는 작업은 분명히 어렵고 지루한 일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옵션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외하도록 한다. 게임이 진행해나가면서 게임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게이머는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항상 한단계가 높아질수록 아주 조금만 잘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있다.
거의 엔딩부분에 가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 하나를 해보면 아주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게이머들의 실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상승해가고 그러한 난이도의 간격이 기막히게 짜여져 있어서 항상 “조금만 더”라는 도전욕을 남겨놓는다. 이것 역시 게이머들이 쉽게 질리지 않고 게임을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마치 액션게임이지만 RPG처럼 레벨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물론 마리오의 레벨이 아닌 게이머의 레벨이겠지만 말이다. 스테이지 1-1을 클리어하면 레벨 1, 스테이지 1-2를 클리어하면 레벨 2가 되는식으로 단계적으로 스테이지를 조정해 두었으며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마리오의 기술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RPG에서 어떤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어떤 마법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점과 비슷한 것이다. 결국 마리오의 뛰어난 게임성의 배경으로 이러한 밸런스의 문제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여름과 게임불감증을 날렸버렸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는 이 게임이 발매된 시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감하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 마리오의 게임성을 기존틀에서 어느 정도 바꾸어 놓은 점을 스스로 칭찬하고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마리오를 고수하여 그 틀안에의서 숙련된 집대성판 마리오를 만들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을까? 시대는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 패미컴을 잡고 과자를 먹어가며 ‘슈퍼마리오’를 즐기던 꼬마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다. 마리오 선샤인의 전작 [슈퍼마리오 64]를 플레이한 초등학교 꼬마도 지금쯤이면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 되어있을 것이다. 시대가 그만큼 변해왔고 이제 더 이상 ‘쿠파의 피치공주 납치극’으로는 게이머들을 자극하기 힘들었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는 피치공주는 쿠파에게 납치되기 위해서 짐을 꾸릴 필요가 없었으며 마리오와 오랜만에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결과 우리는 새로운 적과 새로운 무기, 새로운 시스템으로 마리오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슈퍼마리오 64에서도 어느 정도 변화를 시도한 바 있었으나 마리오 선샤인의 변화는 가히 획기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과거에서 쓰이던 여러 가지 반가운 얼굴들이나 아이템, BGM 등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는 등 과거의 컨텐츠와 신규 컨텐츠가 ‘자장면’과 ‘단무지’처럼 멋진 콤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여름을 겨냥하고 발매되어(어쩐지 이번에는 발매연기를 안하더라...) 무더운 찜통더위속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마리오의 알 수 없는 신비한 중독성과 몰입도 때문에 그동안 게임불감증에 걸려 온라인게임이 아니면 장시간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게임불감증환자들이 하나둘씩 치료되어가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화려함이나 식상함만을 보여줬던 게임들과는 달리 무언가 게이머들을 잡아둘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랜만에 발매된 마리오 선샤인은 여름의 무더위와 게임불감증을 동시에 날려버린 타이틀이다. 히트게임의 대선배로서 20년간 장수해온 마리오 시리즈. 슈퍼마리오 64가 게임제작사들에게 3D의 활용법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고 한다면 이번 마리오 선샤인은 게이머들을 게임불감증에 걸리게하는 제작사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려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꽉 찬 공간감, 이것이 3D다!
게임을 조금 해보면 금새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다른 게임들에서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부분, 그것은 바로 ‘공간감’이다. 닌텐도의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러하지만 마리오 선샤인은 3D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단순한 연출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3D가 아니라 3D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게임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사용되는 3D라는 얘기다. 마리오의 세계에서는 공간감이 분명하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마치 실제로 어떠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마련해준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도 내가 지나다녔던 곳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면 자신이 살고있던 동네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느낌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멀리 있는 곳이 보인다.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저기에선 “뭘 어떻게 해야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헤엄을 쳐서 건너편 무인도까지 간다. 마을이 멀게 보인다. 어느 곳을 돌아다녀도 친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와본 곳은 ”아~ 여기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공간이 꽉 차있다. 이곳에 내가 혹은 마리오가 존재한다라는 기분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마리오는 게임의 특성상 버려지는 공간이 없다. 아니, 버려지는 공간이 없게 만들도록 게임의 특성을 맞추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거나 선샤인을 모으기 위해서는 파란코인이나 빨간코인을 찾아야한다. 이것들은 스테이지 구석구석을 통해 숨겨져 있다. 파란코인이나 빨간코인을 찾으러 돌아다니다보면 쓸데없이 장식만 해두기위해서 만들어진 배경들은 거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스테이지의 구성도 같은 스테이지에서 경로 등을 바꾸어 여러번 다른 느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같은 스테이지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목적, 방식이 달라 새롭게 느껴진다.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지만 그만큼 스테이지의 특성과 지리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 높아지는 난이도를 절묘하게 커버해준다.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나온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픽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상하게 게이머들이 대작들의 신작이 등장했을 때 그래픽이 획기적이거나 놀라운 수준이 아니면 많이 실망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내내 그래픽에 대한 놀라움은 갈수록 대단했다. 겉으로 보이는 그래픽이 아니라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그래픽을 말한다. 우선 물그래픽이 인상적이다. 필자는 마리오 선샤인에서처럼 폴리곤으로 물 그래픽을 이정도까지 뛰어나게 표현한 게임은 거의 보지못했다. 마리오 선샤인의 배경 스테이지를 보면 여름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여름을 위해서 만들었다는 얘기는 게이머들에게 ‘시원함’을 주고 싶었다는 것으로 통하게 된다. 7월 19일이라는 무더운 발매시점에 맞춰 마리오 선샤인은 상당히 쿨한 그래픽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게이머들에게 그래픽적인 시원함을 선사한다. 아지랑이 필터링을 사용해서 찌는 무더위의 열기를 묘사하면서도 주변에는 시원하게 표현한 물을 듬뿍 깔아두었으며 마리오가 사용하는 메인무기 펌프도 쉴새없이 물을 쏘아올리기 때문에 더할나위없는 시원함을 보여준다. 마치 아지랑이 필터링은 시원함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찌는 무더위속에서 바다를 보면 굉장한 시원하다고 느껴지지만 그저 따뜻한 날씨에 봄바다를 가보면 시원함 느낌이 덜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뜨거움을 강조한 것이다. 쨍쨍내려쬐는 햇빛(선샤인)도 이러한 의도였으리라. 결론적으로 마리오의 그래픽은 게임성과 맞물려 훌륭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상상력을 요구하는 게임
마리오 선샤인은 게이머에게 고도의 상상력을 요구한다. 게임속에 있는 사물(오브젝트)을 어떻게 사용해서 게임을 풀어나갈 것인지는 게이머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다. 꼭 방법은 한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게이머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기막힌 퍼즐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3D공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퍼즐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퍼즐을 풀어나가면서도 만든이의 아이디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제작자와 게이머사이에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는 느낌. 제작자는 게이머와 두뇌대결을 하기위해 자신은 여러 가지 사물과 적캐릭터가 되고 게이머에게는 ‘마리오’라는 매개체를 제공한다. 게이머는 게임을 하면서 제작자의 상상력에 놀라게 되고 퍼즐을 풀면서 자신이 생각해낸 상상력에 으쓱해진다. 그러면서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고급의 성취감을 제공해준다.
“어떤 펌프를 이용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저곳까지 넘어갈 것인가?”. 게이머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보스전에서도 다양한 공략방식이 존재한다. 무조건 과거의 마리오들처럼 쿠파의 꼬리를 잡고 돌린다든가 3번밟으면 이긴다든가 이런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공략법이 존재한다. 이것 역시 제작자의 기발한 아이디어로서 게이머들에게 지루함을 없애주며 게임을 계속해도 신선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냉장고’와 같은 존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을 뿌린 후 넘어지면 3번 공격해서 넘어뜨리는 고전적인 방법도 남아있지만 오징어의 다리를 하나씩 잘라나가고 마지막에는 코한번 땡기면 오징어가 쭈욱~ 날아가버리는 신선함과 통쾌감을 맛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마리오 선샤인을 플레이하면서 어릴 적 레고같은 블록이나 과학상자 등을 조립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렇게 저렇게 바꿔서 블록들을 맞춰가면서 뭔가를 완성시켜나갔던 어린시절. 나와 같은 생각은 한 게이머들이 더 존재한다면 이 게임은 재미외에도 게이머들에게 무한한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임이 틀림없으리라. 자신의 창의력에서 무언가를 완성시켰을 때만큼 벅찬 성취욕을 느끼기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마리오가 주는 성취감은 대단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아무튼 마리오 선샤인은 닌텐도 스탭들의 뛰어난 발상으로 생겨난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 음악
마리오 선샤인에는 크게 두가지 음악이 존재한다. 첫째는 현재 만들어진 게임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새롭게 제작된 곡이며 둘째는 과거의 수많은 마리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난 작품들의 리메이크곡. 물론 음악의 완성도는 첫 번째 곡이나 두 번째 곡이나 뛰어나다. 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는 것. 마리오 선샤인에서는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 듣기좋게 귓속에서 머물거리며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마리오가 “요호~”, “와하”하면서 내는 음성 또한 게이머들이 친숙하게 게임을 진행하고 뭔가 신나는 분위기를 마련해주는 요소일 것이다. “철철철~” 펌프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소리도 게이머들에게 그래픽적인 요소와 함께 시원함을 제공해주면 스테이지마다 “딱이야!딱!”이라는 탄성이 터져나올 정도로 잘어울리는 음악과 효과음이 전테적인 게임의 완성도를 한단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루하지 않은 장치들과 절묘한 밸런스
이런류의 게임은 진행해 나갈수록 똑같은 액션과 지루한 형식의 반복으로 인해서 금방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마리오는 아예 그런점이 없다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늘 어느 정도 진행하면 신선한 요소가 등장하고 새롭다는 생각이 들게되어 엔딩을 볼 때까지 지루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물론 선샤인 120개를 모두 모으는 작업은 분명히 어렵고 지루한 일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옵션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외하도록 한다. 게임이 진행해나가면서 게임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게이머는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항상 한단계가 높아질수록 아주 조금만 잘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있다.
거의 엔딩부분에 가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 하나를 해보면 아주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게이머들의 실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상승해가고 그러한 난이도의 간격이 기막히게 짜여져 있어서 항상 “조금만 더”라는 도전욕을 남겨놓는다. 이것 역시 게이머들이 쉽게 질리지 않고 게임을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마치 액션게임이지만 RPG처럼 레벨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물론 마리오의 레벨이 아닌 게이머의 레벨이겠지만 말이다. 스테이지 1-1을 클리어하면 레벨 1, 스테이지 1-2를 클리어하면 레벨 2가 되는식으로 단계적으로 스테이지를 조정해 두었으며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마리오의 기술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RPG에서 어떤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어떤 마법이 있는 것이 좋다라는 점과 비슷한 것이다. 결국 마리오의 뛰어난 게임성의 배경으로 이러한 밸런스의 문제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여름과 게임불감증을 날렸버렸다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는 이 게임이 발매된 시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감하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 마리오의 게임성을 기존틀에서 어느 정도 바꾸어 놓은 점을 스스로 칭찬하고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마리오를 고수하여 그 틀안에의서 숙련된 집대성판 마리오를 만들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을까? 시대는 점점 변해가고 있다. 과거에 패미컴을 잡고 과자를 먹어가며 ‘슈퍼마리오’를 즐기던 꼬마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다. 마리오 선샤인의 전작 [슈퍼마리오 64]를 플레이한 초등학교 꼬마도 지금쯤이면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 되어있을 것이다. 시대가 그만큼 변해왔고 이제 더 이상 ‘쿠파의 피치공주 납치극’으로는 게이머들을 자극하기 힘들었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는 피치공주는 쿠파에게 납치되기 위해서 짐을 꾸릴 필요가 없었으며 마리오와 오랜만에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결과 우리는 새로운 적과 새로운 무기, 새로운 시스템으로 마리오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슈퍼마리오 64에서도 어느 정도 변화를 시도한 바 있었으나 마리오 선샤인의 변화는 가히 획기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과거에서 쓰이던 여러 가지 반가운 얼굴들이나 아이템, BGM 등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는 등 과거의 컨텐츠와 신규 컨텐츠가 ‘자장면’과 ‘단무지’처럼 멋진 콤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여름을 겨냥하고 발매되어(어쩐지 이번에는 발매연기를 안하더라...) 무더운 찜통더위속에 게이머들은 게임을 통해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마리오의 알 수 없는 신비한 중독성과 몰입도 때문에 그동안 게임불감증에 걸려 온라인게임이 아니면 장시간 플레이를 하지 못했던 게임불감증환자들이 하나둘씩 치료되어가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화려함이나 식상함만을 보여줬던 게임들과는 달리 무언가 게이머들을 잡아둘만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랜만에 발매된 마리오 선샤인은 여름의 무더위와 게임불감증을 동시에 날려버린 타이틀이다. 히트게임의 대선배로서 20년간 장수해온 마리오 시리즈. 슈퍼마리오 64가 게임제작사들에게 3D의 활용법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고 한다면 이번 마리오 선샤인은 게이머들을 게임불감증에 걸리게하는 제작사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려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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