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모가 만들어낸 동양적 공포(영 제로)
2002.09.10 15:36금강선
테크모하면 떠오르는 게임은? 거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이 질문에 [데드 오어 얼라이브]라는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테크모하면 DOA를 떠올리게 되지만 테크모는 몬스터팜이나 테크모월드컵 등의 센스있고 개성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기도 했다. 몬스터팜의 경우는 일본내에서 50만장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다. 그런 테크모에서 이번에는 호러라는 장르에 도전장을 던진다. 과연 테크모는 ‘영 제로’로 호러게임 매니아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동양식 호러의 탄생
지금까지 일본식(혹은 미국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다만 테크모라는 제작사가 일본기업임을 감안하고) 호러게임이 보여주었던 ‘헐리우드식 연출과 스토리’, ‘서구적인 분위기’, ‘다양한 무기의 등장’ 등을 뒤집어 엎고 동양적인 호러와 제한적인 활동이나 무기사용으로 지금까지의 호러게임들과는 차이를 두고 있다. 게임의 진행방식이나 여러 가지 연출은 지금까지의 호러게임이 보여주던 교과서적인 것들을 답습하고 있지만 영제로는 지금까지 ‘포스트바이오’를 노리는 작품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끼게한다.
우선 영제로는 바이오식 호러게임에서 등장하는 핸드건, 샷건, 그레네이드 런처 등의 무기 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게이머들에게 공포감을 가져다주겠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많은 호러게임들에서 핸드건, 샷건 등의 다양한 무기들은 단순히 게임에서 주인공을 방어하는 수단을 넘어서 단순히 무섭기만 한 호러게임이 아닌 액션성있고 재밌는 호러물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로는 게이머가 무기를 다루는데 능숙해지면 호러물은 단순히 액션물이 되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내곤 했다. 액션성을 강조하기 위한 무기들이 공포감을 제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단순히 탄환의 배급이나 무기의 배급을 줄여서(혹은 몬스터의 체력을 늘려서) 공포감을 높이려는 수법이 자주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밸런싱을 위한 장치이고 근본적인 공포의 요소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영제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오로지 사진기 하나이다. 필름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진기하나로 유영을 처치해야한다. 평소에는 영이 보이지 않다가 사진기를 통해서 보면 유영이 나타난다. 사진기가 없을 때는 단순이 우측하단에 표시되어 있는 영의 표시나 듀얼쇼크의 진동만으로 귀신을 감지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귀신, 진동과 소리로만 느끼는 것이 동양적인 귀신의 표현방법이며 공포의 극대화를 이루게 하는 장치일 것이다. 또한 사진기 모드로 들어가서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공포가 사라지고 바이오식 학살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진기 모드는 1인칭이기 때문에 게이머의 기동성이 3인칭일 때 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능숙하지 못할 것이다. 상황을 표현하자면 이렇다. 당장 없애야할 귀신은 앞에 있는데 조작을 1인칭으로 해두었기 때문에 게이머는 상당히 당혹스러워지고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서 공포감은 가중된다. 물론 게임이라는게 뭐든지 능숙해지면 두려울게 없듯이 영제로도 조작이 능숙해지면 귀신에게 “김치~”라는 말을 날리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영제로의 공포적인 장치나 연출은 아주 훌륭했으며 서양적은 분위기가 아닌 동양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포’라는 요소에 공감대 형성이 쉬우며 더 빨려들어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 국내에서 발매된 바 있는 ‘화이트데이’라는 게임만해도 학교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게이머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포감을 자극했지 않는가? 서양식 ‘공포’에서 얻는 ‘공포’의 한계를 붕괴시켜주는 것이 바로 이 ‘동양적 공포’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로지 공포만을 위한?
‘영제로’의 공포수준은 지금까지 나온 호러게임 중 최고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분위기와 흑백영상을 통한 회상장면을 통해서 보여주는 공포적인 분위기와 압박감 등을 게이머가 느끼게 하는 것은 정말 최고다. ‘공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바이오 하자드, 사일런트 힐 등의 게임을 능가할 정도니 말이다. 유영들의 디자인이나 모델링도 좀비들은 저리가라 할정도로 싸늘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람의 심리를 여러면에서 자극하는 장치들이 구석구석 잘 박혀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공포감의 표현만큼 게임성은 잘 받쳐주고 있는 것일까? 영제로는 프롤로그격에 속하는 서장을 제외하고 첫 번째밤, 두 번째밤, 세 번째밤으로 3장구성되어있다. 이 게임은 만들어진 공간의 활용이 상당히 뛰어나며 다른 호러게임과 마찬가지로 왔던 곳을 자주 오가면서 반복작업도 한다. 물론 보스급 유영도 존재하고 영석 등이 존재하여 보조기능을 사용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체계적인 부분이 떨어지며 퍼즐이나 구성면에서 뭔가 미완성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다. 아이템의 수도 상당히 적어서 머리아픈 것 없이 쉽게 척척 진행이 가능하지만 너무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뿐일까? 지금 시스템에 적응되면 큰 불만없이 진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시스템이 체계적이고(단순히 경험치를 찬만큼 딱딱 떨어지게 올리는 방식도 그렇고) 다양한 아이템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식발매판에 대해서
SCEK가 발매한 영제로는 우선 한글화작업은 상당히 잘되어 있다고 본다. 그다지 많은 분량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서를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번역이나 여러 한글화들은 잘 되어 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불만인 것은 바이오 하자드나 사일런트 힐 등의 서구적 분위기의 호러물은 음성이 영어로 나와도 전혀이상할게 없는(오히려 당연한) 것이겠지만 동양적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영제로의 음성이 영어로 나오면서 한글자막 처리되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한 일이고 ‘깨는’ 일이다. 한글음성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적어도 일본어음성은 그대로 가지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헬스클럽 가서 오이맛사지 하고있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 않는가?
호러게임이 무한한 가능성을 꿈꾼다
나는 바이오 하자드의 연속되는 히트를 보면서 한가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이오식 호러게임이 주류를 이룰 것이며 호러게임이라 하면 바이오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조가 생기면 어쩔까하는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제작사들은 참신한 것을 원했고 많은 참신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국내제작사 손노리에서 발매됐던 [화이트데이]가 그러했고 테크모의 [영제로]가 그러했다. ‘적을 공격하지 못한다’라는 것과 ‘사진기로 공격한다’는 컨셉은 그야말로 호러게임의 틀을 바꿔보기에 충분했고 앞으로 호러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하는 희망을 주었다. 영제로가 호러물의 기존방식에서 조금 탈피해서 게이머들이 선뜻 구입하진 못할지도 모르나 해본 게이머들은 분명 만족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은 영제로라는 게임은 공포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며 동양적 호러판타지를 선구한 멋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던 산골짜기나 공동묘지, 폐허 등을 배경으로 구미호나 처녀귀신들을 게임화시킬 용기있는 제작사는 없는가? 언젠가 분명 이러한 작품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기를 간곡히 희망해본다.
동양식 호러의 탄생
지금까지 일본식(혹은 미국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다만 테크모라는 제작사가 일본기업임을 감안하고) 호러게임이 보여주었던 ‘헐리우드식 연출과 스토리’, ‘서구적인 분위기’, ‘다양한 무기의 등장’ 등을 뒤집어 엎고 동양적인 호러와 제한적인 활동이나 무기사용으로 지금까지의 호러게임들과는 차이를 두고 있다. 게임의 진행방식이나 여러 가지 연출은 지금까지의 호러게임이 보여주던 교과서적인 것들을 답습하고 있지만 영제로는 지금까지 ‘포스트바이오’를 노리는 작품들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을 느끼게한다.
우선 영제로는 바이오식 호러게임에서 등장하는 핸드건, 샷건, 그레네이드 런처 등의 무기 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게이머들에게 공포감을 가져다주겠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많은 호러게임들에서 핸드건, 샷건 등의 다양한 무기들은 단순히 게임에서 주인공을 방어하는 수단을 넘어서 단순히 무섭기만 한 호러게임이 아닌 액션성있고 재밌는 호러물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로는 게이머가 무기를 다루는데 능숙해지면 호러물은 단순히 액션물이 되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내곤 했다. 액션성을 강조하기 위한 무기들이 공포감을 제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단순히 탄환의 배급이나 무기의 배급을 줄여서(혹은 몬스터의 체력을 늘려서) 공포감을 높이려는 수법이 자주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밸런싱을 위한 장치이고 근본적인 공포의 요소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영제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오로지 사진기 하나이다. 필름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진기하나로 유영을 처치해야한다. 평소에는 영이 보이지 않다가 사진기를 통해서 보면 유영이 나타난다. 사진기가 없을 때는 단순이 우측하단에 표시되어 있는 영의 표시나 듀얼쇼크의 진동만으로 귀신을 감지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귀신, 진동과 소리로만 느끼는 것이 동양적인 귀신의 표현방법이며 공포의 극대화를 이루게 하는 장치일 것이다. 또한 사진기 모드로 들어가서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공포가 사라지고 바이오식 학살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진기 모드는 1인칭이기 때문에 게이머의 기동성이 3인칭일 때 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능숙하지 못할 것이다. 상황을 표현하자면 이렇다. 당장 없애야할 귀신은 앞에 있는데 조작을 1인칭으로 해두었기 때문에 게이머는 상당히 당혹스러워지고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서 공포감은 가중된다. 물론 게임이라는게 뭐든지 능숙해지면 두려울게 없듯이 영제로도 조작이 능숙해지면 귀신에게 “김치~”라는 말을 날리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영제로의 공포적인 장치나 연출은 아주 훌륭했으며 서양적은 분위기가 아닌 동양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포’라는 요소에 공감대 형성이 쉬우며 더 빨려들어가는 부분이 많다는 것. 국내에서 발매된 바 있는 ‘화이트데이’라는 게임만해도 학교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게이머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포감을 자극했지 않는가? 서양식 ‘공포’에서 얻는 ‘공포’의 한계를 붕괴시켜주는 것이 바로 이 ‘동양적 공포’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로지 공포만을 위한?
‘영제로’의 공포수준은 지금까지 나온 호러게임 중 최고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분위기와 흑백영상을 통한 회상장면을 통해서 보여주는 공포적인 분위기와 압박감 등을 게이머가 느끼게 하는 것은 정말 최고다. ‘공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바이오 하자드, 사일런트 힐 등의 게임을 능가할 정도니 말이다. 유영들의 디자인이나 모델링도 좀비들은 저리가라 할정도로 싸늘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람의 심리를 여러면에서 자극하는 장치들이 구석구석 잘 박혀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공포감의 표현만큼 게임성은 잘 받쳐주고 있는 것일까? 영제로는 프롤로그격에 속하는 서장을 제외하고 첫 번째밤, 두 번째밤, 세 번째밤으로 3장구성되어있다. 이 게임은 만들어진 공간의 활용이 상당히 뛰어나며 다른 호러게임과 마찬가지로 왔던 곳을 자주 오가면서 반복작업도 한다. 물론 보스급 유영도 존재하고 영석 등이 존재하여 보조기능을 사용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체계적인 부분이 떨어지며 퍼즐이나 구성면에서 뭔가 미완성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했다. 아이템의 수도 상당히 적어서 머리아픈 것 없이 쉽게 척척 진행이 가능하지만 너무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뿐일까? 지금 시스템에 적응되면 큰 불만없이 진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시스템이 체계적이고(단순히 경험치를 찬만큼 딱딱 떨어지게 올리는 방식도 그렇고) 다양한 아이템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식발매판에 대해서
SCEK가 발매한 영제로는 우선 한글화작업은 상당히 잘되어 있다고 본다. 그다지 많은 분량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정서를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번역이나 여러 한글화들은 잘 되어 있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불만인 것은 바이오 하자드나 사일런트 힐 등의 서구적 분위기의 호러물은 음성이 영어로 나와도 전혀이상할게 없는(오히려 당연한) 것이겠지만 동양적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는 영제로의 음성이 영어로 나오면서 한글자막 처리되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한 일이고 ‘깨는’ 일이다. 한글음성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적어도 일본어음성은 그대로 가지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헬스클럽 가서 오이맛사지 하고있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 않는가?
호러게임이 무한한 가능성을 꿈꾼다
나는 바이오 하자드의 연속되는 히트를 보면서 한가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이오식 호러게임이 주류를 이룰 것이며 호러게임이라 하면 바이오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조가 생기면 어쩔까하는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제작사들은 참신한 것을 원했고 많은 참신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국내제작사 손노리에서 발매됐던 [화이트데이]가 그러했고 테크모의 [영제로]가 그러했다. ‘적을 공격하지 못한다’라는 것과 ‘사진기로 공격한다’는 컨셉은 그야말로 호러게임의 틀을 바꿔보기에 충분했고 앞으로 호러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하는 희망을 주었다. 영제로가 호러물의 기존방식에서 조금 탈피해서 게이머들이 선뜻 구입하진 못할지도 모르나 해본 게이머들은 분명 만족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은 영제로라는 게임은 공포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며 동양적 호러판타지를 선구한 멋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던 산골짜기나 공동묘지, 폐허 등을 배경으로 구미호나 처녀귀신들을 게임화시킬 용기있는 제작사는 없는가? 언젠가 분명 이러한 작품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기를 간곡히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