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쥬라기공원입니다. 이번엔 좀 다르겠지요?(쥬라기 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
2003.05.19 20:43윤주홍
게이머들의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인생 최악의 게임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영화의 인기에 편승한 조악한 구조의 ‘쥬라기공원’ 시리즈에 엄지손가락을 지켜들 것이다.
1994년 오션사가 제작한 액션게임 ‘쥬라기공원’을 필두로 어떻게든 영화의 끈을 붙잡고 명성을 이어나가려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고 게임 ‘쥬라기공원’이라 함은 “단순무식 건 서바이버 게임 아니야?”라는 답변이 튀어나올 정도로 원작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에 PC용으로 출시된 쥬라기공원: 오퍼레이션
제네시스(이하 쥬라기공원: OP)는 ‘테마파크 설립’이라는 원작의 의미를 찾았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출시된 액션 시리즈물의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결코 게임성이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지만 주타이쿤과 롤러코스터타이쿤으로
대표되는 테마파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그 가치를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인젠의 CEO가 되어「이슬라 소르나」 섬을 구축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쥬라기공원: OP는 테마파크 건설시뮬레이션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표방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기존에 출시된 시뮬레이션
게임들과는 달리 ‘미션구성’, ‘액션성’의 가미로 차별화를 꾀한 탓에 선뜻 장르의
구분을 짓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작품은 공룡이 살고 있는 테마파크를 구성해서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주 목표다. 그러기 위해 게이머는 과거의 화석이나 호박에서 쥬라기시절의 DNA를 채취하고 공룡을 만들어 테마파크를 구축함으로써 최대의 수익을 내야만 한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게이머는 세계각지에 퍼진 발굴장소에 탐사대를 보내 DNA를 채취하여 공룡의 유전자구성을 파악해야 한다. 선뜻 어려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이 조언자로 등장하여 친절한 설명을(그것도 한글로) 붙여주는 덕에 게임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쥬라기공원 자체가 노리는 타겟층이 10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강력한 튜토리얼 기능의 지원은 동일 계층을 노리는 다른 경쟁작들이 존경할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화석의 DNA연구를 통해 배양된 공룡은 테마파크의 주인장인 게이머의 손을
거쳐 섬의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영화에서 등장하던 공룡제작소 ‘이슬라 소블라’의
역할과 공룡이 눈요깃거리로 제공되던 ‘이슬라 누블라’ 섬을 게이머가 직접 창조해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게이머가 만든 쥬라기 공원 안에서 관람객은 풍선여행이나 사파리, 걷기
등으로 관람케 된다. 동종의 게임들처럼 관람객들은 테마파크의 구조에 따라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게이머의 노력에 답례를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이
다른 테마파크 류의 게임과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은 다양한 조망기구를 게이머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가령 관람객이 타고 다니는 사파리카를 공원운영자인
게이머가 마치 레이싱 게임을 즐기듯 직접 운전한다거나 헬기를 타고 다니며 위험에
빠진 관람객을 구출하기 위해 디어헌터처럼 1인칭 모드로 마취총을 쏘아대기도 한다는
것. 이는 게이머가 직접 게임 안에 참여한다는 기분을 살려내야 한다는(제작사가
주장하는) 이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그 놈들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
쥬라기공원에서 가장 재미나는 부분은 역시 “먹히고 먹히는” 공룡들과의 상관관계다.
물론 동일한 조건에서 놓고 볼 땐 먹이사슬에서 사람이 가장 낮은 곳에 존재하겠지만(영화나
소설에서도 그랬다) 쥬라기공원에서만큼은 사람이 공룡의 먹이사슬을 직접 조종하는
신의 역할을 맡게 된다.
떼를 지어 생활하는 공룡을 따로 떼어놓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줘도 거부한다.
뇌가 작아 구박받던 공룡이라지만 본능에 대한 인공지능만큼은 이 작품에서 재현해낸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중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티라노 사우르스와 스피노 사우르스와의 대결장면이다. 아무생각 없이 덤벼드는 티라노 사우르스를 향해 스피노 사우르스가 괴성을 내지르면 ‘움찔’하며 공격을 망설이는 티라노의 갈등이 느껴진다. 스피노 사우르스가 방심하는 찰나 티라노가 다시 덤벼들고 목을 향해 재빨리 반격을 가하는 스피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테마파크 경영게임이라는 장르가 무색해질 정도의 흥미진진함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 쥬라기공원 시리즈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들인 이런 공룡들간의 대결은 이 게임을 통해서도 실감나게 재현할 수 있다. 360도 회전과 확대축소가 가능한 3D 그래픽환경 아래, 물결치는 웅덩이 위에서 울부짖으며 싸우는 공룡의 실감나는 모션을 게이머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재미는 이 작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쥬라기 원시전을 언급하는 게이머는 없으리라고 본다). 물론 이걸 재미삼아 플레이할 필요도 없으며 제작사에서 권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쥬라기공원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게이머는 테마파크 조직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을 구분지어 다양한 사육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초식공룡의 울타리 안에는 다양한 식물을 심어두어야 하며 밸로시 랩터와 같은 녀석은 보안을 수십배 강화하고 강화 전기울타리를 설치해야만 안전한 공원을 이룩할 수 있다. 성질이 더러운 녀석들은 조금만 감시를 게을리하면 곧장 지나가는 관람객들이 공룡의 런치세트로 전락해 테마파크가 유령이 집이 되버리는 건 시간문제다. 랩터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지만 육식공룡의 폭주가 시작되면 “그 놈들을 모두 없애야합니다”라는 영화 속 말둔의 대사가 아른거린다.
빈약한 미션 구성이 아쉬워
쥬라기공원이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가 액션과 시뮬레이션적인 요소가 가미된
싱글플레이 미션이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게임 곳곳에 존재하는 재미나는 요소를
직접 만끽할 수 있고 게임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
나열한 부분들은 제작사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12종류로 구성된 미션은 게이머의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한 재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너무 짧고 미션들과의 연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언가 재밌어지는 찰나
이상한 미션이 시작되며 그러한 형태에 익숙해질려는 찰나 미션은 모두 끝나버리고
엔딩조건인 B구역만 덩그러니 열릴 뿐이다.
?
또한 비디오게임용에서 컨버전된 게임이 자주 겪는 문제점 중의 하나인 PC요구사양 역시 게이머들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쥬라기공원: OP의 요구사양 자체는 매우 낮은 편이지만 최적화가 안된 탓인지 설정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면 느려터진 마우스 커서를 붙잡고 애꿎은 PC 탓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점은 PC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연령대의 게이머들에겐 꽤나 짜증스러운 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공룡을 사육하고 공원을 구축한다는 개념의 도입은 분명 게이머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는게 사실이다. 비록 쥬라기공원이라는 식상한 프랜차이츠명에 게임이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를 떼어놓고 본다면 충분히 즐겨볼만한 가치가 있다. 공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라면 더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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