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빼앗긴 귀신들은 모조리 집어삼켜라(식신의 성)
2003.06.12 17:59김범준
인간형 캐릭터가 직접 게임에 참여
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른 슈팅게임들처럼 비행기를 몬다거나 아예 캐릭터
자체가 없고 기체만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직접 게임 속에 참여, 적들을 쓰러뜨려나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지니고 있다. 비행슈팅게임이라 하더라도 왠만한 눈썰미를 지니지
않고서 각 기체와 그것이 지니고 있는 특징을 연관지어 생각하기가 힘든데(물론 초보자에
한정해서), 다행히도 이 게임은 각 캐릭터의 특징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이유로는 기계보다 인간형 캐릭터가 사람들 인상에 더 친근하게 받아질 수 있다는 점과 그러한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공격 중 식신공격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하나의 캐릭터를 복합적으로 연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캐릭터=식신’이라는 공식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는 게이머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다.
스토리 비중의 강화로 양질의 게임추구
또한
이 게임만의 또 다른 특징으로 스토리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하나의 단서를 가지고 무작정 덤벼드는 행위에서 단서의 단서를
엮어 차례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나간다는 스토리는 주인공이 왜 이 많은 적들에
맞서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명분뿐만 아니라 캐릭터별로
그 사건에 개입하는 동기나 그것에 접근해 나가는 방법도 달라 하나의 캐릭터로만
플레이해서 게임을 접기엔 아쉽고 석연찮은 무언가를 남겨준다.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연계돼 게이머의 몰입을 높여주는데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을 피하고 그들을 파괴하는
단순한 손가락 놀림만이 아닌 중간에도 스토리를 즐기며 생각할 수 있는 재미를 부가해
줌으로써 게이머에게 한층 더 나은 수준의 게임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타 게임과 차별화를 시도한 텐션시스템
인간형
캐릭터와 비중있는 스토리. 그것 외에도 이 게임은 슈팅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분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요소를 하나 더 지니고 있다. 그것은 텐션시스템(Tension
Bonus System : T.B.S). 제작사 측에서도 게임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는 이 시스템은
다른 슈팅게임들과의 차별성을 확실하게 가져다준다. 이것은 좀 더 극한 상황일수록
괴력을 발휘하는 생물 본연의 특성을 반영, 게이머와 게임 속 캐릭터가 일체감을
이루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구체적으로 캐릭터가 위험한 상황일 때 게이머는 긴장하게 되는데 그러한 것을 곧바로 화면에서 보여줌으로써(붉게 변하는 총탄이라든가) 흥분을 더욱 고조시켜 준다. 그래서 겉모습만 인간이 아닌 인간의 본능적인 특성을 게임 속에 표현해냈다는 점에 좀 더 좋은 점수를 줄만한 작품이다.
레벨시스템의 강조로 게이머의 몰입을
유도
이미 많은 슈팅게임에서도 시도한 바 있는 시스템으로 획득한
아이템이 많을수록 무기의 성능이라든가 필살기의 위력이 더욱 강해지는 레벨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이 게임 역시 그러한 시스템이 도입돼 있는데 구체적으로 적들을 물리치고
나서 뿌려진 동전들을 많이 획득함에 따라 무기의 위력, 식신의 레벨이 성장하는
것 등이 있다. 적들을 일방적으로 많이 해치워 경험치가 상승, 레벨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적만을 쓰러뜨려 그것을 얻는 즉시 파워가 상승되는 것도 아니다.
적 하나하나를 쓰러뜨릴 때마다 나오는 동전들을 일정 수 이상 모았을 때라야 비로소 무기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써 게이머는 보잘 것 없는 적에 대해서도 성의를 다해 상대해 줘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업그레이드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또한 쓰러뜨린 적이라 하더라도 통상공격을 사용했느냐 식신공격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획득하는 동전의 양이 비교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적들에 대해서도 놓쳐선 안된다는 인식을 하게 해주므로 게임의 재미를 더욱 배가 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만화 속 주인공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디자인
우선 식신의 성 패키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거 애니메이션을 게임화한 작품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디자인이
잘 꾸며져 있다. 첫인상만으로도 그 캐릭터의 나이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게 표현되는데...(물론 어떤 모습의 사람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다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점은 주인공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적으로 등장하는 보스급 캐릭터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러한 캐릭터 디자인이라면
굳이 슈팅액션이 아니더라도 다른 장르로(어드벤처나 RPG) 만들어져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정작 슈팅장면에서는 앞에서의 이미지들과 달리 CG로 만들어진
캐릭터(주인공이나 보스나 졸병이나)들이 등장해 이질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배경화면이 3D라는 사실을 알고있는가?
하지만
캐릭터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물들의 그래픽을 따져보자면 캐릭터 디자인과 상당부문
다른 느낌이 든다는 점에 실망할 수 있다. 우선 전체화면의 절반만을 사용한 화면구성에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겠고 3D로 표현됐다고는 하지만 게임 속에서 주목을 끌기
힘든 배경화면에도 실망할 수 있다. 캐릭터가 좌우로 이동했을 경우에만 배경화면이
일부 움직인다는 구성은 게임 속에서 배경이 3D라는 것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다.
잘 만들어진 게임에 굳이 딴지를 걸 마음은 없지만 노력에 비해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 아쉽기 때문에... 참고로 필자는 이미 수차례 엔딩을 본 상태지만 각 스테이지의 무대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하기가 도무지 쉽지 않다(머리가 나쁠 수도..^^;). 그렇다고 게임이 꼭 팬저드래군과 같은 입체형슈팅게임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스토리에만 어울리는 음악을
채용
총 5스테이지(각 스테이지마다 3가지 서브 미션이 있으므로 15개로
봐도 무방)가 등장하고 각각의 스테이지는 다른 배경음악을 사용하고 있어 각각을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또한 게임의 스토리가 미스테리였던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것이 축이기에 여기서 사용된 배경음악 역시 그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신비한 느낌을
강조시켜 준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일 뿐 게이머를 흥분시키거나 강렬하게 각인되는
음악 등을 탑재하고 있지는 않다.
단조로운 리듬에 반복되는 선율, 3개의 서브미션을 동일한 음악으로 플레이하기엔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한편 효과음은 동전의 획득이 주로 강조돼 표현됐다. 적들을 물리칠 때 들리는 소리보다 동전을 획득할 때의 소리가 더 인상에 남는다. 대부분의 슈팅게임이 폭발음을 아이템 획득음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한데 비해 이 게임은 그것이 거꾸로 설정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적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을 때의 회피음이 들린다는 점은 칭찬할만 하지만 다른 음악들에 묻혀 그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점엔 아쉬움이 남는다.
공격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이동속도는
참신
이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은 간단하다. 방향키(혹은 왼쪽 아날로그
스틱)와 ×, ○버튼 만으로 구성된(연타 버튼인 □도 있기는 함) 버튼은 게임을
시작하고 5분도 안돼 익숙해질 정도로 간단한 조작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준다. 한편
게임에서는 기본 조작 외에도 특수한 조작법이 있어 그 재미를 더욱 높여준다. 그것은
바로 식신공격. 식신공격을 사용할 경우에는 통상공격보다 이동속도가 절반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적들의 공격에 또 다른 대응을 하도록 만들어준다.
이렇게 간단한 조작 환경과 특수공격시 별도의 조작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지만 완벽하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그것은 게임의 전반적인 속도. 슈팅게임에서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게임의 빠른 전개가 전제로 깔려있어야만 한데 이 게임은 그러한 요소는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게임의 진행이 느릴 뿐 아니라 캐릭터의 통상이동속도에 있어서도 느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식신공격까지 시도하면 느낄 수 있는 속도감은 0이 되는데 이러한 점은 크게 아쉬워할만 하다.
상대는 터지지만, 주인공은 터지지 않는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슈팅게임의 묘미란 등장하는 기체들을 모두 부숴버리는 것.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데에도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주가 되는 것은 적진을 초토화시켰을 때의
통쾌함이다. 이 게임은 그런 점을 잘 표현해 주는가? 이것을 평가하는데에는 모든
게임리뷰의 필수항목으로 포함되는 그래픽과 사운드라는 요소가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얼마만큼 실제로 부수는 것과 같이, 터지는 것과 같이 보이는지, 들리는지에 대해
연관되는 것이다. 그 외로 더 찾으라면 부숴지는 과정에서 외형이나 능력치의 변화는
없는지, 타이밍은 정확한지 정도가 평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게임은 그러한 점들을 만족하는가? 우선 시각적으로는 CG로 표현된 하이퀄리티의 대상들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터진다는데서 실제와 비슷한 느낌을 지닐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공격이 적을 맞춤과 동시에 일정횟수 이상 명중하면 터지게 되는 등 타이밍도 적절한 편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에게 공격을 명중시켰을 때의 상황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기껏 보스전에서만 공격받은 후 달라지는 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한편 터지는 상황에서는 주인공과 적들의 구분이 없는데 주인공이 터지는 장면은 어떠한가? 텐션시스템은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기는 했지만 타격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을 가져다 줬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기엔 분명히 주인공의 몸에 적의 공격이 명중했는데도 터지지 않고 피하는 소리만 미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점을 예상했다면 피하는 소리를 더욱 강조해 표현했어야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기에 터진다는 느낌은 적을 부술 때 만으로 한정돼 전달받게 된다.
반응속도보다는 섬세함을 요하는 게임
한편
게임의 난이도는 다소 높은 편이다. 사방에서 이어지는 적들의 공격은 이것을 보는
게이머로 하여금 더 이상의 저항을 하지 못하게끔 만드는데...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와 비교할 때 어느 게임이 난이도가 더 높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둘다 슈팅게임
치고는 높은 편) 둘 사이의 차이점은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의 경우 적들의 빠른 등장과 공격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 게임은 속도보다는 정확성에 더 초점을 맞춰져 있다는 것.
?식신의 성에서 적의 공격은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는 편이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한 장소가 얼마 없어 더욱 정확한 위치이동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점은 반대로 생각하면 앞에서도 언급했던 텐션시스템의 비중이 높아져(왜냐하면 극적인 상황이 많으므로) 게임의 재미를 상승시켜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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