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y mother can hit it better than that(하이히트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2004)
2003.08.06 15:40PC POWER Zine
필자는 약 1년 전 하이히트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하 하이히트) 2003의 리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라이벌이 없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벤치마킹하면서 발전해야 할 하이히트는 나태의 기미가 보이고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3DO는 물론 수많은 야구 게이머들에게) 정말 불행한 일이지만 이런 '기미'는 이제 '기정사실'이 됐고 새봄과 함께 돌아온 하이히트 2004는 수많은 골수팬의 비판은 둘째 치고 이제는 안티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과연 무엇 때문에?
나아진 것은 더 많은 폴리곤과 모션캡처
배리본즈가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총알 같은 안타를 친다. 우익수 이치로가 타구를 잡고 '자연스럽게'
반 바퀴를 돌면서 커트 플레이를 하러 나온 2루수에게 '자연스럽게' 볼을 던지고
그 볼을 받은 2루수가 '자연스럽게' 글러브를 두어 번 치며 주자들의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에게 '자연스럽게' 송구를 한다. 자, 또 하나. '빅
유닛'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에 밀린 타구가 힘없이 3루 쪽으로 떼굴떼굴 굴러간다.
3루수 매트 윌리엄스가 전속력으로 홈플레이트로 질주하면서 그 볼을 잡아 러닝스로우로
1루에 던져 타자를 아웃시킨다. 하이히트 2003이었으면 홈으로 달려오던 매트 윌리엄스는
볼을 잡자마자 그 자리에 1cm의 오차도 없이 순간 정지한 후 1루에 송구를 했을 테지만
2004에서는 내야수들이 웬만한 전진 포구시에는 자연스러운 러닝스로우를 보여준다.
하이히트 2003에서 2004로 넘어가면서 나아진 점을 정리하면 딱 위의 2가지 사례뿐이다. 하이히트 2003은 더 많은 폴리곤과 모션캡처 덕분에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고 선수들의 동작이 자연스럽게 개선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PS2용 하이히트 2003과 아주 아주 똑같은 게임이다.
정말? 이것으로 끝이라고? 그렇다면 그 밖에는 나아진 점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물론 더 나아진 점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하이히트의 장점이었던 게임의 사실성은 2004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도루는 투수의 타이밍을 정말 잘 빼앗지 못하면 작년 시즌 도루왕이라도 실패확률이 70%가 넘을 만큼 어려워졌고, 사람은 물론 컴퓨터라도 베이스 오버런을 하다가 아웃당하는 경우가 생겼다.
비록 눈으로 봐서는 별로 구별이 안가지만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 업 등 제한된 구질만 가지고 있던 투수들의 구질도 좀 더 다양해졌다. 구위가 좋은 투수들은 무빙 패스트볼(흔히 볼끝이 좋다고 표현되는 무브먼트가 좋은 속구)나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로 세분화된 구질을 구사한다. 케리우드나 박찬호의 낙차가 엄청난 커브도 파워커브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이외에도 하이히트 시리즈 특유의 CNN SI나 ESPN.COM 스타일의 경기 서머리(Summury)도 건재하고 빅리그는 물론 트리플 A, 더블 A, 루키리그까지 파고 내려가는 로스터도 강력하다. 처음 한 두 게임을 해서는 모르지만 162경기의 한 시즌을 뛰고 나면 실제 메이저리그 야구와 데이터가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도 하이히트 시리즈만의 강점이자 매력이다(직구 코너워크는 꿈도 못꾸는 박찬호의 방어율은 IMF시절 대한민국 실업률과 거의 맞먹는다).
순도 100% 콘솔에뮬
PC용
하이히트 2004는 콘솔 버전이 100% 완벽히 이식(?)된 작품이다. 따라서 PC 버전이라고
해서 콘솔용 게임과 하등의 차이가 없으므로 엄마한테 PS2를 사달라고 조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애당초 별로 돈도 안되는 PC 게이머들을 위해 콘솔용 하이히트를
2004를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컨버전해줬다고 해서 3DO에게 감사의 편지라도 쓰라는
것인가?
조이패드를 사용하는 게이머들도 많으므로 마우스에서 게이머를 해방시켜준(?) 3DO의 무성의한 '마우스=프리 인터페이스'는 참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이름의 입력과 편집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해 놓은 점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에 알 수 있는 경기 하이라이트 리플레이를 슬그머니 빼놓은 것도 모자라 멀티플레이까지 들어낸 것은 시쳇말로 정말 '뭐하자는 플레이인지' 알 수가 없다. 수많은 하이히트 온라인 리그를 일순간에 바보로 만든 하이히트 2004는 이 멀티가 안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비추'의 반열에 들어가기에 충분하다. 예전처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때야 '그래도 할 만한 게 없으니까...'하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EA의 MVP 베이스볼이라는 출중한 신흥 라이벌이 있는 상황이다.
게임을 잘 만들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잘 만든 게임의 후속작을 더 잘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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