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란 존재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이색 RPG게임(진 여신전생 3 : 녹턴)
2003.09.09 17:49게임메카 김범준
카툰 렌더링 기법으로 현실과 비현실
이미지를 표현
‘진 여신전생 3 녹턴’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카툰 렌더링
기법을 사용해 한편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점이 특징이다. 동일한
기법을 사용한 게임으로 ‘포포로 크로이스 이야기 3’와 ‘젤다의 전설 : 바람의
지휘봉’이 있는데(물론 다른 게임도 많지만 유명 RPG작품은 이것), 이 게임들이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겼던데 반해 진 여신전생 3 녹턴은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서 현실적인 부분은 실제 인간과 유사한
체구를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것, 각종 던전에 등장하는 건물의 내부 구조
등이 실제 사물들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게임에는 비현실적인
부분도 존재(이 부분이 더 강함), 뒤엉킨 세계관이라든가 적, 혹은 동료로 등장하게
되는 악마와 정령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자유로운 시점변경이 가능한 3D화면은
인상적
일단 게이머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주인공을 조종해 나간다.
주변 사물들은 3D로 제작돼 있어 시야확보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전후좌우
360도로 변경해 주변을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사물들의 배치가 어색해지거나 튀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사물들 역시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만화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환상속 세계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에 진행하게 되는 신쥬쿠 위생병원의 경우도 유리창을 통해 병원건물 밖
풍경을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는 점 등은 고정된 시점에서 오는 답답함이 아닌, 생각의
자유로움, 게임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게이머의 상상과 얼만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으로 다가선다.
장소의 구분없이 빠르게 펼쳐지는 전투도
장점
전투에서도 역시 만화풍의 분위기는 계속 이어진다. 필드와 마을,
던전의 구분없이 펼쳐지는 전투는 그것이 따로 떨어진 공간이 아닌 하나로 이어진
공간임을 인식케 한다. 다른 캐릭터들과 대화한 후 돌아서면 펼쳐지는 전투. 회복하기
위해, 세이브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그만큼
전투화면은 다른 화면과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보여진다. 정적의 상태에서 번개와
함께 등장하는 악마들. 어떠한 공격을 펼쳤느냐에 따라 다른 각도로 보여지는 적들의
모습은 앞서말한 시점의 자유로움과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준다(그렇다고 실제 전투화면에서
시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격이나 마법공격을 사용할 때 흐려지는
화면효과 등은 실제로도 빠른 전투에 긴박감을 더해준다.
다른 특징에 묻혀 다소 평범한 사운드
이
게임은 다른 특징과 더불어 귀로 들리는 소리에 대한 특별한 인상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특별히 뭔가 부족하다기보다는 평범하다는 정도(물론 세기말의
분위기를 풍기기에 다소 조용하며, 암울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게임의 다른 특징들이
더욱 강조돼 나타나기 때문에 인상에 오래남기 힘든 것이다. 게임은 철저히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비슷한 형태를 지닌 인간들을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적막하다는 느낌이 든다. 배경음악도 던전의 성격을 보조해주는 입장이지 음악자체로
던전을 생각나게 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등장 캐릭터에 대한 성우의 목소리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다소간 아쉬운 요소로 작용한다. 게임을 즐긴 후 전투돌입장면과
게임오버화면에서 등장하는 음악만 생각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수많은 궁금증의 유발은 게이머의 관심을
주목
도쿄의 수태에서 선택받은 자. 수태를 거쳐 창조된 새로운 세계에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악마로서 다시 태어난다. 그곳에는 수많은 악마와 정령들이
힘의 논리아래 또 다른 세계의 균형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진 여신전생 특유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게임 ?역시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분위기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주인공이 왜 선택받게 되었는지, 또한 그러한 주인공을
끌어들인 여선생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악마가 된 주인공은 앞으로 세상을 파괴할지,
혹은 본래의 세상을 되찾을지... 게임은 초반부터 수많은 의문투성으로 게이머를
흥분시킨다. RPG게임 전매특허로 등장하는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용사물이 아닌지라
엔딩에 대한 게이머의 예측을 불허한다. 이처럼 식상하지 않은 소재를 채용, 예측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더욱 게이머의 관심을 주목시킨다.
근래에 보기 드문 고난이도 RPG게임
이
게임은 지역, 던전별로 등장하는 적들의 능력차이가 상당히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RPG게임 대부분이 그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최근에 발매되는 게임의 난이도가
게이머에 맞춰서 하향조정되고 있는 경향에 비춰볼 때 이 점은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본래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적으로 등장하는 악마들의 특징이 강조된 만큼 능력의
차이도 상당해 다른 RPG게임들보다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중간 세이브 지점의 증가 및 주인공이 초반에 획득하는 적 분석 능력 ‘애널라이즈’라는
기술이 있어 같은 시리즈의 게임들과 비교할 때 다소 난이도가 하향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게임오버할 일이 적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주인공을 하늘로
인도하는 천사들의 화면을 지겹게 볼지도 모른다. 세이브 포인트가 늘어나서 좋은
점은 혹 게임오버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능력치의 하락폭이 줄어든다는 것 뿐이며,
애널라이즈 역시 적의 약점을 알아내 공략하는데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 뿐이다.
속성개념을 강조해 개체간 레벨차를 극복
애널라이즈를
통해 적들의 위크 포인트와 무효속성을 알아낸다면 공략은 수월해질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개념을 역으로 생각할 경우 주인공 역시 위크 포인트만을 집중적으로 공략당해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전투에서는 상대와
자신의 위크 포인트와 블록, 크리티컬 및 넘기기 기능의 조합을 통해 일발 역전이
가능해질 수도, 어의없는 패배를 안게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요소를 숙지한채
전투에 임하면 레벨이 높은 적들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레벨이 낮은 적들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으란 법도 없는 것이다. 전투는
또한 프레스 턴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전략성이 요구된다.
전투의 쾌적한 진행만을 목표로 오토 전투만을 선호할 경우에도 게임오버 당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악마합체와 마가타마 시스템 숙지가 난이도
결정에 핵심
이 게임은 또한 주인공의 능력보다는 동료가 된 캐릭터의
능력에 많이 의지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능력이 낮은 악마를 데리고 다니다가 새로운
동료로 얻었거나 합체를 통해 더욱 강력한 악마를 얻게되면 이제까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투가 순간적으로 쉽게 생각된다. 그래서 게이머는 원활한 교섭과 성공적인
합체를 위해 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섭에 성공하기 위해 많은 아이템을
구비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대화의 내용을 기억할 필요까지
있다. 또한 합체 후 예상되는 악마의 능력을 분석함은 물론, 돌연변이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의 능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다른 악마들과는 다르게 한번이라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곧바로 게임오버가
되기 때문이다. ‘마가타마’란 특수한 장비를 통해(참고로 이 게임에는 무기, 방어구의
개념이 없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완하는 방법에 따라 게임이 쉽고, 어렵게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게임의 밸런스를 보다 균형있게 이뤄냈다.
시리즈 고유의 캐릭터 디자인은 인상적
스쳐만
봐도 인상에 남는 캐릭터. 특히 주인공의 경우 인간일 때에는 평범한 학생의 모습이었지만,
악마로 변한 이후에는 온몸에 초록빛 문신(요새 개성이 중요하다지만)을 지니고 있어
그 변화가 머릿속에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주인공 외 등장캐릭터들 역시 시리즈
전통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온몸에 분칠을 한 것처럼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다. 다소 왜소한 체구를 지니고 있지만 눈매만은 날카로와 더욱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주인공을 보고있는
듯 하면서도 또 다른 무언가를 보는 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계속 보고 있다보면
다들 어떤 허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평범한
인상보다는 흉측하거나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한 인상(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님)이
오래남는 것처럼 말이다.
동료가 돼 더 인상에 남는 악마들
하지만
그것보다도 게임속 세계관을 기초로한 악마들의 존재가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데 크게
작용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악마들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악마들까지, 어느
하나 다른 게임들에서 보았던 몬스터들과 유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슬라임과
같은 경우는 워낙 단골로 등장하니 패스). 아무리 개성이 강한 악마들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뒤돌아서면 쉽게 잊혀지는 것이 일반적인 정론임을 깨고, 게이머는 그들을
기억하게 된다. 왜냐? 그것은 조건만 맞는다면 어떤 악마라도 동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며, 그렇게 동료로 만든 악마들은 자신의 소유라는 인식하에 특별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평범할지라도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것들에 대한 기억은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지만, 매우 튀게 보이는 것들도
연관이 없다면 쉽게 잊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복잡하면서 탄탄한 시스템 자체로 몰입요소는
충분
앞서도 언급했지만 게임속의 수많은 악마들이 적으로서 싸우는 것
뿐만 아니라, 동료가 되어 함께 협력할 수 있다는데 흥미로운 요소를 제공해준다.
그 뿐 아니라 악마를 동료로 만들기 위한 교섭과정(대화의 선택이나 요구를 들어주는
것 등) 및 악마들을 합체시켜 더욱 강한 악마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러한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준다. 주인공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마가타마’란 요소 역시 파고들수록
미묘한 재미를 안겨주는데... 이처럼 다소 복잡하면서도 탄탄한 시스템을 무기로
한 게임이니만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다채로운
요소가 종합돼 진정한 재미를 얻게 되는 것이다.
재미의 골수만을 뽑아낸 이색 RPG게임
세상에
종말이 닥쳐 하루아침에 세계가 뒤집힌다는 세계관에서부터 도덕이 강요되지 않은채
이뤄진 자유로운 상상의 산유물까지... 마치 그러한 세계가 진짜로 존재한다는 듯이
진행되는 게임의 스토리는 게이머를 단번에 몰입하게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전투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던전, 필요한 정보만을 알려주는 등장인물들까지 지루함을
초래할 수 있는 쓸데없는 요소는 빼놓고 재미의 골수만을 뽑아낸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악마와의 교섭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글화의 수준도
상당히 훌륭하게 이뤄졌으며, 이를 통해 초보자에게도 난해하기만 한 여신전생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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