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후드럼 부대를 섬멸하라(레이맨 3)
2003.10.02 10:53게임메카 김범준
동화속 이미지를 투박한 3D로 표현
한편의
동화속 세계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 처음부터 그러한 느낌에 빠져들게 하는 게임이
레이맨 3다. 3D액션이라는 장르를 지니고 있어 캐릭터는 물론 배경의 모든 사물들까지도
3D로 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비슷한 게임을 꼽자면 ‘잭&덱스터’나 ‘크래쉬
밴디쿳’, ‘슬라이 쿠퍼’ 시리즈가 있겠는데, 레이맨 3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똑같은 3D 액션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잭&덱스터나 크래쉬
밴디쿳과 같은 투박한 느낌이 더 강하게 작용하지, 슬라이 쿠퍼와 같은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솔직히 카툰 렌더링 기법을 사용한 게임들이
눈에 더 잘 띄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게임들이 다수 발매되는 상황이다보니
오히려 그 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게임들이 눈에 띌 정도다).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어떠한가? 슬라이 쿠퍼와 같은 퍼즐적인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잠입의 요소가 강조된 것도 아니고 크래쉬 밴디쿳과 같이
빠르고 왁자지껄하게 전개되지도 않는다. 레이맨 3는 게임을 원활히 풀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적들을 쓰러뜨려 그로부터 획득한 것들을 사용해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가? 굳이 특징을
표현하자면 ‘미니게임의 보물창고’랄까? 게임속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숨겨져 있으며
그것을 찾아낼 때마다 새로운 미니게임이 추가된다. 이처럼 레이맨 3에는 적들을
쓰러뜨리는 재미 외에도 감춰져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적 스토리
무대는
세계정복을 꿈꾸는 레드럼이라 불리는 솜털들이 힘을 뭉쳐 고요한 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한 때. 그 중에는 안드레라 불리우는 솜털들의 대장이 있었는데, 레이맨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레이맨의 친구인 글로박스의 몸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이에 안드레가
지휘하던 솜털부대가 글로박스를 뒤쫓고 레이맨 역시 글로박스를 돕기 위해 그들을
쓰러뜨려나간다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적 형태를 띠고
있는데, 여기서 선(善)은 레이맨으로 대표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악(惡)은
안드레로 대표되는 혼잡하고 두려운 세계를 상징한다.
심오한 스토리를 찾는다면 시시할지도
레이맨
3는 가볍게 즐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임으로 두 번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은
담고있질 않다. 따라서 심오한 스토리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시시하게 생각될지도
모른다.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소탕하고 퍼즐을 푸는 성격을 지닌 이 게임에 안드레가
왜 힘을 얻어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가, 레이맨은 왜 그들을 저지해야만 하는가와
같은 이유는 필요치 않은 것이다. 어떻게서든 글로박스 몸안에 들어간 안드레를 빼내야하는
것과 같은 눈앞에 닥친 문제들이야말로 이 게임을 하는 이유이자 목적인 것이다.
결과를 알고서도 끝을 보고마는 게임
“스토리가
전형적이라고 해서 게임이 지루한가?”라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스테이지별
특성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중간에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이나 보스 역시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있어 게이머의 기억속에서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또한 머피라고 불리우는
떠벌이 동료는 중간중간 레이맨을 코치하게 되는데, 그 내용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감돌 정도다. 사람들이 TV나 각종 영상매체에 길들여져 주어진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새로운 드라마, 영화, 만화를 보지
않는가? 결과를 알면서도 게임을 하게되는 것(물론 게임에 재미가 수반돼 있어서겠지만),
그것이 레이맨 3가 지닌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그만큼 재미는 보장한다는 의미).
게임 외적인 부분의 재미는 쏠쏠
레이맨
3는 본편의 스토리에 따른 다양한 액션을 만끽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놀거리가 존재한다.
하나의 큰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펼쳐지는 이동신에서는
게이머가 천길 낭떠러지 벼랑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다. 그만큼 아슬아슬한 느낌을 안겨준다는 것인데, 이와 비슷한 느낌의 다른 게임을
비교하자면 DC, X박스용으로 발매된 젯 셋 라디오가 있다. 젯 셋 라디오는 주로 철봉이나
벽, 전기줄을 타고 공중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점이 특징인데, 레이맨 3에서 스노우
보드를 타고 공중을 옮겨다니는 전송신은 앞의 소개한 내용과 같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스릴을 전해준다. 이 외에도 추격해 오는 적들을 피해 강물을 거슬로
올라가거나 난장이가 되어 신발을 타고 범버카를 즐기는 것도 게임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이다.
다양한 미니게임이야말로 레이맨의 묘미
게임을
원활히 진행했을시 얻게되는 보너스 요소도 상당히 많이 수록됐는데, 일정 수 이상의
동료를 구출했을 때 체력바가 늘어나는 것이나 습득한 보너스 점수에 따라 별도의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본편의 재미마저도 압도할 수 있는 요소가
수록돼 있으니 다양한 미니게임이 바로 그것.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킬 때마다 미니게임 항목이 추가되는데,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레이맨 시리즈 초기에 보였던 횡스크롤 진행방식의
미니게임도 있으며, 거대한 해머를 사용해 개구리를 잡는다거나 총을 사용해 표적을
명중시키는 등 본편 스토리에서 겪었던 보스전의 특징을 살린 미니게임도 다수 포함됐다.
캐릭터의 동작은 부드러운편
캐릭터
움직임은 부드럽게 나타난다. 간혹 점프를 해서 넘어설 수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바짝 붙어있어서 올라서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캐릭터
움직임은 무난하다. 걷거나 뛰기, 구르기와 점프같은 기본 동작은 물론, 펀치날리기와
같은 동작도 움직임에 어색함이 없다. 하지만 사다리 오르내리기, 매달리기와 같은
동작은 지지대 밖에서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면 더욱 실제와 같은 연출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거란 아쉬움도 남는다(다소 딱딱하게 느껴진다). 한편 무대를 보는 시점은
캐릭터 움직임에 따라 변경돼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물론 시점의 경우
게이머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이동화면에서 시점을 변경하는 것 뿐
아니라 스나이퍼 모드(편의상)를 사용해 확대된 상태로 주변사물들을 관찰할 수도
있다.
다양한 동작으로 정적인 이미지 탈피
앞서
소개했던 기본동작 외에도 특수한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특수동작도
다수 존재한다. 획득한 아이템에 따라 정해진 시간동안 각기 다른 동작을 행할 수
있는데, 막혀있는 문을 뚫을 수 있는 붉은색 캔 및 식물의 생장을 거꾸로 되돌리는
녹색 캔, 거대한 갈퀴를 사용해 대롱을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푸른색
캔, 그 외에도 유도미사일을 사용해 표적을 명중시키는 주황색 캔과 프로펠러가 달린
모자를 써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노란색 캔이 등장한다. 각각의 캔들을 획득했을 때
취하는 동작 역시 진행상 꼭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다양한 동작들을
함께 등장해 빈번히 사용되기에 항상 뭔가 움직이고 있는 생각하에 게임을 즐기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레이맨 3는 전반적으로 게임에 갓 입문한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물론 게임의 중반 이후부터 등장하는 대미지존에서
체력이 소모되거나 보스전시 별도의 공략법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게임오버가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장르의 특성상 3D 액션게임을
처음 접해보았거나 익숙치 않은 게이머들에게는 초반 게임진행시 다소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필자가 그랬다는 것은 아님..단지 점심먹은 것과 더불어 속이 울렁거렸을
뿐..ㅡㅡ;). 혹 놓친 아이템이 있을까봐 안절부절해하며 같은 장소를 뱅뱅 돌 수도
있겠지만, 몇차례 같은 장소를 방문한다면 구조를 파악하지 못할 것도 없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중하
등장하는
적들도 기를 모아 펀치를 날렸을 경우 2~3방에 쓰러지는 등 비교적 쉽게 쓰러진다.
그에 반해 주인공 레이맨은 10여 차례 가까이 타격을 입어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한
체력을 소유하고 있다(하지만 나중에는 붉은 솜털을 찾아다닐지도). 보스전의 경우
오히려 레이맨의 체력이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행동패턴이 일정하게 나타나
공략이 어렵지만은 않다. 오히려 본편의 스토리와는 달리 미니게임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것은 한번만 실수를 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볼 때 전반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중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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