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RPG를 만들 수 있다(마리오&루이지 RPG)
2003.12.17 15:28게임메카 박진호
피치공주를 위한 마리오 형제의 첫 여행은 1995년 닌텐도가 당시 수퍼패미컴의 최고 소프트 하우스인 스퀘어(현재 스퀘어에닉스)와 손을 잡고 제작한 게임인 ‘수퍼마리오 RPG’에서 였다.
적을 물리치는 기본 액션이라고는 달랑 ‘점프’하나만 가지고 있는 마리오 형제가 온 국민의 RPG를 외치며 첫 모험을 떠난 지 5년이 지나 다시 닌텐도는 2000년 8월 11일 마리오 스토리를 제작해 피치공주를 쿠파의 손아귀에서 구해내라는 특명을 내린다. 하드웨어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늘 한 번 씩 새로운 특명을 받는 마리오.
2000년 뜨거운 여름, 피치공주를 위해 정열을 바치고 이제는 좀 쉴만해 지려고 할 찰라 그들에게 다시 위험에 휩싸여버린 피치공주를 구하라는 특명이 떨어져 라이벌인 쿠파와 함께 기나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자그마한 GBA 속에서 펼쳐지는 마리오 형제의 여행.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닌텐도의 패미컴이 등장한지 올해로 20년이 되었기 때문에 ‘마리오’ 시리즈가 시작된 것도 20년이 다 되어간다. 우는 아이에게 가서 ‘마리오’라고 말을 하기만 해도 울음을 그친다고 지나가는 우스개 소리로도 언급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고 해마다 연말 게임관련 시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작품이었다.
닌텐도를 대표하는 게임이고, 한 때는 비디오 게임 전체를 대표할 정도로 유명세를 치룬 작품이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의 난이도와 밸런스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스토리까지 안정적으로 갈 필요가 있었을까? ‘마리오’ 시리즈를 플레이 하면서 늘 필자가 느꼈던 것 중 하나다. 마리오 시리즈를 단 한 편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 유저라면 필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리오 시리즈는 ‘요시 아일랜드’와 ‘마리오 카트’를 제외하고 모든 게임의 메인 스토리가 쿠파에게 납치당한 피치공주를 구하는 내용이거나 마리오, 피치공주, 쿠파의 묘한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이런 따뜻한 봄날 오후 노곤한 햇살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스토리 라인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메인 캐릭터 이외에 감칠맛나는 조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번 마리오&루이지 RPG를 보면 이제 한계에 달한 듯 보인다. 시종일관 특징 없는 스토리 전개에 완두콩을 소재로 한 캐릭터 디자인. 나름대로 톡특한 방식의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변화도 모두 마리오 시리즈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으며, 이야기의 마무리 또한 오프닝만 보아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RPG라고 하기에는 약간 허전한 감이 있다.
마리오, 루이지 형제의 특기는 바로 점프. 이번 마리오&루이지 RPG에서 가장 특이할 만한 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브라더 액션’이다. 스토리, 캐릭터 성, 게임구성 등 게임에 관련된 모든 요소를 배제해놓고 이 브라더 액션 시스템만 두고 본다면 ‘마리오&루이지 RPG’는 꽤 독특한 시스템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형제가 같이 모험을 떠난다는 게임의 기본 컨셉에 잘 어울리는 일반적인 협동액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여기에 마리오 시리즈만의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해 각 버튼마다 캐릭터의 액션을 대응시켜 공격과 방어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미니게임과 이동수단 이용 및 게임 내용 중간중간에 이런 협동액션을 이용해야만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해 놓아 단순히 이런 시스템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배치해 두었으며 자칫 유저가 반복되는 액션에 지루해 지지 않도록 요소요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여기까지 생각하게 되면 ‘일반 액션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일반적인 액션에 마리오 시리즈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명력이 깃들어 있다. 그 생명력은 바로 점프!
장해물을 넘고 적을 피하거나 쓰러뜨리고 박스를 머리로 쳐서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 행하는 일반적이고 단조로운 마리오 식의 점프 스타일을 벗어나 점프와 다른 여러 동작을 조합해서 이루어 낼 수 있는 나름대로의 이동, 공격 방식을 창출해내 마리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액션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방식의 점프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재료 하나만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라고 한다면 마리오 시리즈에 있어 닌텐도는 필시 뛰어난 요리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마리오&루이지 RPG’는 RPG라기 보다는 RPG의 형식을 빌린 액션게임인 마리오 시리즈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인 ‘마리오 RPG’와 비교한다면 RPG로서의 감각은 많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액션게임인 기존의 마리오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액션 부분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리오 RPG’의 최신작인 이번 작품에서 닌텐도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함을 가진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와 같은 시리즈의 게임이라도 얼마든지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마리오가 태어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되었다. 성년식을 치루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형제가 변한 모습에 조금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번 변신은 미야모토 시게루 씨가 말한 것처럼 앞으로의 마리오 시리즈에 새로운 모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 온 명작게임이 20년을 맞이하면서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마리오&루이지 RPG’가 유저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진정한 모습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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