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갱스터 무비 액션게임(겟어웨이)
2004.02.18 14:31게임메카 송찬용
문화 컨텐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간혹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만드는 사람들에겐 창작의 자유가 있고, 보고 듣는 사람들에겐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일부 소수인에 의해 내려지는 ‘심의’라는 절대악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여러분들은 공감하는가?
문화 컨텐츠가 자기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즐기는 사람 자신이 판단해야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 직접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해야한다는 정부관련 기관의 의견. 과연 어느쪽이 맞고 어느쪽이 틀린 것일까? 아니 어쩌면 두 의견 모두 맞을 수도 있고 모두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심의 자체에 대해선 찬성한다.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문화 컨텐츠를 직접 접하게 되었을 경우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단서가 따른다. 그 심의가 일관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하며,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결과에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모 온라인 게임의 심의결과 때문에 한창 문제가 되었는데, 이는 명확한 심의기준에 의해 나온 결과가 아니라며 관련업계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GRAND THEFT AUTO 3(이하 GTA3)」라는 게임이 있다. 폭력조직의 졸개인 주인공이 상부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미션을 클리어해가는 게임인데, 높은 자유도와 게임성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행인을 때려죽이거나 차에 불을 지르는 행동, 매춘부를 교살하는 행동 등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다는 높은 자유도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게임의 출시가 추진되었다. 게임업체 조이온은 2002년 6월 PC용 「GTA3」의 출시를 위해 심의를 맡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심의를 신청했고, 2003년 1월 PS2용 「GTA3 바이스시티」의 출시를 위해 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영등위는 게임업체에 있어 최악의 결과인 보류 판정을 내렸고 결국 이 게임의 출시는 중단되었다(보류판정이란 ‘등급판정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관계자들은 받아들인다. 즉, 심의를 받지 않으면 게임을 출시할 수 없는 현행법상 보류는 게임의 출시금지를 의미한다). 그 결과는 앞서 이야기했던 게임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반인륜적이고 위법한 행동 때문. 높은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GTA3는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1월 29일 PS2로 「겟어웨이」가 출시되었다. 유사한 게임방식으로 인해 GTA3와 자주 비교되곤 했던 이 게임은 손을 씻은 폭력집단 출신의 한 남자가 과거 동료였던 사람에게 부인을 잃고 아들을 납치당한 후 복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GTA3에 비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18세 이상이라는 심의를 받긴 했지만 결국 출시를 허가받았고, 한글화되어 우리 앞에 등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심의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지만(겟어웨이가 어떻게 출시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아한 게 아니라 겟어웨이의 18세 판정은 적당하며 GTA3 역시 18세 판정을 통해 출시되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쨌거나 지금 이 자리는 심의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게임 타이틀에 대해 다루는 것인만큼 겟어웨이라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영화와
같은 게임
뛰어난 화면연출
게임은 차 안에서
몇 명의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마치 갱스터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게임의 도입 부분이다. 화면은 계속해서 이들이 주인공의 부인을 죽이고
아들을 납치하는 장면과 주인공이 이를 발견하고 달려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와
같은 흐름은 여기서 일단 끝나고 주인공이 도망치는 갱들을 차로 추격하는 게임장면으로
넘어간다.
겟어웨이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영화를 방불케하는 뛰어난 연출화면이다. 겟어웨이는 몇 개의 임무로 구성된다. 각 임무는 영화를 연상케하는 동영상으로 시작해 저격, 잠입, 방화, 추격 등 게이머가 직접 주인공을 조작하는 액션 파트가 이어지고 다시 액션 파트의 결과를 반영하는 동영상이 흐른다. 게이머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게임 중간에 필요한 액션만 직접 조작하고 그 전, 후 스토리를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 처음부터 영화 도입부분을 보는 것 같다 |
세련된 카메라워크
영화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세련된 카메라워크다. 동영상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는
해당 장면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요소를 철저하게 집어낸다. 주인공을 앞에 두고
이죽거리는 찰리의 모습, 주인공을 집단으로 린치하는 갱들의 위치, 고통에 힘겨워하는
주인공의 표정 등 카메라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장소를 부각시킴으로써 연출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단, 이건 동영상이 흐를 때뿐이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주인공을
조작해 취하게 되는 액션 파트에서 게이머는 불편한 시점 때문에 고생할 것이다.
▲ 필요한 장면마다 세련된 카메라워크가 돋보인다 |
전문가의 번역
겟어웨이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던 요소 중 하나가 영화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인 이미도
씨가 겟어웨이의 번역을 맡았던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미도
씨의 영화번역에 대해 썩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지나친 의역 때문이다. 영화번역의
특성상 자수 제한이라는 큰 제약 때문에 내용의 핵심을 전달하는 의역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때때로 보이는 지나친 의역이 영화내용과 동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게임을 해본 결과 번역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갱스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욕설과 비속어들(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fuck이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을
적절한 수준 내에서 게임속 대사들로 잘 녹여내었으며 지나친 의역 없이 게임 스토리를
정확하게 게이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단지 게임을 하면서 조금 느낀 거지만 욕설과
저급한 말들이 너무 많아 바른 말만 듣고 마른 소리만 말하는 필자(?)에겐 고역이었다.
이 부분은 이미도 씨의 번역 문제라기보다 게임의 특성상 원문이 워낙 그랬기에 국내
번역과정에서 불만점은 없다.
겟어웨이의 한글화를 보며 국내에 출시된 다른 한글화 게임들의 한글화 수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등을 비롯해 몇몇 게임들의 한글화는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다른 게임들의 한글화 상태는 냉정히 말해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내 한글화 업체로서는 한글화 경비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음성 더빙을 하지 않았을 경우 게이머들이 게임을 통해 얻게 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자막을 거쳐서다. 그만큼 게임의 퀄리티는 자막의 한글화와 직결되는데 고작 몇 백만원을 아끼기 위해 전문 번역가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관행은 소를 위해 대를 잃고 마는 우를 범함과 다르지 않다. 국내 유통사들은 이후 한글화를 할 때 꼭 이 부분을 고려해주기 바란다.
▲ 쌍년, 주둥이 깐다, 배신때린다 등의 거친 말투와 금기시되어 있는 단어 9.11까지 게임에 등장한다 |
결과는 하나지만 과정은 다양
겟어웨이는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반드시 해야할 목표는 동일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A에서 B까지 이동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하자. 게이머는
차를 타고 이동해도 되고 시간은 걸리지만 뛰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 차로 이동할
때도 원래 타고 있던 차를 몰고 가는 방법과 행인의 차를 빼앗아 타고 가는 방법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물론 차를 타고 갈 때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안전운행해도
좋지만 난폭운전으로 행인들을 치고 다닐 수도 있다. 이렇듯 겟어웨이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 게이머들이 하고 싶은 행동을 게임 내에서 실현시켜 준다.
혹자는 이런 요소들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의 일부일뿐, 겟어웨이가 게이머들에게 반드시 나쁜 행동을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PC로 발매된 「포스탈」은 반드시 패륜행동을 하라고 강요하므로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겟어웨이나 GTA3는 그 선택여부를 게이머에게 맡겨두었다. 어디까지나 게이머에게 주어진 선택의 결과일뿐, 게임 스스로가 그런 요소를 추구하는 건 아니다.
▲ 경찰차를 뺏어타고 목적지로 향할 수도 있다 |
▲ 하지만 지나친 뻘짓거리는 게임오버로 이어질 수 있으니 명심하도록 |
불편한
인터페이스
유저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시점
게임을
하면서 내내 느꼈던 것이지만 시점이 너무 불편하다. 영화적인 연출을 위해서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점을 메인으로 게임이 진행되게 한 점에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에만 이걸 가능토록 해야 하는데, 잠시만 조작을 멈추면 자동으로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점으로 바뀌어버린다. 세밀할 액션 동작을 할 때마다 빙글빙글 도는 화면들. 눈이
아프다 못해 어지럽다. 겟어웨이에는 잡임과 총격장면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데 이런
시점 시스템은 게이머들에게 치명적일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 특히 좁은 장소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때 시점의 불편함은 극을 달린다 |
부주의한 키 배치
캐릭터의 동작
중에 구르는 액션이 있다.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면 취하는 동작으로 짧은
거리를 재빨리 움직이거나 적의 총격을 피하는데 사용되는 유용한 동작이다. 하지만
이 ×버튼이 구르기 동작 말고도 벽에 등을 대고 붙는 동작에도 대응된다. 벽
뒤에 붙어 건너편을 엿보는데 사용되는 이 동작은 잡임 임무에서는 유용하지만 총격
임무에서는 너무나 불편하다. 적들과의 총격 장면에서 구르기 동작을 실행했는데,
구르기는 되지 않고 벽에 찰싹 붙어버리는 주인공. 이어지는 적들의 총격을 받고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두 가지의 동작을 같은 키에 사용하고 있어 벌어지는 어이없는
결과다. 이런 실수를 피하고 싶다면 벽 근처에서는 절대 구르기 동작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데, 긴박한 총격신 중 벽이 없는 탁 틘 곳에서 싸울 수 있을까?
▲ 잠입할 때는 편해도 전투시에는 불편한 × 버튼 |
게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길찾기
또
하나 불편한 건 현재 위치와 가야할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점이다. 아니,
겟어웨이에는 아예 지도가 없다. 런던시내를 완벽히 게임상에 재현해 사실성을 높인
건 좋다. 그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런던에
살지도 않는 게이머들이 지도도 없이 런던시를 돌아다녀야 하는가? 차의 방향지시등을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너무나 애매해 근처를 빙빙 돌기
일쑤고, 차가 파손되어 방향지시등이 깨진다면 그마저 확인할 수도 없다. 매뉴얼에
지도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있으나마나한
존재. 중요 목적을 위한 단순한 이동마저 이렇게 고생한다면 게임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 당신이라면 서울에서 방향지시등 하나만 가지고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겠는가? |
국내
발매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게임
앞서 이야기했던 것 말고도 게임 스토리와 관련된 장점이 몇 가지 더 있지만, 아직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영화와 같은 스토리를 흠뻑 맛볼 수 있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게임상의 연출을 겟어웨이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비디오 게임에 관해서만큼은 유독 미국과 유럽 취향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캐릭터 설정을 비롯한 문화적 차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거부감이 없다. 겟어웨이는 영화와 비슷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므로 미국과 유럽 게임에 대해 거부감을 쉽게 느끼는 게이머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실제로 필자도 그랬으니 말이다. 본편 스토리 이후에 이어지는 충격적인 내용을 맛보기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 토요타의 렉서스 차종이 많이 보인다. 또한 버거킹, 피자헛, 바디샵 등 눈에 익은 간판들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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