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벌이는 화려한 마법대전!!(매직 더 개더링: 배틀그라운드)
2004.02.19 10:15게임메카 최수영
▶죽음을 관장하는 흑마법 |
해변의 마법사들(Wizards of the Coast: WOC)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이름의 회사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매직 더 개더링(이하 MtG)은 원래 한 수학자가 장난삼아 만들었던 게임이다. 턴 단위라는 점은 기존의 카드게임과 비슷하지만, 각 턴이 세분화된 페이스(Phase)로 구분되며 카드를 이용해 전투를 벌인다는 독특한 재미 덕에 카드게임 ‘매직’은 단숨에 유명해졌다. 이를 재빨리 상용화한 WOC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하고 게임의 규칙을 세분화하는 한편, 새로운 카드를 끊임없이 추가해 게이머들이 이를 서로 교환하는 ‘트레이딩’ 카드게임의 새 시대를 개척했다. MtG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에게 필요한 카드를 다른 사람과 교환하는 ‘트레이딩’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이는 카드의 조합으로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주는 ‘콤보’를 가능하게 할뿐더러 수천 종에 이르는 매직 카드를 ‘수집’하는 재미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각설하고, MtG의 상업적 성공은 PC나 게임기로 수차례의 이식과정을 거쳐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하지만 그 기본적인 틀은 테이블 게임을 그대로 옮겨놓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를 가졌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중에선 졸작도 있었고 상당히 잘 된 작품도 있었지만 카드게임으로써의 MtG를 능가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는 애초부터 명확했다. 혼자서 즐기는 카드게임은 컴퓨터를 상대로 한 장기나 바둑만큼이나 금세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모든것을 파괴하는 적마법 |
▶마법을 무효화하는 청마법 |
필자의 기억으로는 그중에서도 가장 나았던 타이틀이 드림캐스트로 발매되었던 MtG였다. 그 타이틀만은 상당히 재밌었다. 카드의 종류도 400여종으로 다양했고, 카드게임 특유의 느낌도 살아있었으니 말이다. MtG를 게임으로 이식하려는 제작자들은 이러한 문제, 재미가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시크릿레벨에서 개발하고 아타리에서 발매한 매직 더 개더링 : 배틀그라운드는 매직의 배경 설정과 약간의 시스템을 차용했을 뿐,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될 정도니까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점은 카드게임 특유의 턴 방식에서 무려 ‘실시간’으로 바뀐 부분이다. |
원래 MtG의 기본 규칙은 두 명의 마법사(위저드)가 미리 준비한 마법을 이용해 상대방을 공격, 먼저 상대편의 생명력을 0으로 만들면 승리하는 것. 마법에는 파이어 볼(Fireball)이나 라이프 드레인(Life Drain)등의 ‘소서리(Sorcery)' 계열이나 생명체를 소환하여 대신 싸우게 하는 ’크리쳐(Creature)' 계열, 대상에게 특수한 영향을 끼치는 ‘인첸트(Enchant)'계열, 위급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인스턴트(Instant)‘나 ’인터럽트(Interrupt)'등 다양하다. 이러한 마법의 상성관계를 턴과 페이스의 진행속에서 치밀하게 구성하여 전략적으로 이용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MtG의 큰 즐거움이다. |
▶왕성한 생명력의 녹마법 |
▶방어에 강한 백마법 |
다양한 마법들의 연쇄효과와 그 카드를 뽑을 수 있는 확률까지 생각하여 덱(Deck)을 40~60장까지 적절하게 구성하는(랜드를 제외한 같은 카드는 일반적으로 최대 4장까지만 집어넣을 수 있다)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발매된 배틀그라운드는 한마디로 ‘손이 빠른'쪽이 유리하다. 마나(마법력의 원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천천히 회복되는데다가 ’들고 나올 수 있는‘ 카드는 총 10장으로 종류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들고 나온 카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핸드나 라이브러리, 그레이브 야드의 개념이 아예 없으며, 따라서 같은 종류의 카드를 여러 장 넣을 필요도 없다). |
마나소스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링(?) 곳곳에서 생성되며 플레이어를 직접 이동시켜 마나 스피어(Mana Sphere)나 마나 셰터(Mana Shatter)를 획득하면 마나 풀(Mana Pool)이 회복되거나 최대치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플레이어 캐릭터(위저드)는 초등학교 피구장을 연상시키는 아레나(가운데 그어진 선을 넘어가면 데미지를 입는다)를 끊임없이 배회하면서 마나를 얻거나 상대방이 사용하는 마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뭐, 박진감 하나는 높지만 복잡한 콤보라든가 수 턴에 걸친 장기적인 전략은 애초에 꿈도 꿀 수 없다(아니, 턴 개념이 아예 없다). MtG의 가장 큰 매력들이 전부 빠져버린 MtG, 그것을 MtG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게이머는 배틀그라운드에서 MtG의 모습을 기대해선 안 될지도 모르겠다. |
너무 혹평만 늘어놓았지만, 사실 배틀그라운드를 MtG라는 명작게임과 별개로 놓고 본다면 나름대로 훌륭하다. 흑, 백, 적, 청, 녹이라는 5가지 속성마법을 실시간으로 사용하여 상대와 대전을 벌인다는 컨셉은 나쁘지 않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네트워크를 지원하므로 인터넷을 통해 미지의 게이머와 대결하는 재미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설 것이다. 게다가 이 게임은 액스박스로도 발매되어 PC버전과 함께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인터넷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카드도 꾸준히 추가되며 자신의 세계 랭킹도 확인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이다.
싱글플레이 부분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MtG의 배경이 되는 각종 전설이나 민담을 그대로 싱글미션으로 옮겨놓은 60여종의 퀘스트 모드도 즐겁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 플레이에 대비한 실력도 자연스럽게 배양된다.
3D로 표현된 각종 마법의 효과도 꽤나 화려하고, 각종 캐릭터들의 모습도 나름대로 충실히 재현되었다. 다양한 배경의 아레나도 게임의 흥미와 재미를 돋궈준다. 그림으로만 보던 다양한 마법들이 어떻게 3D로 구현될지 비교해 보는 것도 MtG를 즐겨본 게이머들에겐 즐거움일 것이다.
매직 더 개더링 : 배틀그라운드는 턴제 기반의 카드게임을 인터넷 멀티플레이를 제공하는 실시간 전략(?)게임으로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 조작방법이 까다롭긴 하지만 그 점은 대전 상대도 마찬가지의 곤란을 겪을 것이므로 불만은 없다(액스박스 유저들은 예외로 봐야겠지만). 느긋한 카드게임의 묘미는 사라졌지만 박진감 넘치는 매직 더 개더링 : 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의 게이머와 마법대전을 벌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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