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파. 세 소녀의 러브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2004.04.20 15:19게임메카 송찬용
시리즈 첫 속편이
나온 이유
「파이널 판타지 X-2(이하 FF X-2)」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FF X-2는 전작 「FF X」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이
겹치고, 월드맵을 비롯한 세계관이 겹치고, 출현 아이템과 몬스터가 겹치고…. (X-2
일본 발매일을 기준으로) FF 시리즈가 열 번째 작품을 맞기까지 이런 경우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X-2는 FF 시리즈의 역사에서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런 의문이 생긴다. 전례를 깨뜨리면서까지 제작사(당시 스퀘어)는 왜 스토리가 연결되는 속편을 만들려 했을까? 여러 매체에 소개된 제작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X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냥 끝내기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로 요약할 수 있지만, 진짜 이유는 그것이 전부였을까? 필자는 FF X-2 제작의 이유가 다음 두 가지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첫 번째는 FF 시리즈 위상의 재정립 때문이다. FF 시리즈는 이전에 비해 Ⅶ부터 Ⅸ를 거치면서 과거의 영화가 조금씩 퇴색되어 온 게 사실이다. 하드웨어의 보급으로 타이틀의 판매량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과거 시리즈에는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부족해 작품성 면에서는 과거 시리즈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하드웨어 플랫폼이 PS2로 바뀌어 출시된 FF X은 뛰어난 영상미와 함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워 판매량과 평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정말 오래간만에 등장한 명작. 전에 없었던 외전격인 스토리를 하나 만들어내면 이슈도 되고, 더욱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이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드레스 업으로 대표되는 전투 시스템이 FF X의 전투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나름대로 고생을 했겠지만, 아무렴 게임 하나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에 비할까? 스토리를 조금 손보고, 설정을 조금 만져 멋지게 하나의 외전이 탄생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스퀘어와 에닉스의 합병에 대비한 스퀘어의 재정상태 개선 때문이다. 스퀘어와 에닉스가 누군가? 일본 게임시장의 양대 거목이 아니겠는가? 그런 두 곳이 합병을 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꿀 이야기였다. 하지만 결국 두 회사는 합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스퀘어는 다양한 문화 컨텐츠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그 첫 시도로서 뛰어난 CG 실력을 이용해 「파이널 판타지 스피릿 위딘」이란 영화를 제작했다. 모든 것이 3D CG로 제작된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스퀘어는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흥행성적은 약 3천만 달러에 그치고 말아 큰 손실을 입었다. 이후 스퀘어가 EA에 합병될 것이라는 소문, 닌텐도에 흡수될 것이라는 소문 등 여러 루머가 나돌았지만 스퀘어는 결국 독자생존을 택했고, 비록 휘청거리는 거구이긴 했지만 현상을 유지하며 계속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중 에닉스와의 합병 이야기가 나왔다. 손실이 너무 컸을까? 에닉스와 합병을 추진하던 스퀘어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자사의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합병 전에 뭔가 실적을 마련했어야 했고, 그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선택이 호평을 받았던 FF X의 후속작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FF X-2는 스퀘어와 에닉스의 합병 시작일 4월 1일에 2주 앞선 3월 14일 발매됐고, 전세계적으로 300만장을 넘는 판매고를 올려 스퀘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 흥행 부진으로 인해 파이널 판타지 스피릿 위딘을 제작하기 위해 설립했던 회사는 해체되었고, 사용되었던 기기들은 다른 곳에 매각됐다 |
속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
모든 속편은 전편의 후광을 기대하고
만들어진다. 영화의 경우 호평을 받았던 전편의 관객이 1차 구매 대상이며, 이들을
통한 입소문을 이용해 2차, 3차로 구매 대상을 넓혀간다. 게임도 그런 부분에서 동일하다.
보통 속편이 등장할 경우 전편의 설정을 이용하는 것 정도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스토리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제작사는 어디까지나 전편의 이름을 빌리고 싶을 뿐이지 내용까지 의지하진 않는 것이다. 만약 내용까지 의지한다면 속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전편까지 보아야하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흥행성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FF X-2는 일반 속편과 다른 양상을 띤다. X-2에서 주인공 유나와 리쿠, 파인은 전편 X에서 소멸된 남자 주인공 티더의 영상이 담긴 스피어를 보고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왜 세 사람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에 대한 해설이 빠져있다. 물론 전편을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으며, 안타깝게 헤어질 수밖에 없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X-2에서 유나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X을 플레이하지 않고 X-2를 처음 접하게 된 사람은? X-2의 가장 핵심을 이루고 있는 “티더 영상의 정체”과 “숨겨진 기계문명의 진실”을 설명함에 있어서 많은 부분 X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X-2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사람들에겐 스토리에 대한 몰입이 부족하다. 가장 결정적인 단점이다.
▲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야이발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
▲ 전작의 메인 캐릭터 중 하나였던 와커 역시 내용을 모른다면 X-2에서는 그냥 엑스트라일뿐 |
스토리 도중 자주 등장하는 유나의 독백 부분 역시 아쉽다. 스피라 각지를 여행하며 과거 티더와 추억이 있던 곳에서 유나로 때때로 내뱉는 독백 부분 역시 X의 스토리를 모르고 있다면 “어째서 혼자 중얼거리는 거지”, “누구한테 말하는 것 같은데?” 정도로 묻혀버릴 수 있다.
X-2가 한글화된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 연계 부분은 더욱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전작 X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되긴 했지만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영문판으로 출시됐다. 전작을 해봤던 사람이라도 영어를 능통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스토리 이해에 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점은 한글화된 X-2를 이해하는데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게임을 만들면서 전작의 스토리를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었다면 X-2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 유나의 독백은 이렇게 흘려쓰기를 함으로써 표현했다. 유나가 말하는 대상을 모른다면 이 아련함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
‘최초’가
갖는 의미
FF 시리즈가 국내에 정식으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PC용으로 FF Ⅶ과 Ⅷ이 발매된 적이 있고, 지난 2002년 PS2용으로
FF X이 발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 소스 공개를 꺼려하는 당시 스퀘어의 방침으로
인해 한글화는 이루어지지 못한 채 영문 버전으로 그냥 수입해다 파는 차원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X-2는 아니다. 국내 게이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제작사가 만들고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게임이 처음으로 한글화되어 출시된 것이다.
한글화 소식이 처음 전해진 작년 여름, 인터넷의 관련 게시판은 이로 인해 후끈 달아올랐다. 그로부터 1년…. 워낙 방대한 양이다 보니 한글화에 시간이 많이 걸려 출시일이 늦어지긴 했지만, 국내 팬들을 그 동안 꾸준히 기다려왔다. 인터넷 예약판매를 시작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준비한 수량은 모두 품절이 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 FF X-2는 그 동안의 수고로움을 모두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며 드디어 출시됐다.
한글화는
몇 점?
게임 자체의 내용과 관련된 부분은 이전 FF X-2 일본판의
리뷰를 참고하기로 하고, 이곳에서는 한글화 부분에만 국한시켜 다루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해 FF X-2의 한글화는 훌륭하다. 오랫동안 한글화 작업을 진행해왔던 만큼 단어의 선택, 조사의 연결, 일본어식 표현의 수정, 전문어휘의 번역 등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사실 FF X-2 한글판은 영문판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에 관용구의 표현이나 비유 등이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거라 걱정했다. 하지만 한글화 담당자는 영문판을 그냥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판 내용과 다시 한 번 비교해본 후 그 중 한글 표현에 더 적합한 내용을 골라 번역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어색한 부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찾아보자면 오히려 너무 오버해서 번역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딱딱하지 않게 적절히 의역을 거쳤으므로 한글화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한글 폰트다. 그 동안 국내에 한글화된 작품들의 대부분은 한글 자막을 넣는 과정에서 폰트 회사가 갖고 있는 한글 폰트 중 적당한 걸 사서 썼다. 그러다 보니 게임 제작 초기부터 전용 폰트를 만들어쓰거나 특정 폰트를 고려해 자막이 들어갈 공간 등을 설정하는 원작 게임에 비해 한글 자막은 조악할 수밖에 없었고, 게이머들로부터 폰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은 게 사실. 하지만 FF X-2는 기존의 폰트가 아닌 FF X-2를 위해 한글 폰트를 새로 만들어 사용했다. 따라서 다른 게임의 자막보다 뛰어난 화면 동화성을 보여준다. 자세한 설명은 피하겠지만 전용 폰트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수고로움은 일반 폰트를 가져다쓰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정도면 한글화 부분도 칭찬해줄만하지 않을까?
▲ 재치있는 의역으로 게임에 몰입하게?만든다 |
▲ 알베드어 역시 기발하게 표시되고 있다 |
FF -2의
한글화는 일종의 시금석
FF X-2 한글판의 국내 출시를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워낙 메이저급 타이틀이고,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되어 출시되는
만큼 국내 시장에 얼마나 팔릴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후 한국 비디오
게임시장의 미래를 비추어보려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발매시기가 일본판에 비해
늦어지긴 했지만 PC게임처럼 하드웨어가 급진적으로 발전해 그래픽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이 아닌만큼 발매시기의 차이는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다.
FF X-2 한글판이 국내에 얼마나 팔릴 것인지 여러 의미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X-2 스토리의 핵심을 쥐고 있는 두 인물. 진실은 게임을 통해 직접 확인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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