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 감독님, 이거 한번 해보시죠(풋볼 매니저 2005)
2004.11.25 10:06깨스통
중독주의보 발령!!
“지금부터 당신이 준비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인간관계를 끊고, 편안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문을 잠궈라. 그리고 라면을 준비하라!!” CM의 최신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풋볼 매니저 2005(이하 FM 2005)가 드디어 국내에 발매됐다. FM 2005는 피파나 위닝일레븐과 같은 축구게임과는 달리 한 사람의 ‘감독’이 되어서 팀의 모든 것을 운영해야 한다. 스포츠인터렉티브가 CM 유통사인 아이도스와 결별한 탓에 이제는 더 이상 ‘CM'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아이도스에서는 자체적으로 챔피온십 매니저의 후속작을 출시할 예정에 있음).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극악의 중독성과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
▲ 국내에 처음으로 한글화돼서 정식 발매된 챔피온십 매니저 2002-K리그 |
▲ 처음으로 ‘2D 매치’가 지원된 챔피온십 매니저 4 |
▲ 아이도스에서 자체 개발중인 챔피온십 매니저 5(내년 초 해외 발매예정). 바… 바둑알이 3D다! |
▲ 그리고 FM 2005 |
그래픽과
사운드? 기대하면 바보
게임은 전작인 CM4와 그래픽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이 게임에서 그래픽을 논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우스운 일
일터. 철저한 텍스트 기반이기 때문에 ‘2D 매치엔진(평면의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바둑알 모양의 점이 되서 경기를 벌이는 것)’을 제외하면 그래픽을 논할만한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2D 매치엔진 또한 전작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공이 좀 더 ‘축구공’다워 졌다는 점, 골대의 망이 좀 더 ‘그물’
같아진 졌다는 점. 그래픽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하자.
▲ CM4에서 처음 추가된 2D매치 엔진. 그 이전 작들에서는 단순히 문자 중계만이 이뤄졌었다 |
▲ FM 2005의 2D 매치. 큰 차이는 없다 |
이는 사운드 부분 또한 마찬가지. 게임에서 사운드는 그저 관중들의 ‘와~’하는 소리나 축구공을 차는 소리 정도가 전부다. 하다못해 배경음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언론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기를 죽여라!!
하지만
그래픽이나 사운드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선 안되는 법! 게임은 극악의 중독성과
재미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프로축구 구단(혹은 국가대표)의 감독이 되어서
실제 그들과 같이 팀을 운영해야만 한다.
플레이어는 유망주를 발굴해서 키워 내거나, 높은 이적자금을 들여 베컴과 같은 스타선수들을 영입해 팀의 전력을 올려야 한다. 또 ‘4-4-2’ 나 ‘3-5-2’ 같은 포메이션을 짜고 전술을 연구해야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최종적으로는 챔피언 트로피를 따내야만 한다.
▲ 어떤 말을 해서 상대방을 약 올려줄까나? |
이와 같은 모든 과정이 현실, 그 이상으로 실감나게 묘사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실제로 감독이 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이는 위닝일레븐이나 피파와 같은 액션형 축구게임에서는 분명 느낄 수 없는 요소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FM 2005에서는 ‘언론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가령 경기 전이나 후에 상대방 팀 감독에게 “너희 팀 무지하게 약하니까 우리 팀이 100% 이긴다”와 같은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 단순히 전술을 짜는 것 뿐 아니라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 쳔같? 또 상대방을 도발해서 사기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도 있다.
만약 상대 감독과의 언론 플레이에서 패배한다면 선수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에 또 신중을 가해야 한다.
▲ 게임에서는 상대방에게 어떤 소리를 했느냐에 따라 상대 감독과의 친밀도가 변화한다. 이게 무슨 연예 시뮬레이션이냐! |
로딩시작!!
훗…, 라면에 물 부어라~~!
FM 2005의 백미는 총 20만 명이
넘는 선수들의 방대한 데이터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K리그를 비롯한 K2리그, 고려대나
연세대와 같은 대학선수들(약 2400여명)의 데이터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이들은
모두 ‘개인기’, ‘드리블’, ‘볼 트래핑’, ‘헤딩’, ‘슈팅’, ‘예측력’,
‘창의성’ 등 총 40여종의 세부능력치(숨겨진 능력치를 포함해 약 60여종)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이 게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축구사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특정 선수가 특정
포지션에 가면 항상 평점 3을 찍는 어이없는 버그들이나, 곳곳에서 보이는 게임밸런스의
허점들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 또 언제나 CM시리즈의 핸디캡인 로딩속도(워낙
데이터가 방대하다보니 단순히 텍스트로만 이뤄졌음에도 게임 로딩속도는 정말 느리다)도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
▲ 김남일 선수의 능력치. 위닝 일레븐도 선수들의 능력치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이건 한 술…, 아니 두 술은 더 뜨고 있다 |
▲ 로딩시작!! 라면 끓여라~(운이 나쁘면 한 번 로딩에 5분이 넘어갈 수도 있다. 정말이지 성질 급한 플레이어는 게임하다 심장마비 걸려 죽기 딱 좋다) |
마지막으로 한글화 문제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문장이 지나치게 직역돼서 그런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도통 알아듣지 못한다. 또 곳곳에서 영어와 한글이 혼용으로 표기되어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하기야 패키지 게임이 죽 쓰는 이 시점에서 한글화 되서 나와 줬다는 자체만으로 CM팬으로서 만세삼창을 불러줄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 이런 한글화 버그들이 게임 곳곳에서 보인다 |
이런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FM 2005는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시뮬레이션임에는 틀림없다. 축구를 사랑한다면, 한 번쯤 이 게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중독은 좀 위험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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