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의 전생은 쇠똥구리?(괴혼 굴려라 왕자님)
2004.12.03 13:45게임메카 송찬용
이 게임을 처음 보았을 때 필자는 깔끔이를 떠올렸다. “어라, 깔끔이잖아”. 깔끔이란 폭이 넓은 접착 테이프를 굴려 먼지를 제거하는 바닥용 청소도구를 일컫는 말이다. 정식 명칭은 테이프 클리어지만 제조사에 따라 다양한 상품명으로 부르는데, 필자는 3M의 제품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깔끔이라 부른다.
필자는 청소를 좋아한다. 사실 청소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청소가 끝난 후 깨끗해진 방과 거실을 좋아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필자가 상당히 주변 정리정돈을 잘하고 집안을 아름답게 가꾸는 가정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필자는 상당한 중증의 귀차니스트다. 집에 있을 때 귀찮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청소 역시 남에게 시킬 수만 있다면 꼭 그러고 싶지만, 청소를 해줄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청소해줄 사람을 고용할 돈도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청소를 하는 것뿐이다. 그런 필자의 청소 동반자가 바로 깔끔이다. 전원을 꽂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사용하기에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깔끔이. 개발한 사람에게 정말 고마움의 키스를 보낸다…. 어쨌거나 집에 항상 구비되어 있는 깔끔이 덕분에 괴혼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게 됐고, 결국 플레이하기에 이르렀다.
‘괴혼’은 국내보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됐다. ‘쾌감, 눈덩이 굴리기’라는 일본에서의 캐치 카피답게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재미보다 오히려 쾌감 쪽에 가까웠다.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 작은 물체들을 붙여가며 sss 나는 소리와 느낌. 에어캡(ss이)을 터뜨릴 때의 그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누구나 한 번쯤은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터뜨려봤을 ss이. 바로 그 느낌이다. 이것만으로도 5시간은 놀 수 있는 자신이 있다.
다시 깔끔이로 얘기를 돌리자. 깔끔이로 청소를 한 후 필자는 무엇을 할까? 본다. 얼마나 청소가 깨끗이 되었는지 말이다. 구석구석 살펴본 후 깔끔이에 먼지가 많이 붙어있다면 빙긋 웃으며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후후~ 이렇게 많이 붙었구나♥”. 먼지가 많이 붙었다는 것은 방이 그만큼 더러웠다는 소리인데, 애써 그 사실에는 외면한다. 그리고 깔끔이에 붙은 먼지의 양을 보며 많을수록 만족감을 느낀다.
▲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말하는 깔끔이다. 지금 보시는 상품은 3M의 깔끔이와는 다른 상품 |
‘괴혼’의 괴(덩어리)는 처음에는 아주 작다. 그것이 sss 소리를 내며 다양한 물체들을 붙여가면서 결과적으로 덩어리는 점점 커져간다. “아~ 이렇게 커졌구나”라며 덕지덕지 덩어리에 붙은 물체들을 보며 필자는 만족한다. 데굴데굴, sss…. 좋아~ 좋아~. 뭐야, 이런 것도 붙일 수 있는 거야? 쿡쿡쿡…. 이거 멋진 걸? 이런저런 온갖 잡동사니, 심지어 사람마저 붙여가는 모습을 보며 필자는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느낀 적이 있다.
굳이 되풀이 강조할 필요는 없지만 필자는 귀차니스트다. 귀차니스트의 가장 대표적인 청소방법은 그냥 ‘버리는’ 것이다. 청소할 물건이 없으면 굳이 청소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그냥 버린다. 당연하지만 버려서는 안 될 걸 버린 적도 무수히 많다. 그런데도 버리는 청소법을 그만두지 못하는 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린다는 꺼림칙한 행동이 계속 쾌감이 되어오기 때문이다.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덩어리가 커지면 그 느낌이 되살아난다. 덩어리의 지름이 2m를 넘어가면 사람까지 붙일 수 있다. 여기서 더 커지면 전봇대와 소, 자동차까지 붙일 수 있다. 마을과 별 전체를 깔끔이에 붙이고 이렇게 붙인 먼지들을 가차 없이 버리는 느낌. 정말로 즐겁지 아니한가? 만약 스테이지 클리어를 하지 못하면 부왕전하께 쓴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그 쓴소리도 독특한 캐릭터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기 때문에 필자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이런 재미를 느끼며 한참을 즐겼던 괴혼. 그런데 아무리 해도 보물을 찾을 수가 없다. 부왕전하가 각 스테이지에 숨겨 놓(았다기보다 대충 이곳저곳에 버려 놓)은 보물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딱 하나 찾은 것도 어쩌다보니 우연히 찾게 된 것일 뿐. 으음… 버려서는 안 되는 걸 버린 사람은 찾을 수 없다는 건가? 오늘도 필자는 열심히 깔끔이를 굴려 덩어리를 만들며 아직 찾지 못한 보물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