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사에 남긴 애증의 성흔!!(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
2004.12.09 09:51게임메카 이덕규
남의
나라 밥상에 군침 흘려봐야 무슨 소용 있나?
욘사마가 일본
아줌마들을 미치게 만든 사이 종군위안부 피해보상 소송은 일본법정으로부터 기각
당했고 대일무역 적자는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표면적인 한류열풍 이면에는 이처럼
또 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 국내 최초로 개발된?PS2용 RPG 마그나카르타!! |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이하 마카)도 한류바람을 타고 일본게임계의 다크호스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러한 찬사가 무색치 않게 마카는 발매되자마자 오리콘 차트 비디오게임 판매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의 모 잡지로부터 골드등급을 받아 게임의 전당에 올랐다. 누가 봐도 대단한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 반프레스토가 유통을 맡은 일본판 마그나카르타는 발매되자마자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
하지만 이런 찬사를 뒤로하고 정작 마카의 고향인 한국에서의 사정은 달랐다. 마카의 국내 유통사가 정해진 시기는 지난 10월 25일. 발매일을 한달 남짓 남겨둔 상황이다.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DVD 프레스 찍고, 패키지 제작하고, 한정판 구성하고, 예약판 주문받고, 시장에 뿌리는 일련의 유통 작업들을 끝내야 한다. 속된 말로 ‘빡쎈 작업’이다.
▲ 일본 대표?게임 매체인?패미통. 마그나카르타를 표지로 채택할 만큼?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9만 9천원이
몰고 온 해프닝
한 달 만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자니 당연히
제품이 온전할 리 없다. 그러면서도 SCEK는 유저들의 주머니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카 스페셜한정판을 9만 9천원이라는 거금으로 판매했다. 유저들은 “그래도 마그나카르타니까…”라는
믿음 하나로 아낌없이 주머니를 털었다. 때문에 예약판매 1분 만에 물건이 동이날
정도로 마카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 게임을 논하기 전에 마카 스페셜 한정판 파동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SCEK 측에서 공개한 스페셜 한정판 가격은 무려 9만 9천원! 이정도면 왠만한 PS2게임 2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
하지만 발매당일 스페셜 한정판을 받아본 유저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종이케이스, 성의 없이 스티커로 붙여진 시리얼
넘버 등 조악한 패키지 구성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급조한 티가 팍팍 났다. 배송날짜
지연은 다반사요 그나마 파손된 체 배달된 물건도 허다했다. 유저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맥 홈페이지에는 유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집중됐다. 소맥은 “자신들은 소스만 제공했을 뿐 패키지 유통은 SCEK가
전담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SCEK는 유저들의 불만에 철저히 눈과 귀를
막은 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하지만 실제 배송된 스페셜 한정판은 조악한 패키지 구성으로 많은 유저들의?원성을 샀다. 사정상 변경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9만 9천원이라는 거금을 들이고 구입한 유저들에게는 이러한 공지도 한낮 핑계일 뿐(사진출처: 소프트맥스 유저갤러리 게시판) |
유저들은 아우성치고, 개발사는 억울하다 호소하고, 유통사는 나 몰라라 외면했다. 이것이 한국판 마그나카르타의 시작이었다. 지난 2002년부터 2년 동안 제작과 마케팅을 꾸준히 준비해 온 반프레스토의 일본판 마그나카르타의 성공에 비하면 쓴웃음만 날뿐이다.
미려한
동영상, 뻣뻣한 캐릭터
게임시작 5분은 게임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은 오프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마그나카르타의 오프닝도 여타 콘솔게임에 비해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전작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유저를 사로잡았던 엄지영 씨의 오프닝곡과
게임전체를 아우르는 화려한 무비는 유저의 눈을 잡기에 충분하다.
▲ 마카의 캐릭터 디자인과 CG무비는 일본 시장을 석권해도 충분히 남을 만큼 수준급이다 |
일본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캐릭터 일러스트도 수준급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씨의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은 완고한 일본시장의 문을 활짝열개한 일등공신이다. 캐릭터의 3D모델링도 비교적 무난하다. 여기서 무난하다는 표현은 탁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 캐릭터의 모델링과 동작이?조금 뻣뻣한 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볼만한 그래픽이다 |
단 캐릭터가 움직일 때 동작이 어색해서 뻣뻣한 목각인형을
보는 듯하다. 마치 목각인형이 공중에 떠서 느릿느릿하게 이동하는 느낌이랄까? 캐릭터
모션에서 좀더 세밀한 표현을 가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배경디자인은 깔끔하게
다듬어진 편이다. 특히 게임 전반을 수놓는 안개효과는 암울한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물론 마카가 유저에게 전달하는 재미는 비주얼이 전부가 아니다.
많은 유저들이 기대했듯이 마카의 진면목은 감동적이고 애잔한 스토리에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역시 수준급!!
이 게임은 PC판 마그나카르타와 시나리오상
전혀 관련이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다. 그저 같은 제목에 캐릭터만 비슷할 뿐 게임의
시스템이나 내용은 PC판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마카에서 창세기전과 같은
방대한 서사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이 게임은 거창한 배경설정보다 남녀간의
슬프고 애잔한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창세기전이 장편 역사소설이라고
한다면 마카는 옴니버스로 구성된 담백한 순정만화라고 할까?
▲ 야손과 인간간의 대립. 그리고 비극적 사랑이야기. 감성에 호소하는 소맥 특유의 흡입력있는 스토리는 마카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
야손과 인간의 대립하는 암울한 세계. 갖가지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고 그 가운데서 꽃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유저의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하는 소맥 특유의 흡입력 있는 스토리 또한 여전하다.
▲ 마카의 주인공 칼린츠와 리스. 어깔린 운명을 타고난 이들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로 향할 것인가? |
게임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템포를 유지하고 있다. 정해진 진행루트를 따라가기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게임의 스토리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자유도를 중시하는 유저들은 일방적인 게임방식에 갑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맥 특유의 감성적인 스토리는 자유도의 부재를 충분히 커버할 만큼 완벽하다. 단 대화 자체가 상당히 단조롭기 때문에 과거 창세기전의 현란한 대사를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독특한
시스템, 아쉬운 플레이
전투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칸과
유파다. 칸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하늘, 물, 불, 바람 등의 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공격의 강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심지어 공격 가능여부도 칸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캐릭터의 고유속성인 유파를 첨가해야 기본적인 전투시스템이 완성된다.
쉽게 말해 칸이라는 보드에 유파라는 말을 적절히 배치해 가며 전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칸의 속성이 풍이라고 하면, 풍의 속성을 가진 유파를 사용해야 더욱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 각 지형의 칸속성과 캐릭터의 유파를 적절히 조화해 공격을 구사해야 한다. 사진은 풍속성의 유파인 공파검 |
또 칸은 쓰면 쓸수록 그 위력이 줄어들고 그에 상응하는 유파도
쓸 수 없다. 따라서 각 지역의 칸의 특성을 파악해 그에 따른 유파를 적절히 배치해
주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버튼조합과 타이밍으로 진행되는 트리니티 서클시스템은
독특한 요소. 이 시스템은 타이밍이 어긋날 경우 모든 공격이 무효가 되지 때문에
유저들의 순발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타점을 ‘Great’로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은 웬만한 슈팅게임 이상이다.
▲ 버튼조합과 타이밍으로 진행되는 트리니티 서클 시스템. 어느정도의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
트리니티 서클은 반복전투로 인한 지루함을 없애고 게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기술이라도 실수 한번이면 그대로 무산되어버리기 때문에 순발력이 약한 유저들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통솔력 또한 빼어놓을 수 없는 요소. 전투시 주인공
파티의 통솔력이 게이지로 표시되고, 게이지가 빨리 찰수록 공격횟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차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통솔력 관리가 중요하다.
▲ 오른쪽 상단의 통솔력 게이지가 차는 순으로 공격이 이루어진다. 통솔력이 높으면 그만큼 유리한 전투를 할 수 있다. 어려운 보스전 같은 경우 통솔력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
하지만 한번 공격하고나면 다른 캐릭터는 다시 게이지가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긴박한 전투상황에서는 게이지가 빨리 차는 캐릭터 위주로
공격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쓰던 캐릭터만 계속해서 사용하게 된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는 자연적으로 구석에 처박아 둘 수밖에 없다. 심지어 파티원은 한번도
안 움직이고 주인공으로만 전투를 치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스템은 독특하나 결국
캐릭터간의 불균형만 초래한 결과를 낳았다.
▲ 캐릭터는 각각의 속성에 따라 다양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
전반적으로 마카의 전투시스템은 참신하다. 하지만 이러한 참신한 시스템이 실제 게임플레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시스템이 아무리 독특하더라도 유저가 받아들이기에 불편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뛰고 싶다!!
캐릭터의
이동방식에도 문제점이 있다. 유저는 필드상에서 걷기나 뛰기 두 가지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 걷기는 속도가 느린 대신 시야가 넓어 적을 발견하기 쉽다. 반면 뛰기는
속도가 빠른 대신 시야가 좁아져 적에게 발각되기 쉽다(이 게임은 선공을 하는 측이
유리한 조건으로 전투가 벌어진다).
▲ 맵에서의 이동방식은 걷기와 뛰기, 기본적으로 두가지 방식이 있다 |
따라서 적에게 선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천상 걸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동방식이 게임플레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걷기의 이점은 기껏해야 적을 먼저 발견하고 백어택을 날리는 정도. 이쯤은 뛰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왜 걷기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유저들은 느린 속도에 갑갑해 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걸을 수밖에 없다. 혹시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시스템은 아닌가? 그 외에 잦은 로딩과 시점처리의 불편함은 게임의 흥미를 꺾는 요소다.
▲ 헉!! 이 복잡한 던전을 어느세월에 걸어서 다니냐~~!! |
한국
게임사에 남긴 거대한 족적!
마카는 게임 곳곳에 아기자기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가령 점을 보면서 게임에 대한 팁을 얻거나, 아이템을 조합하거나,
상인으로부터 퀘스트를 수행하는 등 게임 곳곳에 잔재미들이 녹아있다. 주변 캐릭터와의
친밀도 시스템은 연애시뮬레이션의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해 준다.
▲ 대화를 통해 주변 캐릭터와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는 등 다양한 시스템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
비록 어떤 평가가 난무하던 간에 마카는 분명 국내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남들이 고만고만한 MMORPG에 안주할 동안 마카는 PS2라는 도전을 택했고 나름대로 독창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올라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이 또한 선각자로써 짊어져야 하는 고진감래가 아닐까? 앞으로 만들어질 후속편은 더욱 완벽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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