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낙원에 어서오세요!(주타이쿤 2)
2004.12.13 18:10게임메카 오재원
수렵시대에서부터 맺어온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관계에서 순치(馴致) ·개량시켜 기르는 관계로 바뀌었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단순히 기르는 가축에서 그리스시대에는 동물의 행진이나 비단뱀의 가두전시 등이 이루어질 정도로 동물을 보고 즐기는 단계로 발전하고, 중국의 주나라의 ‘지식의 정원’과 같은 초기 동물원의 형태를 갖는 구조물들이 등장한다.
최초의 근대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의 빈에 세워진 쉰브룬동물원으로 이후 동물원은 자연과학사 박물관의 형태로 동물의 종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자연과학을 좀 더 쉽고 친숙하게 접근하는데 그 의의를 갖기 시작했다.
▲최초의 근대동물원을 갖고 있는 쉰브른 궁전의 모습. 어린 모짜르트가 공주에게 청혼한 일화로 유명한 곳이다 |
▲주타이쿤: 해양동물원의 모델이 된 씨월드의 모습 |
이렇듯 현재의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동물원은 매우 중요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내의 동물원에 관한 인식이나 관람, 시설수준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죽은 물개의 뱃속에서 엄청난 양의 동전이 발견된 사건은 우리나라 동물원의 실태와 동물원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 |
▲하루빨리 동물원이 동물들을 가두는 감옥이 아닌 살아가기 위한 터전이 되야한다 |
이런 국내 환경에서 동물과 인간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동물원을 그리고 주타이쿤 2은 매우 특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물판 심즈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생리활동 이외에도 친교와 교육, 놀이, 주거환경 등 많은 부분이 삶의 질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심즈 시리즈가 이런 인간의 삶에 관한 게임이라면 주타이쿤은 동물의 삶에 관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조명한 심즈 시리즈 |
▲주타이쿤 2는 동물의 삶을 조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세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은 모두 다른 환경과 먹이, 생활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동물들에게 제공되는 우리의 환경과 먹이가 적합하지 않을 경우 쉽게 병에 걸리고 불행하게 된다.
동물들이 아파하거나 불행한 경우 관람객들의 평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는 동물원의 명성과 수입에 영향을 주게 된다. 때문에 게이머는 각 동물이 살고 있는 지역과 선호하는 먹이 등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물들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동물들의 기호와 환경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
이런 동물에 관한 지식들은 게임 내에서 3가지 방식으로 제공된다. 첫번째는 사육사의 조언이라는 초보자를 위한 메뉴와 게임 내에 포함된 백과사전, 그리고 해당동물의 상태 창이다.
사육사의 조언의 경우 해당 동물이 선호하는 요소들의 일종의 패키지 형태로 제공돼 초보자들도 쉽게 우리를 꾸며볼 수 있다. 백과사전은 단순한 클릭만으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정리해 놓아 게임을 하면서 해당동물에 관한 지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육사 조언을 통해 좀 더 편리하게 동물들이 좋아하는 환경으로 꾸며줄 수 있다 |
▲주타이쿤 시리즈의 특징인 방대한 분량의 백과사전도 건재 |
동물들의 상태창은 마치 심즈 시리즈의 그것과 비슷한데 5가지 생활조건과 4가지 추가 생활조건을 통해 동물들의 상태를 쉽게 파악해 관리 할 수 있다. 특히 동물들의 현재 행동이나 원하는 것을 텍스트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저연령층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놀거리와 물리지 않는 게임성
주타이쿤 2는 3D로 변모하면서 단순히 외형적인 그래픽의 변화만이 아닌 추가적인 요소들을 다수 배치했는데 ‘사진 컨테스트’와 ‘사육사’ 모드가 그것이다.
사진 컨테스트의 경우 1인칭 시점에서 카메라를 조작해 사진을 찍고 그것으로 동물 신문을 만들거나 혹은 챌린지 모드의 조건으로 등장해 숨겨진 요소를 찾는 조건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또 사육사 모드는 자신이 직접 사육사가 되어 동물들을 관리하는 모드로 단순히 경영모드에서 NPC들이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을 벗어나 직접 사육사가 되어 동물들을 관리할 수 있어 경영모드와는 다른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일종의 시나리오 모드라고 볼 수 있는 챌린지 모드에서는 단순히 어떤 동물의 만족도와 수익, 관람객 수를 많이 받는 것 외에 사진 컨테스트와 사육사 모드를 이용한 다양한 도전과제들을 제공해 전작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적절한 최적화와 아기자기한 그래픽
필자가 베타버전을 즐길 당시만 해도 과연 이렇게 느려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던 최적화. 다행히도 정식버전은 최고의 그래픽옵션모드에서 약 10~15프레임 정도의 성능향상을 보여줄 정도로 최적화에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또 그래픽 옵션을 보통, 높음, 매우 높음, 3단계로 분류해놓아 초보자도 손쉽게 그래픽 옵션을 조정할 수 있게 해놓았으며 고급유저를 위한 사용자 설정부분도 매우 세세하게 설정되어 있어 자신의 사양에 맞게 게임의 설정을 조절할 수 있다.
그래픽 옵션을 모두 끈 보통모드에서도 지형텍스처의 선명도를 떨어뜨리는 대신 동물들이나 사람들의 텍스처는 봐줄만한 수준을 유지해 저사양 유저들을 배려한 모습도 눈에 띈다.
▲최고옵션과 |
▲최소옵션의 그래픽, 실제로 보면 폴리곤 수의 감소와 주변 지형지물이 단순해 보이긴 하지만 보기 괴로운 수준은 아니다 |
매우 재미있고 교육적인 게임
주타이쿤 2는 게임이라는 방식을 이용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지식과 경영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는 훌륭한 타이틀이다. 일종의 미션 모드인 챌린지 모드에서 제공하는 도전과제들은 게임 내 요소들과 매우 유기적으로 맞물려 자연스러운 게임진행을 유도했으며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동물에 관한 지식들과 동물원 운영방법을 익힐 수 있다.
그 중 단순히 사육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시하고 관찰을 하던 것을 탈피, 직접 사육사가 되어 진행하는 사육사 모드는 상당히 파격적인 변화에 속한다. 이는 보통 화려한 겉포장으로 그치는 2D게임의 3D화를 탈피한 새로운 게임방식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인간과 동물이 모두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는 주타이쿤 2는 추운 겨울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겁게 즐길만한 훌륭한 게임타이틀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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