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기로 기사(Knight)가 되거라(프린세스나이츠)
2005.04.07 15:11강력숫사자
우여곡절. 프린세스나이츠를 대표할만한 단어는 바로 ‘우여곡절’이다.
거듭되는 영등위의 보류판정으로 인해 출시가 불투명해진 상태로 2년을 끌어오다가
결국 문제 부분을 고친 후에 어렵게 출시된 게임이 바로 프린세스나이츠다.
그만큼
프린세스나이츠는 국내에 출시되기 위해 많은 진통을 겪은 게임이다.
▲ 프린세스나이츠는 일본에서 10만장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 게임이다 |
나의
기사가 되어줘
일반적인 미소녀게임이 그렇듯 이 게임에는
남성캐릭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과 일부 적들, 그리고 암컷인지 수컷인지
분간을 못할 몬스터를 제외하고 나면 등장인물의 90%가 모두 여성캐릭터다(그것도
전부 미소녀들이다).
▲ 깔끔한 한글화가 돋보이는 프린세스 나이츠 |
▲ 지도를 따라 이동하며 전투와 이벤트를 반복한다 |
주인공은 주위 여성들을 ‘기사’로 만들어 이들과 함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기사를 만드는 방법이 참으로 독특하다(아니, 다소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중세 기사들처럼 무릎 꿇고 “기사에 봉하노라”라고 뇌까리면 되는 것이 아니다. 좀더 주인공의 헌신적인 봉사(?)가 필요하다.
주인공의 정기(?)로 힘없고 가냘픈 여인네들을 훌륭한 기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성인용 게임답게 정기를 주는 방식은 또한 ‘므흣’한 방법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기사 후보에 오르는 여성의 수가 무려 30여명이 넘는다. 그만큼 많은 캐릭터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배풀어야 하며 성인적인 요소도 한층 다양하고 방대하다.
이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주인공의 전륜한 ‘정력’에 한 낯 마누라 앞에서도 꼼짝
못하고 있는 필자 같은 소시민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말라빠진 녀석이 그짓은 잘한다!!
정말이다).
▲ 수많은 여성을 기사로 각성시키는 것이 이게임의 궁극적인 목적. 기사가 된 여성은 이미 처녀가 아니라는 뜻? |
여성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주인공은 탐색을 통해 여인들을 만나 호감도나 신뢰도를 올릴
수 있다. 이는 연애시뮬레이션적인 요소를 도입한 시스템이다. 각 여성들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장소를 가면 더 많은 수치를 획득할 수 있고 반대로 싫어하는 장소를 가면
수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또 꽃집이나 잡화상 등 아이템을 사고 팔수 있는 장소에서
선물을 사서 증정하면 호감도 수치를 더욱 올릴 수 있다.
▲ 취향을 잘 파악해 동행을 해야 하며 선물공세는 기본 |
호감도나 신뢰도는 전투에 영향을 미친다. 또 일정 이상의 호감도를
얻지 못하면 이벤트를 보지 못하거나 심지어 팀에서 무단으로 이탈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어 여성관리에 신경 써야한다. 여기에 파티원의 수도 제한되어 있어 일정 수
이상의 동료를 받아들일 때는 눈물을 머금고 다른 동료와 헤어져야 한다.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모든 여성들의 이벤트를 한번에 다 보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벤트 100%달성이라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 기사가 된 누님의 아름다운 자태 |
▲ 귀여운 포니테일형의 누님. |
연애시뮬레이션인가? 텍스트노가다인가?
RPG와 연애시뮬레이션 장르를 섞었다지만 실제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유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변 사람과 대화하거나 자신의 파트너에게
선물을 사주는 것뿐이다. 더욱이 같은 장소에 같은 파트너를 데리고 갔을 경우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어이없는 모습도 연출되곤 한다.
▲ 악당 3인방 모습. 가운데 누님 역시 결국엔 주인공의 성은(?)을 입게된다. 천진난만한 소녀, 인생의 쓴맛을 보여주지 |
탐색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라 해봐야 동료를 만나 정기를 주는 것이 전부. 이런 정형화 된 이벤트는 게임이 진행 될수록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탐색에 소홀하면 동료를 떠나보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겨운 탐색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이 게임의 연애시스템은 미소녀와의
설레는 데이트보다 이벤트 신 한 장면 보기위한 일종의 텍스트 노가다로 전락해버렸다.
▲ 미소녀들과의 므흐흣한 플레이야말로 이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투
프린세스나이츠는 일본에서
10만 카피 이상 판매된 일본성인게임의 대표작이다. 높은 판매성적의 배경에는 물론 아름다운 미소녀들도 한 몫을 했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의 전투 시스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 편성은 최대 5명까지 가능하고 피로도가 다 찬 캐릭터는 전투에 참여할 수 없다 |
▲ 이 게임에는 별다른 무기나 방어구가 없는 대신 몬스터를 포획해 장착할 수 있다 |
프린세스나이츠의 전투시스템은 결코 이 게임이 미소녀의 벗은 몸에만 치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투시스템은 고저나 공격방향에 따른 대미지의 차이 그리고 속성에 따른 우열관계 등 전략적인 사고를 요한다. 또 각 캐릭터마다 마법사, 궁수, 격투가, 성직자 등 직업이 다양하고 직업에 따른 공격형태가 확연히 다르게 되어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전투를 펼칠 수 있다.
▲ 자신과 합체된 몬스터를 소환하여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 |
여기에 ‘포획’이라는 독특한 커맨드가 재미를 배가시킨다. 유저는 전투 중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는데 몬스터의 포획에 있어서도 각 속성별로 포획 성공률에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캐릭터의 속성을 고려해 가면서 포획을 해야 한다. 이렇게 포획된 몬스터는 각 캐릭터와 합성 시켜 능력과 스킬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피로도 시스템도 독특하다. 피로도가 일정이상 쌓인 캐릭터는 아무리 능력치가 높아도 전투에 참전할 수 없다. 따라서 특정 캐릭터만을 키우다간 낭패를 보는 수도 생기게 되므로 되도록이면 많은 캐릭터를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불편한
시점처리
불편한 시점처리 문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우스가
가는 데로 시점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시점 전환버튼을 눌러
주어야 한다. 또 시점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배경에 가려져 캐릭터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소는 쾌적한 전투를 치루기에 부담을 준다.
▲ 게임 중 나왔던 CG는 다시 볼 수 있다. CG 100% 달성하기가 좀처럼 쉽지는 않다 |
패키지
시장의 또 다른 돌파구
솔직히 말해 프린세스나이츠는 성인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외설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 명의 미소녀가 주인공과의 '성행위'를
통해 기사가 된다는 설정자체는 성인 컨셉에 맞지만, 그렇다고 국내 정서에 반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최근 인터넷에 범람하는 성인물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반'이다.
▲ 이 게임에 드물게 등장하는 남정네 4인방. 그나마 뚱보 할배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운명을 달리하신다 |
하지만 이 게임은 '18금 미소녀게임'이라는 이름표 하나만으로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4번차례나 심의보류판정을 받고 5번째에 겨우 18세 등급을 받았다. 이것은 일본 원화가가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다시 그려 국내 실정에 맞게 재수정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인 크레아 양. 등장하는 히로인을 다 소개하기에는 양심적으로 너무 많다!! |
이렇듯 성인게임에 대한 한국 게임시장의 '진입장벽'은 아직도
높다. 하지만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높은 벽이 프린세스나이츠를 통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프린세스나이츠는 국내 게임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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