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찬을 받을만한 이유가 다 있다(갓 오브 워)
2005.04.13 09:17게임메카 박진호
지난해 5월 미국 LA에서 개최됐던 E3 2004의 출품작 중 분야별 최고를 가리는 게임비평가상 ‘Game Critics Awards Best of E3’에서 오리지널, 콘솔게임, 액션 어드벤처 등 총 세 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됐던 ‘갓 오브 워’.
신규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첫 출전에 4개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된 헤일로 2를 비롯해 ‘제이드 엠파이어’, ‘하프라이프’, ‘스플린터 셀: 카오스 오브 씨어리’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을 미뤄본다면 당시 갓 오브 워가 유저 및 관계자들에게 미친 첫 인상은 상당했다고 할 수 있다.
▲타이틀
화면에서부터 나름대로의 독특함을 선보이고 있는 갓 오브 워
그리고 8개월 후 북미에서 먼저 발매된 갓 오브 워는 북미유저뿐만 아니라 아시아유저들까지도 끌어들일 정도로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청출어람의 표본, 갓 오브 워
SCEA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갓 오브 워는 게임디렉터이자 리드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제프가 직접 캡콤의 ‘데빌메이크라이’와 자사의 ‘이코’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복합시킨 게임이라고 할 정도로 앞서 언급한 게임들의 벤치마킹을 철저히 한 뒤 개발된 게임이다.
사실 벤치마킹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우수 타이틀을 벤치마킹하고 거기에 자신만의 특징을 첨가해 색다른 타이틀로 거듭났다고 하는 대부분의 타이틀이 벤치마킹 작품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 게 사실이기 때문에 갓 오브 워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데빌메이크라이와 이코를 벤치마킹했다면 화려한 액션과 약간의 퍼즐이 가미된 액션어드벤처 수준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크라토스 왈: 비교할 수 없는 손 맛과 짜릿함을 선사할 자신이 있습니다 |
하지만 데빌메이크라이의 화려한 콤보시스템, 이코의 수동적인 퍼즐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부드러운 동작과 다양한 형태의 필드, ‘귀무자’ 시리즈에서 맛볼 수 있었던 한방의 재미를 자신만의 재료로 포장한 갓 오브 워는 그동안 벤치마킹으로 재탄생됐던 타이틀과 격을 달리한다.
또 크라토스, 아레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등 신화를 메인소재로 한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액션어드벤처 장르에 충실한 갓 오브 워는 거친 전투액션과 흥미로운 퍼즐방식, 응집력 있는 시각적 스타일로서 평범함을 극복하고 있다.
▲선악구조는
극명한 편. 신들에 의한 권선징악인가 아니면 꼭두각시 놀음인가
▲생각하고 싸워라! 절묘한 레벨디자인
이런 갓 오브 워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바로 절묘한 레벨디자인.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게임들의 특징을 신화라는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갓 오브 워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잘 짜여진 레벨디자인으로 모든 요소를 응집시키고 있다.
▲이
드넓은 필드가 꼼꼼하게 디자인돼 있다. 시작과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알게되면
전율도 느낄 것이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스테이지 구분 없이 물 흐르는 듯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는 갓 오브 워는 문제를 해결하고 편하게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안은 채 불편하게 진행할 것인가 등 크게 두 가지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대한 것은 퍼즐을 풀어내느냐에 대한 문제로 갓 오브 워의 절묘한 레벨디자인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이코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힌트를 절제하면서 퍼즐에 대한 존재감을 주지시키지 않는 갓 오브 워는 플레이어에게 그들이 만들어놓은 상황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갓 오브 워의 요구는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맞닥들이게 될 보스 히드라에서부터 마지막 아레스까지 한결같다.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면 반드시 그 움직이는 물체를 올려놓을 곳이 있을 것이며 구멍이 났다면 분명 그 구멍을 막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혹 주위에 아무런 물체도 없는데 퍼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크라토스나 다른 살아있는 생명체를 도구로 이용해야만 할 것이다.
▲하피가 나오는 구멍을 석상으로 막고 진행할지 아니면 하피와 싸우면서 진행할지는 유저의 몫. 절제된 힌트 속에서 해결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
이 외에도 레버 당기기나 거치형 공격용 무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플레이어의 허를 찌르는 변종퍼즐도 다수 등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퍼즐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갓 오브 워는 퍼즐로 인해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보다는 퍼즐이 없어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상황에 진행에 대한 극적인 재미를 위해 퍼즐을 추가했다.
이러한 것은 비단 스테이지 구성뿐만 아니라 몬스터 구성에서도 돋보인다.
플레이어가 몬스터와의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체력회복 오브, 마나회복 오브, 스킬 레벨업에 필요한 보너스 오브 등 세 가지. 각 오브는 몬스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냥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제공된다. 예를 들어 메듀사의 경우 그냥 잡게 되면 보너스 오브만 얻게 되지만 정해진 피니시 스킬을 사용해 사냥하게 되면 보너스 오브 대신 마나회복 오브를 얻을 수 있다.
▲최종보스인 아레스와의 전투에서도 공격방식에 따라 다양한 오브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이 불리한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이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다 |
이처럼 갓 오브 워는 굳이 체력회복 포인트가 없더라도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스테이터스 상황에 따라 몬스터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냥해 얼마든지 어려운 상황을 능동적으로 극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마지막 아레스와의 전투에서도 유효하도록 해 플레이어로 하여금 플레이에 적극성을 띠도록 했다.
이렇듯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이 얼마나 적극성을 띠느냐에 따라 레벨이 좌우되는 갓 오브 워의 독특한 레벨디자인은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땀에 젖은 듀얼쇼크
앞서 설명한 잘 짜여진 레벨디자인을 통해 잠시라도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는 갓 오브 워는 눈과 귀 그리고 손의 촉감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조작감을 통해 독특한 긴장감을 전달한다.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하사받은 ‘블레이드 오브 카오스’란 두 개의 체인블레이드를 사용해 주인공 크라토스가 선보일 수 있는 스킬은 총 21가지. 이외에도 신의 분노, 포세이돈의 창, 포세이돈의 분노, 메두사의 주시, 제우스의 격도, 하데스의 군사, 아르테미스의 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서브액션을 통해 구사할 수 있는 스킬도 24개나 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총 45개의 스킬을 자신만의 취향에 맞게 조합해가며 전투를 진행해야 한다.
▲다양한 타입의 공격방식과 스킬을 제공하는 갓 오브 워. 업그레이드를 통해 모두 사용해볼 수 있다. 모든 조작법을 암기한다면 말이다 |
게다가 갓 오브 워의 스킬조합은 스킬 간의 사용 딜레이가 적은 편이이서 상당히 부드럽게 다음 동작으로 연계되고 약간의 여유만으로도 충분히 스킬연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다양한 스킬연계를 통해 몬스터를 쉴 새 없이 공격하며 갓 오브 워만의 화끈한 타격감을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니시와 스킬연출이 굉장히 잔혹하면서도 화려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화면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타격감은 생각 외로 뛰어나며 화려하다 |
특히 갓 오브 워는 ‘D의 식탁’과 같이 제시된 버튼액션을 따라하는 방식의 전투미니게임을 피니시로 제공해 숨가쁘게 진행되는 전투 속에서 플레이어게 선택을 요구한다. 이 미니게임을 이용해서 몬스터를 물리치면 단순히 버튼을 따라 누르는 것만으로도 대미지를 입지 않고 전투를 끝낼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것이다.
하지만 미니게임에 이르는 동안 다른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을 확률이 높고 미니게임을 실패하게 되면 일반 공격보다 더 큰 대미지를 입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는 극적 긴장감과 쾌감을 동시에 높여줄 수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실패가 뼈아픈 고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레벨이 높을 수록 이는 더해질 것이다 |
이런 전투 외에도 벽타기나 줄타기, 제한된 부비트랩에서의 이동 등 갓 오브 워는 전투뿐만 아니라 게임전반에서 조작에 대한 긴장감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하고 있다.
▲벽타기, 외나무 건너기 등의 액션을 통한 긴장감은 조족지혈이다. 여기에 제한시간이란 요소가 더해지면 어떻겠는가? |
갓 오브 워가 듀얼쇼크를 통해 필자에게 가져다준 충격은 일일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갓 오브 워를 플레이해 본 유저들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정도로 상당한 극적 긴장감과 몰입감을 제공했다.
▲눈과 귀가 함께 즐겁다
PS2용 타이틀 개발에 대한 라이브러리와 그래픽 구현기술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황혼기에 발매된 타이틀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갓 오브 워의 그래픽은 상당한 수준이다.
해상도의 차이 때문에 PC게임과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다른 PS2 타이틀과 비교하면 갓 오브 워의 그래픽은 상당히 깔끔하고 정갈하게 표현된 것을 알 수 있다.
▲둘 다 게임화면이다. 특히 왼쪽 올림푸스 신전은 명화같은 느낌을 준다 |
복잡한 당시의 건축양식과 복식 등을 고스란히 게임화면에 담아낼 정도로 갓 오브 워의 배경 및 캐릭터 모델링은 매우 세밀하고 깨끗하다. 끊임없이 펼쳐진 필드 중 가시권에 있는 구조물을 모두 표현하는 것은 기본이다. 갓 오브 워는 모든 광원에 대한 효과를 충실하게 표현해내고 있으며 모든 재료에 대한 질감도 높은 퀄리티로 재현해냈다.
▲건축양식, 질감표현 등은 수준급이다. 신전 대리석 바닥에 투영되는 하늘의 모습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캐릭터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스킬을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만큼 갓 오브 워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투가 메인소재이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전투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갓 오브 워는 공격할 때, 가드할 때, 로프에 매달렸을 때, 로프에 매달린 채 전투를 할 때, 벽에 매달릴 때, 적이 덮쳤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모두 제공하고 있으며 특정 상황에서는 그에 맞는 동작이 자동으로 취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인 상황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표현되고 있으며 게임화면의 퀄리티가 동영상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갓 오브 워의 표현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장소의 사진이다. 어느 것이 게임화면이며 어느 것이 동영상인지 구분할 수 있겠는가? |
갓 오브 워가 외향적으로 주는 즐거움은 시각적인 즐거움뿐만이 아니다. 갓 오브 워는 타격감과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기 위해 적절한 사운드 효과에도 신경 쓰고 있다. 배경음악을 제외하고는 무기 타격 시 발생하는 소리와 적의 비명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을 배가시킬 정도의 수준으로서는 손색이 없다. 프로그래시브 스캔과 와이드 화면 그리고 서라운드까지 제공되는 다양한 시청각적 옵션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양이 준비된다면 그 이상의 재미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갓 오브 워의 시청각 효과는 상당한 수준이다.
비관에 빠진 스파르타 전사 크라토스와 전쟁의 신 아레스 그리고 아레스의 업을 풀어주려는 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전쟁의 무모함을 일깨워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갓 오브 워는 앞서 설명했던 스토리, 그래픽, 사운드, 게임구성내용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쟁은 무엇인가? 갓 오브 워는 마지막에 물음을 던진다 |
리뷰 내내 큰 단점 없이 장점만 늘어놓을 정도로 내, 외적으로 세심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갓 오브 워. 잔혹하고 거침없는 표현 덕택에 국내 발매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타이틀이지만 SCEK 내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타이틀인 만큼 기대해 볼만한 타이틀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