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와 캡콤의 25년 게임역사가 이 타이틀에 녹아 있다(남코 크로스 캡콤)
2005.06.09 17:47게임메카 송찬용
X-MEN vs 스트리트 파이터, 마블 수퍼 히어로즈 vs 캡콤을 시작으로 SNK VS 캡콤까지 서로 다른 회사가 판권을 소유한 캐릭터들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만나 새로운 오리지널 타이틀을 탄생시킨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이하 이런 타이틀을 필자는 퓨전 타이틀이라 부르겠다). 까다로운 판권 관리와 시스템이 전혀 다른 두 작품을 하나로 합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진데 이런 퓨전 타이틀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설까?
이미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해 홍보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다른 곳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오직 게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의 협연이기에 과감하게 시도된 것이리라(그러고 보니 공교롭게도 앞서의 타이틀들은 전부 대전격투게임 장르였다).
▲ 마블 수퍼 히어로즈 VS 캡콤 2 뉴 에이지 히어로즈의 스크린샷 |
어쨌거나 이런 전례를 바탕으로 새롭게 두 회사가 만나 퓨전 타이틀을 만들었다. 기존의 퓨전 타이틀이 대전격투게임 장르에 한정된 것과 달리 전술 시뮬레이션 장르로 태어난 ‘남코 크로스 캡콤(이하 NcC)’이 그것이다. 기존의 전술 시뮬레이션 게임이 일정 공식에 의해 전투가 자동으로 이루어졌던 것과는 달리 대전격투게임처럼 플레이어의 입력에 의해 전투가 진행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탑재한 ‘NcC’은 거대 메이커 남코와 캡콤의 협연이라는 것, 개발사가 ‘제노사가’ 시리즈를 만든 모노리스 소프트라는 것 등 발표 당시부터 많은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다.
NcC은 퓨전 타이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의미있는 작품인지, 아니면 단순히 유명세를 통해 돈을 벌어보려다 실패한 졸작인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참고
서로 다른 회사들이 판권을 가진 캐릭터들이
한 작품에서 만난 타이틀을 언급할 때 ‘수퍼로봇대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대전격투게임 세 타이틀과는 장르가 다르다는 점에서, 그리고
NcC와는 등장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원작인지 게임 원작인지라는 점에서 조금씩
다르다고 볼 수 있다(수퍼로봇대전은 애니메이션 원작 캐릭터들이 만나 게임으로
태어난 경우고 NcC은 게임 원작 캐릭터들이 모여 게임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 수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최신작 ‘제 3차 수퍼로봇대전 α |
총출동
캐릭터들의 매력
NcC에는 무려 200여 명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 캐릭터들은 전부 남코, 캡콤의 게임에 주연 또는 조연, 하다 못해 단역으로라도 등장했던 캐릭터들이다.
레이지, 샤오무, 사야 등 NcC 오리지널 캐릭터를 비롯해 소울칼리버의 미츠루기, 제노사가 에피소드 1의 KOS-MOS, 바이오 해저드 건 서바이버의 브루스 등 비교적 최신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디그더그의 호리 타이조우, 왈큐레의 전설의 왈큐레, 마계촌의 아더 등 양사의 25년간에 걸친 게임 캐릭터들이 총망라되는 것이다.
비단 겉모습만이 아니다. 원작 게임에서 그들이 사용하던 기술들도 NcC에서 생생히 재현된다. 스트리트 파이터, 뱀파이어 헌터 등 대전격투게임 기술들은 재현이 쉬운 편. 하지만 디그더그와 캡틴 코만도, 로스트 월드 등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기술 역시 NcC는 완벽히 재탄생시켰다(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철권 헤이하치의 10단 콤보).
이처럼 서로 다른 게임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그 중에는 기억 속에만 아련히 남아 있는 고전 게임도 상당수 있다)을 하나의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NcC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오리지널 캐릭터인 레이지(왼쪽)와 샤오무(오른쪽). 참고로 샤오무는 인간이 아니라 몇 백년 묵은 여우다(귀를 보면 알 수 있다) |
▲ 많은 캐릭터들이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점은 분명히 칭찬할만한 점이다 |
기존
게임과 다른 NcC의 행동력 시스템
게임으로서 NcC의 장점 중 하나는 AP로 표시되는 행동력 시스템이 참으로 절묘하다는 것이다.
NcC는 아군 턴, 적 턴의 구분 없이 세미 리얼타임 방식으로 캐릭터들의 행동이 결정된다. 각 페이즈마다 캐릭터들은 1씩 AP를 회복하며 AP가 10인 캐릭터들은 행동할 수 있다. 이동, 공격, 대기에 각각AP를 1, 3, 1씩 소비하게 되는데 어떤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즉, AP를 얼마나 많이 소모했느냐) 다음에 AP가 10이 되는 시기가 달라지고 다음 행동순서가 결정되는 것이다.
▲ 행동순서가 이렇게 표시된다. 다음에 어떤 캐릭터가 행동하는지를 알고 있으면 전략 수립에 많은 도움이 된다 |
예를 들어 페이즈 1에 AP가 10이 되어 행동이 가능해진 ‘류’가 있다고 하자. 이 캐릭터가 이동한 후 적을 공격하면(공격 후에는 자동 종료) 1+3, 즉 AP를 4만큼 소모하게 되어 행동력이 6이 된다. 1페이즈마다 AP를 1씩 회복하므로 류는 4페이즈 후, 즉 페이즈 5가 되어야 다음 행동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이동 후 공격을 하지 않고 그냥 대기를 실행하면 AP를 2(1+1) 소모하게 되어 페이즈 3에 다시 행동할 수 있고, 그냥 그 자리에서 대기를 실시했다면 페이즈 2에 다시 행동이 가능해진다. 즉 얼마나 필요 없는 행동을 자제하고 이후 이 캐릭터가 언제 행동이 돌아오게 되는지를 플레이어가 파악하게끔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택틱스 오우거의 ‘무게’를 이용한 세미 리얼타임 방식과 유사하다(택틱스 오우거에서는 캐릭터의 무게만큼의 게임상 시간이 흐른 후 행동할 수 있는데, 공격이나 이동 중 하나만 실행한 후 행동을 종료하면 다음 차례까지 시간이 25% 단축되고, 그 자리에서 대기를 실시하면 시간이 50% 단축된다).
▲ 행동순서 일람표. 이걸 보면 언제 누가 공격할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하지만 NcC는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때 AP를 사용해서 방어하거나 반격할 수 있고, 익스트라 방어를 통해 AP를 축적할 수도 있어 캐릭터의 행동순서가 어느 정도 바뀔 수 있다. 페이즈 1에서 행동력을 AP를 4 소비한 류가 있다고 하자. 그냥 놔두면 류는 페이즈 5가 되어야 행동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페이즈 1에서 적이 공격을 해와 AP를 1 소비해 방어를 했다면(대미지를 절반으로 줄임) 류의 AP는 5로 줄어들고 페이즈 6이 되서야 행동이 가능해진다. 만약 익스트라 방어를 통해 AP를 1 회복했다면 오히려 페이즈 4에서 행동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방어 시에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다음 캐릭터의 행동순서가 결정된다는 점도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참고
수퍼로봇대전, 대전략 등으로 대표되는 전술
시뮬레이션은 보통 아군의 행동이 모두 끝나면 적의 행동이 시작되고, 적의 행동까지
모두 끝나면 한 턴이 끝나 다음 턴이 시작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마법이나
스킬 등 특정 시스템을 이용한 경우를 제외하곤 턴제 시스템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1턴에 한 번만 행동이 가능하다.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전투 시스템
파트 1. 공격
기존의 전술 시뮬레이션이
아군과 적의 공격력, 방어력에 따라 전투 결과가 자동으로 결정된 것과 달리 NcC는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전투 결과가 달라진다.
일단 전투 자체를 플레이어가 조정해야 한다. 방향키와 ○ 버튼의 조합에 따라 5가지의 기본 공격법이 있는데 공격이 발동되는 타이밍과 어떤 공격을 구사할지 플레이어가 정해야 하는 것. 적을 공중에 띄운 후 들어가는 공격은 대미지 보정에 의해 대미지가 늘어나므로 최대한 공중콤보를 이어가며 대미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 최대한 대미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
▲ 기본 공격 5가지를 모두 성공시키면 이렇게 보너스를 얻을 수 있다 |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5가지의 기본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면 HP회복, MP회복 등 추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공격마다 대미지가 다르므로 5번의 기본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는 것보다 가장 공격력이 높은 기술을 5번 연속으로 넣는 것이 오히려 대미지 면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다. 또 공격마다 속성이 정해져 있고, 적에게도 속성 방어력이 있어 어떤 공격을 조합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냥 무작정 아무렇게나 입력해도 진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많은 대미지를 기록하고 싶다면 이처럼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
▲ 각 기술마다 정해진 속성이 있다 |
▲ 공격할 때 화살표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적의 속성 방어가 좋아 원래보다 낮게 대미지가 나온다는 의미. 반대로 위로 올라간 것은 대미지가 많이 나오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
파트 2. 방어
NcC에서 방어 시
플레이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은 상당히 많다. 기본적으로 노가드(대미지 100%, 필살
게이지와 기절 게이지가 많이 상승), 통상방어(대미지 1/2, 방어 익스트라 입력이
가능, 게이지 상승률 저하), 전투회피(대미지 1/2, 가끔 크리티컬이 발생)가 가능하며
‘감싸다’ 기능을 가진 유닛이 인접해 있다면 ‘감싸다’ 커맨드(감싸는 유닛이
방어를 맡게 되며 대미지가 1/4로 줄어든다), 카운터 회피나 카운터 반격 기능을
가진 유닛이라면 필살 게이지와 AP를 추가로 소모해 대미지 0, 반격을 고를 수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통상방어다. 일단 대미지를 줄일 수 있으며 AP를 1 소모하긴 하지만, 방어 과정에서 화면에 표시되는 상대의 공격 커맨드를 재빠르게 입력하면 방어 익스트라가 발생해 AP를 최대 2만큼 회복할 수 있다(결과적으로는 AP를 1 회복하는 셈). 대미지도 줄이고 AP도 회복할 수 있는 만큼 통상방어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카운터 공격을 가진 캐릭터는 한정되며 캐릭터마다 발동하는 기술 이름이 다르다 |
▲ 통상방어 시 표시되는 방향키를 재빠르게 입력하면 방어 익스트라가 쌓인다 |
더딘
게임 진행은 큰 흠
앞서 말한 통상방어는 대미지도 줄이고 AP도 회복할 수 있어 게임 진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적의 공격에 의한 전투 경과를 직접 보면서 커맨드를 입력해야 한다. 즉 게임 진행에는 유리하지만 실제 플레이 시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전투회피는 대미지만 표시되고 전투 경과는 보여주지 않는다). 적들이 많이 등장하는 중반 이후의 스테이지에서는 일일이 통상방어를 할 경우 클리어에 2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 플레이어가 공격할 때는 타이밍과 대미지를 고려하느라 별로 시간이 아까운 줄 모르지만 방어 시에는 단순히 방향키만 입력하기 때문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불필요하게 많은 스테이지도 문제다. 프롤로그 5화를 비롯해 총 50개의 스테이지는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단순 전투의 반복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단서 하나만 찔끔 보여주고 도망가는 적들…. 고작 몇 마디 정보를 들으려고 2시간 가까이 스테이지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비싼 정보료가 아닌가. 2~3개의 스테이지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를 스테이지 하나에 구현되게 만들었다면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다 보니 같은 스테이지에 모든 캐릭터가 출전할 수는 없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게임은 이벤트 진행에 필수적인 캐릭터만 강제로 출격시키고 다른 캐릭터들의 출격 여부는 플레이어의 결정에 맡긴다. 그러나 NcC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곳으로 캐릭터들을 분리시켜 놓아 동시에 전투가 진행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환상계에서 물질계로 공간전이를 했다고 하자. 다른 게임이라면 물질계로 와서 전투가 벌어질 때 캐릭터 선택을 플레이어에게 맡겼다. 하지만 NcC에서는 물질계로 오는 과정에서 아군 유닛들이 뿔뿔이 흩어져 2~3곳에서 전투가 동시에 일어나게끔 만든다. 10명 정도씩 아군 유닛이 A, B, C로 각각 흩어져 전투가 벌어진 후 다시 합류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니 게임진행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플레이어의 진을 빼놓는다.
▲ 약간의 타임 루스는 있었지만 22회 진행 중인데 플레이 시간은 60시간을 훌쩍 넘었다… |
이런 부분이 더해졌으면…
이밖에도 기술의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있어서 레벨 업에 따라 자동으로 기술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즈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적들의 늘어나는 체력에 비해 위력은 크게 변하지 않아 존재의의가 희박해지는 MA(멀티플 어썰트-일종의 맵공격이라 생각하면 된다)도 더 강화시켰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NcC은 분명 독특한 게임이다. 독자적인 행동력 시스템과 지루하지 않은 전투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늘어난 유닛들을 어떻게 게임 중에 녹일지, 플레이어가 받아들이는 플레이 템포 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만약 후속작이 등장한다면, 아니면 이런 타입의 다른 게임이 나오게 된다면 NcC의 단점들을 보완해 더욱 플레이하기 편한 게임으로 나와주었으면 한다.
▲ 진의 기술표. 다양한 기술을 플레이어 맘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
▲ 브루스&레지나와 펑링&레이레이의 멀티플 어썰트 |
많이 본 뉴스
- 1 페이커 “찝찝함 남은 우승… 내년엔 더 성장할 것“
- 2 [롤짤] 롤드컵 우승 '진짜 다해준' 페이커
- 3 몬헌 와일즈 베타, 우려했던 최적화 문제에 발목
- 4 ‘스타듀 밸리’ 모바일 버전, 비밀리에 멀티 모드 추가
- 5 이제 본섭은 어디? 소녀전선 중국 서비스 종료한다
- 6 예비군·현역 PTSD 오는 8출라이크, '당직근무' 공개
- 7 컴투스, 데스티니 차일드 기반 방치형 RPG 신작 낸다
- 8 닌텐도, 스위치 2에서 스위치 게임 하위호환 지원한다
- 9 [오늘의 스팀] 헬다이버즈 2 정상화 완료
- 10 굿즈 수집과 시연 다 잡는 지스타 2024 관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