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4인방의 게임 도전기(마다가스카)
2005.08.09 11:07프리라이터 최낙윤
크게 히트한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게임으로 제작하는 것은 이쪽 업계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많은 제작자들이 아예 영화,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게임 제작을 염두에 두고 해당 영상물의 흥행과 함께 게임 판매 수익도 노린다는 형태의 장사 수완까지 발휘하는 실정이다.
뭐,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는 재미를 얻을 수 있고, 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캐릭터나 세계관을 창조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나 할까? 지금부터 살펴볼 Xbox용 게임 ‘마다가스카’ 역시 동명의 영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영화를 즐겁게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 주목해 볼만 ?하겠다.
게임 제작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만들어진 게임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특히 ‘닳고 닳은’ 게임 마니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류의 게임에 대해 ‘적당히 분위기만 살려주고 캐릭터만 제대로 움직이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이번 리뷰 역시 이러한 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볼 생각이다.
게임 ‘마다가스카’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원작 영화의 캐릭터는 물론, 배경에 이르기까지 그럴싸하게 복원(?)하고 있다. 뭐, 3D 게임답게 여기저기 폴리곤의 경계선이 보이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문제라면 이 시대의 다른 게임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그다지 흠잡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게임의 그래픽에 대한 그 밖의 설명은 아래쪽 사진 두 장으로 대체하겠다. 보시다시피 게임 ‘마다가스카’의 그래픽에서 그다지 흠 잡을 만한 곳은 없다. 참고로 왼쪽 사진이 게임 ‘마다가스카’의 스크린 샷, 오른쪽 사진이 원작 영화의 스크린 샷이다.
▲ 왼쪽이 게임 ‘마다가스카’의 스크린 샷이고 오른쪽이 영화 ‘마다가스카의 스크린 샷이다. 그리 큰 차이가 없다 |
게다가 다양한 이벤트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게임 ‘마다가스카’의 큰 장점이다. 물론 한글 자막조차 나오지 않는 탓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지만, 캐릭터들의 표정연기(?)가 상당히 뛰어나므로 그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벤트 도중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이벤트가 넘어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진다는 것. 이벤트 도중 전화가 걸려 와도 걱정 없이 잠시 멈춰두었다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제작진들의 배려가 돋보인다. 물론 이벤트가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A버튼을 눌러 이벤트를 넘겨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겉보기만 그럴싸하다고 해서 좋은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화끈한 그래픽에 끌려 구입했다가 ‘너무 지루해서’ 혹은 ‘조작감이 거지같아서’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이 바닥에서는 흔히 있는 일.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무 지루하거나 조작감이 형편없는 게임은 좋은 게임이 아니므로 리뷰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제작사에서 거액의 광고를 의뢰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다행히 게임 ‘마다가스카’는 그리 지루하지 않은 편이다. 게임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동물 네 마리(사자 알렉스,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는 각각 적을 쫓는 울부짖기나 몰래 숨기, 엉덩이 치기 등의 독특한 필살기를 3개 이상 가지고 있어서 이것저것 가지고 노는 재미가 꽤 좋다. 또 각 스테이지 별로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미니 게임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있다는 점도 충분히 칭찬해 줄만한 부분이다.
플레이 자체가 그리 지루하지 않은 대신 이 게임에서는 ‘자유도’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플레이어가 활용할만한 오브젝트들은 모두 정해진 방향대로만 움직이고, 스테이지 구성 역시 직선적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교과서 플레이’ 이상의 것을 해 볼 수가 없다. 일단 한 번 클리어 하고 나면 가끔 미니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 말고는 이 게임을 다시 게임기에 넣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정해진 상황에서 정해진 플레이만을 강요받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
뭐, 사실 이점은 최근에 출시되는 패키지 형태의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며, ‘마다가스카’가 특별히 플레이 시간이 짧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크게 책잡힐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 게임의 다른 문제점에 비하면 자유도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게임 ‘마다가스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바로 ‘시점’이다. 약간만 바쁘게 움직여도 카메라가 플레이어 캐릭터의 시점을 따라잡지 못한다! 조금 알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캐릭터가 보는 방향과 플레이어가 보는 방향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행히 게임의 난이도 자체는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시점 문제로 게임 오버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시점 고정 버튼을 눌러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갑갑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또한 점프를 활용해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할 때도 일일이 시점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 흐름이 끊겨버리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덕분에 게임 진행마저 은근히 더딘 감이 있다(이는 지루함과는 별개의 문제다).
자, 이제 이상의 결론들을 종합해 보자. 게임 ‘마다가스카’는 게임 마니아들에게 칭찬받을만한 물건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헐리우드’ 특유의 발랄한 감각과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좋아할만한 사람들, 특히 어린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Xbox 유저들 중에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둔 성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 가끔은 이렇게 폭력적이지도 않고 누구나 쉽게 할 만한 게임을 들고, 조금 일찍 귀가해서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좋은 부모’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 물론 하루 저녁 정도만 투자하면 그 이후에는 자녀들에게 시달리지 않는 느긋한 저녁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마다가스카’가 그리 어려운 게임도 아니고 또한 아이들은 배우는 것이 빠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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