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녀’보다 궁금한 그녀! 북유럽 여신 발키리의 화려한 귀환(발키리 프로파일 2 : 실메리아)
2006.07.07 16:02게임메카 김지연
▲ ‘엘프녀’보다 궁금한 그녀! 북유럽 여신 발키리의 화려한 귀환
이대로 무너지는가 아트 싸커~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새 프랑스는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영웅은 나중에 등장한다더니, 늙은 수탉소리 듣다 뒤늦게 호평 받는 프랑스팀 처럼 비운의 명작 소리를 떨치기 위해 2탄을 만든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발키리 프로파일2 실메리아다.
몸 속에 영혼을 바글바글 넣고 다니는 헌팅의 귀재. 찍은 영혼은 반드시 데려간다는 '천상의 작업녀' 발키리. 전작에서 둘째 딸 레나스가 PS의 황혼기에 멋지게 강림했다면 이번에는 막내 딸 실메리아가 PS2의 황혼기에 하늘을 박차고 인간세계로 가출을 감행했다. 다중 인격 왕녀 아리샤와 집 나온 막내딸 실메리아가 펼치는 기상천외 재기 발랄 환상 모험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비극적인 인간의 이야기와 웅장한 신화가 잘 어우러진 대작 롤플레잉 게임이다.
▲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표정이 안 좋은 두 사람. 얼굴에 ‘비극’이라고 써 있다. |
발키리는 라그나로크라는 최후의 싸움을 위해 영웅들의 혼을 모으는 여신을 말한다. 게임 내에서는 세 명의 여신으로 대표 되는데 아리, 레나스, 실메리아가 그들이다.
▲ 참 할 것도 많고 서두도 길다
전작 레나스에서 몇 백 년 전의 세계, 실메리아는 주신인 오딘과 대립하다 디팡의 왕녀 아리샤의 몸속에 봉인 되었다. 따라서 아리샤의 몸속에는 발키리인 실메리아 뿐만 아니라 실메리아가 발키리로 열심히 일하면서 모아둔 영웅들의 혼 즉 에인페리어들도 함께 있다.
오딘은 아리샤에게 실메리아를 내놓지 않으면 디팡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 아리샤의 아버지이자 디팡의 왕인 바르바롯사 왕은 어차피 싸울 생각이었다고 맞받아치면서 대립은 심해져 간다. 아리샤는 디팡을 구하기 위해 오딘과 싸워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실메리아가 데리고 있던 에인페리어를 해방시키려 한다. 하지만 실메리아는 봉인된 존재이기 때문에 아직 불완전해 그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다. 에인페리어에게 육체를 부여하려면 생전의 유물을 찾아내야 한다.
▲ 유물을 찾아서 |
▲ 외계인(동료)을 부른다 |
이런 기나긴 서두는 이 게임의 큰 장점인 잘 짜인 스토리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처럼 시작되는 오프닝. 매력적인 조연의 출연. 그리고 수수께끼.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과 우정으로 뭉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상황이다. 각각의 인물은 비밀을 가지고 있어서 이벤트를 보면 볼수록 알쏭달쏭하다. 언제 누가 파티를 떠날지 혹은 적으로 돌변할지 그 속을 파악할 수 없는 인물들의 정체에 대한 추측은 이벤트 화면에서 대사 없이 표정 클로즈업으로 무언가를 암시하는 연출도 한몫 거든다.
▲ 영화 같은 시작이지만 |
▲ 첫 만남 부터 불신 불만 |
▲ 당당히 사기를 치는 실메리아 |
▲ 어물쩍 넘기는 아리샤 (호흡이 척척~) |
▲ 발키리의 꽃 전투시스템
스퀘어에닉스가 발매 했지만, 제작사는 바로 테일즈, 스타오션 시리즈로 유명한 RPG 전투의 명가 ‘트라이 에이스’다. 사실 횡스크롤 방식이나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방식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전 테일즈 시리즈와 비슷한 조작방식인데 다른 점이라면 파티 4명을 전부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 동료도 많고 직업도 다양하니 여러 가지 파티로 즐길 수 있다 |
발키리에서는 파티 전체를 조작해 ‘콤보’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전투시스템의 또 다른 장점이 나타난다. 적을 공중에 띄우는 기술이 있고 각 캐릭터의 기술에는 상단 공격, 하단 공격이 나뉘어 있다. 결국 콤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캐릭터의 공격 순서를 다양하게 조합해야 한다.
▲ 일반 전투 조작과 마찬가지로 결정기의 조작도 버튼하나로 끝난다 |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만 반복하면 허공을 힘차게 가르는 칼질이나 저 멀리 사라지는 화살, 불꽃놀이 마냥 혼자서 펑펑 터지는 마법을 볼 수 있다.
완벽한 조합으로 콤보 100을 달성했을 때에는 화려한 효과의 결정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결정기도 순서를 잘 생각하지 않으면 한두 번으로 끝나버리니 대충 누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발키리에서는 버려야 한다.
전투 시 캐릭터의 공격이나 마법도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고 특히 결정기의 박력 있는 연출은 99에서 콤보가 멈췄을 때의 아쉬움을 더욱 크게 한다.
▲ 이승엽 선수(?) 홈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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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님 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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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은 전작이 그랬듯이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거기다 16:9 비율의 화면과 프로그래시브를 지원하기 때문에 더 좋은 화질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벤트 화면이 수준급인건 물론이고 마을의 지나가는 사람의 복장까지 세심하게 표현했으며 건물 내부도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 각 마을 특유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고 작은 것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
대부분의 동영상과 결정기는 스킵이 가능해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하다. 던전은 길지 않고 광자를 이용하는 퍼즐은 어렵다기 보다는 자신의 잔머리 지수를 측정해 보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야기의 진행에는 거의 무리가 없기 때문에 퍼즐이 싫다면 그냥 아이템을 포기하면 된다. 전작의 정석과 마찬가지로 광자를 이용해 적을 잠시 고정시켜둘 수 있다. 가능한 한 전투를 피하면서 던전을 돌아다닐 수 있고 봉인석의 위치를 파악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 아리샤의 결정기에도 등장하지만 맵에서도 참 쓸모가 많은 광자 |
▲ 장점이 바로 단점이다
앞에서 발키리 프로파일의 장점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재미있는 전투를 들었다.
그런데 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한, 일 동시발매’라는 웃는 얼굴 아래에는 게임 중에 전혀, 단 한 자의 한글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엄청난 그림자가 있다. 물론 동시발매라는 시간적 상황과 한글화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큰 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현 상황을 생각해 볼 때 ‘한글화’ 보다는 ‘한일 동시발매’가 더 현명한 선택 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역시 게이머로서 아쉬움이 남는다.
▲ 점프, 메뉴 같은 간단한 단어들이지만 한자와 뒤섞인 물 건너 글씨는 ‘지대 압박’이다 |
만약 전작 레나스를 플레이 해 본 일본어를 모르는 게이머라면 그냥 적당히 움직이다가 이벤트가 벌어지면 스킵하고,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몹시 심각한 주인공들의 얼굴을 구경하면 된다. 물론 전투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고 동봉된 매뉴얼도 있으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작도 플레이 하지 못했고 '조작치'에 일본어도 하나도 모르는 '어린양'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일단 시작은 하겠지만 매뉴얼도 복잡하고.... 결국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사진이 곁들여진 완벽한 공략집과 대사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 스킬 하나 배우려고 해도 뭔 말인지 알아야.... |
사실 발키리는 참 상냥한 게임이다. 길을 찾을 필요도 없고, 챕터 1은 거의 튜토리얼이라고 보아도 좋을 진행이며, 던전을 헤쳐 나가며 재미있게 시스템을 익힐 수 있게 되어있다. 설명도 풍부하다. 하지만 이것은 전부 ‘일본어를 이해했을 때’라는 조건이 붙는다. 우리나라 게이머를 위해서 자세한 매뉴얼이 제공되지만 역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겪지 않아도 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 친절하게 적혀 있어도 들어가 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다 |
발키리에서 결정기를 사용하려면 결정기가 가능한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대마법을 사용하려면 대마법이 가능한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어와 영어가 가득한 화면 속에서 어떻게 가능과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찾을 것인가.
▲ 이렇게 멋진 대 마법, 써봐야 하지 않겠는가! |
또 결정기가 가능한 무기는 상점에 파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템을 조합하여 게이머가 만들어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무기를 만들기 위한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는 몬스터는 상점 안에서 메모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이것도 일본어다.
게임을 하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은 웃지 못할 농담이다.
여러 왕국이 등장하는 발키리의 세계관. 새로 입수한 동료의 프로필에 씌여 있는 캐릭터의 구구절절한 사연들. 큰 줄거리는 전작을 플레이 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좀 더 깊은 스토리에 빠져들고 싶다면 이런 사전 지식은 필수이다.
특히 전투 종료 시에 한마디씩 하는 대사는 각 캐릭터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놓치기 아깝다.
▲ 엄마! 쟤네 너무 쎄~
발키리의 두 번째 단점은 속도감과 다이내믹함에 중점을 둔 전투에 비해서 던전의 초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데 있다. 던전 자체를 공략하는 것보다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같은 던전 안을 뱅글뱅글 도는 일이 더 많다.
밸런스 조정의 의미가 있겠지만 문제는 같은 던전에 존재하는 필드가 몇 개 되지 않고, 리더가 매번 같은 자리에 등장한다는데 있다. 등장하는 적들도 패턴화 되어 있어서 갈수록 리더만 노려 한 번에 끝장내는, 경험치를 올리기 위한 ‘노가다’의 성격이 강해진다.
▲ 열심히 해보라는 듯 ‘경험치 2배’의 봉인석을 준비해 둔 제작진 |
고저차를 이용해 공격이 가능한 필드는 재미있는 요소지만 기둥이나 계단에 적이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그냥 뒤로 돌아가서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 또 대시 중간에 맵에 걸려 파티원을 잃어버리는 경우 조작이 복잡해진다.
▲ 고저차가 확실한 필드는 재미를 주지만 캐릭터가 뜨거나 적이 걸리는 등 시점이 불안하다 |
▲ 2인용이~ 2인용다워야~ 2인용이지~
발키리는 독특하게도 플레이 가능 인원이 1~2명이다. 온가족이 다 함께 즐기는 발키리가 되고 싶었던 걸까. 형제, 자매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구경꾼에게 할 일을 만들어 준 것일까. 나이 어린 자녀가 2P가 되고 부모님이 1P가 되어 진행을 주도한다면 확실히 아름다운 가정용 게임이 되었을 듯도 하지만, 과연 12세 이용가의 게임을 어린 자녀와 함께 하실 명랑한 부모님이 계실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 2P가 조작 가능한 캐릭터는 전투화면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파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기왕이면 파티를 나눴을 때 각각의 파티를 1P와 2P가 나눠서 맡을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보너스로 대전모드라도 넣어 주지 않는 한, 두 사람이 즐기기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 대전 발키리! 절대 나올 리 없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
발키리 프로파일 2 실메리아는 명작RPG라고 불러도 좋을 수작이다. RPG이면서 전투가 박진감 넘쳐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래픽은 최근의 어떤 PS2 타이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물 흐르는 듯 부드러운 게임 진행은 매니아는 물론 발키리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운의 명작이었던 전작을 뛰어넘어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 몬스터의 깜찍한 행동이나 마을의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고 아이템을 받는 등 RPG적 요소가 업그레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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