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지만 단단한 스케일(메달 오브 아너:에어본)
2007.09.11 18:25게임메카 김시소 기자
모두들 말이 없다. 비행기 엔진의 굉음만이 시끄럽게 들릴 뿐이다. 우리는 이미 사지(死地)의 위를 날고 있다. 발 아래는 모두 우리를 반기지 않는 이들 뿐이다. 낙하등이 들어 왔다. 이제 낙하가 시작되면 여기 있는 사람 중 태반은 땅을 밟기 전에 죽을 것이다. 앞에 있는 동료가 시덥지 않은 농담을 지껄이지만 듣는 사람을 없다. 안전고리를 걸고 문 앞에 서니 바깥은 이미 낙하산 천지이다. 뛰어내릴까 말까. 제기랄! 나에게는 나의 움직임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허공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메달오브아너’의 최신작 ‘메달오브아너: 에어본’이 7일 국내에 출시됐다,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다양한 연출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던 시리즈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크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메달오브아너:에어본(이허 에어본’)은 공수부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이탈리아 군으로 이루어진 주축군의 중심으로 낙하해 연합군의 진출을 도운 미국 공수부대의 활약상이 ‘메달오브아너’ 최신작의 소재로 선택됐다.
이들 공수부대원들의 이야기는 이미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생존률이 채 50%도 안 되는 작전에 투입되는 공수부대원의 이야기는 전쟁의 비참함과 전쟁영웅에 대한 동경심을 한번에 불러일으키기 적절한 소재다. 그리고 ‘메달오브아너’ 시리즈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무난한 인터페이스와 한글화, 게임진행을 편안히 해줘
FPS게임 일지라도 각각의 미션을 해결하는데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다면 게임진행에 차질을 줄 수 밖에 없다. EA코리아를 통해 발매된 ‘에어본’은 한글화를 거쳤기 때문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한글화의 수준도 수준급이다. 브리핑 청취나 게임진행 도중 어색함을 느낄 수 없었으며 전장에서 실제 당시 군인들이 쓸법한 언어를 잘 선택해 분위기를 살렸다.
인터페이스 또한 전작에 비해 직관적으로 꾸며 한눈에 알아보기 편하다. 체력게이지는 4개로 나뉘어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했고, 무기의 경우에도 업그레이드 상태를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고 있다. 특히 수류탄과 같은 폭발물의 경우 째깍거리는 효과음으로 폭발예상 시간(수류탄 데우기, 쿠킹)을 알려줘 오감(五感)에 의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수류탄 다시 집어던지기’가 활성화 돼 있는 ‘메달오브아너’ 시리즈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부분은 꽤 세심히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시작 전 로비 부분도 최대한 간결하게 꾸며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게임에 꼭 필요한 부분만 전면에 내세워 (플레이 한번 하기 위해)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준다.
전장투입지점을 선택할 수 있으나 게임에 큰 영향은 주지 않아
‘에어본’이 특징으로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는 전장 투입지점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수 있다는 점이다. 조금 과장된 면은 있지만 맞는 말이다. 하늘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게이머는 자신이 플레이를 시작할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 시작점 선택의 폭은 꽤 넓은 편이라서 교회의 첨탑이나 지붕 위 혹은 적의 탱크 위에도 착지할 수 있다.
이런 자유도는 멀티플레이에서 꽤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션수행 방법의 ‘가지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에어본’의 이런 높은 자유도는 싱글플레이에서도 돋보인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장투입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플레이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에어본’의 싱글미션은 한 맵에서 동시에 3~4가지가 한번에 진행되는 ‘열린구조’를 띄고 있다. 게이머에게는 어떤 미션을 먼저 수행할지 정도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에서는 해결해야 할 목표가 분명히 설정되어 있어 정해진 루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어떤 미션을 먼저 할지, 적 탱크를 부술 때 바로 앞에서 수류탄을 던질지 아니면 지붕에서 던질지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디서 시작할지는 당신 마음
6개의 싱글미션 챕터, 스케일을 비교적 작아
전작에서 오마하 비치 상륙의 거대한 스케일을 경험한 게이머라면 ‘에어본’의 전장은 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에어본’의 싱글미션은 모두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허스키, 아발랑슈, 넵튠, 마켓가든, 바시티, 대공포대로 이루어진 6개의 챕터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것은 아군의 유타 해변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미션이 주를 이루는 넵튠이다. 게임 안에서는 비교적 큰 사이즈를 가진 넵튠이지만 2차 세계대전의 스케일을 느끼기엔 여전히 작다.
폭파, 침투, 암살 등 특수임무를 담당하는 공수부대를 소재로 한 만큼, ‘에어본’에서 대규모 인원이 등장하는 전투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대신 건물내부나 특수 구조물에서 펼쳐지는 전투가 많다. 하지만 스케일이 작은 대신 FPS에 적합한 숨고, 쏘고, 던지는 재미가 있다. 특히 후반에 배치되어 있는 바시티, 대공포대 챕터는 독일군 군수공장과 대공포탑을 배경으로 숨바꼭질 플레이가 가능하다.
작지만 촘촘하게 구성된 ‘에어본’ 맵은 플레이 스타일에도 영향을 준다. ‘에어본’에서 게이머는 웅크린 채 은엄폐 해있다가 질주하고 다시 숨는 플레이를 주로 해야 한다. 은엄폐-질주-총격전-다시 질주-은엄폐를 리드미컬하게 반복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과정에서 근접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언리얼엔진3 엔진으로 연출되는 폭파, 광원효과를 근거리에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에어본’의 강점이다.
람보형 플레이는 이제 그만! 무기 업그레이드 등 반복 도전할 과제 주어져
‘에어본’은 근접전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콘트롤이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작은 공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싸워야 하기 때문에 콘트롤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게임진행이 다소 어렵다. ‘에어본’의 난이도는 파견병, 보통, 전문가 등 세가지로 제공되는데 보통 이상으로 플레이 할 경우 ‘메달오브아너’의 전매특허인 무대포 람보 플레이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번에도 후방 및 동료들의 지원은 거의 없으므로 혼자 해결해야 한다. 단, 영리하게!
‘에어본’에는 줄잡아 200여 가지의 무기들이 등장한다. 모두 2차 세계대전에서 쓰였던 실제무기들로 철저한 고증에 의해 게임 속에서 구현됐다.
이들 무기들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5명 연속 사살 혹은 연속 헤드샷 등 특정한 조건을 만족 시켰을 때 ‘1급 사수 추천장’ 등을 통해 각 무기의 부속품이 제공 된다. 예를 들어 자동소총을 사용할 경우 확장된 탄창이나 개조총열이 지급돼 무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에어본’은 무기 사용에 꽤 많은 비중을 두어, 챕터에서 제공된 무기를 모두 활용해 임무를 마치면 훈장도 받을 수 있다.
무기 업그레이드는 각 파츠의 부품을 붙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반동감소, 정확도 향상, 스코프 제공, 탄창확장 등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부품이 제공된다. 한번 업그레이드 된무기는 영구 저장돼 게임 중에 무기를 교체하더라도 다음에 같은 종류의 무기를 선택할 때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내역이 적용된다.
빈약한 후반 연출은 옥에 티
▲ 대공포탑 챕터의 점프 이벤트씬
드라마틱한 연출(이벤트 씬). ‘메달오브아너’ 류의 FPS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부분이다. 아쉽게도 ‘에어본’은 이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 같다. 미션 시작 전 비행기 안에서의 연출 씬이나 브리핑 씬은 무난한 수준.
하지만 챕터별 미션을 완료하고 난 후 이벤트 씬이나 마지막 엔딩 장면은 빈약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부실하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FPS가 아니었다면 그리 신경 쓸 부분은 아니겠지만 ‘메달오브아너’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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