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플래닛 CBT 체험기-나의 별을 지켜줘!
2009.04.03 19:40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아바마마의 어이없는 명령으로 온갖 것을 붙여 별을 만들던 작은 왕자를 기억하는가? '괴혼?굴려라, 왕자님.'(제작사:남코)은 망가진 별을 '굴려서' 재건한다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어필했다. 그렇다면 갖은 고생하며 하늘로 떠나 보낸 수많은 별들, 과연 잘 있을까? 혹시, 뜻하지 않은 재앙에 또 부서져버린 것은 아닐까?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세상의 진리마저 깨우쳐주는 게임, MMORPG '에버플래닛'의 동그란 세상을 탐험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상은 원래 둥글다구! - 글로브 뷰
'에버플래닛'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독특한 카메라시점을 꼽을 수 있다. 이름마저 생소한 '글로브 뷰', 얼마나 색다르길래 이름을 새로 지었을까? 하지만 그 이름을 찬찬히 살피면 답이 나온다. '글로브'는 영어로 '지구', '뷰'는 시각이라는 뜻이다. 맵을 '지구'라 가정하면 시점은 마치 지구 주위를 도는 달처럼 캐릭터를 따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시선처리는 둥글게 디자인된 맵과 맞물려 게임이 아니라 작은 지구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개발진들은 이 독특한 시각을 로딩시간과 이동시간에도 활용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게임이 준비되는 로딩시간 동안, '에버플래닛'은 앞으로 플레이 할 맵의 전경을 유저들에게 보여준다. 게임이 시작되면 캐릭터를 태운 귀여운 비행기가 맵 전체를 크게 돌며 전반적인 필드디자인을 유저들에게 선보인다.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로딩시간에도 유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개발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동화의 세상 속으로 - 필드 디자인
필드디자인은 한 마디로 깔끔하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체감이 살아있는 필드디자인은 흡사 커다란 그림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늘색, 초록색, 황토색 등, 자연적인 색감을 활용한 측면도 ‘작은 지구’를 지향하는 개발컨셉과 잘 맞아떨어진다. 일단,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편안하지 않은가? 자칫하면 유치하고 조잡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보기 편하게 구성한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필드와 맵의 배치는 작은 필드를 서로 연결해 둥근 원을 이루는 형식이다. 흡사, 작은 천을 이어서 만든 단단한 축구공 같은 느낌이다. 각 필드들은 서로 '꼬리잡기'를 하고 있는 형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필드와 필드를 잇는 '꼬리'는 퀘스트다. 각 필드에 위치한 NPC의 퀘스트를 해결하면 바로 뒤에 연결된 필드의 소개와 함께 다음 퀘스트를 주는 형식으로 플레이어의 탐험 정신을 자극한다.
작은 별 속의 앙증맞은 디자인
필드디자인을 제외한 전체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기존작인, '메이플스토리'와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를 하며 '메이플스토리'를 떠올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이 단순화된 캐릭터 디자인이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필드와 잘 어울리지 않는가? 전작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 무조건적으로 따라 한 것이 아니라 필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개발진의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 'C9'이나 '마비노기 영웅전'을 위시한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디자인들 속에서, 친근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디자인이 오히려 신선해 보인다.
쌓인 체증도 한 번에! - 직관적이며 시원스런 전투방식
'에버플래닛'은 단순하고 편리한 조작법을 제공해 전투시, 짜릿한 타격감을 더했다. 스킬/아이템 사용 단축키를 키보드 왼손부분, 주요기능 단축키를 오른손부분에 분리하여 정리한 군더더기 없는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키보드사용을 극대화하여 손맛을 최대한 살리려는 개발진들의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플레이어들 역시, 최소의 컨트롤로 최대의 타격감을 맛보기에 충분한 인터페이스 구성이다.
RPG의 특성을 살린, 네 가지 직업군의 다양한 스킬들은 아기자기한 필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현재 전사, 마법사, 궁수, 도적, 4가지 직업을 서비스하고 있다. RPG의 대표격인 직업 구성에 발맞춰,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직접 플레이하며 만끽할 수 있다.
각 직업의 밸런스는 크게 무리가 없다. 특히 '마법사' 캐릭터의 경우, 숙련된 컨트롤능력요구와 초반의 낮은 HP와 MP, 물약 값의 압박 등의 문제로 보통은 초보유저들에게 외면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에버플래닛'의 마법사는 다르다. MP량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초반 데미지도 다른 캐릭터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실제로 상당수의 유저가 첫 직업으로 '마법사'를 선택했다.
'도적'에게만 있는 FP게이지와 버블시스템 역시 눈에 뜨이는 공격방식이다. 공격을 할수록 차오르는 FP게이지와 버블을 소모하여 강력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적은 MP량을 버블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CBT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직업의 독자적 공격시스템 업데이트도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전투만으로는 별을 구할 수 없다 - 다양하고 탄탄한 퀘스트
'별'을 지켜라, 라는 메인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수많은 퀘스트 역시,'에버플래닛'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직선형으로 이루어진 맵 구성을 활용하여, 한 별에 20~30개의 퀘스트를 마련해 놓고 있다. 퀘스트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하네아'별을 지키기 위한 행성 퀘스트부터 NPC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일반 퀘스트까지, 사냥과 레벨업에 지친 플레이어들의 활기를 되찾아줄 다양한 퀘스트가 마련되어 있다.
퀘스트 수행방식, 역시 다양하다. 보편적으로 알려진'몬스터사냥'과 '특정 아이템 모아오기'를 비롯하여 잠을 자다 잃어버린 별자리 판을 찾아준다거나, 우유를 직접 짜서 배달하는 퀘스트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생활 스킬들을 활용한 여러 퀘스트가 존재한다.
각각 퀘스트는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 플레이어들이 어려움 없이 출입필드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준다. 또한 초반 퀘스트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주요 기능의 사용법 안내에도 충실하여 처음 게임을 접한 플레이어들도 어려움 없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 무서울 정도로 친절한 촌장 할아버지.... |
'3D 메이플 스토리'는 안 돼!
무엇보다 전작인 '메이플스토리'의 분위기와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이는 기존 유저들에게 '익숙하다'기 보다는 '식상하다'라는 느낌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하다 못해, 데미지 효과까지 '메이플스토리'와 똑같이 처리되고 있다. 마치 '메이플 스토리'에 3D 형식 맵을 덮어씌운 것 같은 느낌이다.
▲ 캐릭터 생성창마저 비슷하면 어쩌란 말인가? |
물론,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은 중요하다. 후속작의 경우, 그 동안 게임을 열심히 즐겨준 기존 유저들에 대한 서비스적인 면에서 제작되기 때문이다. 그 연결점을 디자인에서 찾으려는 개발진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저들은 전작과의 연관성을 원하는 것이지, 똑같은 게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유저들은 '에버플래닛'만의 신선한 컨텐츠에 목말라있다. 기존의 포맷과 새로운 컨텐츠를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이번 CBT의 가장 큰 관건이 아닐까 싶다.
그 외,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점과 미니맵과 필드맵의 안내의 부족, 다소 부족한 워프포인트, 도움말메뉴의 부재 등도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CBT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시스템 불안문제'와 '몬스터 부족 현상'도 임시서버 증설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게임의 CBT치고는 깔끔한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유저들의 불만을 해결하려 첫 CBT 2시간 만에 임시점검을 실시하는 등, 게임의 완성도를 위한 개발진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 한 때, 생지옥이었던 '비 긋는 굴' 퀘스트.... |
'메이플스토리'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도 좋지만 기발하고 신선한 게임성으로 어필하는 멋진 게임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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