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티하츠, 늦게 나온 만큼 완성도는 끝내주네!
2010.10.13 17:46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리뷰를 준비하기에 앞서 걱정이 좀 있었다. 시장에 횡스크롤 액션 RPG를 표방하는 게임이 워낙 많아 또 비슷한, 그저 그런 양산형 게임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동장르 게임의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비슷한 형태로 많이 차용한 게임은 리뷰를 통해 의미 있는 평가를 내리기가 참 어렵다. 아쉽게도 ‘러스티하츠’ 역시 예외사항은 아니었다. 비주얼 액션, 웅장한 액션, 전율의 타격감, 신비롭고 잔혹한 스토리 등 슬로건이나 특징으로 내세운 것들은 잘 뜯어보면 이미 다른 게임에서 다 한번씩 써먹었던 것들이다. 기자가 비공개 테스트 기간 동안 꽤 흥미롭게 플레이했음에도 무작정 극찬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한 가지 예외사항은 있다. 바로 완성도다. 스테어웨이 게임즈가 4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발에만 전념한 탓인지,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꽤 높았다.
첫 비공개 테스트였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았던 까닭에 공개 서비스는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되며, 이에 따라 게임 자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이번 리뷰에서는 콘텐츠나 시스템 소개는 물론 ‘재미’에 대해서까지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방식
‘러스티하츠’의 세 명의 캐릭터는 사실상 메인 콘텐츠나 다름없다. 저마다의 개성 있는 특징을 갖추고 있고, 대부분의 콘텐츠와 시스템은 이들을 토대로 뻗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캐릭터 생성부터 한다. 캐릭터로는 검술을 토대로 흑마법을 구사하는 하프 뱀파이어 프란츠, 마법과 근접공격을 병행해 사용하는 견습마녀 안젤라, 격투계로 근접전에 능통한 튜드가 있다. 특이한 건 이들이 클래스가 아닌 캐릭터 자체로 완전히 분류돼 있다는 거다. 만약 안젤라를 선택했다면 아이디만 결정해 그대로 접속하면 된다. 많게는 몇 십 분씩 소요되는 타 게임의 캐릭터 생성 단계와는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선택은 개발 측에서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캐릭터 자체의 개성과 특징을 잘 살려내 스토리에 몰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저의 개성’이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 어떤 커스터마이징 폼도 지원하기 않기 때문에 게임에 접속하면 나와 똑같은 캐릭터가 복제인간처럼 쫙 펼쳐져 있다. 괜찮다고 느끼는 유저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유저라면 아쉬움을 드러낼 것이다.
▲ 세 명의 캐릭터 중에 하나를 선택하고 진행하면 된다
▲ 커스터마이징이 제공되지 않아 초반에는 다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스토리 몰입에 따라 어느 정도 상쇄된다. 친근하게
표현하자면 용서가 된다는 것. 게임은 퀘스트에 따라 직선형 구조로 진행하는 방식인데
이게 은근히 재밌다. NPC와 대화를 나눌 때, 던전에 입장했을 때,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캐릭터들이 화면에 등장해 스토리를 두고 조잘조잘 떠든다. 안젤라를
선택해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해도 대화나 이벤트 시에는 프란츠와 튜드도 그 모습을
드러내 함께 떠드니, 나도 모르게 흥미롭게 읽고 있다. 캐릭터의 개성에 따라 성격,
말투가 모두 다르니 읽는 맛도 충분하다. 음성까지 도입됐다면 엄청나게 ‘대박’이었을
거라고 혼자 상상해볼 정도다.
이는 확실히 콘솔 게임에서 캠페인 모드를 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부여해준다. 아바타를 생성해 플레이하는 방식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캐릭터에 애정이 생기는 점이나 게임을 종료하고도 다시 접속하고 싶은 건 이와 같은 느낌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 퀘스트 진행 중 이벤트 컷 신도 자주 떠 흥미를 더 유발한다
스토리는 독특한 세계관과 만나면서 다시 한번 빛을 발휘한다. 기본적으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14세기 유럽이 기본적인 무대가 되지만, 여기에 판타지를 비롯한 여러 테마를
접목하면서 퓨전 스타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마이룸에 당구대가 마련돼 있고
해골병사나 크랩, 심지어 메이드복의 몬스터가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전개 방식은 참 괜찮았다. 이 자체만을 두고 평가한다면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점차 이 방식이 고리타분해 질 터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생각된다.
▲ 메이드의 등장! 난 그녀를 죽일 수 없었다네...
그야말로 비주얼 액션! 어? 그런데 왜 이리
단순하지?
횡스크롤 RP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액션이다. 덕분에 타격감이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은 일종의 관례가 됐다.
‘러스티하츠’의 액션성이나 타격감은 딱 잘라 말해 우수한 편이다. 셀쉐이딩 기법을 통한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에 화려하지만 싸 보이지 않는 이펙트가 적절히 버무려지면서 꽤 괜찮은 느낌을 선사한다. 물리요소도 과잉되지 않게 적절히 설계했고, 사운드 이펙트도 통쾌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게끔 제작돼 액션성과 타격감을 살리는 데 한 몫을 해준다.
쾌감을 더해주는 콤보 시스템도 있다. 일반적인 공격에 약간의 커맨드 기술을 혼합할 수도, 스킬이나 마법을 혼합할 수도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나만의 콤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콤보는 던전을 클리어한 뒤에 등급에도 영향을 주고, 일정 수치 이상 콤보를 만들어내라는 식의 퀘스트까지 있어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 착용한 무기에 따라 공격 모션이나 형태가 완전히 바뀐다
▲ 날아가 버리세요옷!!
하지만, 문제는 딱 여기까지라는 거다. 단순히 ‘좋다’는 감정에서 끝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문제는 역시 액션성과 타격감이 좋은 게임이 시장에
바글거린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래픽만 조금 다를 뿐, 다른 면에서는 큰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정도면 됐지 뭘, 이 선에서 끝나는 느낌이랄까?
전투 과정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 스킬 버튼을 제외하고 키보드에서 기본적인 액션 버튼은 Z키가 막기, X키가 일반 공격, C 키가 잡기로 설정돼 있는데, 안타까운 사실은 Z키와 C키는 거의 쓸 일이 없다는 것. 쉽게 말해 일반 공격과 스킬 위주로만 싸운다는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 →를 연속으로 입력하면 구르기가 되는데 이 기술이 너무 유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전투나 보스 전투에서 일반 공격 후 구르기를 통해 치고 빠지고만 반복하면 아주 쉬운 패턴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안젤라의 경우 계속 구르면서 마법만 날려줘도 보스 몬스터를 혼자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 이렇게 날려버린 다음 한번 굴러가 버리면 오케이!
이처럼 구르기가 유용한 것은 공격 모션에 한 박자 반 정도의 딜레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격 모션이 끝날 때쯤 몬스터가 공격을 하면 모션이 끝나길 기다렸다 막기를 눌러야
하는데 이게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구르는 게 더 편하다.
위기를 짜릿하게 벗어남과 동시에 쌓아온 콤보 스택도 유지할 수 있으니 그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물론 적의 공격이 들어옴과 동시에 막기 버튼을 누르면 다음 공격에 추가 대미지를 주는 특별한 기술이 발동되지만, 내가 원할 때 편하게 발동시킬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잡기는 도통 쓸 일이 없다. 물론 쓴다고 해서 나쁜 것은 없지만 특별히 좋은 것도 없다. 잡은 뒤 ‘마비노기 영웅전’처럼 박력 있게 찍어버린다거나 하는 식의 독특한 재미요소가 내재된 것도 아니다. 그저 잡아서 때리고 위로 띄워 올려 스킬과 연계 콤보를 만들어내는 용도다. 굳이 안 써도 콤보 만들기는 쉽기 때문에 가치는 더 떨어진다.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도 더 직관적인 패턴이 필요할 거 같다. 고유의 기술은 전부 가지고 있는데 이게 명확한 패턴이 없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을 읽고 순간적으로 반응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그런 전투가 어느 정도는 확립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러스티하츠’는 그냥 막싸움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유저의 컨트롤에 따라 순간순간 성공과 실패의 짜릿함이 결정되는 그런 쫀득쫀득한 전투의 맛은 꼭 필요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러스티하츠’의 액션은 화려하고 잘 만들었지만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평범하다는 것. 외적인 부분 외에 별 다른 특징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특유의 그래픽 느낌에 반하는 유저들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모두’를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
▲ 순간 반격 기술은 이처럼 화려한 이펙트과 강력한 대미지를 줘 나름의 재미요소가 있긴 하다
▲ 이런 식으로 패턴이 있는 보스 몬스터가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이 좋다
그 밖의 재미요소 ‘이계에서 길 잃으면 어쩌죠?’
캐릭터와 액션의 재미요소 외에도 ‘러스티하츠’에는 꽤나 다양한 콘텐츠가 내재돼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코스튬 아이템. 앞서 말했듯 ‘러스티하츠’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그 어떤 커스터마이징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다른 유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코스튬 아이템이다. 캐릭터 정보창에는 일반 장비 아이템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슬롯과 코스튬 슬롯이 별도로 마련된다. 코스튬 슬롯에 아이템을 넣으면 비로소 캐릭터의 외형이 조금씩 변화한다. 20레벨 이전까지는 특별히 흥미로운 것은 없었지만, 워낙 확장성이 뛰어난 콘텐츠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큰 재미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템 제작과 분해, 강화도 빠지지 않았다. 눈여겨볼 점은 강화다. ‘러스티하츠’에서 유저가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직접 손 델 수 있는 부분은 현재까지 클래스 전직과 스킬뿐이다. 때문에 캐릭터를 연구하고 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템 강화가 필수요소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아이템은 한번 강화할 때마다 강해지는 수직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으며, 일정 수치까지는 안정적으로 되지만 상위 수치에서는 실패할 경우 등급이 내려가는 등의 패널티가 존재한다. 굳이 이 부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게임 후반부에 아이템 강화 쪽으로 너무 콘텐츠 비중이 쏠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콘텐츠 '코스튬'
마지막으로 던전과 관련된 특별한 재미요소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러스티하츠’에는 기본적으로 던전 내 몬스터에게 드랍 카드를 획득할 수 있다.
드랍 카드는 브론즈, 실버, 골드 등의 등급으로 분류돼 있으며, 이렇게 수집한 카드는
던전을 클리어하고 보상을 선택하는 자리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던전을 클리어하면
화면에 물음표로 표시된 12개의 아이템 카드가 뜨는데,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선택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만약 던전을 도는 중 위의 드랍카드를 입수했다면
브론즈는 일반, 실버는 매직, 골드는 레어 등급 식으로 12개의 아이템 카드 중 하나에
등록된다. 운 좋게 잘 선택하면 레어 아이템도 획득할 수 있는 셈. 물론 골드를 지불하고
다시 고를 수 있는 선택권도 주어진다.
또, 던전에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면 간혹 악마인 ‘마르고라스’가 나타나 플레이어를 이계로 끌고 간다. 이계에 들어가면 몇 무리의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이들을 모두 처치하면 구석에 마련된 보물상자에서 수수께끼 상자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수수께끼 상자는 랜덤 아이템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 으악 제길... 잘못 골랐어
▲ 이계의 악마에게 소환돼 적들을 무찌르면 또 다른 보상이!
아아 2년만 빨리 나왔더라면...
전체적으로 확실히 게임 자체는 괜찮다. 물론 본문에 언급한대로 문제점이나 단점들도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대체로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흐른 것이 문제다. 4년 전 기획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는 시간에 희석돼 지금 그 가치만큼의 값을 못해주고 있다. 완벽한 게임으로 내놓고 싶었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유저들의 눈을 번뜩 띄워줄 만큼 쇼킹한 흐름은 포착하기 힘드니 자꾸만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고 여기서 ‘조금만 더’를 외치면 안 된다. 이제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니까. 첫 느낌은 확실히 좋으므로 게임의 아우라가 유저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 파악하고 빠르게 미래를 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출사표가 기대된다.
요즘 한창 뜬 ‘슈퍼스타케이’의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제 점수는요, 8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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