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체험기, 그 가능성에 대한 솔직한 답변
2010.12.01 10:47게임메카 강민우 기자
짬짜면이 자장면과 짬뽕의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 사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경계 덕분이었다. 설운도의 가르마만큼이나 시원하게 양분된 경계는 합치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는 교훈을 일깨워주었다. 한 그릇에 있을 망정 각각의 콘텐츠는 자신의 색깔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계가 필요하다. 지난 3차 CBT에서 `테라`가 혹평을 받았던 것도 `경계`의 부재를 하나의 이유로 꼽는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은 늘었지만 `테라`만의 색깔은 없었다. ‘나무말고 숲을 보라.’ 방대한 콘텐츠를 만들어놓았지만 그 숲엔 풀도 없고 계곡도 없고 뛰노는 동물도 없었다. 그냥 나무만 잔뜩 있다. 이것이 당시 테라의 평이었다. 이번 지스타2010에서 공개된 테라의 최신 빌드 버전은 사라졌던 경계를 구축하는데 온전히 모든 것을 할애했다. 참신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저 당연히 그렇게 있어야 할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400억짜리 블럭버스터 MMORPG는 색깔을 되찾았다.
테라 성공의 핵심 쟁점 3가지
`프리타겟팅`, `동기부여`, `엔드콘텐츠`
서버 부하 테스트까지 성공적으로 끝낸 마당에 추가된 콘텐츠나 변경된 시스템에 대해 다시 왈가왈부하는 건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래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있다. 첫 번째는 3차 CBT에서 혹평을 받은 전투시스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느냐 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성공의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게임 재접속률에 대한 기준 즉, 다시 할만한 동기부여.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게임이 롱런 할 수 있는 엔드콘텐츠가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춰졌는지에 대한 것이다.
솔직해진 전투시스템
먼저 프리타겟팅 전투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1, 2차 CBT에서 테라의 전투 시스템은 불편하기 보다는 신선함이 앞섰다. 마치 TPS 장르 게임을 보는 듯 눈앞에 요동치는 캐릭터의 엉덩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의자에서 엉덩이가 들썩였던 게 사실이었다. 어색했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불편함은 있었지만 3차에선 개선되리라는 믿음이 먼저 다가왔다. 그러나 3차 피드백의 결과는 아시다시피 참혹했다. 신선함이 사라지자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불편함이었다. 와우 애드온을 통해서 알게 된 교훈이라면 인간은 효율과 실속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번 잡았다 하면 길게 3~5시간 플레이하는 MMORPG에서 답답한 시야와 복잡한 컨트롤은 심각한 문제였고 불만은 대게 이런 쪽으로 먼저 터졌다. 되돌아보면 테라는 조금 순진한 편이었고 그래서 많이 얻어 맞았던 것 같다.
최신 빌드의 `테라`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바로 `실속`이었다. 그 동안 테라의 색깔이라 우겨왔던 거추장한 장식들을 떼어내고 간결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점이다. 1~3차 CBT에서 테라는 논타겟팅 액션을 강조하기 위해 TPS에 가까울 정도로 시점을 당겨놓았다. 덕분에 액션성이 살아있다는 느낌과 함께 참신함이 먼저 다가왔지만 불편함이 속을 불편케 했다.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개선되리라는 믿음 때문이었고 질타했던 까닭은 3차 CBT 까지 발전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신 빌드에서는 `실속`을 먼저 차렸다고 평한 까닭은 이러한 고집을 꺾어버리고 일반적인 MMORPG의 궤를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옳은 선택일지 모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퀵 스킬 시스템인 `연속기` 시스템을 추가해 논타겟팅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장시간 플레이시 오는 피로감을 대폭 줄였다는 점도 칭찬할 부분이다. 게임이 짜임새 있어졌다는 점은 바로 이런걸 일컫는다. 그래도 약간 아쉬운 점은 공개된 직업들의 스킬이 지나치게 액션성을 강조하고 있어 자유스러운 전투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테라는 적의 순간 공격을 타이밍에 맞게 회피하는 식의 전투를 추구하면서도 모든 움직임을 지나치게 스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과제다. 가령 검투사의 공격스킬 중 `난무`는 스킬 발동 한번에 전진하면서 무려 칼을 5번 휘두르고 그것도 모자라 공중제비로 날아서 때리는데 보기에는 화려할지 모르나 긴박한 순간엔 염라대왕 면담하기 더 없이 좋은 스킬이기도 하다. PVP 역시 1타가 빗나가면 그야말로 굴욕의 칼춤일 것이다. 대중적인 액션을 추구하는 `테라`에게 이것마저 나쁘게 바라볼 수 없지만 편의성은 밥상까지 차려주는 걸로 족할 듯싶다.
의외의 동기부여 요소의 발견
테라의 성공을 좌우하는 두 번째 요소는 바로 `동기부여` 즉, 게임 종료 후 다시 접속할만한 이유를 만들어주느냐 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와우나 아이온에서 증명했다시피 `스토리텔링`으로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모범답안을 제시해주었다. 와우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확장팩 업데이트마다 미리 유저들이 싸워야 할 최종보스를 소개한다. 그 보스를 공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영광이자 게임을 다시 접하게 하는 이유이다. `아이온`은 최종 콘텐츠는 `어비스`라는 전장이지만 게임 최초 접속시 기억을 잃은 `데바`라는 설정으로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이룩했다. 그렇다면 테라는 어떨까? 처음엔 좀 얼떨떨하다. 캐릭터를 생성하고 월드에 접속하면 그 흔한 서비스 컷신조차 없다. 실망감이 밀려 올라올 무렵 미션퀘스트를 통해 조금 느리지만 진득한 스토리텔링이 진행된다. 1~10레벨까지는 전체적인 스케일에 비교해 그저 조금 끼얹는 정도지만 20레벨부터는 확실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조금 재미있는 점은 여타의 MMORPG가 대부분 자유로운 솔로잉을 통해 레벨업을 풀어놓는 반면, 테라는 반강제적인 파티플레이를 통해 MMORPG의 원초적인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실효성을 따르다 와우 던전 플레이가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느꼈던 게이머들이라면 테라의 이런 모습에 색다른 재미를 찾을지 모르겠다. 사냥이나 일반 퀘스트를 통해서 레벨업하는 것도 괜찮지만 파티플레이를 통해 확실한 재미와 동기부여를 이룩한 `테라`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테라의 스토리텔링은 대체로 합격점이지만 최소한 종족간 이데올로기를 배경으로한 퀘스트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목표가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언급했지만 도입부 간단한 컷신이라도 추가한다면 간단하게 해소될 문제라 공개테스트를 통해 다시 한번 업데이트가 이루어질지 기대를 모아본다.
미확인 ‘엔드콘텐츠’
마지막으로 성공 요소인 `엔드콘텐츠`는 아쉽게도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인터뷰를 통해 `정치시스템(연합의회)`과 `서버 통합 전장`의 윤곽이 잡혀있을 뿐 최신빌드에서는 확인해볼 수 없었다. 액션에 리소스 대부분을 투자하면서 정치 등 커뮤니티 적인 요소에 신경쓰는 모습은 여러모로 게임의 전망을 밝게하는 부분이긴 하다. 단기간의 동접수치에 목메기보다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즐기는 재접속 유저를 확보해야 하는 테라의 입장에서 그것은 분명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접속자가 많아지고 유저의 니즈가 다양해질수록 가장 쉽게 꺾이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NHN과 블루홀스튜디오의 역량에 기대를 모아본다.
‘테라’ 최종 빌드 버전은 서버안정성이나 최적화, 그리고 콘텐츠까지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하기 무리 없을 정도로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꽃이 드디어 향기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