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무브 샤프슈터` 로 즐겨 본 킬존 3, 아 왜 자꾸 시점이 산으로 가!
2011.03.04 21:38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PS3용 모션컨트롤러 ‘PS 무브’ 와 결합하여 정밀한 조준과 실감나는 슈팅을 즐길 수 있는 ‘PS 무브 샤프슈터’ 가 지난 22일, FPS ‘킬존 3’ 와 함께 발매되었다. 사실 PC용 FPS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유저들에게 듀얼쇼크 등 콘솔 게임패드로 조작하는 FPS는 상당히 어렵다. 이동과 시점 전환까지는 비교적 쉽게 익숙해 질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놈의 미세조준이다. 웬만큼 조작에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적에게 사이트를 조준하는 데만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온라인에라도 들어가면 내 마우스 컨트롤보다 더 잘 조준하는(물론 콘솔용 마우스가 있긴 하다) 괴수들이 널려 있다. 몇 번씩 연거푸 죽다 보면 왠지 나만 패드로 플레이 하는 느낌이다. “분명히 뒤를 잡았는데 왜 내가 죽는거니!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같은 절규가 절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런 FPS 유저들에게 소총형 보조 컨트롤러인 ‘PS 무브 샤프슈터’ 는 희소식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화면을 향해 겨누는 것만으로 화면의 구석구석에 있는 적을 직접 조준할 수 있고, 클레이사격을 하는 것 마냥 1초 만에 몇 명의 적을 연속으로 쏘아 맞추는 명사수라! 왠지 소싯적에 오락실에서 슈팅 게임을 하던 기분도 나면서 가슴 속 무엇인가가 두근거린다. 정글에서 극지방, 우주까지 넘나드는 다양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참혹한 전장, ‘킬존 3’ 를 ‘PS 무브 샤프슈터’ 를 이용해 플레이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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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환경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전쟁 '킬존 3' 를 샤프슈터로 플레이 해 봤다
샤프슈터, 멋지긴 한데…….
게임을 즐기기 전, 먼저 ‘PS 무브 샤프슈터’ 를 세팅해야 한다. 먼저 위쪽 뚜껑을 열고 ‘PS 무브’ 를 연결시킨 후 그와 한 쌍인 ‘네비게이션 컨트롤러’ 를 아래쪽 손잡이 앞 쪽에 끼우면 기본적인 세팅이 완료된다. 총기(?) 파지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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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샤프슈터 장착의 기본 자세다!
‘PS 무브 샤프슈터’ 의 특징이라면 저 상태에서 딱히 손을 떼지 않은 채로도 PS3의 모든 버튼을 120%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왼손(앞쪽) 에는 ‘네비게이션 컨트롤러’ 의 아날로그 레버와 상하좌우 방향키, X, O, L1, L2, PS 메뉴 버튼이 존재하며, 나머지 □, △ 버튼은 방아쇠 위 쪽에 달려 있어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손쉽게 누를 수 있다. 그 외에 총알을 발사하는 방아쇠는 물론, 단발과 2, 3점사를 조절할 수 있는 점사 레버, 락 버튼도 방아쇠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방아쇠를 제외한 버튼들은 기기 양 쪽에 두 개씩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왼손잡이 유저들도 아무 불이익 없이 ‘PS 무브 샤프슈터’ 를 조작할 수 있다.
버튼 배치가 약간 생소하긴 하지만 모든 버튼이(무브(л모앙) 버튼은 방아쇠 아래 쪽에 위치하고 있다) 기본 자세에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가 손을 떼고 위 쪽의 ‘PS 무브’ 를 무리하게 조작할 필요는 전혀 없다. 특히 점사 레버의 경우 일반 패드에는 존재하지 않는 추가 기능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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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슈터에 무브 장착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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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 부근, 각종 버튼들은 물론 점사와 락, 방아쇠, 무브 버튼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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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 양면에 달려 있어 왼손잡이도 손쉽게 장착 완료!
또한, 기기 뒤쪽의 슬라이드식 견착대는 조준점을 단단히 고정한 채 정밀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관총을 잡고 있는 듯 한 손맛까지 제공한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은 아니지만 그립감도 꽤나 좋다. 여기에 진동까지 더해지면 오락실에서 기관총 잡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아무튼 게임 전 ‘PS 무브 샤프슈터’ 의 첫인상은 꽤나 좋았다.
새롭다. 너무 새로워서 적응이 안 된다.
‘PS 무브 샤프슈터’ 의 준비가 끝난 후 ‘킬존 3’ 를 시작했다. ‘킬존 3’ 는 FP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점프, 슬라이딩, 질주, 수그리기 등의 특수자세를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하고, 적을 쏴 맞춘 후 무기를 줍거나 탄약을 보충해야 한다. 단순히 '조준, 탕! 조준, 탕탕!' 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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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사격 자세는 곤란하다 이겁니다
여기서 ‘PS 무브 샤프슈터’ 의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났다. 바로 생소한 시점 이동 방식이다. 일반적인 FPS를 패드로 조작할 경우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 오른쪽 스틱으로 시점을 회전(조준)하게 된다. 그러나 ‘PS 무브 샤프슈터’, 아니 ‘PS 무브’ 에는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이 없다. 대신 컨트롤러를 움직여 조준점을 화면 가장자리로 이동시켜야 한다. 그러면 그 방향으로 시점이 회전하는 방식이다. 조준점과 시점을 컨트롤러 이동만으로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생소한 방식이어서 그런지 익숙해지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조금만 움직여도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카메라, 조준 좀 하려고 하면 어느 새 하늘이나 땅을 보고 있는 캐릭터, 심지어 바로 옆에서 적이 날 쏘고 있는데도 제대로 몸 돌리기가 쉽지 않다. FPS좀 해 봤다 하는 필자로서도 엄청난 진입장벽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터닝 감도나 조준점 이동 속도, 데드존 보정 등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 스타일에 맞는 설정을 찾아내면 그나마 조금 편해지지만 여전히 적응은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1시간이 넘게 플레이하고 나서야 겨우 내게 맞는 설정을 찾아냈으며, 조작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킬존 3’ 의 좁은 시야각도 또한 어려운 조작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일반적인 ‘킬존 3’ 의 난이도가 1이라면 익숙치 않은 ‘PS 무브 샤프슈터’ 로 즐기는 ‘킬존 3’ 의 난이도는 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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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카메라 이동 한 번 힘드네
이쯤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바로 피곤함이다. 40분쯤 지나자 총 쏘는 기분을 너무 내서 그런지 기기를 견착한 어깨가 뻐근하고 총을 든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게임이 힘들다. 오락실에 있는 슈팅 게임도 하다 보면 손 뻐근한데 왠 엄살이냐고? 오락실 게임들은 플레이 시간이라도 짧지, ‘킬존 3’ 는 앉은 자리에서 1~2시간은 기본으로 하는 게임이다. 게다가 총구의 방향이 카메라 이동을 담당하기 때문에 총을 미친듯이 움직여야 하는데다, 싱글 캠페인의 이벤트 씬이 아니라면 총을 내리고 쉴 수도 없다. 시점이 휙휙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견착을 하지 않고 어딘가에 팔을 기댄 채 총 끝만 까딱이며(한 마디로 피로하지 않고 편한 자세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바엔 굳이 ‘PS 무브 샤프슈터’ 를 쓰는 의미가 없다. 실제처럼 총 쏘는 기분을 느껴보려고 하면 피곤하고, 그렇다고 안 피곤하게 하려니 재미가 반감되고…….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이후 최대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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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가스트 처치하다가 내가 먼저 쓰러질 판
진입장벽, 엄청 높긴 하지만 넘고 나면 꽤나 즐겁다
다시 조작법으로 넘어와서, 생소한 시점 이동 방식에 약간이나마 적응하고 나니 비로소 ‘PS 무브 샤프슈터’ 의 본질이 느껴졌다. 위에서 불편하다고는 했지만 장점도 많다. 버튼들이 기기 곳곳에 산개되어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각종 액션들은 한 번씩만 해 봐도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단순히 ‘R1은 무기 발사, □는 재장전, X는 점프…’ 처럼 버튼 배치를 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방아쇠는 발사, 재장전은 총 살짝 돌리기, 앉으려면 방아쇠 아래쪽의 무브 버튼’ 과 같은 직관적인 버튼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미세조준에 있어서는 패드에 비해 압도적인 정밀함과 직관성을 나타냈다. 패드에서처럼 아날로그 스틱을 찔끔찔끔 움직이는 것이 아닌, 총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방향과 속도 등을 아날로그적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건 슈팅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엄폐해 있다가 몸을 일으켜 총을 쏘는 장면에서는 오락실의 유명 건 슈팅 게임 ‘타임 크라이시스’ 를 하는 느낌까지 났다. 게다가 점사 레버를 이용한 2점사, 3점사까지 사용하면 더욱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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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크라이시스를 방불케 하는 엄폐 공격
▲ 구석이건
가운데건,
미세 조준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다!
그러나 역시 ‘PS 무브 컨트롤러’ 를 처음 사용해보는(대부분의 유저가 처음 사용하긴 하지만) 경우엔 총기 전체를 기울여가며 방향을 전환함과 동시에 컨트롤러 아래쪽의 ‘내비게이션 컨트롤러’ 로 이동을 하는 조작 방식은 꽤나 어색했다. 무의식적인 신체 반응에 억지로 반항하면서 행동하는 미묘한 느낌이었다. 이 진입장벽을 잘 넘어가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따라 ‘PS 무브 컨트롤러’ 는 새로운 FPS의 세계를 경험케 해줄 수도, 단순히 돈 아깝고 덩치 큰 장식품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PS 무브 샤프슈터’ 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4일 이상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패드로 플레이할때가 생존률이 더 높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반면 필자의 지인은 2~3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나니 굉장히 자연스럽게 ‘PS 무브 샤프슈터’ 로 ‘킬존 3’ 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스키나 자전거 같다. 높은 진입장벽을 쉽게 뛰어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 일반 패드나 ‘PS 무브’ 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충실감’ 하나만큼은 정말 일품이다. 어깨를 통해 전해져 오는 총의 반동(진동이긴 하지만), 순간적이고 직관적인 미세조준, 방아쇠를 통해 느끼는 사격의 통쾌함, 자동 점사 시스템 등은 마치 ‘크라이시스’ 같은 건 슈팅 게임을 방불케 했다. 특히 저격이나 이동 수단에서의 사격 등 ‘조준-발사’ 만 필요한 장면에서 그 빛을 톡톡히 발한다. 그러나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 그 직관성의 이면에는 기존 FPS 조작법에 익숙해진 습관에 정면으로 반하는 높은 진입장벽이 버티고 있다.
개인적으로 ‘PS 무브 샤프슈터’ 의 장점만을 느끼려면 ‘타임 크라이시스 4’ 가 최고일 듯 하지만, 적응만 잘 한다면 ‘킬존 3’ 에서도 명사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