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무쌍, 더 이상 사골 무쌍이라 부르지 마라!
2011.04.22 18:02게임메카 김문수 기자
코에이 테크모의 무쌍시리즈의 최신작 트로이 무쌍이 3월 31일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무쌍시리즈는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진 삼국무쌍`을 시작으로 전국시대 배경의 `전국무쌍`, 두 작품을 하나로 합친 `무쌍 오로치`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건담을 소재로 한 `건담무쌍`, 만화 북두의 권을 원작으로 만든 `북두무쌍`까지 수많은 무쌍시리즈가 쏟아졌다. 플레이어가 역사 혹은 가상의 영웅이 되어 수많은 졸병들을 베어 넘기는 일당백 스타일을 정립했다고 평가되며 이후 다른 게임이나 패러디 소재로 응용됐다. 그러나 시리즈가 오래 이어져오면서 게임 스타일에 큰 변화가 없어 `사골 무쌍`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큰
변화없이 지속된 삼국 무쌍 시리즈
무쌍시리즈가 동양을 넘어 이제는 서양의 대표적 역사인 트로이 전쟁을 무쌍으로 만든다는 소식에 유저들의 반응은 `또 다시 사골이 나온다`며 비관적인 평가들뿐이었다. 필자 역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한가지 안심 되는 소식이 있었다. 바로 기존 무쌍 시리즈를 제작한 코에이테크모의 `오메가포스` 제작이 아니라 북미 제작진으로 구성된 `코에이캐나다`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트로이 무쌍을 처음 플레이 했을 때 `이건 더 이상 사골 무쌍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져 왔다.
▲트로이 무쌍 프로모션 비디오
묵직하고 선혈이 난무하는 무쌍
무쌍시리즈의 기본이라 함은 바로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일기당천의 호쾌함이라고 하겠다. 트로이무쌍은 이 호쾌함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플레이 스타일을 기존 무쌍시리즈와 대비되게 만들었다. 기존 무쌍은 적들을 베면 가볍고 현란한 느낌을 준다면 트로이 무쌍은 묵직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조작법도 변혁을 거쳤다. 약, 강, 원거리 공격 버튼과 점프 버튼을 가진 기존 무쌍과 달리 점프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약, 강, 스턴 공격과, 방어 버튼으로 새로이 구성했다. 게다가 피직스 물리엔진을 적용해 내가 좌 우로 베면 해당 방향으로 적이 쓰러져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기존의 볏짚 베는 가벼운 느낌에 질린 유저라면 트로이 무쌍의 묵직한 느낌이 마음에 들 것이다.
▲타격감이
묵직한에 뭐라 말할 방법이 없네
조작 체계가 바뀐 만큼 공격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단순히 버튼만 두들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첫 공격 후 끝나기 직전 무기가 일순간 빛나며 이 때 바로 다음 공격을 연계하면 `퍼팩트 공격`으로 발동된다. 퍼팩트 공격은 공격력 1.5배와 공격 사거리가 더 넓어져 몰려드는 적을 쓸어버리는데 일신한다. 버튼만 두들겨도 게임을 클리어 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이를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클리어 해나간다. 처음에는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고 캐릭터마다 이 흐름이 제각기 달라 게임 플레이가 정교해지고 묵직해지는데 한몫 하고 있다.
▲퍼팩트
공격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적진 한복판으로 돌진해 묵직한 칼부림으로 적병을 그어나가면 선혈이 낭자한다. 기존 무쌍 시리즈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트로이 무쌍에선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적에게서 피가 뿜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쌍 게이지의 일종인 `퓨리`모드로 진입해 싸우면 화면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적을 쓸어버린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각인 시켜준다. 필살 공격 또한 일품이다. 전투 중 방어가 무너진 적의 가슴에 칼을 박아 그대로 들어올리거나 넘어진 적의 머리에 방패를 내려찍고 한 손을 목을 움켜잡고 힘으로 부러뜨리는 등 잔혹하기 그지없는 연출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필살공격을 하면 일시적인 무적상태가 되고 퓨리 게이지가 크게 차올라 공격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플레이 하는 영웅마다 필살 모션이 제각기 달라 골라서 하는 맛이 있다. 필살 공격을 하면 주변에 있는 병사들이 놀라서 움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연출에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화면
가득 피가 매워진다
▲퓨리
상태에선 화면에 피로 얼룩진다
▲필살
공격은 캐릭터 마다 개성있고 스타일이 미묘하게 다르다
여기까지는 트로이 무쌍에 익숙한 유저에 한정되며 기존 무쌍처럼 돌격해 공격 버튼만 두들기다가는 똑똑해진 적의 공격에 싸늘한 시체가 된다.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잡병들이 공격하려는 순간 치고 들어오거나 멀리서 원거리 무기를 적절하게 사용해 플레이어의 진군을 방해하는 등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방어와 회피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살아남으며 게임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만큼 플레이어 역시 이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이벤트로 발생하는 결투에서 더더욱 중요하다.
▲일단
돌격하면 이렇게 되고
▲씁슬한
최후만이 기다린다
대부분의 스테이지 막바지에는 적군 대장과 1:1 결투를 벌이는데 잡병 때와 달리 정교한 공방전이 주를 이룬다. 공격을 피하거나 방어 혹은 공격을 튕겨내 빈틈을 만들어야 하고 무턱대고 공격하다가는 적이 내 공격을 튕겨내 반격 당하기 쉬워지는 외줄타기 같은 공방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벤트 형식으로 사이클롭스나 청동거인 같은 거대한 적과 싸우기도 한다. 거대 보스전은 일반 전투나 대결과 다른 양상을 보이며 `갓 오브 워`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보스의 생명력을 0으로 만들면 전투 종료가 아닌 다음 페이즈로 넘어간다. 이 때 반복해서 싸우는 것이 아닌, QTE(Quick Time Event)시스템을 채용해서 상황에 맞춰 버튼을 눌러야 결말이 나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싸우게 만든다. 이런 외줄타기 같은 공방은 기존 무쌍 시리즈에서 느끼지 못한 요소로 트로이 무쌍을 부각되게 만든다.
▲무턱대고
싸우다간 골로간다
▲끝장
내기 위해선 정확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상세하게 묘사된 트로이 전쟁 스토리
트로이 무쌍은 10년 동안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전쟁을 스토리로 담고 있다. 미션 시작 시 내레이션과 벽화로 된 인트로가 함께 나와 게임의 분위기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서양에서는 트로이 전쟁이 삼국지처럼 유명한 역사지만, 우리에게는 세계사를 파고들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든 세세한 부분까지 스토리모드로 구연했다. 그러다 보니 이 인물이 왜 여기서 싸우고 죽는지 등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무엇보다도 한글화의 부제로 인해 이 문제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고대
그리스 양식의 벽화로 게임의 분위기를 더한다
▲트로이
전쟁의 원흉 파리스와 헬레네
스토리는 분기 없이 일직선으로 쭉 진행하는 방식이며 미션마다 지정된 캐릭터로만 플레이 가능하다. 기존 무쌍이 다양한 서브 스토리와 분기가 있어 파고들 요소가 충분하며, 스토리에 상관없이 원하는 캐릭터로 플레이 가능한 점에 비해 트로이 무쌍은 깊게 파고들 요소가 부족한 점이 아쉽게 생각된다. 그래도 각 캐릭터 마다 개성과 차별되는 요소가 명확해 미션마다 신선한 기분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미션마다
플레이 캐릭터가 고정된다
무쌍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처음 트로이 무쌍을 집어 들었을 때 ‘또 무쌍이야? 코에이는 언제까지 무쌍으로 먹고 살 생각인가’이라는 생각이 불현듯이 머리 속을 스쳤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아킬레스의 칼부림에 모두다 씻겨 내려갔다. 트로이 무쌍은 지금까지 등장했던 무쌍시리즈의 스타일에 반대되는 속성을 가지면서 역사 속 영웅이 되어 전장을 누빈다는 무쌍 시리즈의 기본이 잘 섞여 있다. 외줄 타는 듯한 공방전과 물리엔진이 적용된 타격감은 일품이며 선혈이 낭자하는 화면은 상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다만, 트로이라는 우리에게 생소한 소재와 접대 게임이라는 별칭이 있는 무쌍게임에 2인 모드가 없는 점은 미흡한 부분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무쌍이라는 이름 없이 독자적인 타이틀로 나왔으면 더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디스
이즈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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