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느와르, 한글화가 정말정말 아쉬운 게임
2011.05.27 17:4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팀 본디와 락스타 게임즈가 공동 제작한 심리 수사극 ‘L.A. 느와르’ 가 지난 20일, 드디어 전 세계에 출시되었다. 1940년대 LA의 문화와 건물, 랜드마크까지 구석구석 세밀히 묘사한 오픈 필드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L.A. 느와르’ 는 사건 현장 감식에서부터 증인의 증언을 듣고, 용의자를 심문하고, 도주하는 용의자를 뒤i고, 총격전과 차량 추격전을 벌이는 등 그야말로 ‘수사’ 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여기에 센서 부착 없이 배우의 얼굴 주름, 입술 움직임, 눈빛의 미묘한 떨림 등을 거의 완벽하다시피 캡쳐해 내는 최첨단 ‘모션스캔 퍼포먼스 스캐닝 기술’ 까지 도입되어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더욱 사실적인 표정을 묘사했다. 그야말로 게임의 진화를 선두 지휘하는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L.A. 느와르’ 를 통해 느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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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그냥?캐릭터가 살아서 튀어나올 것 같다
배우가 게임을 직접 '연기' 하는 시대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 신체부위는 어디일까? 뭐, 가슴이라고? 취향에 따라 부분적으로는 다르겠지만, 일단은 얼굴을 가장 많이 보게 된다. 외모 지상주의적 발언이 아니라, 사람의 기분과 심리 상태 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에서는 얼굴 표정을 제대로 묘사한 사례를 쉽게 찾기 힘들다. 사람의 표정은 60개에 가까운 표정근의 미묘한 상호 작용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 쉽게 구현하기가 힘들다. 이는 3D 폴리곤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는 물론, 최근 제작되는 게임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와 엔지니어가 모공 하나하나까지 정성들여 묘사한 캐릭터도 정작 게임 내에서 보면 현실과 비교했을 때 어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쁨, 슬픔, 분노 등 몇 가지 감정만 제대로 표현하더라도 꽤나 호평을 받곤 한다.
‘L.A. 느와르’ 는 그 벽을 넘었다. 사실 게임이 화제를 모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표정 묘사 부분인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최첨단 페이스 캡쳐 기술을 사용하여 실제 배우의 미묘한 움직임을 게임 내에 그대로 구현해냈다. 마치 게임 내 모든 화면이 마치 CG로 제작한 컷씬. 아니, 드라마나 영화의 실제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같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아, 물론 배우의 연기를 바탕으로 제작되긴 했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를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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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캡쳐 현장(좌)와 캡쳐된 게임 내 캐릭터 모델링(우)
차이가 느껴지나요?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표정은 말 그대로 살아 있다. 눈웃음을 치고, 미간에 주름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운다. 민감한 질문에서는 애써 여유를 부리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간혹 거세게 화를 내며 눈꺼풀과 턱을 파르르 떨기도 한다. 대사에 입술과 혀 모양이 100% 싱크로 되는 것은 당연하며, 대사 중 특정 발음에 따른 표정 변화까지 그대로 느껴진다.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사람 한 명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대체 어느 수준인지 실제로 보고 확인하고 싶은데 ‘L.A. 느와르’ 나 콘솔 기기가 없다면 당장 TV를 켜고 미드 한 편을 보면 된다. 그대로다.
이는 기존 어느 게임에서도 느끼지 못 했던 고도의 심리 프로파일링을 가능케 해 준다. 이제껏 프로파일링을 다룬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L.A. 느와르’ 의 심리전은 다르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도 자주 한다. 아무래도 민감한 사건에 얽혀 있다 보니, 착하고 순진해 보이는 증인도 간혹 무언가를 숨기곤 한다. 플레이어는 용의자와 증인과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을 통해 이 사람이 겁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진실을 들을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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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낸다고 겁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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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 보인다고 어물쩡 넘어가지 말자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마치 어릴 때 부모님들이 우리의 거짓말을 용케도 파악했듯이 말이다. ‘L.A. 느와르’ 에서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감추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꾸 눈을 피하고, 불안해하고, 억지 웃음을 짓는다. 말을 더듬기도 하고, 마음을 추스리려는 듯 괜히 심호흡을 하기도 한다. 외국인들답게 표정 변화도 큼직큼직하니 표정 파악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물론 정서적으로 다른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미드라도 많이 보는 수밖에.
결국 위에 나온 특징만 찾아내는 반복적 패턴 플레이가 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능숙한 거짓말쟁이들도 상당히 많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의 표정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때는 수사를 통해 모은 증거물을 바탕으로 상대방의 대사에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야 한다. 순진해 보이는 사람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거나, 혹은 범죄자처럼 생긴 사람이 왠지 어색한 눈빛으로 사실을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은 상황과 직관을 조합하여 능동적으로 판단/해결해 나가야 한다.
능력껏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했다면 세 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 사람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고, 이 분위기를 유지해 가며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야겠다면 ‘Yes’, 이제껏 파악한 증거 등으로 유추한 사실과 반대되는 말을 할 때, 즉 거짓말을 하는 것 같으면 ‘Lie’ 를 선택한 뒤 그 거짓말을 반박할 만한 증거물을 내세우면 된다. 만약 증거물은 없지만 심증적으로, 혹은 말의 앞뒤가 맞지 않을 때는 ‘Doubt’ 를 선택하여 좀 더 밀어붙일 수 있다. 이후 PSN이 활성화되면 다른 게이머들이 어떤 선택지를 가장 많이 골랐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으며, 선택을 도와주는 도움 기능도 존재하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실 대부분의 정답이 ‘Lie’, 혹은 ‘Doupt’ 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찍기신공의 도움을 받으며 게임을 풀어나가도 무관하며, 굳이 정답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사건은 이리저리 진행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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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거짓말이고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있겠는가?
아무튼 ‘L.A. 느와르’ 의 표정 묘사는 동서고금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다.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들에 영화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쓰니까, ‘L.A. 느와르’ 의 표정 표사를 한 마디로 말하려면 ‘어설픈 영화를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카메라 워크나 드라마틱한 화면 연출에 있어서는 2010년 출시된 ‘헤비 레인’ 만 못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뭐, 오픈 월드에서 벌어지는 인터랙티브 액션이 많기 때문에 무작정 미드 같은 느낌만을 줄 수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연출 부분에선 조금 더 잘 살려낼 수도 있었을 법한 느낌이 든다. 눈이 너무 높아졌나보다.
경찰 지망생이라면 한 번쯤!
‘L.A. 느와르’ 는 그야말로 경찰 수사 업무의 축소판이다. 물론 배경이 1940년대 LA이기 때문에 현대적 수사와는 또 다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경찰이 되길 원하는 지망생들에게는 오히려 현실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L.A. 느와르’ 의 수사 과정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사건이 발생한 곳을 조사하여 증거물을 찾아내는 ‘감식’, 찾아낸 증거물과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인과 용의자로부터 정보를 얻는 ‘탐문’ 과 ‘심문’,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미행’ 과 ‘수색’, 도망가는 용의자를 i는 ‘추격’, 흉악범들과의 사투를 벌이는 ‘전투’ 이다. 물론 모든 사건에 이 과정이 전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이동 중 간혹 들어오는 인스턴트 미션의 경우 이 중 한 가지(주로 총격전이나 추격)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감식 과정에서는 사건 현장과 관계된 장소 등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증거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꼼꼼함이다. 현장을 샅샅히 돌아다니며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거물의 근처로 이동하면 게임 패드에 진동이 오고, 갖가지 증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사건과 관련이 있는 증거는 발견 후 수첩에 기록되며, 일부 물건은 손으로 잡은 후 아날로그 스틱을 사용해서 이리저리 돌려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추리 어드벤처 게임에서 많이 접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진동 기능과 미니맵 표시 등으로 노가다 작업을 최소화하고 감탄이 나올 만큼 상세하게 묘사된 소품들 때문에 지루하지도 쉽지도 않은 적절한 수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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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감식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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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퍼즐 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증거는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거나, ‘탐문’ 과 ‘심문’ 과정 중에 만나게 되는 거짓말 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논리적 근거와 프로파일링으로 증인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냈다면, 진범이나 그에 준하는 인물을 체포해야 한다. 당연히 많은 범인들은 도주를 택하고, 이로 인해 형사의 로망인 ‘추격’ 이 발생한다. 차량 추격전의 경우에는 ‘GTA’ 시리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옛날 차종들이 등장해서 그런지 속도감이나 조작감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며, 행인을 치거나 하는 범죄행위는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에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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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미행도 필수
도보 추격 장면은 꽤나 쉽게 구성되어 있다. 추격 중엔 웬만한 장애물은 자동적으로 회피하거나 뛰어넘으며, 배배 꼬인 지그재그형 골목이나 철골 계단 등에서도 복잡한 방향키 조작이 필요 없이 많은 부분을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사다리나 파이프를 타고 오르내리거나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리기 등의 액션도 가까이 다가가 방향키만 위아래로 유지하고 있으면 바로 발동된다. 플레이어는 차 타기, 담 기어오르기, 총 쏘기 등의 버튼만 숙지한 채 범인만 i으면 된다. 이 같은 기능들은 평상시엔 사용할 수 없으며, 추격 도중 총격전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전투 파트로 넘어가게 된다.
▲ 저놈
잡아라!
▲ 추격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총격전, 혹은 인질극이 발생하기도...
전투는 총을 사용하는 총격전과 맨손 격투를 벌이는 격투전으로 나뉜다. 이 중 총격전의 경우 엄폐 전투를 기본으로 하는 ‘레드 데드 리뎀션’ 과 상당히 비슷하다. 기본적으로는 권총을 사용하며, 간혹 샷건을 사용하거나 상대방의 무기(라이플 등)를 빼앗아 쓸 수도 있다. 다만 무기 인벤토리가 없고, 남은 총알의 개수 등이 표시되지 않아 살짝 불편하다. 개인적으로는 총격전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 가끔은
샷건도 들긴 하지만
▲ 기본
무기는 권총이다. 총알은 무제한
▲ 그래도
맨날 총만 쏠 수는 없는 법! 맨손격투도 익혀 놔야 한다
락스타 특유의 높은 자유도
‘L.A. 느와르’ 를 처음 만났을 때, 낮선 게임에게서 그 게임의 향기가 났다. 초면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느낌, 바로 ‘GTA’ 와 ‘레드 데드 리뎀션’ 같은 느낌이었다는 뜻이다. 오픈 월드 게임이라서 그런 점도 있지만, 필드를 도보, 혹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 총격/추격전을 벌일 때, 각종 이벤트와 전체적인 조작법과 UI 등 전체적으로 락스타의 향기가 진하다.
이는 ‘L.A. 느와르’ 가 나름 생소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국내 게이머 치고 ‘GTA’ 한 번 안 해본 사람 찾기 어려운 만큼, 조작감이 불편해서 게임을 접는다거나 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락스타라는 이름값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다.
단지, 무법자가 되어 도시를 질주하는 무한 자유도를 느낄 수 있는 락스타의 전작들과는 달리, ‘L.A. 느와르’ 의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고 국민을 지키는 형사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그 자유도 면에서는 조금 제한을 둘 수 밖에 없다. 경찰이 차를 몰고 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는 것 까진 이해하더라도, 지나가는 사람을 때려서 돈을 뺏고, 행인을 차로 치고, 총으로 일반인을 쏘는 행위는 아무래도 현실과 맞지 않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 실제로 미션 중 저지른 자잘한 사고(차 손상, 공공 기물 파괴, 상해 등)는 미션 완료 후 스코어에 반영되기 때문에 ‘GTA’ 처럼 스턴트 액션을 즐기기는 어렵다. ‘GTA’ 나 ‘레드 데드 리뎀션’ 수준의 자유도를 생각했다면 약간만, 아주 약~간만 기대치를 낮추도록 하자.
▲ 차
부숴 먹은 것과 공공기물 파손에 대해서는 챕터 끝에서 정산한다
▲ 시민을
죽이면 그대로 미션 실패!
그렇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것 처럼 ‘L. A. P. D!’ 를 외치며 당시에 생산되던 클래식 차량들도 빼앗아(징발)탈 수 있고, 오픈 월드로 표현된 1940년대 LA의 생생한 모습(명소, 풍경, 사람들, 당시 문화와 사회상, 부패 경찰과 할리우드 등)을 확인하는 재미는 분명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즐거움임엔 확실하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문화권 게이머들에게는 추억을 자극하고, 국내 유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선 시대/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도 한국 근현대의 배경을 잘 고증/묘사한 게임이 나온다면 통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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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LA의 명소와 풍경, 이게 서울 풍경이었다면 재밌었을텐데
한글화만 되었어도!
‘L.A. 느와르’ 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바로 비한글화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대화를 통해 범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하는 ‘L.A. 느와르’ 특성 상 대사의 비중은 매우 크다. 실제로 ‘L.A. 느와르’ 는 22,000 페이지에 달하는 각본과 50시간 이상의 대화 장면이 구현되어 있다. 이는 장편 영화 12편, TV 드라마 2시즌 분량에 달한다. 국내 콘솔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한글화에 드는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게이머로서는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실제로 중, 고등학교 6년(초등학교 영어교육 세대가 아니다), 대학영어에 토익 공부 겉핥기까지 10여년 가깝게 영어를 공부했던 필자도 게임을 진행하며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워낙 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있고, 자막 표시 기능이 존재하긴 하지만 게임 화면 보다 자막 해석 보다 보면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게임 특성 상 일상 회화보다 어려운 단어도 많이 등장하므로, 결국 원어민 수준의 듣기 능력이 갖추어져야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도 ‘L.A. 느와르’ 는 게임 중 지나간 대사를 확인시켜주는 ‘Log’ 메뉴를 지원한다. 이를 사용하면 원어민 수준이 아니더라도 놓친 대사를 천천히 훑어보며 게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사 중간중간에 스타트 버튼 누르고 로그 메뉴 확인하고 돌아오고 하다 보면 부드러운 게임 흐름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각종 증거(특히 서류나 영수증 종류)를 통해 사건의 개연성을 추리하는 것은 한글로 되어 있더라도 어려운 부분이었을 터인데, 이걸 일일히 영어로 해석하고 있자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결국 영어 실력에 자신이 없는 게이머라면 웹 상의 각종 공략이나 대사집을 참고해야 하는데, 이러면 당연히 게임의 두근두근하는 맛아 떨어지게 된다.
▲ 이정도
문서면 양반
▲ 놓친
대사를 이렇게 다시 볼 순 있지만, 놓친 흐름을 되잡진 못하지!
게임 진행에 있어서도, 용의자 심문 과정에서 올바른 답을 고르지 못 했을 경우에도 결국 사건이 해결되어 버리는 점도 뭔가 어물쩡 넘어가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또한, 위에 언급했던 감식-심문-수색-추격-전투 외에 즐길 만한 요소들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현실과 거의 비슷한 방식의 경찰 수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 요소이지만, 그 외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GTA’ 나 ‘레드 데드 리뎀션’ 에 비해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L.A. 느와르’ 는 확실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사건의 진상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수사물 특유의 재미를 그 어떤 게임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잘 표현했으며, 실제 사진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잘 묘사된 캐릭터들의 표정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플레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한글화를
기다리다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곰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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