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 13-2, 전작의 문제점만 수정했나?
2012.02.17 17:51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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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13-2' 가 지난달 31일 PS3, Xbox360으로 발매되었다
사소한 정보만 나와도 모두가 한 마음으로 들뜨곤 했던 일본RPG 대표 작품 중 하나인 ‘파이널 판타지’ 의 명성도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09년 12월 발매되어 혹평과 실망감을 안겨준 ‘파이널 판타지 13(이하 파판13)’ 을 빼놓을 수 없다. ‘파판 13’ 은 그래픽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당대 최고였지만, 변화에만 신경 쓴 나머지 기존 시리즈가 쌓아온 전통을 포기한 것이 문제였다.
‘파판 13’ 의 문제점은 크게 게임 내 자유도가 제한적으로 제공돼 스토리에만 끌려 다니다 엔딩에 이르는 일방적 전개 방식, 마을이나 도시를 활보하며 숨겨진 보물상자 찾기의 재미 실종, 대다수 일직선인 맵의 구조, 후반부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제한된 성장 시스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NPC들과의 소소한 대화를 다양하게 제공하지 않는다 등 총 5가지다. 이처럼 기존 시리즈가 고수해온 전통 대다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지난달 31일 PS3, Xbox360으로 발매된 후속작 ‘파이널 판타지 13-2(이하 파판13-2)’ 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플레이 해본 결과, 일종의 설욕전을 방불케 했다.
일단 ‘파판13-2’ 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말끔하게 보완했다. 이를 증명하듯 전작과 달리 게임의 자유도가 중반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나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이 유저가 세계 이곳 저곳을 활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마을이나 도시 및 맵 곳곳에 숨겨진 보물상자 찾기가 부활해 광활한 맵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생겼다. 세 번째는 일직선인 맵의 구조를 개선해 지루하지 않게끔 배치했다. 네 번째는 제한된 성장 시스템에서 초반부터 자유롭게 전투 스타일을 선택/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NPC들에게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거나 소소한 대화로 게임의 세계관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실종되었던 전통을 다시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파판 13-2’ 는 ‘파판 13’ 에서 사라졌던 전통이 부활했으니 명작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새로 선보인 시스템들이 대체적으로 재미가 있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RPG임에도 캐릭터의 매력이 전무하다는 점과 게임의 테마인 시간여행이 플레이 할수록 점점 지루해지고 흐름마저 뚝뚝 끊어지는 느낌까지 준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전작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여겨질 정도다.
시간 여행과 함께 떠나버린 캐릭터의 매력
‘파판13-2’ 의 테마는 시간 여행이다.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크게 ‘게이트’ 와 ‘오파츠’ 그리고 ‘히스토리아 크로스’ 를 개방해야 한다. ‘게이트’ 는 말 그대로 다른 세계 또는 차원을 넘나들게 해주는 장치며 매개체인 ‘오파츠’ 를 필요로 한다. ‘오파츠’ 는 게이트를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으로, 게임의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이나 숨겨진 아이템 형식으로 얻을 수 있다. ‘히스토리아 크로스’ 는 세계와 세계를 잇는 틈새로, 개방된 ‘게이트’ 에 따라 유저가 가고 싶은 세계 또는 차원을 선택해 진입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겸한다. 기본적으로 유저가 메인 스토리 전개에 충실하겠다면 20개 내외의 ‘게이트’ 를 돌파해야 엔딩에 다다를 수 있으며, 반복 플레이나 완벽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면 최대 35개에 달하는 방대한 ‘게이트’ 를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메인 스토리 분량만큼 사이드 스토리의 분량도 상당해 RPG의 장점인 긴 플레이타임은 확실히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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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시간 여행
아쉬운 점은 게이트나 히스토리아 크로스를 넘나들 때 생기는 로딩 시간이다. 로딩 시간은 게임과 별개의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게이트를 클릭해 이동할 시 매번 비슷한 장면을 20초 이상 지루하게 봐야 한다는 점은 게임의 몰입도와 흐름을 끊어놓기 충분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는 히스토리아 크로스를 넘나드는 일이 빈번해져 이 같은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다. 여기에 로딩 시 화면 상으로 계속 빨려 들어갈 듯한 임팩트(소용돌이)가 펼쳐지는데 계속 보고 있으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비록 로딩 중에 아닐로그 버튼으로 상하좌우 배경을 조작하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딱히 재미가 없어 그냥 눈을 감고 있는 게 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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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돌입할 때마다 고통이 동반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유저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남녀 주인공 노엘과 세라(DLC 제외)뿐이다. 전작의 주인공들은 우정 출연 그 이상의 비중은 없으며, 실제 조작해 볼 수도 없다. 여기에 고작 뉴페이스로 등장한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 노엘과 적으로 대치하는 카이아스 그리고 중립인 율 정도다. 스토리의 흐름도 기승전결과 거리가 있다. 띄엄띄엄 나눠진 옴니버스를 클리어 하는 기분이다.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엔딩의 반전을 빼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 장면이나 대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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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C로 매력을 채우려는 부분이 많은 게 문제랄까?
한편, 게임의 마스코트인 모그리는 활약 면에서 주인공들보다 더욱 두드러져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그리는 깜찍한 인형의 모습이지만 커맨드 액션에 따라 보이지 않는 물건을 알려주고 또는 찾아주기까지 한다. 전투 시에는 활이나 검으로 변해 여주인공 세라를 돕는 등 거의 만능에 가까운 활약상을 보인다. RPG에서 주인공이 아니라 마스코트 캐릭터만 기억에 남다니,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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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아이템을 찾아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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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과 검 등 전투 시 무기로도 변하는 모그리의 활약상
속은 기분의 ‘라이브 트리거’ 와 그나마 나은 ‘시네마틱 액션’
‘파판13-2’ 의 여주인공 세라는 이야기 초반 언니 라이트닝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메인 스토리에 끌려 다니게 된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여행의 목적이 뒤틀린 미래와 과거를 바로 잡기 위함으로 바뀌면서 게임의 자유도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게임은 ‘과거가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 는 일반론과 반대로 ‘미래가 바뀌면 과거도 바뀐다’ 는 설정을 채용했다. 조금 거창한 느낌이 들지만 실제론 그렇게까지 신선하지 않다. 말 그대로 거꾸로일 뿐이다. 미래 세계나 연도를 알 수 없는 특정 시대에서 변화시킨 무엇(패러독스)이 과거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으로, 없던 길이 생기고 막혀있던 길이 뚫려 있는 등 조금은 뻔한 활용도라 아쉽다. 여기에 대개 같은 장소를 연대별로 다르게만 꾸며 놓았을 뿐, 같은 맵을 반복해서 도는 일이 많아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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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다르지만 해결 방법은 대다수가 공통인 사이드 퀘스트
‘라이브 트리거’ 와 ‘시네마틱 액션’ 시스템이 기존 RPG ‘라이브 트리거’ 는 일종의 대화 선택지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총 4가지 중 하나 혹은 대화에 따라 다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마치 멀티 엔딩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단 여기서의 선택이 게임 스토리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총 10개의 엔딩이 존재하지만 과정만 다를 뿐 결론은 오로지 하나라는 점이다. 이처럼 ‘라이브 트리거’ 는 적절한 선택지를 선택해 아이템만 받아가는 시스템이라, 멀티 엔딩을 기대한 유저에게 안기는 실망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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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선택해야 할까 고민한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다
‘파판 13-2’ 에서 그나마 신선하게 평가하고 싶은 시스템은 ‘시네마틱 액션’ 이다. ‘시네마틱 액션’ 은 전투와 이벤트 영상의 경계를 허물만큼 게임의 흐름이 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예를 들어 특정 몬스터와 전투에 돌입해 HP를 제로로 만들면 로딩 없이 바로 이벤트 영상이 이어진다. 이벤트 영상에서는 대게 몬스터를 최종 쓰러트리는 한 방이 결정되는데, 이때 버튼 액션 성공/실패 유무에 따라 유저에게 다양한 결정타 중 하나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 특히 버튼액션은 집중해서 화면을 보고 있지 않으면 실패할 만큼 제한 시간이 촉박하며, 어떤 버튼 혹은 아날로그 스틱 버튼이 등장할 지 알 수 없어 긴장감까지 든다. 여기에 대미지 수치가 이벤트 영상과 전투 파트가 동일하게 적용/표시되어 있어 지금 전개가 이벤트 영상인지 전투의 연장인지 헷갈릴 만큼 공들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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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시네마틱 액션' 의 순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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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버튼이 나올 지 알 수 없어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몬스터와 파티를 이뤄 싸우는 건 좋은데, 크게 매력 있는 콘텐츠는 아니다
‘파판 13-2’ 는 전투 파트서 대다수의 몬스터를 동료로 참전시킬 수 있다. 추가 방법은 일종의 몬스터 레이드로, 해당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얻을 수 있는 고유의 크리스털 아이템을 필요로 한다. 몬스터 크리스탈은 해당 몬스터에 가해지는 공격 대미지 및 콤보 포인트(게임 화면 오른쪽에 표시)를 일정 이상 기록하면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 특히 앞서 살짝 언급한 패러다임 편성을 통해 1마리를 전투에 참전시키고 2마리는 대기시켜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전투를 즐길 수도 있다. 이는 등장 캐릭터가 적다는 리스크를 커버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지만, 대사 하나 없는 몬스터가 활약한 곳은 전투 파트뿐이라 펫 이상의 재미를 기대하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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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동료로 참전시킬 수 있는 크리스털 아이템
여기에 몬스터 성향에 따라 만렙 기준이 다르고 외형에서 오는 개성도 확실하게 구분했으나 고유 전투 스타일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몬스터들의 전투 성향은 주인공 노엘, 세라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제공하는 전투 스타일 중 하나로 한정되어 있으며, 몬스터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은 떠돌이 상인 초코리나(NPC)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노가다로서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유저에 따라 반길 수도 있지만, 전투 파트 외에 매력 없는 몬스터들을 모두 만렙으로 키울 만큼 크게 애정이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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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몬스터를 키울 수 있지만 모두 만렙으로 키울 만큼 애정이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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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에서 오는 개성은 뚜렷하지만 전투 스타일은 한정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어디까지나 전작 ‘파판 13’ 을 계승/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완전한 ‘새로움’ 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자막 한글화와 전작을 통틀어 세계관에 대해 자세하게 또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게임 내 오토 클립 및 에너미 리포트 메뉴가 제공되어 있어 전작을 플레이 해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후속작이라는 데 큰 메리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