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철권과 3DS의 만남은 ‘최악’
2012.05.08 15:45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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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의 첫 닌텐도 진출작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사진/영상제공: 인트라링스)
세상 참 좋아졌다. 대전격투게임 한 판을 하기 위해 100원짜리 동전을 꼭 쥐고 오락실에 갔다가 1분만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휴대용 게임기를 통해 언제나 어디서나(피카츄가 옆에 있어) 대전격투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는 아케이드나 가정용 콘솔, 기껏해야 PSP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철권’ 시리즈를 무려 닌텐도 휴대기기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바로 지난 4월 28일, 닌텐도 3DS와 함께 국내에 동시 발매된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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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TV광고 영상
신기하다! 3DS에서 철권이 구동되다니!
위에서 말했듯,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은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에서 ‘철권’ 을 구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치가 있다. 닌텐도 게임보이에서 SD버전 ‘킹 오브 파이터즈’ 를 즐기던 15년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것도 ‘철권’ 시리즈 사상 최초의 3D 입체효과 지원에 1초당 60프레임이라니. 말이 필요 없다.
전반적인 이식률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콘솔과 아케이드로 출시된 ‘철권 6: BR’ 을 95%정도 그대로 이식했다. 몇몇 부가적인 기능이 삭제되긴 했지만, 중요한 게임 내 콘텐츠는 그대로다. 아니,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에서만 만날 수 있는 머리털 헤이하치(이하 회춘하치라고 부르고 싶다)도 등장하니 일부 파트는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봐도 되겠다.
그래픽적인 부분 역시 3DS의 기기적 한계에 최대한으로 도전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3DS로 나온 게임 중 최고 수준이다. 물론 전체적인 그래픽은 PSP로 출시된 ‘철권 6’ 보다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3D 입체 효과의 신기함은 이를 메우고도 남는다. 화면도 PSP보다 더 작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다운이식이긴 하지만 ‘철권’ 의 맛은 잘 살아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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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이미지들에서도 3D 입체 효과가 엄청나게 느껴진다(사진은 3D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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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그래픽은 PSP '철권 6' 수준, 화면이 작은 효과도 톡톡히 봤다
3D 입체의 경우 상당히 신기했다. 일반적인 닌텐도 게임과는 달리 상당한 고퀄리티 그래픽을 자랑하는 터라, 마치 한 편의 3D 입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물론 영화도 들어있다)을 준다. 게임 중에는 맵의 깊이는 물론이고, 캐릭터의 손/발의 입체감까지 드러날 정도다. 단, 사용자에 따라 3D 입체 감도를 잘 조절해야 눈이 아프지 않게 3D 입체를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3D 입체 감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실감나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 ‘철권: 블러드 벤젠스’ 영화를 3D 입체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매우 반가웠다. ‘철권: 블러드 벤젠스’ 는 국내에 PS3용 블루레이 디스크인 ‘철권: 하이브리드’ 를 통해서만 발매되었기 때문에 PS3를 보유하지 않은 팬들은 이 영화를 만나기가 통 어려웠다. 때문에 PS3보다 구매가 용이한(가격적으로나, 부피로나) 3DS에서 무려 맨눈으로 3D 입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그야말로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아, 물론 스토리적인 불만은 별개지만…
아쉽다! 이것만 고쳐졌으면…
‘철권’ 이 3DS로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고맙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서 아쉽다는 말은 ‘철권’ 팬으로서의 입장으로, 라이트 유저들은 잘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첫 번째로 아쉬운 부분은 하단의 터치 패드 조작 부분이다. 터치 패드의 경우 4등분 되어 4개의 단축키를 지원한다. 이를 이용하면 손쉬운 콤보가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1번은 띄우기, 2번은 바운드, 3번은 후속타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1-2-3번을 연속으로 누르면 띄우기-바운드-마무리까지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다만, 미리 설정되어 있는 대부분의 콤보는 일명 ‘국민 콤보’ 로, 대미지가 그렇게까지 높진 않으며 중간에 잽이나 어퍼 등으로 타이밍을 맞춰야만 콤보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뭐, 일단 억지로 철권을 가르쳐 초보 수준에 막 입문한 기자의 여동생은 이 기능을 상당히 좋아하긴 했다.
결국, 이 터치 패드를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옵션-컨트롤 셋업 기능을 통해 입맛에 맞는 기술을 찾아서 배치해야 한다. 이 때 입력할 수 있는 기술표에 나온 것 뿐으로, 10단 콤보라던가 특수 상황에서 이행되는(기상 어퍼, 특수잡기 등)기술들은 설정이 불가능하다. 참고로 초풍신도 등록되지 않는다. 여기에 일부 기술의 경우 기술표에 나오지 않거나, 중간 캔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중수 이상 플레이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당 버튼의 조작을 일정 부분까지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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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편리한 시스템으로 등장한 터치 패드 단축키
그러나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할 듯 하다
두 번째 아쉬움은 스토리 모드의 부재다. 이번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에는 영화 외에 별다른 스토리 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별 프롤로그와 에피소드는 물론, CPU 대전 중간에 나오는 라이벌과의 싸움이라던가 보스전도 없다. 용량 문제라기에는 1시간 20분짜리 3D 입체 영화가 통째로 들어가있으니 설득력도 없다. 나름 시리즈의 최신작(스토리가 없는 태그2 제외)인데, 스토리모드 하나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은 조금 슬프다. 물론 철권 팬이라면 스토리를 줄줄 꿰고 있을 확률이 높지만, 위에서 터치패드 기능까지 집어넣으며 챙기려 들었던 초보 유저들은 뭔가 스토리가 있으면 꽤나 좋아하는데… 왠지 아쉽다.
여기에 더해 터치 패드의 반응 속도가 때때로 매우 느린 점도 아쉽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과 캐릭터가 평상심을 유지하는 스탠다드 상태에서 터치 패드를 누르면 기술이 슥슥 잘 나가는데, 게임 도중에 누르면 도통 반응을 안 하거나 이상한 기술을 써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철권’ 특성 상 캐릭터의 이동 방향이나 상태에 따라 다양한 기술이 나가기 때문에 특정 커맨드를 자동 입력해주는 터치 패드가 작동을 안 하거나 꼬이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최적화가 되었으면 한다.
세 번째로 아쉬운 점은 매우 한정적으로 구현된 커스터마이징 기능이다. 사실 게임을 오래 하다 보면 전투에서 얻은 포인트로 캐릭터 아이템을 하나하나 꾸미는 재미가 상당한데,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에서는 단순한 컬러 코스튬 기능만 지원한다. 마음 같아서는 센스 있는 복장으로 꾸민 내 캐릭터를 가지고 온라인 대전을 즐기고 싶은데, 고작 색만 바꿔서는 이 갈증을 채울 수가 없다.
마지막이자 최대의 아쉬움은 온라인 매치 기능이다. 물론 온라인 매치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는 고맙다 못해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지만, 무선 Wi-Fi를 이용한 실시간 대전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실제로 한국이나 일본 유저가 아니라면(간혹 한국/일본 유저도 느릴 때가 있지만) 지독히도 느린(1초당 2프레임 수준) 게임 환경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09년에 PS3와 Xbox360으로 온라인 대전 모드가 탑재된 ‘철권 6’ 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렉 때문에 엄청난 논란이 있었는데, 이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초당 1프레임 나올 때도 적지 않으니 말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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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인터넷 매치가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정말 느리다
그렇다고 속도가 빠른 한국-일본 유저만 골라서 플레이 하기도 어려운 것이, 애초에 온라인 모드에 사람이 많지가 않다. 지역과 수준 등을 모두 ‘상관없음’ 으로 설정해 놓더라도 전체적으로 방이 1~3개 수준이기 문에 로컬 대전 같은 것을 할 만한 여유가 없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아시아 지역, 특히 국내와 일본에서의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유저가 늘어나길 기다릴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당분간은 온라인 플레이가 된다는 점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보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모드 중간에 캐릭터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아쉽다. 온라인 모드에서는 미리 선택한 대표 캐릭터만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온라인 모드를 빠져나가서 대표캐릭터 설정 모드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아무래도 상대방과 대전을 시작하기 전에 주고받는 통신 데이터 양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설정한 듯 한데, 때문에 한 번 플레이했던 상대방과 다른 캐릭터로 붙으려면 방법이 없다. 적어도 게임 끝나고 간편하게 캐릭터 바꾸는 기능이라도 추가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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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마다 캐릭터를 바꿔 가며 겨루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불편하다! 이건 아닌데...
위에서 ‘철권’ 팬으로서의 아쉬운 점을 얘기다면, 이번에는 굳이 ‘철권’ 팬이 아니더라도 불편해 할 만한 부분을 짚어보겠다.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을 플레이하며 느낀 불편함은 게임의 콘텐츠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바로 하드웨어 부분이었다. 기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철권’ 과 닌텐도 3DS와의 궁합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3DS의 터치 패드는 게임 도중에 누르기가 영 불편하다. 기술 발동이 안 된다는 얘기라기보단, 게임을 시작하면서 애초에 ‘이번 판에서는 이 터치 패드를 써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으면 손이 안 간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왼손은 방향키, 오른손은 ABXY버튼에 놓고 게임을 즐기게 되는데, 터치 패드는 그 중간, 아주 애매한 부분에 있기 때문에 본능적인 터치가 어렵다.(특히 광고 영상에 나오는 터치 펜으로 조작하는 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된다) 실제로 격전 상황 중 찬스가 왔을 때 터치 패드를 누르려고 손가락을 옮기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거나 해서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의 조작감은 정말이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철권’ 은 3DS로 즐기기에 적합한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한껏 느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이는 3DS의 기기적 특징 때문이다. 일단 좌측의 아날로그 스틱의 경우 대각선 입력이 굉장히 어렵다. 스틱의 위치도 영 불편하고, 대각선 입력 범위가 좁은 듯 한 느낌까지 든다. 여기에 스틱 자체의 반발력(원위치로 돌아가려는)도 낮아 빠르고 정교한 조작이 힘들었다. 흔히들 PS3와 Xbox360 콘솔 패드의 장단점에 대해 논란을 벌이곤 하는데, 3DS와 대전격투의 만남은 그 어떤 케이스보다도 최악이다.
여기에 공격 시 누르게 되는 ABXY 버튼이 상당히 작은데다 한 곳에 모여 있고, 버튼 자체도 부드럽게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일정 압력이 가해지면 순간적으로 ‘딱’ 하고 눌러지기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 라면 모를까 ‘철권’ 과는 영 맞지 않았다. 실제로 ‘철권’ 의 경우 두 개 이상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거나 대각선 방향 조작이 많은 편인데, 이 경우 10번 중에 7~8번은 대각선 조작이 아래/옆으로 먹히거나 버튼 두 개 중 하나가 먼저 눌러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런 환경에서도 괴수 같은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나오겠지만, 연습을 하다 보니 ‘진입 장벽 낮추겠다고 자동 콤보 패드 기능까지 만들어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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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 작다. 물~론! 손에 살이 찌긴 했어! 하지만 버튼이 작은 탓이 크다
결국 ‘철권’ 을 아무리 잘 하는 유저라고 하더라도 ‘철권 3D 프라임 에디션’ 에서는 제 실력의 1/3, 아니 1/5도 발휘하기 힘들다. 상대가 살짝 뜬 찰나의 순간을 캐치해야 하는 소규모의 콤보는 물론이요, 약간의 별도 조작이 필요한 공중 콤보 역시 빗나가기 일쑤다. 실제로 온라인 대전에서 만난 100명 이상의 상대방(통신 상태가 좋은 경우 한정) 중에서 공중 콤보라도 제대로 넣는 사람은 기껏해야 3~4명, 그것도 오락실이나 가정용 콘솔 온라인 대전보다 한참 수준이 낮은 대전이 이루어졌다.
물론 실력 다운은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대각선 입력과 버튼 동시 터치 빈도가 높은 ‘레이 우롱’ 을 주 캐릭터로 삼는데, 3DS에서 하려니 눈물이 났다(실제로). 결국 컨트롤이 비교적 쉬운 부 캐릭터 ‘펭 웨이’ 를 선택했는데, 역시나 제 실력과는 한참 거리가 먼 초보 수준의 플레이만 나왔다.
왜 그들은 3DS를 택했나
‘철권’ 시리즈가 3DS로 나왔다는 것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그러나 수백 번의 온라인대전을 즐겨 본 지금에는 ‘왜 하필 3DS를 선택한 거야!?’ 라고 되묻고 싶다. 이러한 비평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철권’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조작감만큼은 최악이다.
물론 맨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3D 입체 영상, 엇갈림 통신 지원 등 3DS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점도 많다. 무엇보다 3DS는 그 보급성 면에서는 기존 PS3나 Xbox360을 아득히 뛰어넘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용게임기 중 하나인 NDS의 후속작 아닌가. 남코의 선택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슬픈 건 슬픈 것이다. 이미 3DS가 있는데 철권 ‘도’ 해보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오직 철권을 해보기 위해 3DS를 사겠다고 한다면 말리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 자체는 매우 좋다. 3DS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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