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뮬레이션 + RPG(B-17 플라잉 포트리스)
2001.08.13 14:53정주운
세상만물은 혈통이 중요하다
일반 게이머들은 잘 모르겠지만 B-17 플라잉 포트리스 2(이하 B-17)는 비행 시뮬레이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대작중에 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플라잉 포트리스(Flying Fortress)의 후속작이다. 플라잉 포트리스는 8년전에 마이크로프로즈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폭격기를 소재로 게임을 제작,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다(당시에는 팰콘 3.0이나 토네이도같은 전투기 중심의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었다). 플라잉 포트리스를 즐겨 플레이한 게이머들은 후속작이 제작되기를 갈망했고 제작사는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후속작인 B-17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보기엔 괜찮은데!
게임을 인스톨하고 패치를 설치(필자가 플레이한 버전이 국내 출시용 베타버전이라 패치를 해야 했다)한 뒤 단축 아이콘을 눌러 게임을 실행시키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2차대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터페이스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오프닝 동영상은 종군 기자가 찍은 무성 기록영화처럼 제작돼 2차 대전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게이머들도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초기화면도 매우 인상적이다. 최근에 나온 게임치고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아이콘들이 2차대전 당시 사용되던 비행기의 작동버튼처럼 디자인되어 있어(효과음도 버튼이 작동될 때 나는 소리와 똑같이 난다) 게임 분위기에 쉽게 몰입시켜준다.
B-17은 원작과 비교했을 때 승무원들의 역할이 보다 세분화되고 꼼꼼하게 설정되었다.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폭격수, 엔지니어, 무선 조작사, 선두, 후미, 배면 기관총수 등 각각의 파트에 근무하는 승무원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초기에 주어지는 대원들만큼의 능력치를 가진 승무원을 찾기란 힘들다는 것을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하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기존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승무원이 전투중에 죽던 말던 편대를 이끌고가 주어진 목표만 완수하면 됐지만 B-17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이다. 게이머는 자신에게 주어진 승무원들과 게임에서 제공하는 미션을 같이 공략해야하는 공생(共生)관계로 오랜시간 임무를 수행할 수록 그들의 업무 수행력은 눈에 띄게 향상된다. 따라서 처음 자신에게 주어진 NPC(게이머가 조종할 수도 있다)들을 얼마만큼 살리는가가 게임진행이 원만해지는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B-17의 지형표현도 매우 자세해졌다. 맵을 이어부친 부분이 티가 나기는 하지만 효과적으로 사용된 매핑이나 파티클 시스템(주: 게임에서 구름, 비, 물 등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는 스프라이트들을 표현하는 시스템)은 최근에 나온 어떠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자칫 단조롭게 보이기 쉬운 하늘부분의 표현은 실사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친구집에 있는 20인치 모니터로 플레이했을 때 ‘우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을 정도로 배경 그래픽은 완벽에가까웠다.
사운드도 B-17의 재미를 증가시켜주는 또하나의 요소이다. 최근 유행하는 3D 사운드는 기본. 여기에 각종 필터를 사용해 조종석에서 흘러나오는 음성과 전투시 기총사수들이 다급히 내뱃는 소리는 눈을 감고 있어도 구분이 갈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투중에 승무원이 부상을 당하거나 지원이 필요할 때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질 정도로 사실성 또한 뛰어나다.
처음 보기엔 괜찮은데!
B-17은 뛰어난 지형 그래픽과 사운드를 가지고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것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특히 비행기 동작의 사실성 결여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커버하기에는 아쉬움이 무척 많다. 물론 게이머들이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기게 하기 위해서 물리학의 기본 이론에서부터 자유롭게 비행기가 움직이게 하고 싶은 개발자의 마음은 십분 느껴진다. 하지만 B-17같은 전폭기가 루프(주: 비행기가 360도 회전하는 것)까지 하는 부분에서는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리학 이론에서 너무 자유로왔다.
B-17은 8명의 승무원이 각기 다른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보다 세밀하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개인적으로 B-17이 다른 게임과 구별지어지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이 있지만 이런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많은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보다 사용키가 많아야 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개발자는 간과한 듯하다. 키보드에 있는 모든 자판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키까지 총동원되야만 비행기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으니 단축키 외우기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게이머의 건강을 위해 이로울 듯싶다. 다행히 인포그램에서는 단축키와 기체 조종용 키 패널을 두툼한 종이에 인쇄하고 코팅까지 한 매뉴얼을 별도로 패키지안에 동봉해 게이머들의 건강증진에 힘써주고 있다. -_-^
보다 높은 완성도로 출시되기를 기원하며…
B-17은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대대적인 패치작업을 한 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패치의 내용이 게임의 그래픽을 완전히 바꾸는 등의 개편의 성격을 띠는 패치는 아니지만 게이머들의 시스템 사양을 타는 버그 수정과 비행 역학의 사실성 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미 그릇이 작게 만들어졌다면 그 그릇을 보다 예쁘게 다듬는것이 최소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등을 돌렸던 국내 게이머들이 눈길을 다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일반 게이머들은 잘 모르겠지만 B-17 플라잉 포트리스 2(이하 B-17)는 비행 시뮬레이션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대작중에 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플라잉 포트리스(Flying Fortress)의 후속작이다. 플라잉 포트리스는 8년전에 마이크로프로즈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폭격기를 소재로 게임을 제작,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다(당시에는 팰콘 3.0이나 토네이도같은 전투기 중심의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었다). 플라잉 포트리스를 즐겨 플레이한 게이머들은 후속작이 제작되기를 갈망했고 제작사는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후속작인 B-17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보기엔 괜찮은데!
게임을 인스톨하고 패치를 설치(필자가 플레이한 버전이 국내 출시용 베타버전이라 패치를 해야 했다)한 뒤 단축 아이콘을 눌러 게임을 실행시키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2차대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터페이스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오프닝 동영상은 종군 기자가 찍은 무성 기록영화처럼 제작돼 2차 대전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게이머들도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초기화면도 매우 인상적이다. 최근에 나온 게임치고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아이콘들이 2차대전 당시 사용되던 비행기의 작동버튼처럼 디자인되어 있어(효과음도 버튼이 작동될 때 나는 소리와 똑같이 난다) 게임 분위기에 쉽게 몰입시켜준다.
B-17은 원작과 비교했을 때 승무원들의 역할이 보다 세분화되고 꼼꼼하게 설정되었다.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폭격수, 엔지니어, 무선 조작사, 선두, 후미, 배면 기관총수 등 각각의 파트에 근무하는 승무원들은 저마다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초기에 주어지는 대원들만큼의 능력치를 가진 승무원을 찾기란 힘들다는 것을 게임을 조금만 플레이하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기존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승무원이 전투중에 죽던 말던 편대를 이끌고가 주어진 목표만 완수하면 됐지만 B-17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이다. 게이머는 자신에게 주어진 승무원들과 게임에서 제공하는 미션을 같이 공략해야하는 공생(共生)관계로 오랜시간 임무를 수행할 수록 그들의 업무 수행력은 눈에 띄게 향상된다. 따라서 처음 자신에게 주어진 NPC(게이머가 조종할 수도 있다)들을 얼마만큼 살리는가가 게임진행이 원만해지는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B-17의 지형표현도 매우 자세해졌다. 맵을 이어부친 부분이 티가 나기는 하지만 효과적으로 사용된 매핑이나 파티클 시스템(주: 게임에서 구름, 비, 물 등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는 스프라이트들을 표현하는 시스템)은 최근에 나온 어떠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자칫 단조롭게 보이기 쉬운 하늘부분의 표현은 실사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친구집에 있는 20인치 모니터로 플레이했을 때 ‘우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을 정도로 배경 그래픽은 완벽에가까웠다.
사운드도 B-17의 재미를 증가시켜주는 또하나의 요소이다. 최근 유행하는 3D 사운드는 기본. 여기에 각종 필터를 사용해 조종석에서 흘러나오는 음성과 전투시 기총사수들이 다급히 내뱃는 소리는 눈을 감고 있어도 구분이 갈 정도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투중에 승무원이 부상을 당하거나 지원이 필요할 때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질 정도로 사실성 또한 뛰어나다.
처음 보기엔 괜찮은데!
B-17은 뛰어난 지형 그래픽과 사운드를 가지고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것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특히 비행기 동작의 사실성 결여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커버하기에는 아쉬움이 무척 많다. 물론 게이머들이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기게 하기 위해서 물리학의 기본 이론에서부터 자유롭게 비행기가 움직이게 하고 싶은 개발자의 마음은 십분 느껴진다. 하지만 B-17같은 전폭기가 루프(주: 비행기가 360도 회전하는 것)까지 하는 부분에서는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리학 이론에서 너무 자유로왔다.
B-17은 8명의 승무원이 각기 다른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보다 세밀하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개인적으로 B-17이 다른 게임과 구별지어지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이 있지만 이런 장점을 십분 살리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많은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보다 사용키가 많아야 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개발자는 간과한 듯하다. 키보드에 있는 모든 자판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보다 높은 완성도로 출시되기를 기원하며…
B-17은 국내에 출시되기 전에 대대적인 패치작업을 한 후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패치의 내용이 게임의 그래픽을 완전히 바꾸는 등의 개편의 성격을 띠는 패치는 아니지만 게이머들의 시스템 사양을 타는 버그 수정과 비행 역학의 사실성 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미 그릇이 작게 만들어졌다면 그 그릇을 보다 예쁘게 다듬는것이 최소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에 등을 돌렸던 국내 게이머들이 눈길을 다시 돌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