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의 아류작으로 날 평가하지 마라(트라비아)
2003.06.09 19:51윤주홍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은 ‘리니지 2’와 ‘릴 온라인’ 등으로 대표되는 3인칭시점과 '뮤'를 표방하는 3D 쿼터뷰 시점의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진 시장을 선점 중인 2D 온라인게임에 그 위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MMORPG의 제 2세대를 열어나가고 있는 국산 온라인게임의 약진은 단순히 웹보드게임만을 즐겨오던 게이머들의 의식수준을 향상시켜주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해외 온라인 게임의 경우 에버퀘스트나 애쉬론즈 콜과 같은 게임으로 대표되는 3인칭 시점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진 마우스를 이곳저곳으로 놀리며 게임 속의 주인공을 관망하는 쿼터뷰 시점의 게임이 국내에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쿼터뷰 시점의 3D게임은 대박의 꿈을 실현한 뮤와 같은 핵앤슬래쉬 형태의 단순한 레벨업 위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지금은 단순히 스크린샷만을 봐서는 분간이 되지도 않을 정도로 비슷한 형태의 작품이 쏟아져 나와 시장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온라인게임 춘추전국시대에 또다시 제 2의 ‘뮤’ 건국신화(?)를 위해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었으니 신생개발사인 재미인터랙티브 제작, CCR 퍼블리싱의 ‘트리비아’가 바로 그것이다. 파이날 판타지 7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무라사메(일본 나라시대에서 나온 칼. 일본 일파 중 최고급 일파인 무라사메 도공일파에서 제작한 검을 뜻함) 스타일 대형도검을 든 캐릭터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일단 시선끌기에 성공한 트라비아는 현재 클로즈베타테스터 모집에 한창 열을 기울이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선뜻 뮤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가 트라비아의 제목을 장식하는 홈페이지 대문에서부터 게이머들은 “어디서 많은 본 듯한데…”라는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어쨌거나 섣부른 판단보다는 뚜껑을 열어보고 게임을 평가해보는 것이 도리. 일단 트라비아는 미학적인 캐릭터 모델, 전문 애니메이터가 만든 애니메이션, 진보된 파티클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통해 다른 쿼터뷰형 3D 온라인게임과의 차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무슨 뜬구름 잡는 이야기냐고 물어볼 게이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3대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타격감, 속도감,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3D 그래픽의 효과를 최대한 살렸다는 것이 제작사인 재미인터랙티브의 설명이다. 여기다가 EAX를 지원하는 3D 사운드를 통해 음원의 위치에 따라 생생한 타격음을 들려주는 게임시스템에서부터 일반적인 쿼터뷰형 게임과의 차별성을 부각한다. 이에 따라 트라비아는 필드, 던젼, 동굴, 실내 등 각각의 장소에 따른 음향의 차별화로 자사가 내세우고 있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의 3대 요소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트라비아의 아이템 시스템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현재 트라비아 공식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서 뜨거운 찬반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 게임이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무한 아이템 시스템이다. 트라비아가 지원하는 무한아이템이라는 것은 2.45x10의 44승이라는 엄청난 숫자만큼의 다양한 옵션을 가진 아이템을 게이머에게 랜덤하게 떨어뜨려 준다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는 멀티플레이에서 랜덤아이템의 기초를 마련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 2’에서 볼 수 있었던 개념과 비슷한 형태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무한아이템 시스템은 동일한 유니크 아이템이라 해도 게이머가 주울 때마다 옵션이 틀린 아이템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많은 게이머들은 자신이 보유한 아이템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그래픽 효과를 보여줌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그쪽의 계획이니 뚜껑은 일단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법하다.
트라비아는 인챈티드 시스템, 조합형 아이템, 요구사항 상승 시스템, 옵션 등급 등 각양각색의 아이템 시스템을 제공해 전투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이템을 조합해 나만의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장치는 트라비아 아이템 시스템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한대로 거의 대부분의 아이템은 각 플레이어 클래스에 따른 전용 아이템이지만 링이나 아뮬렛은 클래스를 초월하여 다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아이템의 장착을 위하여 머리, 가슴, 다리, 신발, 왼손, 오른손, 아뮬렛, 링 2개의 슬롯이 게임에 준비되어 있다.
게임의 스킬은 트라비아 특유의 상태 공격이라는 개념과 인챈팅 마법 시스템을 통해 지루하지 않은 마법 효과를 완성한다. 인챈팅 마법은 국내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개념으로 에버퀘스트나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과 같은 작품에서는 인챈터의 이러한 마법을 통해 무기나 아머를 강화시키는 효과를 얻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동일한 아이템 업그레이드 개념이 존재하지만 마법사의 인챈트는 버프(Buff)처럼 각각의 유니트에 축복을 내려 체력을 강화시키거나 공격력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여겨진다. 앞서 언급한 상태공격이라는 것은 공격에 의한 후유증이 상대에게 남아서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태 이상이 해지되기 위해서는 성직자의 정화 스킬을 이용하거나 상태 물약을 이용하거나 특별한 경우에는 스크롤을 이용해야 한다.
트라비아의 매직찬스 시스템?
이 작품의 아이템 시스템에서 보여주는 또다른 특징은 ‘행운’이라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게이머가 몬스터와 전투해서 승리할 때 전리품을 얻게 되는데 전리품 획득 판정이라는 것을 통해 하나 이상의 전리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행운을 많이 올리게 되면 이러한 획득 판정에서 많게는 다섯 개까지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은 디아블로의 폐인을 양산했던 매직찬스의 효과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 행운 시스템을 통해 게이머들의 부유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전투
트라비아의 성장과정은 다른 MMORPG 게임처럼 경험의 획득->레벨의 획득->스킬 및 스탯 포인트의 획득으로 이어진다. 스탯 포인트는 레벨업 당 5점이 주어지며 자신이 원하는 스탯들(힘, 민첩, 지능, 행운) 중 일부 또는 전부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투자할 수 있다. 저레벨에는 매우 빨리 성장이 가능하지만 레벨 20을 넘어서면 성장이 점차 더뎌지는 일반적인 MMORPG의 곡선을 따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게임자체가 퀘스트 시스템을 통해 전략적으로 몬스터를 통제,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몬스터간 상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게이머를 목격함으로써 단순히 덤벼드는 단순무식형 몬스터가 아닌, 자신의 체력치에 따라 동료를 불러오거나 그룹을 지어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뜻이다. 트라비아에서는 이와 같은 지능적인 몬스터를 통제하기 위한 영웅급 몬스터가 리더로 등장하며 대규모 전투시 게이머의 전략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고 한다.
내 국가를 위해 충성하리
작게는 길드, 크게는 종족이나 국가에 게이머가 종속되는 개념이 요즘 온라인 게임의 추세가 아닌가? 이와 같은 개념은 자신히 속한 단체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게임에 대한 중독성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트라비아 역시 다양한 문화정책과 평화적 외교로 명망을 자랑하는 ‘안다리아’와 척박한 땅에서 험하게 큰 유목민족 ‘브리트라’, 그리고 안다라스에 의해 축출당한 버림받은 자식들 중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국가 ‘데바’까지 3가지 국가가 등장한다.
물론 각 국가별로는 길드라는 단위로 게이머들의 집단이 나뉘어지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이나 에버퀘스트처럼 길드나 국가급의 단체를 필요로 하는 대형 퀘스트 시스템이 이 게임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퀘스트는 작게는 시나리오/심부름/헌화 퀘스트에서 정찰, 길드간 크게는 국가간 전쟁 퀘스트까지 다양한 재미의 형태를 시나리오를 통해 풀어나가게 된다. 필자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에피소드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상대국가의 공주를 납치하는 대형 퀘스트를 진행함으로서 아군국가 전원에게 행운수치를 높여주는 결과 등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
포스트 뮤를 꿈꾼다
일단 현재까지 트라비아가 보여주고 있는 특징은 크게 뮤에 필적하는 3D그래픽과 디아블로형 게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중독요소다. 때문에 외관상의 모습으로 게임을 판단하기엔 ‘위드’의 배경과 ‘뮤’를 연상시키는 듯한 단순한 아류작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게임에서 100% 창조를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며 적절한 모방은 게이머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는 장점으로 부각된다는 사실이 게임계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물론 그 평가는 곧 클로즈베타테스트에 돌입할 게이머들이 증명해 줄 수 있는 사실이 아닐까? CCR의 야심찬 프로젝트, ‘트라비아’가 수많은 게임이 노리고 있는 포스트 뮤의 신화를 이룩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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