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PC 롤플레잉 게임이 죽었다고 하더냐?(환상삼국지)
2003.11.04 13:18게임메카 윤주홍
대만산 롤플레잉 게임이 국내 PC게임시장을 잠식하던 시대가 있었다. 지카의 전설을 필두로 시작된 대만 롤플레잉게임의 러시는 동방불패와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풍운까지 당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한글화서비스로 인해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간단하게 말해 지금 중국과 대만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과 비슷한 양상이 PC게임시장에 불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신조협려 완결편과 풍운 2를 끝으로 시든 대만게임의 열풍은 PC게임시장의 전체적인 침체까지 겹치며 결국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버리고 말았다. 1990년대 초, 중반으로선 너무나 파격적인 그래픽과 음성지원시스템, 한글화였지만 유통사의 악재가 겹치며 점차 서비스가 부실해지기 시작했고 까다로운 시스템사양 요구 등으로 인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일부 유통사에서 싼값에 들여오는 삼국 조자룡전과 같은 작품을 제외하고는 중화권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엄청난 중국어 실력과 탁월한 어둠의 경로(?) 네트워크망 형성 외에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바야흐로 세월은 지나 국내에도 PC 롤플레잉 게임의 출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든 세월이 도래했다. 중화권의 게임은 고사하고 국산 롤플레잉이라곤 유례없는 버그사태로 게이머들의 엄청난 분노를 유발한 천랑열전 뿐… 팔아봐야 본전은커녕 유통사의 존립자체를 뒤흔드는 암울한 PC게임시장은 정녕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서비스로 지겹도록 베타테스트만 해대는 온라인만 남게 될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과거 삼국공명전을 출시한 아이디소프트가 조용히 출사표를 던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중합작으로 3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개발해온 ‘환상삼국지’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중화권 특유의 그 투박한 그래픽으로 치부하기엔 섬세함이 넘치는 아기자기한 화면, 밀도 있는 스토리와 게임시스템까지 국내 게이머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장점을 두루 갖춘 이 작품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그 느낌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환상삼국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래픽이다. 개발사 측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카툰 기법에 중국의 산수국화를 결합시켜
환상삼국지만의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해냈다. 특히 산에 피어오르는 안개와
바람에 춤을 추는 나뭇잎, 나무 사이를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까지 배경화면에 플래시효과를
삽입해 수채화풍의 느낌을 살려낸 것은 분명 이 작품의 진가를 드러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인물묘사에 있어서도 감정과 표현의 느낌을 나타내도록 섬세히 신경 쓴 부분을 눈치 챌 수 있다. 게이머는 게임이 진행되는 중간에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광경과 놀라거나 기쁜 표정을 짓는, 슬프거나 민망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손쉽게 발견 할 수 있다. 가능한 주인공의 감정표현을 최대한으로 묘사해 게이머들의 감정이입을 최고조로 이끌어낸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게임의 배경은 제목처럼 기존의 소설을 바탕으로한 삼국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게임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희헌과 희상은 낭랑 18세의 오누이 남매로 스승인 서서에게 몸을 의탁하고 평화로이 난세를 잊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신선세계의 천약궁 검사들이 와서 느닷없이 들이닥쳐 공격을 가하고 이들은 전란의 소용돌이를 피해 유표의 양양성으로 여정을 떠나 유비를 만나며 게임은 시작된다.
오묘한 전투시스템
물론
환상삼국지는 삼국지 외전격의 스토리를 채택하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지만 유저들에게
익숙한 박망파 전투나 조자룡의 백만대군 아두구출작전, 장판파 전투, 적벽대전,
화용도 등 다양한 유명전투를 재현해내고 있다. 왠지 환상수호전을 연상시키는 전투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하나의 장르로 고착화된 이러한 시스템을 단순히 배꼈다라고 표현하기엔
이를 덮어줄만한 많은 장점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환상삼국지는 무술초식을 통한 다양한 무공과 장비도구의 배치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일정량 이상의 전투 경험치를 얻으면 다양한 무술 초식을 수련하여 전투시에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게임에서 획득한 다양한 아이템들과 구입한 장비들로 전투에 대응케 되며 일자장사진, 배수진, 어린진 등 전략적인 캐릭터 배치방법을 통해 이러한 장비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게임의 중독성을 높여주는 장점은 다마고찌 호위 동물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환상 삼국지의 가장 독특한 시스템 중의 하나인 난인수(卵印獸, 알에서 깨어난 동물) 시스템은 각각 세 개의 색깔을 지닌 호위동물이 전투경험치를 얻으며 성장하고 공격, 방어, 치료, 숨겨진 길 찾기, 비행, 점프, 도약, 잠수까지 다양한 특수기를 사용키도 한다.
▶ 난인수 시스템 |
성공할 것인가?
전통적으로
‘삼국지’라는 세 글자가 들어간 게임은 국내에서 모두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내용이 어떻든 간에 삼국지에 대한 매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 높은
게임의 소재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뜻이다. 환상삼국지 역시 이러한 성공의 바탕을
등에 업고 국내시장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삼국지라는 소재를 이용해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는 이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연상하는 삼국지의 정통스토리를 빗겨나 판타지스타일의 독특한 기획과 배경이야기를 다룬 환상삼국지는 새로운 느낌으로 또 하나의 장르창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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