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는 시작에 불과했다… 헬게이트 생생체험기!(헬게이트: 런던 (체험기))
2005.05.02 11:10게임메카 윤주홍
실로 놀라울만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단지 디아블로 창시자들이 새롭게 빚어낸 작품을 추앙하자는 의미도 아니고 구현되지도 않은 창창한 기획만을 듣고 성공을 예견하자는 말도 아니다.
블리자드라는 세계 최고의 개발사 중의 한 곳에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던 그들의 과거는 한낱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지만 이들이 작은 사무실에 모여 다시금 꾸는 꿈은 게임계의 빅뱅을 예고하던 10년전 블리자드의 모습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 헬게이트: 런던 |
'헬게이트: 런던'. 지난달 최초로 게임명이 공개된 이 작품은 쉐퍼형제와 데이비드 브레빅, 빌로퍼를 필두로 한 블리자드의 핵심중역들이 3년전 설립한 플래그쉽스튜디오에서 철저한 보안 아래 개발되어 왔다. 단순히 1인칭을 앞세운 롤플레잉이라는 정보만으론 타는 듯한 갈증을 감출 수 없었던 찰나, 게임메카는 플래그쉽스튜디오의 초청을 받아 그들의 여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 관련기사
[인터뷰]
데이비드 브레빅“디아블로는 연습에 불과한 게임”
<독점>
드디어 베일 벗은 헬게이트: 런던?
新 장르의 탄생 헬게이트: 런던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브레빅의 말이다. 그의 이야기대로 헬게이트는 1인칭 시점을 기본으로 한 액션롤플레잉게임이다. 플레이장면은 언뜻 하프라이프 2나 둠 3를 연상케 하지만 NPC와의 대화장면과 몬스터를 죽인 뒤 아이템을 루팅하고 있는 장면은 영락없는 롤플레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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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는 1인칭롤플레잉의 대부를 자처하던 울티마언더월드나 시스템쇼크를, 가깝게는 모로윈드와 같은 게임을 떠올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말씀하신 작품에서 '액션'의 의미를 찾긴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개발자들도 정통 롤플레잉에 더 의미를 둔 것이 사실이죠. 헬게이트는 분명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과 완전히 의미를 달리 합니다. 디아블로식 핵앤슬래쉬의 손맛을 1인칭시점에서 느끼면서 롤플레잉 특유의 중독성을 맛볼 수 있는 게임…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우린 이미 있었던 장르를 답습하진 않을 것입니다"
헬게이트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5년 후, 인간이 악마와의 대전쟁에서 패하고 난 뒤 5년 이후의 시점을 그리고 있다. 전쟁에서 생존한 인간들은 런던의 지하로 거점을 옮기게 되고 게이머는 악마들이 지배하는 지상세계의 탈환을 목표로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앞선 프리뷰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플래그쉽스튜디오의 대표 빌로퍼는 런던을 게임의 주무대로 삼은 이유를 자연스럽게 형성된 ‘던전’으로 꼽았다. 수세기전부터 만들어진 하수구와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하철통로, 2차 세계대전에 만들어진 공중폭격의 자국에 이르기까지 런던은 저항군이 숨을만한 천혜의 요새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런던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디아블로 2의 아트디렉터였던 맥스쉐퍼와 배경 아티스트인 데이브글렌은 영국을 수차례 방문했고 그 결과 세인트폴 교회나 버킹엄궁전 등 유명한 건축물이 게임 속에 녹아들었다.
실제 화면상으로 등장한 런던의 모습은 마치 핵폭격을 맞은 후 죽은 사람들이 좀비로 되살아난 으시시한 도시 그 자체였다. 지상은 물론 지하철 역사, 지하주차장에 이르기까지 폐허로 변해버린 곳들은 스산한 기운으로 호러영화에 버금가는 공포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엔진개발이 막 완료된 시점에서 헬게이트: 런던의 그래픽을 논하기엔 이른 듯 하다. 건물 외벽이나 바닥에도 기초적인 텍스처만 입혀진 상태인데다 물리엔진은 물론 그림자효과 등의 각종 이펙트가 모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외부의 누군가에게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일만한 단계는 절대 아니라며 손을 내젓는 아티스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선보여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시연에 등장한 장소는 영국 그레이터런던의 웨스트민스터행정구에 있는 지구인 코벤트가든. 왕립오페라극장으로 유명한 이 장소는 이미 악마들이 잠식한 유령의 도시였다.
▶ 런던 지하철노선을 꺼내 게임의 배경이 된 장소를 설명하는 빌로퍼 |
이처럼 실제 런던의 다양한 장소를 게임으로 옮겨오기 위해 플래그쉽스튜디오는 지하철노선과 수세기전부터 만들어진 하수로를 게임의 지도로 삼았다. 빌 로퍼는 런던에서 가져온 지하철노선표를 보여주며 런던 대부분의 장소가 게임에 그대로 구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 이 곳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 |
지상의 탈환을 꿈꾸는 인간의 몸부림
지상의
대부분을 잠식당한 인간들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하철역의 은밀한 공간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Underground Station)’으로 일컬어지는 인간들의
근거지는 악마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디아블로의 마을(Town)이나
윙커맨더의 로비와 같은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이 안전지역을 통해 게이머들은 자신의 물품을 저장하고 다른 플레이어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NPC로부터 퀘스트하달 및 정비를 가다듬는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구역자체가 넓다고 볼 순 없지만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은 런던 곳곳에 위치하게 될 것이며 각 지역마다 제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NPC들이 게이머가 해야할 수많은 지침을 내릴 것이다.
▶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의 개념을 설명하는 빌로퍼. 칠판을 주목하라 |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의 출구는 지상과 지하 두 곳으로 나뉘어지지만 게이머가 맞닥뜨릴 장소는 항상 새로움 그 자체다. 이는 디아블로에서도 선보인 랜덤맵생성 시스템에 근거한 것으로 플래그쉽스튜디오가 게임엔진을 개발할 때에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게이머가 출구로 나서게 되면 이 장소는 일종의 독립전투지역으로 생성, 일종의 인스턴스 던전과 같은 공간이 된다.
따라서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에서 게이머가 해야할 일은 ‘그룹’을 짜게 되는 것이다. 이 안전지역에서 게이머는 최소 1명에서 40명에 이르는 인원까지 그룹을 만들어 독립전투지역으로 악마사냥을 나설 수 있다. 물론 참여하는 인원에 따라 생성되는 전투지역은 유동적으로 크기가 변경되며 독고다이를 선호하는 사람은 혼자서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게 플래그쉽스튜디오의 설명이다(이미 만들어진 독립전투지역으로 중간에 다른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논의 중이다).
전투에 나간 플레이어는 PDA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스테이션의 NPC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게 된다. 마치 둠 3의 PDA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듯도 하지만 NPC로부터 랜덤하게 미션지령을 하달 받고 아이템과 미니맵 정보를 확인하는 한편 적이 공격하는 방향까지 알려주는 헬게이트의 PDA는 단순히 연락체계수단 이상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같은 독립전투지역은 앞서 설명했듯 크게 지상과 지하 두 곳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지상에선 말 그대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시가전을 벌이게 되며 필드는 물론 건물 내부에서도 층을 오르내리며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지하 역시 인간을 쫓아 들어온 악마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소 중의 하나로 지하철통로, 역사, 지하주차장, 하수구, 방공호 등 다양한 배경으로 구성됐다.
플레이어들이 독립전투지역에서 해야할 일은 단순히 악마를 사냥하는 일 뿐만이 아니다(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가 주가 되겠지만).
헬게이트의 게임구성은 크게 이벤트, 미션, 퀘스트로 구성돼 있다. 이벤트는 말 그대로 개발사가 임의로 제공하는 특별한 임무가 될 것이며 미션은 특정한 악마를 처단하거나 재료를 구해오라는 식의 작은 임무가, 퀘스트는 헬게이트의 스토리 전체를 아우르는 게임진행의 핵심이다. 특히 퀘스트는 그 숫자도 상당히 방대할뿐더러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합심해야하는 에픽퀘스트급의 규모를 자랑함으로서 MMORPG적인 재미를 배가시킨다.
결과적으로 플래그쉽이 의도한 시스템은 MMORPG로 불리우는 온라인게임과 멀티플레이만에 의존한 싱글플레이게임의 단점을 보완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게 데이비드 그레빅의 설명이다. 그는 “헬게이트는 항상 새롭게 형성되는 맵과 아이템으로 정해진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MMORPG의 맹점을 타파하고 롤플레잉 특유의 재미를 극대화함으로서 짧은 만남에 그치는 멀티플레이게임의 생명력을 무한대로 늘릴 것”이라며 “인스턴스 개념으로 형성되는 맵 시스템은 구현상의 문제로 퀄리티를 낮춰야만했던 MMORPG의 단점을 보완, 최고의 퀄리티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재미를 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왜 MMOFPS 액션롤플레잉인가? 하지만 빠른 손놀림으로 적을 맞추고 피하는 감각까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략적인 조준으로도 적을 맞출 수 있거니와 주로 사용하게 되는 무기 역시 범위공격이 가능하거나 유도형태로 적을 따라다니는 기능을 보이는 등 손쉬운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격감은 상당히 높은 편. 디아블로에서 몬스터를 정확하게 조준치 않아도 스피디한 사냥이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
플레이어가 사용하게 되는 무기는 십자군 시대에 쓰였음직한 롱소드에서부터 우지 기관총과 같은 현대적 회기를 비롯 전자기파가 적을 따라다니는 하프 등의 초현실적 무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 도검으로 적을 치는 광경의 3인칭시점 스크린샷. 마치 MMORPG를 플레이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한다 |
또 게임은 왼손과 오른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롤플레잉게임의 기본원칙에 근거, 마우스 왼쪽버튼을 누르면 왼손에 든 화기가 발사되고 오른쪽버튼을 누르면 오른손에 든 화기를 사용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선보인다(시리어스샘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국내게임 나이트로 패밀리와 유사하다). 물론 로켓런처나 무거운 철퇴와 같은 거대한 무기는 양손을 써야하는 장비로 분류된다.
탄환이 발사되는 화기를 쓸 땐 1인칭시점이 유용하지만 롱소드나 도끼와 같은 근접무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3인칭시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처럼 3인칭으로 시점을 전환, 근접무기를 활용할 때에는 마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MMORPG를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으로 시점에 따른 다양한 체험을 가능케 한다. 총과 칼을 든 데빌메이크라이의 단테를 연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롤플레잉적인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요소는 무기의 인챈트시스템이다. 헬게이트의 모든 무기와 착용장비는 ‘소켓’이 존재하며 이는 디아블로의 룬(Rune)이나 보석 시스템처럼 특정한 물건을 삽입함으로서 새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각의 무기는 3~4개의 소켓이 존재하는데 특정한 배터리나 연료 등을 무기에 장착시킴으로서 기존의 기능을 뛰어넘는 결과를 선보인다.
▶ 헬게이트의 템플러 캐릭터 인터페이스 화면 |
이같은 무기나 인챈트시스템에 필요한 장비는 NPC를 통해 구입하거나 몬스터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다. 1인칭 시점에서 아이템루팅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죽은 몬스터 주변에서 특정키를 입력함으로서 손쉬운 아이템루팅이 가능하다. 카운터스트라이크나 메달 오브 아너와 같은 게임에서 특정키로 화기를 집어 드는 시스템과 흡사하다.
총 50레벨로 형성된 헬게이트의 레벨시스템은 상승할 때마다 얻는 스탯포인트를 공격(Offensive), 지속(Passive), 콤보(Combo move) 등 세 가지 카테고리에 분배함으로서 다양한 개성을 띄게끔 만든다. 이와 같은 ‘스킬트리’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에 따라 캐릭터는 사실상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임시연에선 11세기경 십자군전쟁 당시 예루살렘 성묘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성전기사단을 근거로 한 ‘템플러(Templar)'라는 직업이 선보였다. 근접공격에 특화된 기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템플러는 고유의 스킬이기도 한 분노게이지(적을 죽일 때마다 얻는다)를 활용, 가공할만한 속도로 달리거나 건물 2층 높이 이상의 점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템플러 외에도 플래그쉽은 각 나라 고유의 특징에 맞춘 다양한 직업을 선보일 예정. 가령 아시아계열의 직업에겐 빼어난 검술능력과 무도를 갖추게 한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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