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의한, 전쟁을 위한 War게임!
2006.08.30 16:02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전장의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사방에서 적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비명 소리외엔 들리지 않는, 죽어간 이들의 피가 강을 이루는 잔혹한 전장. 그곳을 느껴볼 수 있는 게임이 있다. 바로 ‘워해머 : 마크 오브 카오스(이하 카오스)’다. 이 게임을 ‘레릭’의 ‘워해머 40K’과 혼동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오스는 워해머 40K과는 직접적으론 관련 없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RTS게임이다. 벌써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는 독자가 몇몇 보이므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혼돈!
혼돈이 지배하는 땅! - 선과 악의 영원한 전쟁
본래 테이블 게임이었던
워해머는 본격 ‘전쟁 게임’을 가르키는 대명사가 됐다. 그 영향을 받아서 인지
카오스의 세계는 세세한 설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악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카오스’가 선의 세력인 인간들의 왕국 ‘엠파이어’를 침략하면서 벌어지는
각 동맹들간의 전쟁이다. 솔직히 이런 선과 악간의 전쟁에 긴 말이 필요할까? 둘
중 하나가 멸망할 때까지 싸우는 ‘너 죽고 나 살자’가 전쟁의 기본 아니겠는가.
카오스에는 본격 전쟁 게임답게 다양한 종족이 등장한다. 2개 진영이 존재하고 4개 국가가등장하며 약 11개의 종족이 전투를 벌인다. 여기서 헛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11개 종족이란 인간, 드워프, 하이 엘프, 데몬 같은 유닛으로 등장하는 종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다양한 유닛이 등장해 볼거리 많다는 뜻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2개의 진영은 다음과 같은 국가로 구성되어져있다. 화약과 대포기술 등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 있는 ‘휴먼 엠파이어’와 마법과 활을 잘 사용하는 ‘하이 엘프’가 선의 진영이다.
악의 진영은 어둠에 혼을 판 인간들인 ‘카오스’와 혼돈 마법에 의해 생겨난 ‘스케븐’이 있다. 정리해보면 2개 진영(선과 악)은 4개 국가(휴먼 엠파이어, 하이 엘프, 카오스, 스케븐)로 나뉘어지며 이 4개의 국가엔 11개의 종족이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워해머 세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종족이 자신들의 생존을 놓고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승리한 진영에겐 ‘생존’ 할 권리가, 패한 진영에겐 ‘멸망’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나의
뒤를 따르라! - 영웅 시스템
카오스에는 특별한 유닛인 ‘영웅’이
존재한다. 게임 내에는 25명의 영웅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영웅이란 단어에 걸맞게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흔히 RTS에서 영웅시스템이라고 하면 ‘일반 유닛보다
약간 강하며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쌓고 이를 통해 레벨업 한다’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카오스의 영웅은 그런 개념과 약간 다르다.
카오스에 등장하는 각 영웅은 세 개의 특별한 ‘스킬트리’를 가지고 있다. ‘컴뱃’, ‘듀얼’, ‘리더쉽’이 그것이다. 컴뱃은 대규모 전투에서 광역 공격이나 강력한 공격 스킬을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들로 ‘진삼국무쌍’이나 ‘N3’의 주인공들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듀얼은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적 영웅과의 1:1 대결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스킬들이다.
리더쉽은 디아블로2 성기사의 ‘오라’처럼 영웅 자체적인 강화보단 주위의 아군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들이 주를 이룬다. 아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승시키거나 이동속도를 늘려주는 등 다양한 스킬이 존재한다. 이 세 개의 스킬트리를 이용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영웅 육성이 가능하다. 2% 부족하지만 나름데로 RPG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약속대로 위에서 언급한 ‘듀얼’에 대해서 알아보자. 듀얼은 삼국지의 ‘일기토’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즉, 적의 영웅과 1:1로 붙어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듀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웅들간의 1:1 승패가 적과 아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기는 곧 유닛들의 전투력과 직결되므로 듀얼은 중요한 전략 요소라 할 수 있다. 또 듀얼에서 승리할 경우 적 영웅이 지니고 있던 아이템을 전리품으로 챙길 수 있어 자신의 영웅을 강화시킬 수 있다. 영웅의 적은 졸개들이 아니다. 영웅의 적은 영웅이다!
그런데 이 듀얼에는 게이머를 긴장시키는 재미있는 ‘쇼’가 있다. 이 쇼가 무엇인고 하니, 아군과 적군에 의해 급조된 ‘링’ 위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영웅들간의 듀얼이 시작되면 아군과 적군은 모두 전투를 멈춘다. 그들은 1:1 대결을 펼치는 두 영웅 주위로 모여들어 숨을 죽이고 듀얼을 지켜본다. 브래드 피트가 ‘아킬레스’로 등장하는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의 사촌 VS 헥토르 왕자’의 결투 장면을 떠 올리면 될 것이다. 아무리 컴퓨터 A.I들이라곤 하지만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명색이 영웅이 1:1에서 깨진다면 부끄럽지 않겠는가?
▲ 자신과 '한 판 붙어 보자'라는 포즈인듯 하다 |
내
취향대로 내 유닛을 만든다
게이머는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유닛을
만들 수 있다. 몇몇 정해진 타입의 파트(부위)가 있고 그것들을 조합해 만들어 내는
형식이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레고 인형’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런 작업은
게임 내의 ‘툴(Tool)’을 통해 손쉽게 진행 할 수 있다. 물론 유닛의 모양뿐만 아니라
각 부위의 색도 게이머가 선택해 만들 수 있다.
▲ 카오스는 '툴(Tool)'을 이용해 게이머가 원하는 모양의 유닛을 만들 수 있다. 또 자신을 나타내는 '마크'도 직접 디자인 할 수 있다. 위 스크린샷에 보이는 '깃발'도 그 중 한가지다 |
유닛의 모양과 색도 중요하지만 게이머의 상징인 ‘마크’도 중요하다. 거대한 몸집의 오우거를 만들어 놓고 가슴에 분홍 하트 모양 마크를 찍어 넣는다면 웃기지 않겠는가? 이런 중요한 마크 역시 툴을 이용해 게이머의 취향대로 선택하거나 만들 수 있다(붉은 도틤 모양의 유닛에 ‘붉은 악마’로고를 붙여 군대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카오스의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별도의 자료실을 개설해 게이머들이 만든 유닛과 마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란 것이다. 이런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원조 테이블 게임 워해머에서 게이머가 미니어처를 구입해 직접 색을 입히고 자신만의 군대를 구성했던 재미를, 카오스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제작진의 (바람직한) 의도로 보인다.
아!
헬름협곡! - 시지모드
개발자는 게임 내에 다양한 모드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모드가 있는데 바로 ‘시지모드(공성모드)’다. 공성모드에서는
자신의 군대로 요새와 성에서 적을 ‘방어’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단단한 성벽과
바리케이트 등으로 주요 전략지점을 방어하고 성 내의 병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게이머가 재미를 느낄 만한 부분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헬름협곡’ 전투나 ‘미나스띠리스’ 전투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공성전 전투를 치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공성모드의 컨셉이 ‘성에서 적은 수의 병력으로 압도적인 수의 적을 막아낸다’는 것이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의 두 전투에 잘 맞아 떨어진다. 카오스에서 5백의 인간, 엘프 연합군대로 1만의 오크군대를 상대했던 반지의 제왕 영웅들이 되어 전장을 누벼보는 것도 가슴 설레는 일 아닐까?
공성전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공성무기’다. 카오스의 시지모드에도 다양한 종류의 공성무기가 등장한다. 공성무기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다리, 충차는 물론 각 종족만의 특수한 무기도 존재한다. 휴먼 엠파이어는 화약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답게 긴 사정거리와 공중 유닛에게 강한 ‘핸드거너’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 엘프는 강력한 데미지를 내뿜는 ‘데들리 보우’를 사용할 수 있다. 카오스 진영은 혼돈마법으로 만들어낸 시체폭탄을 퍼붓는 ‘헬캐논’을 사용할 수 있다(디아블로 2 네크로맨서의 시체폭발을 떠올리면 된다). 때문에 종족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지모드는 멀티플레이에서도 지원되므로 압도적인 숫자를 가진 적들로부터 친구들과 함께 성을 방어하면서 전우애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가위,
바위, 보 싸움 하지만, ‘어그로’를 조심해라
카오스는 다른 RTS
게임과 마찬가지로 유닛간에 상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상성만이 전투의다가 아니다.
카오스에는 RTS게임답지 않게 ‘어그로(도발)’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새로운 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어그로시스템은 아군이 적군에게 입히는 데미지(피해량)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즉, 적군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아군부대는 높은 어그로가
생기는 것이다.
게임 상에 등장하는 유닛 중 최상위 먹이 사슬에 위치한 ‘스펠캐스터’로 예를 들어 보겠다. 스펠캐스터가 적 기병에게 마법을 사용해 큰 데미지를 입혔다 치자. 스펠캐스터는 적 기병들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줬으므로 높은 어그로를 가지게 된다. 이제부터 적 기병은 물론 주위의 적들은 아군의 다른 유닛보다 스펠캐스터를 가장 먼저 해치워야 할 유닛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스펠캐스터를 노릴 것이다. 때문에 전투에서 고급 유닛을 더 신경써서 관리해야 하며 막강한 유닛이더라도 혼자서 다 해먹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필자는 ‘막강 유닛 나오면 게임 끝’이란 것이 RTS의 재미이자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거대
스케일의 전쟁을 느껴라!
근래에 출시되는 RTS게임들을 보면 FPS게임
뺨치는 그래픽과 물리 엔진을 탑재한 게임들이 많다. 하지만 환상적인 그래픽과 뛰어난
물리 효과가 재미있는 RTS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게이머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인 것이다. 카오스는 게이머들이
좋아할 만한 대규모 전투와 공성전, 유닛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등 테이블 게임인
본래 워해머의 재미를 컴퓨터 게임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면이 눈에 띈다. 필자가
본 카오스를 표현하자면 이렇다. ‘잡다한 것은 필요 없다! 단지 전쟁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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