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성녀, PSP용 RPG의 진부함을 베다.
2006.09.12 16:20게임메카 김지연
‘If(만약)’ 의 세계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중세 프랑스에도 괴물이 나타났다! 물론 중세 프랑스에 나타난 괴물은 한강에 나타난 괴물처럼 사람을 삼키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판타지의 귀염둥이(?) 오크나 트롤들이다.
가족의 위기에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기던 남주(배두나)처럼, 중세 프랑스에도 나라의 위기에 칼을 빼든 소녀가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승리로 이끈 성녀 잔다르크. 그 잔다르크를 주인공으로 한 시뮬레이션 RPG게임이 ‘드래곤 퀘스트 8’, ‘다크 크로니클’, ‘로그 갤럭시’ 등으로 유명한 ‘레벨5(레벨 파이브)’에 의해 선보인다.
▲ 17살 소녀 영웅. 17살에 나는 뭐 했나 생각해보자 |
평범한 농촌의 소녀였던 잔다르크가 전쟁의 한가운데 끼어들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잔다르크는 마녀라는 죄명으로 화형 당하게 된다. 잔다르크가 진짜 신의 목소리를 들었는지는 종교에 관련된 미묘한 사항인 만큼 그 진위를 밝혀낼 수 없다. 잔다르크는 확실히 영웅이었지만,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기 전에 영국군에 포로로 잡혀 죽음을 당한 비극의 영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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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은 불타고, 귀족들은 무시하고 잔다르크는 힘들다 |
그래서 게임 잔다르크는 실제의 잔다르크와는 뭔가 다른, 'If(만약)'의 세계. 잔다르크가 살았던 중세 프랑스에 마법과 마물이 실존한다는 판타지의 세계관을 접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 마법이 살아있는 세계 |
▲ 이쯤 되면 사람과 싸우고 싶기도 하다 |
게임의 키포인트가 되는 팔찌의 전설은 아래와 같다. 살짝 어디서 본 것 같더라도 판타지의 정석이니까 너그럽게 읽어주도록 하자.
옛날 옛날에 사신전쟁이라고 불리는 긴 싸움이 있었다. (네 명의 신이 투닥투닥 싸운 건 아니고 죽음의 신이라는 뜻의 死神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사신들이 마왕을 빽으로 삼아, 온갖 마물들을 이끌고 인간계를 침략한 것이다.
인간들도 앉아서 당할 수는 없기에 대응을 하고 선택받은 다섯 명의 용사가 나타났다. 용사들은 마왕과 사신을 봉인하기 위해 다섯 개의 팔찌를 만들었다. 팔찌의 힘으로 보주 속에 마왕과 사신을 봉인하면서 인간계는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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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왔던 캘시퍼를 괴롭히는 나쁜 마법사들? |
잔다르크의 시대로 돌아와 보자. 시간은 흘러 흘러 15세기 초. 프랑스와 영국은 한창 영토싸움을 하고 있었다. (상업의 발달이나 귀족간의 세력 다툼, 프랑스 왕위 계승을 둘러싼 문제 등 사회시간에 배운 것들을 떠올려야 할 때가 왔다) 이때의 프랑스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축제가 한창이던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이제껏 본적도 없던 마물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때 평범한 소녀였던 잔다르크가 검을 뽑는다. 하늘에서 들리는 “마물을 쓰러뜨려라”는 음성을 듣고.
신들린 듯 마물을 격파하는 소녀의 팔에는 전설 속의 팔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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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파이어가 너무 과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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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가 마물을 물리치는 방법
게임 잔다르크는 RPG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전투는 익숙한 택틱스 형식의 턴 배틀이다. 각 필드의 승리조건을 달성하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기기의 특성을 반영하여 전투자체는 길지 않은 대신 많은 스테이지에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전투의 재미를 위해 버닝 사이트와 커넥션 가드라는 기술이 준비되어 있다. 사용법이 간단하기에 자신만의 전략에 여러모로 활용이 가능하다.
▼ 버닝 사이트
한번 적을 공격 하면 반대편 필드에 불꽃의 효과가 나타나고, 이후 그 자리에서 공격하는 동료의 공격력을 올려준다. 즉 적을 앞뒤로 번갈아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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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 치면 뒤쪽에 공격존이 생긴다 |
▼ 커넥션 가드
일정거리 안에 동료가 존재하면 사용할 수 있다. 동료와 함께 빛의 원에 둘러 싸여 방어력이 올라간다. 연결된 동료의 수에 비례해서 방어력이 올라가는 효과가 높아지므로 이동시 거리를 잘 생각해 배치해야 한다. 자신의 캐릭터보다 방어력이 높은 적과 싸울 때나 돌파해야하는 미션이 있는 스테이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적에게 둘러싸이지 말고 |
▲ 적을 둘러싸야 한다 |
스킬스톤으로 새로운 기술을
레벨 업에는 스킬 스톤을 사용한다. 기술이나 마법이 봉인되어있는 보석으로 적을 쓰러트리면 얻을 수 있다. 장비하면 해당하는 기술이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종류가 100종류가 넘고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즈도 가능하다.
▲ 스킬스톤을 얻었다 |
▲ 장비하면 스킬이 생긴다 |
스톤은 최대 6개 까지 장비할 수 있다. 무기에 따라 사용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스톤도 있다. 가진 능력에 따라 4가지 색으로 나뉘어져있다.
붉은색 필살기를 가진 스톤
보라색 잠재적인 기술을 가진 스톤
녹 색 마법(공격, 회피, 보조)기술을 가진 스톤
청 색 추가능력이나 스테이터스를 올리는 것이 가능한 스톤
스킬스톤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마법도 있지만, 기본적인 타격 기술로는 돌격으로 멀리 있는 적을 해치우는 기술이나 자신의 기를 칼에 담아 3방향에서 1번씩 베는 트라이 슬래시 등이 있다.
▲ 멀리 있어도 맞는다 |
▲ 높은 곳에서는 '일격필살' |
재미있는 기술로는 궁수가 사용하는 스나이퍼가 있는데 일격에 적을 확실히 없앨 수 있다. 적도 똑같이 스톤을 사용해 공격하므로 동료가 한방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 하자.
변신 소녀 잔다르크
잔다르크가 가진 전설의 팔찌에는 보주가 끼워져 있다. 팔찌를 하고 힘을 해방시키면 일정시간 변신해 특수한 힘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변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강력한 마음의 힘인 소울파워(결국은 SP)이다.
▲ 변신 전 |
▲ 변신 후 |
변신은 일종의 각성상태와 흡사하다. 변신을 하면 일단 기본능력이 크게 상승된다. 그리고 변신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필살 스킬이 나타난다.
▲ 일단 변신하고 |
▲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
전설의 팔찌는 5개이므로 앞으로도 전설의 팔찌를 가진 등장인물이 더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적인 동료는 소꿉친구인 ‘리안’과 용병인 ‘로제’가 있다. 이후 본격적인 전투에 참가하면서 동료를 늘려나간다. 전 캐릭터는 약 150명 정도로 RPG답게 많은 동료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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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고생을 함께하는 리안과 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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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살 먹은 사자도, 생긴 것과 다르게 소심한 개도 모두모두 동료가 된다 |
여행 도중에 개구리를 만나게 되는데 레벨5의 팬이라면 본 적 있는 합성개구리 ‘가마루’ 가 나온다. ??
이 개구리는 말은 못하지만 대화를 이해하는 신비한 개구리이다. 왜 잔다르크와 함께 여행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지만, 이 깜찍한 개구리가 어느 날 스킬스톤을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 물론 지구 침략을 온 것은 아니다 |
▲ '비싼 돌'을 먹었으니 정색을 할 수 밖에 |
양 볼의 주머니에 빵빵하게 스톤을 먹어치운 가마루는 새로운 힘을 가진 스킬스톤을 뱉어낸다. 이 개구리에게 밖에 얻을 수 없는 레어 스톤이 존재하니 많이 먹여 보도록 하자.
걸으면서 즐기는 RPG
퓨전 판타지 ‘잔다르크’는 놀랍게도 PSP용 오리지널 시뮬레이션RPG이다. PSP는 포터블 즉 이동하면서 즐기는 기기이다. 이제까지 PSP용 오리지널 RPG타이틀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그나마 인기가 있었던 것은 주로 PS1의 이식작으로 이미 인기가 보장된 것 뿐 이었다.
점점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그래픽을 위주로 한 시리즈물이 RPG의 주류가 되어 가면서 라이트 유저들은 RPG를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잠깐의 심심풀이를 위한 포터블 기기에서는 대전격투나 미니게임 같은 장르가 강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RPG 장르에 경험이 풍부한 레벨5가 이동하며 즐기는 RPG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경쟁사의 포터블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프트가 적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는 PSP인 만큼, 포터블 기기의 장점을 살려 RPG의 참 재미를 이끌어내겠다는 시도는 유저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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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액정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판타지의 세계 |
누구에게나 친숙한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를 선택해 판타지 장르와의 퓨전을 선택한 것도 탁월하고, (나쁜 의미로) 동영상 재생기라고까지 불리는 PSP의 그래픽을 적극 활용해 당시의 프랑스의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한 것.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이벤트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삽입한 것도 다수의 유저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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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다르크는 PSP용 RPG에 혁신의 깃발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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