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매니아, C&C 제너럴의 산실 EA퍼시픽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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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3 시즌은 전략시뮬레이션을 즐기는 게임팬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들이 2D를 벗고 3D로 탈바꿈해서 속속 등장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3를 시작으로 앙상블의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그리고 EA의 C&C제너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체적인 PC게임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킨 이 3게임 중에 이미 워크래프트 3와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는
게이머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하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C&C : 제너럴이다. EA퍼시픽은 전세계에서 특별히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그들이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C&C 제너럴의 게임 플레이 화면을 최초로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곧 C&C 제너럴의 실제 멀티플레이게임 화면을 게임메카 독자들에게 세계최초로 공개할 것을 약속하면서
EA퍼시픽을 같이 구경해 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헐크매니아의 가방 속에는 여권과 GBA, GBA 팩 7개 밖에 없었다. 다년간의
해외출장 경험으로 비추어 해외출장의 최대 애로사항은 화성인의 언어를 쓰는 게임제작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단절이나 시차적응으로
인한 육체피로, 육중한 장비를 들고 이동하는 데에 따른 추간판 수핵탈출증(척추디스크) 재발도 아닌 바로 무료한 비행시간이다.
왕복 28시간이나 되는 길고도 지루한 비행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비행기 안에서 뭔가 알차게(?) 시간을 때우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혹자 중에서는 출장 전날 밤새 술을 마시고 비행기 안에서 내리 잔다는 사람도 있는데, 바보들!
비행기 안에서는 술이 무제한 공짜인데 어찌 내 돈내고 밤새 술을 마신단 말인가. 버추어 테니스, 하이히트 베이스볼 2003,
제팬 투어 골프, 위닝 일레븐, 택틱스 오우거, 수퍼 마리오 등 스포츠게임을 위주로 엄선된 게임팩 7개를 챙기고 나자
미국 출장이 아니라 달나라 출장도 웃으면서 다녀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잠시 면세점에 가서 물건을 살피던 중 혹시 GBA의 건전지가 충분한지 체크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GBA에서 열심히 빨간불을 쏟아내며 LOW BATTERY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체크해 보길 잘했군” 28시간의
비행시간이라면 건전지가 4개는 있어야 한다. 면세점으로 가서 건전지를 사야만 했다.
“빠떼리 좀 주세요”
“건전지요? 아 여긴 건전지는 안 파는데요”
“그럼 빠떼리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인천공항 내부에서는 건전지를 구입하실 수 없습니다”
헥?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세계최고의 시설을 갖췄다는 인천공항, 동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뉴욕의 JFK 공항이나
LA의 톰 브래들리 공항보다도 몇배나 넓고 첨단 장비로만 도배를 했다는 인천공항에서 건전지를 안 판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이유인즉슨, 각 나라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고 비행기 납치,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건전지가 폭탄의 뇌관에
쓰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밖에서 가져오는 것은 괜찮지만 안에서 팔지는 않는... 요상한 시스템이다. 인천공항
구내에서 파는 건전지를 잘 이용하면 폭탄 대신으로 쓸 수 있다는 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인천공항 내부에서는
절대로 건전지를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은 GBA와 팩 7개가 졸지에 아무 쓸모 없는 플라스틱 고철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14시간의 비행시간 내내 멍청히 허공을 주시하면서 기내에서 틀어주는 재미없는 비디오만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궁즉통,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여기서 포기하고 울면서 비행기를 탈 헐크매니아가 아니다. 재빨리 머리를 굴리고
카메라 판매점으로 달려갔다.
“언니, 이 카메라 얼마에요?”
“이 카메라는 여행용이고... 어쩌고... 7만원입니다”
“안에 건전지 동봉되어 있지요?”
“네. AA사이즈 건전지 2개가 들어있습니다”
“언니, 미안한데요... 건전지 2개만 빼서 따로 파시면 안될까요? -_-;; ”
“네, 손님?”
“바떼리가 꼭 필요해서 그러는데요... T_T 카메라는 나중에 형편되면 꼭 여기 다시 와서 살께요 네?”
“저... 손님.... -_-;;;”
결국 울면서 비행기를 탄 헐크매니아는 1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극도의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가끔 가벼운 발작도 하면서
LA 톰 브래들리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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