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2002.12.24 15:57원병우
세계에서 가장 싸가지 없는 나라를 꼽는데서 미국을 빼놓을 수는 있고 대한민국 디바계에서
핑클을 빼놓을 수는 있어도(돌 날아온다... -_-;;)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의 역사에서 C&C 시리즈를 빼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C&C 시리즈는 전략시뮬레이션계의 뿌리였고 줄기였고 찬란하게 핀 꽃이었다. 거의 모든 전략게임개발사들이 C&C
시리즈를 벤치마킹하며 발전해왔고 C&C 시리즈도 경쟁작에 지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략시뮬레이션의 전성시대를
연 C&C 시리즈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C&C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웨스트우드 최초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듄 2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듄 2가 최초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웨스트우드의 듄 2가 PC게임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듄 2가 나오기 전에 있던 전략시뮬레이션은 거의 모두 턴제 전략시뮬레이션이었다. 턴제 전략시뮬레이션은 바둑이나 장기처럼 네가 한수 두면 내가 한수 두고 내가 한수 두면 네가 한수 두는 식이다.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적의 공격이 끝나면 나의 공격이 들어가고 뭐 그런 식이었다. 내 턴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한정 전략을 세웠다 지웠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어디 그런가? 실제 전쟁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아주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순간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하는 법이다. 게이머들이 “보다 빠르고 실제로 전쟁을 치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쟁 게임은 없을까?” 하고 느끼던 차에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이 바로 듄 2였다. “스파이스를 지배하는자, 행성을 지배하리라”라는 멋진 문구와 함께 아트레이디스, 오르도스, 하코넨 등 개성넘치는 세 진영이 행성을 지배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전쟁을 펼치는 내용은 당시의 게이머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으며 게임산업도 그 이후로 오늘날까지 꾸준히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Real Time Strategy Simulation) 게임이라는 것을 만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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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2가 비록 잘 만들어진 게임이었지만 몇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우선 멀티플레이가 불가능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거의 없던 시기였고 모뎀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도 드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스커미시라는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멀티플레이가 안되다 보니 듄 2를 계속하고 싶은 게이머들은 깬 미션 또 깨고 깬 미션 또 깨고 깬 미션 또 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필자도 듄 2 엔딩 수십번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부대지정 핫키라든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의 활용이라든지 단축키의 활용이라든지
지금 보면 당연한 기능도 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았었다. “제발 멀티플레이라도 하게 해 주세요”라는 게이머들에 요청에 웨스트우드는 “게이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 쪼매만 기둘려라.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커맨드 앤 컨커다”라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가
있은 후 C&C가 출시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추측기사와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결국 1995년 8월 1일 북미지역에서부터 C&C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 직역을 하자면 ‘지휘와 점령’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게임은 전략시뮬레이션이 나가야 할 길을 정확하게 밝혀준 게임이었다. 범죄조직이자 테러리스트인 ‘브라더후드 오브 NOD’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GDI를 선택해서 전투를 벌이는 C&C는 모뎀플레이와 LAN 플레이를 지원하며 본격적인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의 멀티플레이 시대를 연다. 게임의 구성 또한 치밀해서 이후 많은 실시간전략게임들이 C&C를 훌륭한 교범으로 삼았고 C&C는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그해의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었다. 특히 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실사로 촬영된 미션 브리핑과 스토리 텔러 부분은 할리우드와 웨스트우드로 대변되는 우드가문(?)의 영광이기도 했다. |
잘나가는 개그의 기본 조건이 무엇인지 아는가? 끊임없는 노력으로 매번 새로운 개그를 보여준다? 말은 좋다만 택도 없는 이야기다.
사람이 그렇게 끊임없이 머리를 쓰다가는 스트레스를 받아 일찍 죽거나 아니면 30살이 되기 전에 대머리가 되고 말거다. 끊임없는 아이템
발굴없이 계속 사람들을 웃기려면 히트했던 개그를 매번 조금씩 조금씩 변형시키면 된다(개그콘서트나 여타 개그프로그램들도 거의 이런
식이지 않은가?). 게임제작도 마찬가지다. 1~2년에 한번씩 게임을 출시하는 개발사들이 매년 아주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낸다? 물론 그러는 개발사들도 많지만 그거 사람 일하다가 죽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또 평균 1년에 한번씩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개발사의 경우에 1년이라는 시간은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머리 좋아서 게임도 잘 만드는 게임개발사들이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웨스트우드는 새로운 C&C 시리즈를 갈망하는 게이머들의 갈증도 풀어주고 다음 후속작을 위한 시간도 벌고, 무엇보다도 짭짤한 용돈을 챙기고, 일석이조에 꿩 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줍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마누라 죽고 보험금 타먹기 위해서(헉 -_-) 적극적으로 미션팩을 내기 시작한다. 코버트 오퍼레이션은 C&C 시리즈의 첫 번째 미션팩이다.
코버트 오퍼레이션에는 15개의 새로운 미션이 추가되었고 10개의 멀티플레이 맵도 새로 생겼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7개의 배경음악도 새로 만들어 넣었다. C&C 미션을 모두 끝내고 할일이 없어 방바닥만 긁고 있던 게이머들은 너도나도 미션팩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
코버트 오퍼레이션에 추가된 미션들이 비록 재미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미션팩은 미션팩일뿐이었다. 게임의 컨셉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약간의 생명을 연장해주었다는 뜻이다. 똑똑한 것은 게임개발자뿐만이 아니다. 게이머들도 확장팩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미 알아챘다. 이에 웨스트우드는 전혀 다른 구도의 C&C를 만들기로 한다. 바로 소비에트와 미국이 대립한 냉전구도를
담아내기로 한 것이다.
세계 제 2차대전을 일으켜 지구 전체를 전쟁의 광기로 몰아넣은 히틀러가 타임머신의 개발로 역사에서 제거되어 버렸다. 당연히 세계 2차대전은 발발하지 않게 된다(기왕이면 이토 히로부미나 이완용부터 역사에서 제거시키고 한일합방도 없었던 일로 해주지...). 히틀러가 없어지면서 세계에는 평화가 오게 되었을까?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히틀러가 없어진 결과 세계는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서방연합군과 소비에트 연방으로 나뉘어져 더 심한 갈등구조를 빚게 된다. 현실에서는 핵무기의 사용을 두려워한 서방 연합군과 소비에트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게임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레드 얼럿은 후속작이긴 하지만 사실은 오리지날 C&C의 한참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레드 얼럿에는 ‘타냐’라는 특수요원이 등장해 최초의 ‘의미있는’ 캐릭터로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
레드 얼럿: 카운터스트라이크(하프라이프의 카스 아니다)는 레드 얼럿의 미션팩으로서 연합군과 소비에트군에 각각 8개의 새로운 미션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거대 개미 미션이 들어있어서 새로운 C&C를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또 단지 미션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핵잠함과 원더 독, 테슬라 탱크 등 새로운 유니트들이 등장해 확장팩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는 실제로 멀티플레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반쪽짜리 미션팩이었다. 싱글 미션을 끝내고
멀티플레이로 달려간 게이머들은 혹시 자신이 게임을 잘못 인스톨하지 않았나 할 정도로 미션에 들어있던 맵도 멀티플레이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싱글의 재미를 위해서 레드 얼럿을 하는 게이머에게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미션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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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얼럿: 애프터매스는 레드 얼럿:카운터스트라이크와 마찬가지로 레드 얼럿의 미션팩이다. 하지만 전작이 싱글에 주력하느라 멀티를
소홀히 했다면 애프터매스는 웨스트우드가 멀티플레이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미션팩이다(웨스트우드는 바보가 아니다. 싱글플레이의
구성에만 주력해서는 그 당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다른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게임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애프터매스에는
100개가 넘는 멀티플레이 맵이 들어있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때 “왜 미션팩에 멀티플레이 맵이 없는거냐!”라고 항의했던 게이머들은
애프터매스에 와서는 “언제 이 맵을 다 해보나 T_T”라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멀티플레이맵만 넣어놓고 미션팩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소비에트와 연합군을 통틀어 총 18개의 새로운 시나리오가 추가되었고 이런 시나리오들은 쉬움-중간-어려움 3단계로
난이도를 조정해 초보자와 고수를 함께 만족시키는 싱글플레이가 되도록 했다. 애프터매스는 카운터스트라이크에 실망한 C&C 팬들에게
웨스트우드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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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가 비록 대작이기는 하지만 출시 시기가 약간 애매했다. 95년은 알다시피 윈도우 95가 최초로 등장했던 해이다.
윈도우는 지금은 누구라도 OS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쓰던 윈도우 3.1은 단지 편리한 유틸리티 정도였다. 그런데 윈도우95가 출시되면서
단 시일내에 전세계 OS를 갈아치우면서 OS 시장을 평정해버린다. PC 사용자들은 편하게 마우스만 왔다갔다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도스용 게임계를 주름잡던 게임개발사들은 한마디로 X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윈도우 환경에 맞는 게임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도스환경보다는 윈도우환경이 개발하기 편한 건 사실이다. 도스에서는 비디오카드의 종류를 일일이 선택해주어야
하고 사운드카드의 IRQ와 DMA도 직접 지정해줘야 했지만 윈도우 게임은 다이렉트X라는 놈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으음, 진작에
윈도우 버전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해서 나온 게임이 C&C 골드다. C&C 골드는 내용상으로는 C&C
오리지날 버전과 거의 똑같았지만 도스용 C&C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고해상도의 그래픽과 공룡 미션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당시 국내 모 PC게임지에 의해 번들로 제공되어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필자도 그 중 하나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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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타이베리안 선의 배경은 21세기 초반이다. 전작에서 우려먹었던 대로 다시 한번 GDI와 브라더후드 오브 NOD와의
행성을 지배하기 위한 대립을 다루고 있다. 타이베리움을 둘러싼 치열한 진영간의 대결을 다루고 있으며 전편에서 용감한 최후를 맞이했던
깡패조직의 왕 케인(전편에서 분명히 죽었는데 스토리상 만신창이인채로 다시 살아야만 했던 -_-)이 등장한다. 타이베리안 선은 오랜만에 새로운 엔진을 선보이면서 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명령 체계로 많은 환영을 받았다. 웨스트우드의 메가 복셀 엔진은 전장의 실감나는 3D 지형을 잘표현해주었고. 게임에 등장하는 광원 효과들도 이전작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복셀엔진은 비록 2D였지만 3D의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었고 당대 최고의 그래픽이라 이름 붙여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타이베리안 선은 이 시기부터 서서히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에 밀려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C&C팬들은 타이베리안 선이 나오면서 스타의 열기를 잠재워 주기를 원했지만 타이베리안 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의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은 스타가 확장팩인 브루드 워를 발표하자 더 심각해진다. 국내 통신망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스타와 C&C로 입씨름 하는 논객들이 생긴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간혹 토탈과 에이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_-;;). 웨스트우드는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
지금까지의 전례로 미루어볼 때 타이베리안 선이 미션 팩을 생산하지 않을 리는 만무. 당시 국내시장은 스타크래프트로 인해서 스타크노믹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대한 경제시장이 형성되고 있었다. 동네마다 게임방이 최소한 2~3개씩 들어섰으며 IMF로 망해가던 국내 PC사업을 살린 것도 스타크래프트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부모님 생일은 몰라도 마린의 공격력과 방어력 수치는 달달 외고 다녔고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이 생기기도 했고 게임 중계라는 신종 브로드캐스팅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특단의 조치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되던 파이어스톰은 말 그대로 미션팩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30분이 넘는 실사 영화와 18개의 새로운 미션, 새로운 유니트와 건물들이 등장했지만 스타로 넘어간 관객의 관심은 그리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도 게임 매장에서 이 게임을 집어드는데 많은 애로사항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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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유감스럽게도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전쟁의 발발을 알리는 카빌 장군의 다급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레드 얼럿 2의 동영상이 펼쳐진다. 아이슈타인 박사가 인류의 대 재앙이었던 2차대전을 없애기 위해 타임머신을 개발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영구히 바꾸어 놓았다(이 늙은이는 핵무기를 만들지를 않나, 타임머신을 만들지를 않나... ). 바뀌기 전의 역사에서는 독일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만 바뀐 역사에서는 세력을 확장한 조제프 스탈린이 군사를 이끌고 유럽을 침공하게 된다. 소련군의 침공은 성공적이었다. 유럽은 모두 공산치하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이 유럽에서 하나 남은 자유국가가 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유럽 연합군은 다시 세력을 규합해 유럽 적화 야욕을 무력화시키고 소련군을 몰아낸다. 스탈린이 실각한 후 알렉산드르 로마노프가 연합군 사령관들의 찬성을 얻어 권좌에 오른다. 귀족 출신의 로마노프는 공산당원이었으나 평화옹호자였다. 로마노프는 서방 세계가 권좌에 올려준 미국의 꼭두각시처럼 보였다.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앞에 꼬랑지를 내린 것으로 보였던 소련이 이번에는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드 얼럿 2는 레드 얼럿의 플롯을 그대로 따온 C&C의 시리즈다. 엔진 자체는 물론 새로운 엔진이지만 게임 구성은 예전 C&C와 별다른 바가 없었다. 하지만 보다 쉬운 멀티플레이를 위해 웨스트우드 온라인을 열었고 그 외에도 그래픽과 인공지능에서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레드 얼럿 2의 의의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레드 얼럿 2를 플레이하다보면 소비에트 미션 중간에 한국이 등장한다. 미션 내용은 소비에트 군으로 한국군을 깨부순다는 내용이지만(-_-;;) 전세계로 발매되는 게임에 한국이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멀티플레이로 들어가면 한국을 골라서 다른 나라와 대항해 싸울 수도 있다. 어째서 웨스트우드에서는 한국이란 나라를 게임에 집어넣게 되었을까?(게임중에 나오는 비행기 중에 ‘보라매’라는 이름을 가진 비행기도 있다. 원래는 제공호, 통일호라는 이름을 붙일까하다가 열차 이름 같다고 해서 보라매로 바뀌었다는 소리도 있다. 한글판이 아닌 외국에서는 ‘Black Eagle'이라는 비행기로 나온다) 이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에 스타크래프트가 300만장 가량 팔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120만장이 넘게 나갔다고 한다. 전세계 1/3이 넘는 물량을 소화해냈다는 이야기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대박이라고 하는 게임 판매량이 2만장을 겨우 웃돌고 있는 형편에서 120만장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물량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도대체 동양의 쬐끄만 나라인 한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게임이 팔려나가고 있는가’라면서 앞다투어 한국을 방문해 벤치마킹을 해가고 있다. 이런 여파로 당시 스타크래프트, C&C와 비슷한 파괴력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시뮬레이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정복자(Age of Empires 2: Conqueror)에서도 한국 종족이 전격적으로 추가되었다. 한국에 관련된 사항을 집어넣어 한국인의 관심을 끌어 한국시장에서 판매율을 높이자는 전략이다. 국내에 발매된 레드 얼럿 2는 완벽하게 한글화가 되어있다. 동영상은 방송국의 일류 성우를 써서 완벽하게 더빙되었고 모든 미션 브리핑과 전략 목표, 유니트들의 음성까지도 모두 한글화 되었다. 필자는 그당시 그렇게 완벽하게 한글화 된 게임을 본적이 없었다. 한국 시장은 세계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메카가 되어가는가? |
레드 얼럿 2의 확장팩 유리의 복수는 어떤 면에서 게임 자체보다도 더 유명세를 탔던 불운의 게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C&C는
전통적으로 2진영간의 대결을 다루고 있었다. GDI와 NOD, 소비에트와 서방연합군. 하지만 유리의 복수는 유리군이라는 새로운 진영을
추가시킴으로써 3진영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었고 너무나 강력한 유리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었다.
한낱 평범한 확장팩이 될 뻔 했던 유리의 복수는 어떤 한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게임이 되고 만다. 그 사건은 바로 9.11 테러 사건이다.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미 본토는 안전하다”라는 양키들의 안일한 자존심에 똥침을 먹인 이 9.11 테러 사건은 뜻하지 않게도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그 불똥이 튄다. 많은 영화들이 테러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촬영이 중지되었고 심지어는 영화에 세계무역센터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개봉이 늦어지는 영화도 있었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범인들이 비행기 조종연습을 할 때 썼다는 유언비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호된 시련을 겪어야 했고 유리의 복수도 뉴욕시가 불에 탄다는 끔찍한 설정(-_-;;) 때문에 부랴부랴 패키지를 수정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유리의 복수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EA가 펼친 자작극이 아니냐는 끔찍한 농담이 오가기도 했지만 사실 9.11 테러는 게임 판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뿐이다. |
C&C 레니게이드는 C&C 시리즈 중에 가장 독특한 게임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게임이다. C&C 레니게이드는
지금까지의 전략시뮬레이션으로서의 C&C가 아닌 1인칭 액션 게임으로서의 C&C이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유니트들을 컨트롤 하는 것이 아니라 C&C 게임에 등장하는 코만도스 ‘하복’이 되어서 적 기지를 점령하고 적 유니트를
사살하고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3인칭이었던 C&C를 1인칭으로 즐긴다고 보면 되는 게임이다.
레니게이드는 다른 1인칭 액션게임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탈것을 조종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 탈것들도 모두 기존의 C&C에
등장했던 것들이어서 C&C 팬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뻔 했다. 하지만 개인플레이보다는 협업 플레이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게임이었고 크고 작은 멀티플레이 버그에 시달린 게임이기도 했다. 그리고 FPS의 풍년에 출시된 비운의 게임이라서 그리 큰 관심을
얻지는 못했던 게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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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제너럴은 이것이 과연 C&C의 후속작인가 할 정도로 과감하게 개혁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게임의 겉모습이
완벽한 3D로 바뀌었다. “어설픈 3D 보다는 깔끔한 2D가 낫다”고 말하던 EA퍼시픽이었지만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한 것이다.
이미 워크래프트 3와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가 화려한 3D 엔진을 뽐내며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상태다. C&C 제너럴은 새로
개발한 세이지엔진이라는 것을 쓰는데 세이지 엔진의 장점에 대해 제너럴의 총책임자인 마크 스캑스는 “게이머에게는 화려한 그래픽과 A.I를
제공할 수 있고 개발자는 아주 쉽게 게임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제너럴에서는 공식적으로 3 진영간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 전통의 미국군과 세계 정치권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그리고 필시 빈 라덴을 모델로 만든 지구해방군(GLA)가
그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롤다운 메뉴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어서 본격적인 단축키를 지원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이점에 대해서 마크 스캑스는 “게이머들에게 보다 다양한 전략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히고 “만든지 6~7년된 C&C의 인터페이스로는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실시간 전략 게임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구현하지 못했던 현대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 보겠다는 의지로 만들고 있는 제너럴.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쓰러져 가는 가문의 마지막 안간힘인지는 내년 2월이 되어 보면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