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LINKS) 시리즈
2003.01.21 11:29원병우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중에는 유난히도 시뮬레이션을 강조한 게임이
많다. 9.11 테러사건의 비행기 교본으로 쓰였다는 낭설로 곤욕을 겪었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부터 철도운전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이거 어떻게 플레이하는거야?”는 의문으로 날을 지새게 했던 트레인 시뮬레이터 등등 실제 생활을 그대로 게임으로 옮긴 시뮬레이터들이
많다는 말이다. 링스 시리즈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골프를 그대로 PC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링스 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게임이지만 골프를 즐기는 바다 건너 인간들에게는 아주아주 인기가 있는 게임이며 타이거우즈 등 도전자들이 즐비한 골프게임계에서 좀처럼 그린자켓(Green Jacket)을 벗지 않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골프게임의 지존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링스 골프의 역사를 뒤따라 가 보자. 링스 시리즈의 원조격인 링스 챌린지 오브 골프(Links: Challenge of Golf)는 컴퓨터의 급속한 대중화와 그 시기를 같이 한 축복받은 게임이었다. 링스가 발표된 1990년은 허큘리스와 286AT 컴퓨터를 시대 저편으로 보내고 새로 386PC와 컬러 VGA가 발표되면서 학교나 회사 등에서나 주로 쓰이던 컴퓨터가 가정으로 파고들어가기 시작한 때이다. PC를 만들어 팔아먹는 대기업과 신문과 방송은 짝짜꿍을 맞춰서 연일 컴퓨터를 모르면 시대에 낙오자가 된다고 떠들었고 그 덕분에 일반 사람들은 기껏해야 PC로 타자연습이나 워드프로세서 밖에 할 것이 없으면서도 앞 다투어 PC를 ‘장만’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기껏 장만해 놓은 PC로 할 것이 없었던 사람들은 ‘게임이라도’ 하면서 뭔가 PC의 활용방안을 찾던 시기이기도 했다. 액세스가 내놓은 링스: 챌린지 오브 골프는 지금 봐도 10여년 전 게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그 당시의 여타 스포츠게임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세밀한 그래픽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온 링스 시리즈의 기본을 확립한 게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번 눌러서 백스윙을 시작하고 마우스를 떼어서 스윙 강도를 조정하고 다시 한번 마우스를 클릭해 임팩트를 결정하는 2버튼 스트로크가 시작된 게임이기도 하다. 그리고 페블 비치 등 유명한 골프코스를 일일이 사진을 찍어 그대로 옮긴 최초의 골프게임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1991년 필자가 꿈에도 그리던 386 PC를 사고서 용산에 뛰어가 제일 먼저 산 게임이 바로 링스: 챌린지 오브 골프였다. 하지만 386 PC에 램 4MB를 장착한 시스템에서 링스: 챌린지 오브 골프는 골프장의 프레임을 먼저 그리고 면처리는 한참 있다가 하는 엽기적인 수행 능력을 보여주었다(무슨 말이냐 하면 첫 번째 샷을 날리고 두 번째 샷을 기다릴 때까지 1~2분 정도가 걸린다는 말이다 -_-;; 지금의 필자 시스템에서는 아마 날아다니겠지만 5.25인치 디스켓 드라이브가 없어서 설치도 못한다). 링스: 챌린지 오브 골프는 물리법칙에 의한 정확한 타구와 깔끔한 골프 코스의 묘사로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골프게임은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받은 컬트적인 스포츠게임이었다. |
링스 골프의 성공에 고무된 액세스는 사실 스포츠게임 전문회사는 아니었다. 어드벤처 게이머라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아마존’이나 ‘언더 어 킬링문(텍스 머피의 그 시니컬한 표정연기는 정말 압권)’ ‘판도라 디렉티브’이라는 훌륭한
어드벤처게임을 만들어 낸 액세스는 특히 사람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그것을 디지타이즈화 해서 게임에 삽입하는 기술이 훌륭한 회사이기도
했다. 링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이전까지의 골프게임들은 모두 그래픽 디자이너가 직접 사람을 그려 넣어서 마치 만화같은 플레이어들이
골프를 치는 게임이었던 것에 비해 링스 골프는 블루 스크린에서 골퍼들이 실제 스윙을 하는 것을 유행시킨 게임이었다. 링스 386
PRO에는 아직 프랜차이즈된 프로 선수들은 없었지만 꽤 훌륭한 스윙폼을 가진 아마추어 선수들의 스윙이 자주 나오는 게임이었다. 진정한 시뮬레이터로서의 링스 골프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링스 386 PRO 때부터였다. 링스 386 PRO에서는 게이머가 직접 드로 볼이나 페이드 볼을 쳐서 슬라이스성 타구나 훅 성 타구를 날려보낼 수도 있도록 했고 백스핀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스탠스와 공을 놓는 위치에 따라서 타구의 방향과 비거리가 달라지게 만든 아주 획기적인 골프 시뮬레이터였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링스 386에는 단순히 스트로크만 하는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의 그린 적중률은 얼마나 되는지 평균 비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평균 퍼팅수는 얼마나 되는지 O.B나 해저드에 빠지는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통계를 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슬슬 링스 시리즈의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용산에서는 링스 386 PRO를 직수입 해 와서 140,0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팔았는데 엄청난 가격 때문에 별로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용산에서 판매되는 조립PC에는 링스 386 PRO가 안 깔려서 나가는 PC가 없을 정도였다. 총 28MB에 달하는(어케 아냐고... 내가 용산에서 좀 놀았거덩요 -_-;;) 링스 386 PRO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코스 14개가 모두 담겨져 있었고 액세스에서는 추가적으로 계속해서 골프코스를 확장팩 개념으로 판매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전에 링스: 챌린지 오브 골프를 구입한 사람은 아주 간단한 툴로 링스 386 PRO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골프 코스를 추가시킬 수도 있었다. |
많은 사람들이 링스 LS에 붙은 LS가 무슨 뜻이냐고 필자에게 물어보는데 링스 LS에 붙은 LS는 바로
스포츠의 전설(LEGENDS in SPORTS)라는 뜻이다. 이 제목만 봐도 골프게임의 전설로 남겠다는 액세스의 굳은 의지를 볼
수 있을 정도다(-_-;). 링스와 링스 386 PRO의 연이은 성공은 액세스에게 “골프게임 하나만 잘 만들어도 먹고 살만하겠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었고 액세스는 인원과 장비를 더욱 보강해 새로운 링스 시리즈를 만들어 간다. 링스 LS는 그때까지만 해도 최고로 대접받던 링스의 그래픽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링스 LS는 최고 1600*1200의 해상도를 지원했고 24비트의 트루 컬러를 지원한 최초의 링스 게임이었다. 그래픽뿐만이 아니었다. 사운드에서도 그때까지의 샘플링 된 음원이 아닌 실제 녹음된 음원들 대거 사용함으로써 마치 실제 골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아이언으로 샷을 날렸을 때 잔디에 마찰되는 음향 효과라든지 바위에 맞고 공이 튀는 음향 효과라든지 워터 해저드에 볼이 빠지는 음향은 볼륨을 크게 켜고 게임을 하면 정말 실제와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또 볼이 날아가는 궤적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볼에 트레이서 모드를 추가한 것들이라든지 안개나 바람 등 골프 코스의 조건을 게이머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모드도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링스 LS가 골프게임 역사에 또 하나의 큰 의미가 있는 것은 때마침 ‘스포츠게임의 명가’ EA스포츠에서 ‘PGA 골프 투어’라는 새로운 골프 게임을 만들어 이때부터 명실공히 2강 체제로 골프게임 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A의 PGA 골프 투어 시리즈는 곧 타이거우즈 골프로 개명하면서 계속 링스 시리즈와 경쟁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PGA 골프 투어가 약간 아케이드성이 있는데 비해서 링스 시리즈는 정통 시뮬레이션을 고수한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
경쟁작인 EA의 PGA 투어가 타이거 우즈를 등장시킨다고 하자 액세스도 타이거우즈에 필적할만한 프랜차이즈
골프 스타를 찾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의 명성에 버금갈만한 골프 스타는 약간 노티가 나지만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 뿐이었다(존
듀발이나 필 미켈슨 등은 너무 약하지 않는가). 하지만 잭 니클라우스는 이미 3D 골프게임의 모델이 되어있었고 액세스의 선택은 결국
‘어니'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골프황제 아놀드 파머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극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링스 LS의 그래픽은 링스 LS 99에서 또 한층 빛을 발했다. 그래픽은 2D 그래픽으로는 더 이상의 그래픽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더 세밀해 지고 색감도 더 좋아졌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리나 그늘집(미국에서도 그늘집이라는 말을 쓸까 싶지만 -_-;; )같은 건물들도 어떤 방향에서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 깔끔하게 2D와 3D를 섞어 묘사했다. 또 이때부터 전통적인 2버튼 스트로크 이외에도 파워스트로크라고 해서 아날로그 스윙이 가능해졌다. 아날로그 스윙은 마우스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실제 골프스윙과 아주 비슷하게 만들어진 스윙 방식으로 현재 모든 골프게임에서 쓰이고 있는 스윙 방식이다. 아날로그 스윙과 함께 등장한 것은 아주 편리한 인터넷 멀티플레이 모드다. 게이머들은 복잡한 설정이 필요없이 딱 한번만 클릭해주면 링스 투어라는 인터넷 투어로 자동으로 접속해서 전세계 어떤 게이머하고도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링스 LS 1998 에디션을 거쳐 1999년 액세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붙은 이후 처음 출시된 링스 익스트림은
지금까지의 링스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뒤집는 엽기 플레이 그 자체였다. 링스 익스트림은 지금까지의 고지식한 시뮬레이터로서의 링스의
이미지를 정면으로 배반한 게임으로 게이머는 홀에 최단 타수 만에 볼을 집어넣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애드벌룬이라든지
거대한 젖소나 상대방의 스코어를 맞춰서 경기를 이기는 일종의 변형 골프게임이었다. 게이머는 방향과 바람과 클럽의 정확성으로 경기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무식하고 과감하고 마구잡이 플레이를 잘하느냐로 승패가 판가름 났던 골프게임이었던 것이다. 등장하는 골퍼들도 껄렁한 힙합바지를 입거나 군복을 입는 등 모든 것이 엽기 그자체였다. 그때가 익스트림 스포츠가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라서 골프에도 익스트림 플레이를 시도해 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같은 플레이 방식은 정통 시뮬레이터로서의 링스 골프를 사랑하던 많은 골프게이머들에게 맹렬한 비난을 받았고 판매량도 극도로 저조했다. 한마디로 링스 익스트림은 골프채만 들었다 뿐이지 거의 슈팅게임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
게임 개발자들은 종종 히트친 게임에 몇가지만 살짝 수정해서 후속작이라고 포함해서 내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뻔뻔스런
3DO는 그 대표적인 예고). 하지만 한두번은 그런게 먹혀도 자주하다보면 팬들의 관심은 어느새 멀어져 버리고 만다. 게임 만들기도
힘든데 한번 쉬었다 가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가 배부르고 등따숩게 해주니까 대충하고 연봉이나 많이 챙기자라는 속셈이었는지
링스 LS 2000는 거의 모든 면에서 링스 LS 99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붕어빵 같은 게임이었다. 아니,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몇가지 부분은 퇴보를 한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였다. 극상의 그래픽을 자랑하던 골프코스에는 현실감을 가미한다고 그랬는지 여기저기 얼룩이 져 보였고 사운드나 경기방식도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는 그냥 평범한 모습이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잔뜩 기대했던 링스 팬들은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꺼라고 기대했지만 새로 추가된 것은 세인트 앤드류 골프 코스등 4~5개 추가된 코스와 퍼지 졸러, 데이빗 러브 시니어 등 프로선수들의 스윙 모습뿐이었다.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장점은 멀티플레이모드에서 MSN 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드가 추가되었고 MSN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TCP/IP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간에 링스 LS 2000은 링스 LS 99의 완벽한 정체 버전이었다. |
표지모델에 아놀드 파머뿐만 아니고 타이거 우즈 이후 골프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내세운 것 만큼이나 링스 2001은 링스 LS 2000에 비해 많은 것이 발전한 게임이었다. LS라는 이름을 떼어버리고 새출발한
링스는 지금까지의 엔진을 대폭 뜯어고쳐서 전혀 다른 새로운 링스 게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비록 게이머가 보기에는 LS 2000과
비슷한 모양의 코스이기는 하지만 엔진 자체는 완벽하게 달라졌고 보다 역학모델이 완벽하게 적용되었다고 한다. 링스 2001이 이전의 시리즈와 구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아놀드 파머 코스 디자이너’라는 유틸이 아주 완벽한 형태로 선을 보였다는 것이다. 골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아놀드 파머는 시니어 마스터즈 대회에도 얼굴을 들이미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골프 코스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는데(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신적인 능력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말이다) 아놀드 파머가 디자인한 코스들은 거의 예외없이 명코스로 이름을 날렸다는 것이다. 이런 아놀드 파머의 코스 디자이너를 이용하면 게이머는 누구나 자신만의 골프코스를 쉽게 만들 수가 있게 되었다(물론 타이거 우즈에서도 코스 아키텍처라는 이름의 코스 디자이너를 내놓았다. 필자는 이 2개의 코스 디자이너 어떤 것에서도 참을성 있게 18홀을 다 만들어내지 못했다 T_T) |
예전에 링스 개발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3D를 다루지 못해서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골프게임에 3D가 적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설픈 3D보다는(잭 니클라우스 시리즈를 말하는 듯함) 깔끔한 2D가
나은 경우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작년 MS게임스튜디오 행사와 E3에 나온 링스 2003은 3D 게임이었다. “3D로 만들면 2D 디지타이즈 화면보다 선수와 코스의 묘사를 훨씬 자세하고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이제는 게이머들이 1초에 수천만 폴리곤을 처리하는 CPU와 그래픽카드를 가졌기 때문에 3D로 게임을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라고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스튜디오 측은 말했다. 물론 링스 2003에 나타난 3D가 수많은 모션 캡처를 바탕으로 한 완벽한 스윙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D건 3D건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은 보다 현실감 넘치고 재미있고 원활한 싱글과 멀티플레이가 되는 골프게임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링스 2003은 아직 국내에 출시는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링스 시리즈에서 한층 더 발전한 그래픽과 게임 플레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각하게 끊기는 단점만 없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