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내려 앉은 도시: 1장 사달메리크의 사도(2화)
2004.03.12 11:21우부카타 토우
"각지에 파견한 <사달메리크>의 사도들이 돌아오는 대로 지원자를 골라 파견하겠습니다. 단 당신들이야 말로 가장 그 사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슴속에 간직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이번에 나온 저의 예지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다가가서 지키는것도 불가능 하잖습니까. 이 신전에 협력자라도 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협력자라면 바로 옆에 있질 않습니까"
부드러운 미소가 아즈마의 볼에 떠올랐다.
제퓨로스가 놀란 듯이 레론을 돌아 보았다. 레론은 당했다는 듯이
"하하하, 그렇군"
왼손으로 턱을 두드리며 끄덕였다.
"그러니까 애를 신전에 집어넣는다는 것이군요. 확실히 애정도 젊은 셉터는 별로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밖에서 보호를 하라는 거군요"
"내가 이 신전에 들어가라고? 어떻게?"
"어떻게 라니. 신전 이란 것은 셉터 양성소 같은 곳이잖아. 그러니까 학교야. 잘됐잖아 너 같은 나이또래의 친구를 마음껏 만들 수 있을걸"
제퓨로스가 레론의 머리를 휘저으면서 다독거렸다. 그 손을 뿌리치면서 레론은.
"제가 이 애의 옆에 있으라고 말씀 하시는 겁니까"
의외로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결국 아즈마는 단호히 끄덕이면서
"수속은 이쪽에서 밟겠습니다. 준비는 되셨겠지요 레론?"
"예에…""예에 라니, 너 좀더 기뻐해봐"
"어째서?"
"어째서 라니…너 정도 나이라면 같이놀 상대가 필요할 것이고 귀여운 여자애와 만나고 싶을 것 아냐"
"놀 상대라면 제퓨로스가 있잖아"
그러자 갑자기 제퓨로스가 화난듯한 표정을 지었따.
"뭐라고? 내가 니 놀이 상대냐?"
머리를 때리려는 제퓨로스의 손을 피하면서 레론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이 애의 이름은?"
"아티미스 페란 고명하신 셉터 다이온 페란의 외독녀입니다"
그렇게 아즈마가 말했다.
아티미스 페란 16세
가을 햇살이 빛나는 아침. 갈색 머리를 한 소녀가 완고하게 말했다.
"알았지? 예배당 출구는 3곳이야. 그중에서도 서쪽에서 학당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통로가 가장 중요해"
15명 정도의 소녀와 동년배 같아 보이는 소년소녀들이 끄덕였다.
"출구 가까이에 각각 3명씩 한조를 만들어서 배치할게. 적은 언제 행동을 개시할지 모르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알았지 다들"
"알았어 아티미스"
"모두 함께 귀신잡는 <예배장>의 무서움을 보여 주자"
"철의 여인 아티에게 대드는 어리석음을 몸으로 가르쳐 줘야지"
묘한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은채로 갈색머리의 소녀는 하얀 교복의 소매를 약간 걷어올리더니 곧바로 조그마한 봉을 휘둘렀다.
"성악대 출진"휘익 하고 공중을 휘저은 봉은 연주할 때 사용하는 지휘봉 이었다. 그 지휘에 따라서 소년 소녀들이 곧바로 행동을 개시 했다.
때를 같이 해서 예배당의 종이 울려 퍼졌다. 신전에서 수행하는 젊은이들이 예배당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성악대의 휘장을 달은 소년소녀들이 심각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왔다"
"i아라, 동쪽 학사 쪽으로 도망간다"
완장을 달은 학생들이 뛰어갔다. i아가는 앞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몇 명이 서둘러서 도망가고 있었다. 그 도망가는 소년들의 눈앞에 다른 쪽에서 완장을 달은 학생들이 나타나 가로 막았다. 당황해서 방향을 바꾸려는 소년들에게.
"멀었어!"
아티가 질풍처럼 뛰어가며 옆으로 그 지휘봉을 휘두르자
"으윽…"
"아악"
"아, 아야야…"
볼과 목을 지휘봉으로 맞은 3명의 소년들이 비명을 질럿다.
"한주에 한번밖에 없는 예배를 빠지려고 하다니. 3명모두 곧바로 예배당으로 돌려보내"
아티에게 명령받은 완장을 단 학생들이
"바보 녀석 아티가 주번을 담당하고 있는 예배의 출석률을 낮추려고 하다니 아직 멀었군"
아티에게 맞은 소년들을 끌고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아티 서쪽에서 두명 잡았어"
"보스 이쪽에서 4명 확보 했습니다"
"좋아 예상한 인원수의 절반이구나. 다음은…"
그때 아티의 커다란 갈색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큰북대 따라와. 현악대는 각자 위치로!"
아티가 예배당으로 뛰어 가자 그 뒤를 체격이 좋은 학생들이 따랐다.
"저기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군인걸. 응원을 요청해"
그러자 갑자기 예배당의 2층에서 로프를 사용해서 소년들이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너 이녀석 2층으로 도망치려고 하다니 아직 멀었어"
완장을 걸친 큰북대가 로프 밑으로 모여들어 내려오는 학생들을 잡았다.
여기저기 몰려드는 소년들 옆에서 아티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때
"결사대 앞으로!"
강렬한 소리와 함께 또 다른 2층의 창이 열리더니 소년들이 나타났다.
"무슨짓을 할 생각이야…? 설마!"
아티가 아연실색 했다. 그 아티를 보고 하하핫 하고 웃는 소년이 있었다.
"방심 했구나 아티야. 이 엔리케님이 드디어 너가 자랑하는 완전출석율을 깨주마. 가라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자들이여"
그렇게 말한 소년은 흐트러진 붉은갈색 머리에 장난기서려 보이는 얼굴을 가진 다부져 보이는 체격에 키가 컷다. 왠지 소년이라고 하기보다는 청년같아 보였다. 하얀 이를 내보이며 킥킥거리며 웃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기품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골목대장" 이라고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는듯한 그 소년 엔리케가 2층의 창에서 뛰어 내리자 뒤따라서 곧바로 몇 명이 뛰쳐나오는 것을 보면 그렇게 인망이 없는 인물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티와 그녀가 거느리는 성악대가 풀무를 밟자 수직으로 물줄기가 솟았다.
2층에서 바로 밑에 있는 홀의 분수대 물로 소년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이 바보! 위험하잖아! 언제나 그렇지만 대체 무슨 생각하는거야!!"
분수대를 포위하면서 아티가 소리쳤다.
"이제 도망칠수 없을걸. 바보같은 짓은 그만두고 얌전하게 나와"
수면에 거품이 이는가 싶더니 푸악 하고 물방울을 흩뿌리며 엔리케들이 나타났다.
"하하하핫. 우리들 성가대가 이 분수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었냐"
"에…무슨 소리야…"
갑자기 퍼지는 고약한 냄세에 아티와 성악대가 코를 움켜잡으며 물러섰다.
"그래. 우리들이 사교님에게 꾸중을 당하면서 까지 이 분수의 청소를 안하고 있었던게 다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해. 이 날을 위해서 였던거야. 봐라 두달동안 전혀 청소를 안하면 물이 어떻게 되는지!"
"더…더러워! 잠깐 그렇게 뿌리지마!"
"와하하하하하, 자자 아무것도 못하겠지?"
엔리케와 소년들이 뿌옇게 더럽혀진 쓰레기로 가득찬 물을 마구 흩뿌렸다. 결국 참을 수 없게된 아티와 성악대가 포위를 풀자.
"지금이다. 애들아. 드디어 철의 여인 아티의 지배에서 벗어날 날이 왔도다"
엔리케들이 거의 오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하수를 흘리면서 강에서 뛰쳐 나왔다.
"이것참…. 설마하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할줄은…"
아티가 황급히 도망치는 엔리케들을 바라보고 딱하고 손가락을 울렸다.
"윽!?"
하고 경악한 것은 엔리케였다. 반짝반짝이며 주위에 무언가가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곧바로 엔리케가 피했지만 뒤에있는 소년들은 완전히 가느다란 실같은것에 붇잡혀서 쓰러졌다.
"설마 벌써 알고 있었던 거냐?"
"너가 일부러 분수를 청소 하지 않는 것 정도 알수 있지. 다들 손댈필요 없어. 현악대! 이 바보들을 도망 못가게 해!"
아티의 명령에 자기 위치에서 대기 하고 있던 자들이 손에 현악기에 사용하는 실을 그물처럼 들고 오더니 소년들을 붇잡았다.
혼자서만 운좋게도 도망친 엔리케가.
"위험하잖아 아티! 그거 잘못하다 몸이 베인다구!"
"벌써 베이지지 않도록 밀납을 발라놓았어. 기다려 이 바보 원숭이!"
"여기 까지 와서 뒤로 물러서야 하는건가. 난 혼자서라도 도망 칠거야"
엔리케는 이미 학당의 통로를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가는길에 한명의 소년이 나타났다.
"어어? 비, 비켜"
질주해오는 오물투성이의 엔리케에게 소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서 있었다.
"바…바보 비키라니까!"
"<백워드>"
슬쩍하고 소년이 중얼거리자 그 손에 반짝하고 무언가가 빛났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엔리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소년에게 부딪히기 바로 직전 정신을 차려보니 엔리케는 그대로 뒤를 향해서 똑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더러운 사람이 달려오다니 학교란 이상한 곳이구나 그리"
소년의 어깨에 있던 고양이가 야옹하고 잠온다는 듯이 대답했다.
"더, 더럽다니 무슨소리야. 이건 위대한 작전에서 얻은 영광스런 상처야…그런데 이게 뭐야?"
앞으로 가려고 했지만 뛰면 뛸수록 뒤로 물러가기만 했다.
"에? 뭐지?"
i아온 아티들 바로옆을 엔리케가 뒤로 뛰면서 지나쳐갔다.
영문을 알수 없는 아티는 그대로 눈앞에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잠깐…"
"또왔네"
소년이 가만히 가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려고 하려는 순간
"아 "
달려오는 소녀의 얼굴을 보고 주머니안에서 컬드를 집은 채로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위험해…"
순간 아티와 소년이 정면으로 충돌해서 통로에 그대로 쓰러졌다.
사고를 피해서 옆으로 뛴 고양이가 목을 돌려 서로 엉켜있는 소년과 소녀를 보았다.
쓰러진 채로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소년과 소녀의 눈이 서로 만났다.
"저, 저어 너 괜찮니?"
당황하며 아티가 일어섰다. 소년은 덤덤한 눈초리를 한 채로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다.
"머리라도 다쳤어? 숫자 셀수 있니? 이 손가락 몇 번째이게?"
아티가 손가락을 두개를 세우며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소년은 전혀 반응도 하지 않고.
"틀림없군"
가만히 밑에서부터 아티미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아티미스 페란"
그렇게 말했다. 아티가 놀라서 숨을 거두어 쉬었다.
"어째서 내 이름을…"
"아 "
"에?"
"그래"
소년이 뭔가 기억해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티가 눈썹을 찡그리는 것에도 상관없이.
"이게 첫 만남 이군"
낭랑한 어째 감정을 어딘가에 두고 와버린듯한 덤덤한 말투로 소년은 말했다.
가을 햇살이 눈부신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발테스 신
갑자기 예배당의 종이 울렸다.
"아티! 제1예종이 울렸어"
깜짝 놀라면서 아티가 돌아보자 아무래도 엔리케는 조금전의 강에 다시 빠진 것 같은 듯 성악대의 손에 이끌려 다시 물위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아티가 당황하며 일어서서 소리쳤다.
"서둘러! 거기 바보를 끌고 와!"
그러자 아티가 아직 쓰러져 있는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미안해. 정말로 괜찮니?"
소년은 가만히 끄덕이며 아티의 손을 아직도 정신이 없다는 듯이 잡았다.
"넌…누구니?"
아티가 묻자 일어선 소년의 어깨에 훌쩍 고양이가 뛰어 들었다.
바로 옆에서서 보니 소년은 아티보다도 약간 키가 컷다.
"레론 엘라이"
소년이 대답했다.
"순례학생이라…이 신전에 수행하러 왔는데"
갑자기 아티가 미소지었다. 갑자기 활짝핀 그 얼굴에 소년이 놀랐다는 듯이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선생님이 말씀하신 전학생이 너로구나. 뭐야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지. 나한테 대해서도 사교님들한테 들었지?"
소년은 조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이름을 불러서 놀랐었거든. 아 서둘러. 모든 학생들은 주에 한번씩 예배를 하게 되어 있거든. 내가 홀수주에 예배장을 담당하고…저기 더러운 녀석이 짝수주 예배장이야"
"더럽다고 부르지마!"
다른 저편에서 엔리케가 소리쳤다. 아티는 무시하고 계속 이야기 했다.
"이번주는10월 제 1주니까 내가 예배장 이지. 자 서둘러"
"별로 상관없어. 지금 주변의 토지속성을 조사하고 싶은데. 너가 계속 저 예배당에 있다면 일단 안심은 되니까. 그럼"
덤덤하게 대답하는 소년의 눈앞에 휘잉 하고 날카롭게 아티의 지휘봉이 날아들었다.
"뭐가 안심이 된다는 거야"
그 목소리가 갑자기 무섭게 들렸다.
"내가 예배장일 때는 아무도 못빠져나와. 그게 전학한 첫날에 너가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할 규칙이야 알았지?"
방금전까지 정말 예쁜 웃는 얼굴 이었지만 완전히 변해서 호전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아티에게
"…그리하고 조금 닮았는걸"
가만히 레론이 말했다.
"…뭐라고?"
"너하고 싸울 생각은 없어. 저게 예배당이니?"
"그래 서둘러"
"그럼 서둘러 볼까"
갑자기 레론이 아티의 팔을 잡았다.
"아마 그렇게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지는 않을 거야 <디멘션 도어>"
반짝하고 레론의 손에서 뭔가가 빛났다. 그것이 한 장의 컬드인 것을 아티가 알았을 때 주위의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 졌다.
"뭐…뭐지!?"
자신의 체중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곧바로 레론에게 달라붙었다.
"꺄…꺄아아아아아아"
길게 비명소리가 꼬리를 이었다. 주위가 어둡게 변하고 단숨에 팟 하고 밝아지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이 뭔가 나무같은 것 위에 올라서 있었다.
"끼야아아아아아!"
아티는 아직도 자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핫 하고 놀라면서 입을 다물었다.
"이곳은…?"
정신을 차려보니 언제나 보던 예배당의 복도였다. 아티는 겁에 질린 얼굴을 들었다.
그곳에 기다란 흰 수염을 기른 신전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티미스?"
신전장이 놀랏다는 듯이 불럿다.
"신전장님이 계시네 그렇다면…여긴"
아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에 모든 학생들이 가만히 정렬해서 갑자기 단상에 나타난 아티와 레론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파…"
불쑥 레론이 말했다. 핫 하고 아티가 이제서야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정신이 들었다. 전교생 앞에서 이 소년을 끌어안으면서 큰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내가.
당황하면서 레론에게서 떨어져서 안절부절해 하며 주변을 바라보는 아티에게
"아…아티미스 예배장 아침 집합은 끝내셨나요?"
신전장이 말했다. 아티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예, 예에 예배 집합 완료. 결석자는 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여기 있는 학생은 오늘온 전학생 입니다"
"흠…아티미스 예배장"
"예…예에. 무슨 하실 말씀 이라도?"
"자리에 앉아요"
뒤에서 학생들이 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티미스는 얼굴이 새빨개 져서.
"흐음. 학교라는건 사람들이 꽤 많구나 그리"
옆에서 레론이 아무생각 없다는 듯이 중얼 거렸다.
"아… 정말. 최악이네…죽여버리고 싶어…아냐 그냥 죽고 싶어…"
중얼중얼 거리면서 자리에 앉는 아티에게
"아티는 비명소리도 멋있던걸. 다들 깜짝 놀랐었다구"
옆에 앉아있는 소녀가 감동했다는 듯이 속삭였다. 아티는 피곤에 지친 얼굴을 그쪽에 돌리더니.
"뭐야 레미도 정말. 그게 칭찬으로 하는 소리야?"
"그래? 왠지 오늘 아티 기운이 없어 보이네. 언제나 낙천적인 데다가 마구 날뛰는 말괄량이 아티가 별일도 다있네?"
"으으으…다들 날 바보취급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책상에 볼을 대고 엎드려 있는 아티의 등을 레미라고 불린 짧은 검은머리 소녀가 톡톡 두들겼다. 그때 옆에 다가온 것은 검게탄 얼굴이 돋보이는 소년 엔리케 였다.
"가하하하핫. 아티 꼴 좋다. 내 작전에 그대로 걸렸구나"
확 쏘아보는 눈으로 아티와 레미가 엔리케를 올려봤다.
"거꾸로 달려간데다가 다시 강에 빠진 바보 원숭이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엔리케 너 냄세나"
"뭐…뭐야? 바보라니 냄세난다니 그만좀해. 나도 그러다 상처 받는다고. 제대로 몸도 씻었고 옷도 갈아입었단 말야. 어때 완벽하지?"
"뭐가 완벽해…그 전학생만 안왔으면 언제나처럼 똑같은 아침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아 정말 그 전학생 말야. 만약 성악대에 들어온다면 내가 엄청 괴롭혀줄거야"
지끈지끈 지휘봉을 움켜잡는 아티로 부터 엔리케와 레미가 겁난다는 듯이 뒤로 물러섰다.
"그 신입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라도 내 성가대에 들어오게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그럴까. 머리나빠지니까 성가대는 그만두는 편이 좋다는 평판이 요즘 돌고 있는걸"
"레미…그걸 평판이라고 애기 하는거야?"
"응. 그것보다 엔리케 옷 빨았어? 내가 빨아줄까?"
레미가 방긋 웃었다. 하지만 엔리케는 두터운 팔을 팔짱끼고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바보 취급 하지마. 라한 신전의 남자학생은 자취 생활이 기본이야. 밥짓기 빨래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오히려 내가 너한테 속옷을 어떻게 빠는지 가르쳐 줄수도 있을걸"
"흐음. 도저히 알수 없는 소릴 하네. 밝히기는. 바보. 메롱"
레미가 혀를 불쑥 내밀었다. 엔리케가 바로 뭔가 말하려고 했을때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쳇 벌써 종이 울렸나. 아티 다음 예배일을 기대해라 그럼"
엔리케는 벌떡 일어서더니 곧바로 교실을 나갔다.
"…저 바보 원숭이 녀석 전혀 다른 교실에 뭐하러 온거야"
"아티를 위로해 줄려고 온거야"
"바보취급 하려 온걸 잘못 안거 아냐?"
글쎄…레미는 약간 입술을 내밀더니 어깨를 움찔했다.
"저 아티. 그런데 그 남자애…컬드를 ㎢募째 정말이야?"
레미의 말에 아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마. 그렇지 않으면 그런식으로 갑자기 장소를 바꿀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거 굉장하잖아. 우리들하고 같은 나이에 셉터라니"
"어짜피 이동계 컬드를 조금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의지를 가진 크리쳐를 만들어내는 컬드에 비교해서 사용자의 몸이나 물체를 이동 시키는 힘을 가진 이동계 컬드는 필요한 마나가 한단계 낮다. 셉터 능력이 전혀 없는 일반인도 뭔가 박자만 맞추면 발동 시킬수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컬드를 자신의 의지로 발동 시켰다는 것은 상당한 힘이 필요할텐데….
"어차피 그렇게 잘 사용 할 수 는 없을 거야"
아티가 화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 때 젊은 여사교와 함께 레론이 교실에 들어오자 아티도 레미도 모두 좌석에 앉아서 레론을 바라 보았다.
(저녀석…교실까지 고양이를 데리고 오다니 확실히 이상한 녀석이야.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냐?)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까. 꽤 멋있는걸)
(여자 같애. 꽤 약해 보이는걸)
속닥속닥 학생들이 각각 평을 늘어놓는 도중에 여사교가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면서
"오늘부터 모두들과 함께 공부하게된 순례학생을 소개 할께요. 자 레론"
" 예?"
"예? 라니. 자기소개 해야지"
멍하게 교실을 둘러보니 레론의 아무리 봐도 정신이 나간듯한 표정에 다들 킥킥 웃었다.
"레론 엘라이 입니다"
불쑥 속삭이듯이 말하더니 또 멍한 표정을 짓자 여사교가 거들었다.
"그러면 안되지 레론. 모두들과 함께 협조하기 위해서 라도 자신을 좀더 어필해봐"
"그것참…곤란한걸 그리"
냐옹 하고 고양이가 대답했다, 그 모습에 교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 하고 이야기 하다니)
(뭔가 이상해 왜 고양이를 어깨에올리고 있는거야?)
"저 질문이 있습니다. 그 고양이는 뭐에요?"
큰 목소리로 손을 든 것은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 레미였다. 그 옆에서 아티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교단 위에 있는 레론을 노려보았다. 그 두사람의 시선을 받으면서 레론은
"뭐라니…가정교사 이기도 하고 놀이 상대 이기도 한 친구야"
레론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자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레미가 다시 물었다.
"저…레론은 고양이에게 뭘배우고 있나요?"
"인생"
곧바로 대답이 나오자 푸학 하고 누군가가 웃었다.
갑자기 교실이 온통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조용히 조용히"
여사교도 웃음을 참으면서 교편으로 단상을 두드렸다. 교실 한쪽에서 다른 누군가가 손을 들더니.
"질문 입니다. 레론은 어디에서 왔나요?"
"사달메…"
당황해 하더니 말을 멈췄다. 너무 주위가 평온한 나머지 깜빡 사명을 잊을뻔 했다. 자기가 무었때문에 왔는가 저기서 왠지 자신을 미워해하는 듯한 기분이 느껴지는 소녀를 지키고 이 신전을 <검은셉터>로부터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리고 자신 고국을 구하기 위해….
"엘라이 공국 입니다. 이제는 멸망 했지만 그 다음은…여러곳을 다녔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도 엘라이 공국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기 보다는 싸움으로 나라가 멸망 햇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안나는 것 같았다. 그저 다들 흐응 하고 끄덕일 뿐이었다.
그 무관심이 반대로 레론을 살렸다. 이정도로 많은 동년배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 레론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한 수행에 필적하는 피로가 조금씩 조금씩 머리 뒤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때 다른 사람이 손을 들었다.
"레론은 뭔가 믿고있는 종교가 있나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그리고 또 폭탄같은 질문 이었다.
"예전에는 대지의 여신 사이레스를 믿었습니다"
레론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숲속 깊은곳에 세워져 있던 엘라이 공국의 주신이었다. 아버지도 누나도 여신 사이레스를 숭배하며 레론도 아무런 의심없이 그 신을 섬겼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레론이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발테스신을 믿고 있습니다"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 졌다.
교단에 서 있던 여사교도 아연실색을 했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 반응 이었다.
레론이 이야기한 신의 이름은 예전에 세계에 대전란을 일으킨 <검은셉터>라고 불리는 자들이 섬기던 전쟁과 파괴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었다.
게다가 발테스신은 먼 신화에 따르면 창조신 컬드라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하는 고신 이었다. 이 신학대계를 따라가자면 타락한 신. 확실한 위치를 정할수 없는 오컬트적인 신이었다. <검은셉터>가 섬겼다는 이유로 요즘 200년동안 전쟁과 파괴의 신으로 알려저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어떤신인지는 알수 없다고 한다.
즉 레론은 묘한 악마를 섬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릴 한것이다.
"저…그거 농담으로 한소린가요"
질문한 사람이 두려워 하며 물었다. 레론은 고개를 흔들며
"발테스 신을 통해 창조신 컬드라를 섬기는 것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셉터가 되는 사람은 모두 발테스 신의 제자인 것입니다. 싸움과 파괴를 통해서만 신앙을 표현 할 수 있으니까요. 지수화풍의 4궁극신과 12성신, 월신, 태양신등 별로 섬겨도 좋을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술술 대답하는 레론에게 다들 절규 했다.
거기에 아티가 갑자기 탕 하고 책상을 쳤다.
"잠깐 여기가 바람의 여신 테레스를 섬기는 신전 이라는걸 알고 하는 소리야!"
"하지만 셉터가 되면 결국 발테스신 이외에 섬길만한 신이 없거든…"
순간 레론은 아티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교실의 무거운 공기를 느끼고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레론으로서는 아즈마로부터 배운 상당히 이치에 밝은 신앙이었지만 이곳에서는 너무 과격한 것 같았다.
<사달메리크>의 사도 대부분이 발테스 신을 섬기는 것은 말하자면 예전에 초대 “아즈마”가 <검은셉터>의 한명 이었을때 부터의 전통 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반감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이었다. 바로 마을에서 i겨날 가능성조차 있었다. 레론은 그 때 처음으로 자신의 말이 실언 이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물론 <검은셉터>와 달리 <사달메리크>에서는 전쟁과 파괴를 행하는 셉터의 업을 언제나 반성하면서 진정한 힘을 언제나 추구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발테스 신에 대한 신앙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설명해도 나라가 멸망한다는 것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왠만해서는 이해하기 힘들것이다. 레론 조차 자신의 나라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발테스신 따위 전혀 모른 채로 자랐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아티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레론의 말을 막았다.
어떠한 셉터 보다도 왠지 아티의 눈은 레론에게 묘한 압력을 주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쳐다봐서 어쩌려고…"
불쑥 레미가 입을 열었다. 그때 아티가 울컥 화를 내면서 말했다.
"아냐. 다른 사람들의 신앙을 위해 난…"
"오늘 예배부터 왠지 수상한걸"
레미가 장난스런 얼굴로 눈꼬리를 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다들 웃기 시작했다.
예배당에서의 추태가 다들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아티가 얼굴을 갑자기 붉게물들이 더니 괴롭다는 듯이 레론을 쏘아보았다. 레론도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서 실은 누굴 믿고 있나요"
조금전의 학생이 물었다. 레론의 말을 완전히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는 듯한 말투였다.
"실은 루 신입니다"
적당하게 둘러댔다.
침묵이 끝나자 결국 지금까지 보다도 더 큰 웃음이 울려퍼졌다.
루 신은 나쁜 꿈을 없애준다고 하는 고양이 머리를 가진 수면의 여신의 이름이었다.
"고양이 수호신 레론"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이것이 학당에서의 레론의 별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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