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내려 앉은 도시: 2장 별이 내리는 도시(2화)
2004.05.28 09:42게임메카 박진호
“비상시 인가…”
가만히 중얼거리는 레론에게 뭔가 자기 방 앞에서 생각하고 있던 아티는
“비상시라기보다는 비상식이야 그래 비상식인 것은 비상식으로 대처해야지”
딱 잘라 말했다. 레론은 자신도 모르게 끄덕였다.
<검은셉터>의 최대의 강점은 사람들의 생활 이라는 것을 전혀 무시하는 것에 있었다. 겨우 세운 도시도 밭도 숲도 강도 모든 것을 무차별로 지배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검은셉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비상식적으로 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면 자신의 사명 이라는 것은 이 아티라고 하는 소녀를 지키는 것으로서 아티의 생활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생활을 부수면서까지 이 애는 보호를 받는 것을 기뻐해 할까.
“미안…네가 힘들 텐데”
불쑥 말이 흘러나오자 아티의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그 순간 레론에게 아티라는 존재에 대한 두 번째 감정이 솟았다. 만약 도시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자신은 이 애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생활을 잃어버리고 자신 혼자서만 살아남은 고통을 누구보다도 레론은 알고 있었다. 밝고 활발하게 학당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아티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
“너의 생활은 꼭 지켜줄게”
그 순간 눈앞에 있는 아티가 점점 더 확실하게 회색빛 세계에서 떠오르는 유일하게 색채를 가진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레론은 느꼈다.
“그렇게 안 해주면 곤란하잖아…”
아티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더니 찬찬히 레론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갈색 눈동자가 순간 빛나는 듯하자 움찔 레론은 놀랐다.
“흐응 너 처음에는 인형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인형?”
“자신의 의지라는 것이 없어 보여서 굉장히 당황 했는데…”
“…미안”
“사과하면 이쪽이 곤란해지잖아. 이번에는 별로 그런 느낌이 없었거든”
“그래? 넌 어떠니 그리?”
야옹…하고 고양이는 목을 긁더니 잠이 온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니까 고양이하고만 대화하지 말고 이쪽을 봐!”
당황하면서 몸을 고쳐 잡는 레론에게 아티가 불쑥 말했다.
“뭐 됐어. 아침에 한일 같은 거 다 용서 해 줄께. 그 대신에 이거”
“이거…?”
아티가 침대를 가르키는 것을 레론이 깜짝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래 지금부터 너에게 진짜 방을 안내할게 비상식에는 비상식으로 대처하는 거야. 알았지!”
레론은 표정도 바꾸지 않고 아티의 기세에 눌려 끄덕였다.
별이 내리는 밤에
통풍을 위한 작은 창이 있었다.
정말로 그것만 있는 방이었다. 대걸fp에 바스켓 빗자루에 쓰레받기. 레론은 아무감정 없이 그 작은방-청소 도구실로 사용되고 있는 창고를 바라보았다.
그 방은 2층 남쪽 기둥에 있는 아티의 방 옆 복도의 끝에 있었다.
“겨우 침대가 들어갈 수 있겠는걸. 잘 됐네. 빨리 나르자. 벌써 저녁 식사시간 이야”
덤덤히 아티가 말했다. 레론은 반항할 기분조차 없었다. 사명을 수행하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어둡고 먼지투성이에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것을 참기만 한다면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이 완전 개 취급당하고 있다고는 레론은 생각지도 않았다.
“<바이탈리티>”
휙하고 컬드를 열더니 자기 자신에게 그 효과를 걸자. 순간 손과 발이 빛에 휩싸였다.
“이것을 나르면 되지?”
번쩍하고 가방이라도 나르듯이 침대를 한손으로 옮겼다.
아티도 “백료”에서 묶고 있는 여학생들도 탄성의 소리를 질렀다.
침대를 두고 방의 한편으로 밀었다. 그러자 뱃속에서 소리가 나더니 그 소리를 듣고 여학생들이 웃었다.
“저…”
“아아 저녁밥 말이지. 식당 가자”
아티가 가자고 손을 흔들었다. 여학생들 모두들 마치 옷을 입힌 애완견을 보는듯한 눈초리로 레론을 바라보았다. 레론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잘됐다. 생각보다는 우호적이구나 그리”
고양이가 콧소리를 내면서 다가와 야옹하고 이상하다는 듯한 소리로 울었다.
“아직 먹지마!”
아티에게 꾸중 듣고 스푼을 손에 들은 레론이 조심조심 식기를 놓았다.
기다려, 라고 명령을 들은 개. 바로 그 자체였다. 여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식사 전에 모두 함께 바람의 여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레론이 대표로 기도문을 말하자 다들 그에 따라 제창했다. 레론도 옆에 있는 아티의 기도를 흉내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아티의 소리와 함께 식사가 시작되었다. 배가 고팠던 레론도 어깨에 있는 고양이도 빵과 치즈를 함께 나눠 먹기 시작하자
“너 설마 내 물건 손댄 건 아니겠지”
아티가 생각났다는 듯이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 보았다.
레론은 스푼을 입에 넣은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기가 본 것은 컬드가 적혀진 책뿐이었지만 아무래도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됐어…요즘 속옷도둑이 많아서 말이야”
“속옷…? 그런 것을 훔치다니 꽤 가난한가 보구나”
그 말에 아티와 주변에 있는 여학생들이 다들 웃었다. 레론은 목을 갸우뚱거리며 생각했다.그 책의 주인이 아티였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셉터 수행자가 컬드에 대한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전에 전해지는 컬드만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그런 것이 만일 <검은셉터>에게 건네졌다가는 신전의 공략법이 단숨에 폭로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정말 너 이상하다니까”
아티가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그럴까…”
레론이 조금 입술을 비쭉였다. 그러자 갑자기 아티가 이름 높은 셉터의 딸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과연 그 책을 쓴 것은 아버지였구나. 그래서 아티가 이 신전을 지키는 셉터가 되는 것을 생각해서 책을 기록한 것인 줄도 몰랐다.
‘아버지가 써주었다’라는 말이 레론의 머릿속에서 무거운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레론이 가지고 있는 엘라이가의 컬드는 지금까지 32장으로 줄었다.
18장이나 되는 컬드가 공국이 멸망했을 때 적에게 빼앗기거나 파괴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빼앗겨진 것은 언젠가 적을 쓰러뜨려서 되찾으면 되지만 파괴된 컬드를 되살리는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무참하게도 파괴된 <글라디에이터> 컬드,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직도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가 죽을 때의 얼굴. 누나가 마지막에 지은 미소가 가슴을 태우는 것 같았다.
“이봐. 반찬투정하지 말고 잘 먹어”
가만히 당근을 내려보고 있는 레론의 옆에서 아티가 오해를 하고 꾸중했다.
“아…응”
레론이 덤덤히 그것을 먹자 아티가 한숨을 쉬듯이.
“뭔가 좀더 제대로 된 표정을 지을 수 없니…. 자 웃어봐”
응-? 하고 레론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봐 미소를 짓던가. ‘우하하’ 하는 식이라도 좋으니까. 어두운 얼굴만 해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변하잖아. 자신의 인생을 열기 위해서는 뭐라 해도 강한 자신이 필요한거야. 자 웃어봐”
“우하하”
레론이 아티의 흉내를 내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그것이 웃는 얼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가 아픈 걸 참는 것 같은 표정인 걸…”
아티가 반대로 놀랐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여학생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다. 레론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인상 이라는 것은 꽤 중요한거야. 대체 그 눈썹 밑까지 뻗은 앞머리 귀찮지도 않니? 그래가지고는 표정이 감추어져 버리잖아”
아티가 무작정 레론의 앞머리에 손을 뻗었다.
아…하고 아티와 레론이 동시에 소릴 질렀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학생들이 모두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티가 올린 레론의 앞머리 밑에서 주욱 그어진 상처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상처는 오른쪽 머리칼이 난 곳에서부터 왼쪽 관자놀이 까지 뻗어있었고 레론의 얼굴이 준수한 만큼 그 무참함은 더욱 커보였다.
“미, 미안, 미안해”
아티가 당황하면서 손을 내려 용서를 빌었다. 레론은 별로 기분상한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반대로 자기쪽이 앞머리를 내린 이유를 아티에게 배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그 상처로부터 도망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과거의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눈으로부터 숨기고 있었다…. 그 것이 자신에게도 예외였으며 자기 자신이 납득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랬구나, 이거 자기 스스로 감추려고 했었던 거구나. 고마워 이제 알 것 같아”
아티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을 옆으로 하고 이번에는 자신이 앞머리를 양옆으로 펼쳐보였다. 들쳐 보여지는 이마의 상처에 여학생들이 겁에 질린듯한 얼굴로 물어왔다.
“대체…어떻게 된 거야 그거?”
“컬드 크리처에게 당했어”
그 때 아티도 주위에서 들고 있던 여학생들도
“컬드로 싸운 적이 있어!?”
단숨에 목소리를 올려 물어오자 레론과 고양이가 움찔 놀랐다. 뭔가 실언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별로 그런 싸우다니…”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이번 사명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음밀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주위의 주목을 받는 바보 같은 짓을 하다니. 레론은 내심 자신을 질타했다.
“하지만 크리처에게 공격을 받다니”
“크리처는 사제님이 불러내는 것처럼 얌전한거 아니었어?”
“굉장해 그 나이에 실전을 경험하다니”
웅성웅성 마음대로 분위기를 올리는 여학생들에 휩싸여서 레론은 더욱 작게 움츠러 들었다.
“잠깐 다들 그만둬 이 애 곤란해 하잖아”
아티가 소리쳤다. 그의 상처를 보여 버린 장본인으로서 화라도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괜찮지 않아. 레론이 뭐 아티 것이라는 것도 아니잖아!”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래그래 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지 않으면 아티 쟤한테 관심 있니?”
에? 하고 얼굴을 올리는 것은 레론이었다. 곧바로 아티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관심이 있다는 표현의 의미를 알지 못한 것이기는 했지만 갑자기 아티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누가 이런 애를”
라면서 아우성쳤다. 레론은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자기가 부정당했다는 것을 느끼고
“너무한 거 아냐”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다들 꺅~ 꺅~하고 소리쳤다.
“정말 상대 못하겠다니까…”
아티가 손을 볼에 대고 투덜거렸다. 그 순간 여학생들이 레론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 부었다. 대체 어떤 크리쳐에게 당했는지. 어째서 당했는지. 레론의 셉터능력은 어느정도인지. 레론은 사명에 해가되는지 어떤지 필사적으로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정직하게 대답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리저드맨>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수 속성 컬드 중에서도 상당히 노멀한 것인데. 바람의 신전이라서 그런지 수속성 컬드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결국 레론의 프로파일이 여학생들 사이에 퍼졌다.
공국의 왕자였지만 나라가 멸망되어 그 때 이마에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셉터의 능력을 키우기 면서 각지를 돌아다니며 적의 정보를 찾고 있다.
셉터의 능력은 스펠 카드나 크리처 컬드를 몇 개 조작하는 정도-
평화로운 신전에서 지내는 소녀들에게는 충분히 자극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면 우리들 신전에 온 것도 잃어버린 컬드를 찾으러 온 거니?”
누군가가 물었다. 레론에게는 질문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그 때였다 식당의 천정이 뭔가 휙하고 빛이 휩싸였다.
“아!”
아티가 놀라서 소리쳤다. 여학생들이 일제히 창을 돌아보았다.
“뭐지!?”
레론도 경악했다. 뭔가 빛나는 것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온 것이었다.
아니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것은 원대한 마나의 방출이었다. 그 마나가 레론이 지금 있는 대지에 대응해서 모여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빨리 <별>이 내려올 줄이야…”
아티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당황했다는 듯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뭐지. 뭐가 일어난거야 그리”
레론도 서둘러서 여자애들을 뒤따라가면서 물었다. 고양이도 또 레론의 어깨 위에서 날카롭게 하늘을 올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울었다.
백색건물의 현관 앞에 다들 늘어섰다. 건물을 나가자 머리위의 밤하늘을 하나의 불타는 듯한 빛이 유성처럼 곧바로 신전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어쩜 저리 큰 마나가…”
움찔 하고 레론의 몸이 떨렸다. 그리고 곧바로 빛나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컬드”
한 장의 컬드가 하늘에서 신전 쪽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순간 아티가 밝은 미소를 떠올리며 망연하게 서있는 레론을 돌아보았다.
“그래. 이것이 <별>이야. 일년에 두 번 주기에 따라서 신전에 내려와. 라기 보다는 저 <별>이 내려오는 곳에 신전이 새워졌다는 것이 맞겠지”
“내려오다니…대체 어째서…”
“싸움에서 파괴된 컬드가 다시 태어나서 우리들의 신전에 내려오는 거야”
아티가 빙긋 웃었다.
레론은 아연실색했다. 컬드의 재생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파괴된 컬드는 세월이 지나면 4대원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곳에서 재생한다고 하는.
하지만 레론은 지금까지 직접 그 현상을 본적은 없었다. 혹시 재생되었다고 하더라도 땅 속 깊은 곳이라든가 바다 속이라든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론…잠, 잠깐? 왜 그래. 어째서 우는 거야?”
갑자기 아티가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울어?”
그 말에 처음으로 레론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도 놀라면서 당황해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신전 쪽을 바라보았다.
“컬드의 재생…언젠가 다시 태어날지도 몰라”
가슴이 뜨거워 졌다. 나라가 멸망했을 때 잃어버린 컬드도 또 언젠가 이렇게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재생할지도 모르는 것 이었다
지키지 않으면 신전이 이 마을이 <검은셉터>의 손에…그런 생각이 갑자기 레론의 안으로 들어왔다.
이 곳만은 결코 <검은셉터>따위에게 넘길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놀라서 바라보고 있는 아티를 가만히 보았다. 순간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그리운 것이 그것은 감정이었다. 자신의 속에서 잃어버린 감정이 갑자기 고동을 치더니
“아름다워…”
갑자기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왔다. 솔직한 기분이었다. 순간 제퓨로스가 아티를 귀엽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여학생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장 놀란 것은 아티였다. 그 얼굴이 점점 빨개지더니.
“바, 바보.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엄청난 기세로 소리쳤다. 거의 동시에 여학생들이 약간 질투 섞인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모습에 실언이라고 느끼고 당황한 레론이
“…그럴지도 모르지”
라고 말을 고쳤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아티의 볼이 움찔하고 움직였다.
“너 정말…이상하다니까”
아티가 무서운 웃음을 띄우면서 말했다. 레론은 목을 갸우뚱 거렸다.
“화났어?”
어째서 아티가 화내고 있는 것인지 물어본 셈이었지만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티의 속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그곳에 있는 모두가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변태 고양이 신도!!”
강한 기세로 올라오는 손바닥이 레론의 볼을 때리는 소리가 밤하늘에 높게 울려 퍼졌다.
암투-숨어 들어오는 기사들
레론이 볼에 새빨간 손바닥모양을 그대로 남긴 채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라한의 마을 옆에 있는 숲에서 조그맣게 속삭이며 말하고 있는 검은 법의를 입은 두 남자가 있었다.
“…<검은공작> 님의 말씀대로 <별>이 내려왔구나. 슬슬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그렇다. 법의 후드 안에서 낮은 목소리를 낸 것은 비쩍 마른 노인 이었다.
“서두르지마. 우선은 언제나 처럼 신전과 시청주변을 이용해서 시민들에게 <사달메리크>의 사도들을 자신들의 침략권내에서 i아내게 해야지. 녀석들의 최대 약점은 시민들에게는 반항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키가 큰 젊은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노인이 굳은 표정이 되더니.
“<사달메리크> 따위 무서울 거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일대의 마나를 지배해버리면 되지 않은가”
“녀석들의 힘을 우습게 보지마. 전에 나이도 아직 안찬 소년에서 당한 것을 잊었냐”
노인은 이전에 레론과의 싸움에서 당한 <검은셉터>였던 것이었다.
노인이 우두둑 이빨을 갈면서 옅게 빛나는 눈을 남자에게 향했다.
“그 때는 내 <북>이 그 꼬마 녀석과 상성이 나빴을 뿐이야. 이번 <북>은 조금 다르지. <검은 공작> 님으로부터 받은 컬드가 있거든…”
<북> 이라는 것은 사용하는 컬드를 처음에 선별해 두어 모아둔 것을 말하는 셉터들의 은어였다. 몇 십장이나 되는 컬드를 마구 사용했다가는 엄청난 마나를 소비하게 되기 때문에 사전에 자신의 능력이나 목적에 따라서 사용하는 컬드의 수를 정해두는 것이었다.
“<검은 공작> 님으로부터의 명령은 이 마을의 지배와 그 분 따님의 신변보호라네. <사달메리크>와 싸우는 것은 모든 것을 계획대로 처리한 다음에 해주길 바라네”
분이 난다는 듯이 말하는 노인에게 젊은 남자가 냉철하게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노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흥…너야말로 계획을 망치지 마라”
그 때-순간 젊은 남자가 재빨리 후드를 쓰더니 얼굴을 숨겼다. 노인이 머리 위를 돌아보자.
“호오 수상한 마나의 냄새가 난다 했더니 예상이 맞았군 그래”
희미한 목소리와 함께 휙하고 두 사람의 머리위에 날개를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별일이군, 유익인종인가”
노인이 곧바로 컬드를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날개팔의 귀공자. 제퓨로스 님이다. 오밤중에 셉터 둘이서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거지?”
제퓨로스가 날개를 휘날리며 공중에 떠있었다. 날개팔의 왼손에는 벌써 컬드를 들고 있었다.
“여기는 맡기도록 하지. 몰그 노인…”
젊은 남자가 휙하고 숲 속으로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제퓨로스가 컬드를 손에 들고
“도망치게 내버려 둘 것 같으냐~ <바인드>!”
빛의 오라를 거미줄처럼 내뻗는 것과 동시에 남자도 컬드를 꺼내며 소리쳤다.
“<그라비티>!”
순간 주변의 공기가 엄청나게 무거워 지는 듯싶더니 노인이 비명을 질렀다.
“우헉!?”
공중에 떠있던 제퓨로스가 중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빛의 오라가 나무 사이에서 빛나더니 젊은 남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크으윽…나까지 휘말리게 하다니 으으윽…”
“칫…이 제퓨로스 님이 이런 꼴을 당하다니…으윽. 몸이 아픈 걸…”
노인과 제퓨로스가 엉기적엉기적 아기처럼 기어가며 서로를 바라보더니
“으윽-나오거라 <스켈리톤>들아!”
노인이 컬드를 열자 그 땅에서 엉금엉금 검을 가진 해골들이 나타났다.
“쳇…가거라 <하피>!”
한수 늦은 제퓨로스가 컬드를 열었다.
바람을 휘날리며 나타난 것은 거대한 새의 몸에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을 가진 인면조였다.
그 날개를 휘날리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올라 스켈리톤 들의 얼굴을 어깨를 강한 발톱으로 깨부쉈다. 노인이 먼저 컬드를 열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퓨로스가 소환한 크리처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이 녀석이…”
노인이 아연실색했다.
스켈리톤 들이 삐걱삐걱 소리를 치면서 검을 휘둘렀지만 이어서 제퓨로스가.
“<버클러>!”
컬드를 열자 하피를 지키는 금색 방패가 하늘에 나타나 스켈리톤의 검을 되받아 쳤다.
“속도와 방어에서 앞서면 우선 지지는 않아. 어쨌든 한명 바인드 해볼까”
제퓨로스가 겨우 공기의 중압으로부터 도망쳐 노인에게 다가가자
“크크크…바보 같으니 <스켈리톤>이 그 정도로 죽을 것 같으냐”
노인이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부서진 것 같아 보였던 스켈리톤 들이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단숨에 검을 들고 제퓨로스의 앞에 서는 것이 아닌가.
제퓨로스가 휙하고 옆으로 스켈리톤의 검을 피하더니
“칫…재생능력 인가. 노인 티 파티 상대로는 좀 위험한 크리처 아냐. 할아버지”
“어째서 내가 스켈리톤을 상대로 차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냐”
스켈리톤 들이 다시 덤벼들자 제퓨로스와 하피가 재빨리 피해
“농담이 안 통하는걸 보니까 생각했던 대로 <검은셉터> 구나”
“대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 거냐. 사람을 우습게 보는 그 태도 <사달메리크>의 사도임이 틀림없군”
“그쪽이야 말로 묘한 기준이구먼”
“흥…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소수민족인 유익인종이 자기 스스로 멸종당하려고 온 것이냐”
훗하고 노인의 목소리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호오 <질풍귀>냐…”
입속에 머금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노인이 말했다. 그러자 제퓨로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그리운 이름이군”
쓰윽하고 새로운 컬드를 왼쪽 날개 팔로 들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크크…설마 그 유명한 <질풍귀> 를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날개 팔의 파드. 냉혹하고 잔혹한 셉터라고 들었는데. 예전에 어딘가 군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군을 죽여 군에서 쫓겨났다고 하지 아마…”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면서 노인이 또 손에 새로운 컬드를 들었다.
서로 공격을 할 기회를 찾으면서 신경을 자극하는 대화를 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퓨로스는 씨익 하고 웃으면서.
“본인이 없는 곳에서는 다들 그렇게 말하는 거야. 이쪽이야 말로 생각났는데 말야. <검은셉터>중에 몰그 노인이라고 불리는 할아범이 있는데 싸움터에서 도망치는 일반인을 i아가서 죽이는 걸 좋아하는 짐승 같은 녀석이 있다는 소문이 돌더 군”
“확실히 좋아하기는 하지. 틀림없는 소리군”
“헷, 너의 그런 대답이 별로 싫은 건 아니지만 덕분에 이쪽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냉혹 잔혹함을 보여줄 수 있겠군 그래…”
제퓨로스가 걷기 시작하자 그 몸에 싸움의 열기가 흐르고 있었다.
“자…그러면 아군의 수. 그리고 컬드의 구성 이것저것 불어주실까”
“흥. 너 <사달메리크>의 사도라면 레론이라고 하는 꼬마를 알고 있겠군”
순간 제퓨로스가 의표를 찔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할아범 레론을 알고 있나?”
“경박한 유익인종 놈이. 그 꼬마가 혹시 이곳에 와있다면 전해라. 너를 없애는 것은 내가 아니다. 너가 지켜야할 시민이야 말로 너희들의 적이라고”
“무슨 소릴 하는거냐? 우선 붙잡힌 다음에나 많이 떠들지 그래”
“…서두를 거 없지 않은가. 재미있는 건 지금부터거든…”
말하면서도 서로의 기세를 엿보자 순간 제퓨로스가 컬드를 열더니
“지원하라~ <팔콘 소드>!”
순간 빛이 하피의 발밑에 나타나더니 그 발톱에 엄청난 빛이 생겼다. 아이템 컬드라고 불리는 것으로 단체로는 사용자를 지키는 무기나 방어구로서 출현하는 것이라 그런 식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숨에 마나의 덩어리가 되어 크리처에게 옮겨졌을 때 폭발적으로 마력을 높여 엄호의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하피가 조금 전의 배가 되는 속도로 공중을 뛰어올라 그 발톱이 빛의 칼날을 달더니 스켈리톤에게 달려들었다. 노인이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외쳤다.
“<젬 오브 라이프!>”
컬드를 열자 스켈리톤 들의 뼈 사이에 빨간 심장처럼 생긴 빛이 생기더니
“…뭣이!”
제퓨로스가 아연실색했다. 그 순간 하피의 빛 발톱이 스켈리톤 들을 이번에야말로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하지만 노인의 공격은 바로 그 순간 이루어졌다.
조각난 스켈리톤 들의 가슴에서 휙하고 빨간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재빨리 공중으로 피한 제퓨로스의 눈앞에 하피가 폭풍에 휩싸여 올라왔다.
주변의 나무들도 모두 그 폭풍에 쓰러졌다.
“…못 쓰러뜨린 건가 뭐 그건 그렇고…토지의 지배가 부족한 동안에는 마력도 이정도 밖에 없으니까. 언젠가 쓰러뜨려주마. 기대하고 있어라”
그렇게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곧바로 사라졌다. 연기가 사라지고 제퓨로스가 공중에서 둘러보더니
“도망쳤나…처음부터 일부러 공격시켜서 자폭시킬 셈이었군…”
고통스럽게 중얼거렸다.
“쳇. 이상한 전술을 사용하는 할아범이군. 위험할지도 모르겠는 걸”
그 손에 사용했던 컬드가 공중을 날아서 돌아왔다.
“아아. 그을음 투성이가 되어버렸잖아”
자칫했다가는 폭발로 죽었을지도 모르는데도 그저 툭툭 옷의 깃을 털면서 중얼거렸다.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4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5 [이구동성] 공로상...?
- 6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7 넥슨 신작 슈퍼바이브 "신캐는 페이커 영향 받았다"
- 8 [포토] 금손 코스어 집합,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
- 9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10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