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니지 인터넷 만화가 안호석을 만나다
2004.06.02 18:52게임메카 정우철
언제부터인가 만화와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졌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홈페이지에 ‘리니지 에피소드 제로’라는 만화가 연재되면서 급기야는 그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알려진 것이 없어 궁금해 하던 차에 에피소드 제로의 만화가인 안호석 씨를 만나 게릴라성 인터뷰를 가지게 되었다.
게임메카: 만화가는 모두 얼굴 없는 사람으로 보여 지는데 이번 기회에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안호석: 저는 리니지 홈페이지에서 에피소드 제로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넷 만화가 ‘안호석’이라고 합니다.
게임메카: 데뷔는 언제 했고 에피소드 제로를 연재한 것은 언제부터 인가요?
안호석: 처음 만화가로 발을 내딛은 것은 99년도에 기가스라는 잡지에서 아누비스라는 작품으로 처음 데뷔했습니다. 에피소드 제로를 시작한 것은 2002년도부터니까 6월이 되면 딱 2년째가 됩니다.
게임메카: 99년도면 상당한 경력인데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독자에게 인기를 받은 것이나 애착이 가는 작품은 따로 있나요?
안호석:역시 리니지 에피소드 제로입니다.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데뷔시절 만화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던 시기라 저의 재능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마침 에피소드 제로를 연재하는 기회를 잡게 되면서 독자들과 만남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더욱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보를 전달을 위한 패러디였으나... |
게임메카:: 게임을 만화로 그리면서 만화의 내용은 본인이 직접 게임을 즐기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나가는 건가요?
안호석:음... 처음 그릴 당시에는 게임을 잘 몰라서 고생했었죠. 만화를 그리게 되면서 리니지라는 게임을 공부(플레이가 아닌...)를 시작했죠. 처음 만화를 그리게 된 동기도 잡지사의 공채를 통해서 그리게 되었고 4컷 형식의 간단한 만화가 될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메인 주인공이 생겨버리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를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지금은 조금씩 반영하고 있습니다.
게임메카: 캐릭터를 보니까 클래스별로 나뉘어 있는데 캐릭터의 성격은 나름대로 어떤 기준에 맞춘 건가요?
안호석: 일단 캐릭터는 리니지라는 게임이 있기에 클래스 별로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죠. 캐릭터 성격을 부여하는데 리니지라는 게임이 군주를 중심으로 한 혈맹에 있다고 포커스를 맞춰 내가 신뢰할 수 있는 군주에 성격을 맞췄습니다. 허접한 군주지만 다른 게이머들이 봤을 때 책임감이 강하고 의리감이 있는 군주상입니다. 다른 클래스는 용감한 기사, 상냥한 요정, 엉터리 같은 법사라는 컨셉입니다.
게임메카: 캐릭터 소개를
보니까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에만 레벨이 부여되어 있는데 특별한 의미는 있나요?
안호석: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질문이군요. 일단 허접혈(제로혈맹)을 만들 때 4가지 클래스를
남자 캐릭터로 만들어 초반 스토리를 이어나가게 되었죠. 그러다 여성 캐릭터를 만들면서
고레벨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여성 캐릭터는 고랩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여성
캐릭터만 레벨이 부여된 거죠.
게임메카: 그렇다면 자기가 창작한 캐릭터중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당연히 여성 캐릭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안호석: 인터뷰 때마다 물어오는 질문인데 답은 바뀔 수도 있죠. 다 마음에 들지만 솔직하게 요즘에는 진주가 맘에 듭니다. 최근 진주가 컴백한 것도 있고 여성 전사라는 점도 왠지 마음에 듭니다.
▲작가에게 레벨을 부여받은 유일한 여성 캐릭터들 |
게임메카:만화가들은 캐릭터를 그릴 때 인체비례 등에 신경을 쓰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따로 참고 하는 것이 있나요?
안호석: 저는 기본 적인 인체비례는 고려 안합니다. 화면구성에 따라 등신비가 변화는 만화라서 고민할 이유가 없죠. 여성 캐릭터의 경우 그리는 것이 재밌지만 예쁘게 나오게 하기위해 자주 수정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아까 말한 비례부분에서 여성은 눈, 코, 입 등의 위치가 조금만 틀려져도 달라져 보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그런데 남성 캐릭터는 어떻게 그려도 똑같더군요.
게임메카: 만화가 인기를 얻다보니 피드백으로 팬레터는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남자와 여자 팬중 누가 더 많나요?
안호석: 팬레터는 이메일로 주로 받는데 남녀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외계어로 된 이름들이 많아서 더욱 구분하기 힘들죠. 예전에는 여자라고 생각해 답장을 보냈는데 남자인 경우도 있었고... 아무래도 게임이라는 특성상 남자가 더 많겠지만 만화만 보면 50:50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컷의 배분에 따라 인체 비례가 달라진다... |
게임메카: 에피소드 제로가 인터넷 만화이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안호석: 게임 패러디 물에다가 인터넷 만화다보니 장점이라면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죠. 요즘 만화잡지의 경우 하향세를 보이고 심지어 원고료를 국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죠. 잡지의 경우 독자의 반응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얼마나 봐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리니지라는 게임을 통해 에피소드 제로를 그리다 보니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목말랐던 부분이 해소가 되었죠. 단점이라면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게임메카: 리니지라는 신일숙
씨의 원작 만화가 있는데 에피소드 제로와 서로 비교하는 독자도 있나요?
안호석:
그 부분은 사실 제일 마음에 걸렸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원작과 비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로서는 원작이 워낙 대작이었기 때문에 비교가 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저는 리니지 원작만화를 안봤습니다. 원래 순정만화를 안 봤기 때문에 안 봤고 에피소드 제로를 그리면서 볼 기회가 생겼는데 일부러 안 봤습니다. 혹시나 원작과 섞이는 부분이 있을까봐 걱정된 것이죠.
게임메카: 에피소드 제로를 그리는데 있어 혼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하나요?
안호석: 예, 콘티부터 글, 그림 모두 혼자 합니다. 처음에는 리니지를 플레이하는 친구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러다 점점 게임에 대해서 알게 되니까 힘들어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더군요. 그런데 온라인게임이다 보니 업데이트가 자주 있어서 가지고 있던 정보만으로 만화를 그리는데 부족해지더군요.
▲스토리를 진행하다 다크엘프 같은 업데이트가 되어버리면 난해해진다 |
게임메카:게임의 업데이트가 만화를 그리는데 방해가 된다는 건가요?
안호석: 그렇죠. 스토리를 이어가야하는데 게임이 업데이트가 되면 만화에 업데이트 내용을 반영하면서 지난 스토리와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진도를 맞추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생깁니다.
게임메카: 현재 에피소드 제로는 게임이 패러디 물인데 장편 대하서사 드라마 같은 내용으로 그릴 생각은 없나요?
안호석: 에피소드 제로가 당초 패러디 물로 기획되었지만 일반적인 패러디하고는 성격이 다릅니다. 아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패러디로 정보의 전달을 목적을 했는데 성격이 부여되고 캐릭터가 다 나와 버리니 서사 만화식으로 가버리고 있습니다. 결국 그림 그리는데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당초 4컷 만화 구성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연출과 내용전개 부분에서 출판 만화형식을 빌리고 있고 게다가 풀 컬러 만화가 되어서 지금은 이상한 형식이 되어버렸죠.
게임메카: 인터넷에서 연재되던 만화가 출판되어 책으로 나왔는데 지금의 소감은 어떤가요?
안호석: 데뷔하고 4년간 제 작품이 책으로 나온 것은 없습니다. 데뷔 때 작업한 작품이 단행본 계약단계에서 에피소드 제로를 그리게 되었고 그때부터 인터넷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죠. 그래서 에피소드 제로가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30%정도만 했었는데 책으로 나오니까 드디어 뭔가 비어있던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감개무량입니다.
게임메카: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 다수 등장하는데 본인도 자기가 그린 만화가 게임으로 만들어 지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안호석:그러면 좋겠지만 욕심은 없습니다. 자신이 그린 작품이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된다면 좋겠지만 만화가 게임에 기대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게임메카: 에피소드 제로가
순수 창작물이라기보다는 패러디 물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창작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텐데요?
안호석: 저의 생각이겠지만 지금 이 작품도 저는 상당히 만족합니다. 창작하는데 너무 힘들었고 패러디 물이기는 하지만 패러디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사실 엔씨에서 리니지에 대한 자료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었고...
솔직히 말해서 그 도트로 그려진 그림을 보고 캐릭터를 만들 때의 고민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스크린샷을 보고 만화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암울 그자체입니다(^^;)
게임메카: 인터넷이다 보니 마감 시간은 자유로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안호석: 마감은 일주일에 2번 하는데 받는 심리적인 압박은 상당합니다. 매일 긴장의 연속이죠. 프리랜서라면 자유인데 지금은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주일 내내 구속당하고 있죠. 풀 칼라 만화다 보니 분량은 적지만 시간은 더 필요합니다. 시간이 없으면 원고가 날림으로 되다보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제일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인터넷 만화다 보니 미흡한 원고다 생각되면 수정해서 다시 업데이트 하는 작업이 3번에 1번 정도는 됩니다. |
게임메카: 마지막으로 게임메카와 에피소드 제로를 보고있는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전해주시죠
안호석: 이렇게 한 만화를 오랫동안 그려오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모두 팬들의 사랑 때문입니다. 만화가로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작품을 봐주시고 계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데뷔 4년만에 저만의 단행본을 갖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