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리뷰] 반지의제왕 온라인, 고마워요 사우론
2008.07.04 10:32게임메카 끝장토론위원회
게임메카 끝장리뷰 서민 게이머 소개
악령좀비 |
가브리엘 |
잼아줌마 |
게임이란? 게임은 전쟁!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 뭐 좋아하냐? WOW, 아이온 그리고 서양식 MMORPG. 뭐하냐? 와우메카, 아이온메카 등 커뮤니티 운영질 |
게임이란? 격세지감이랄까. 애지중지 했던 콘솔게임 몽땅 처분하고 ‘중년’을 받아들였다. 뭐 좋아하냐? 리니지2, 십이지천2, 그리고 고전 어드벤처. 뭐하냐? 게임메카 취재 팀장질 |
게임이란? 반미 투쟁이다. 땀내 나는 양키센스는 너무 싫다! 예쁘고 귀여운 미소녀가 오! 뭐 좋아하냐? 파이널판타지부터 투하트2까지 일본식RPG와 미소녀게임을 좋아한다. 뭐하냐? 게임메카 콘텐츠 기자질 |
이번 주에 끝장낼 게임은?
▲ 과연 위대한 판타지 세계가 열릴까?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소설 ‘반지의 제왕’을 원작으로 한 온라인게임입니다. 원작의 아성은 말 안 해도 알겠죠? 소설은 좀 지루한 면이 없이 않았었는데, 피터잭슨 형의 영화가 대박친 바람에 20세기 판타지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소설과 영화로 유명세를 타니 당연히 게임도 안나올리 없겠죠. 게임도 원작만큼 방대한 세계관과 콘텐츠를 보여준다더군요. 퀘스트, PVP, 하우징 시스템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들 하네요. 터바인이 만들었으니 어련히 재미있겠지만 그래도 터바인 특유의 매니악한 성향에 막상 게임하기가 겁이 나는군요. 그럼 이번에 끝장낼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주요쟁점을 알아볼까요.
쟁점 1. 퀘스트 방대한가? 조잡한가?
악령좀비: "나를 미치게 하는 퀘스트 3불 정책" |
길가다가 퀘스트 아이템을 주웠는데 툴 팁에 ‘북서쪽 어딘가에 주인이 있는 듯 하다’라고만 쓰여 있다면? 그 북서쪽 어딘가의 넓이가 WOW의 불모의 땅 2배정도의 면적이라면? 퀘스트 보상은 고작 물약 2개라면?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퀘스트는 이렇게 '불성실한' 툴 팁, '불편한' 이동수단, '불쌍한' 보상의 3불 정책으로 유저들을 궁지로 내몬다. 대북지원용 옥수수 5만 톤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쏟아 부어주신 덕분에 퀘스트 로그는 술을 진탕 마신 후 꺼내든 계산서와 같아졌다. 도무지 꺼내보기가 두려운 것이다.
▲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퀘스트를 얕보지 마라! |
하지만, 결코 양으로 승부하는 퀘스트는 아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퀘스트 속에 소설이나 영화속 사악한 모험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다음날 카드 청구서는 재미란 놈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퀘스트는 종족, 직업, 지역에 따라 특징 있는 주제로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경험치 자판기로 생각하고 동전을 집어넣었다가는 원하는 물건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가브리엘: "퀘스트는 모험! 심부름 가는게 아니다" |
퀘스트(Quest)는 ‘중세기사의 여행’을 나타내는 관용어구다. 모진 고난과 장애를 딛고 목표를 달성해야 비로소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모험 말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아니다. 요즘 온라인게임에 나오는 퀘스트는 ‘중세기사의 여행’은 커녕 동네 구멍가게 콩나물 심부름보다 쉽다. 이 게임의 퀘스트가 복잡하다고 푸념하는 사람은 심부름 가기 싫어 징징대는 어린아이와 같다.
▲ 모험은 이런게 진짜 모험이지! |
퀘스트는 지금까지 서비스 된 게임 중 가장 방대하고 어렵다. 그러나 하나하나 풀어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설명이 좀 부족하면 어떤가? 맵이 넓어 발품 좀 팔면 어떤가? 모르는 것을 스스로 해쳐나가는 성취감에서 진정한 모험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반지의 제왕 원작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PC방에서 시간 쫓기듯 플레이하면,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없다. 오히려 모니터 옆에 소설전집 갖다놓고, 게임하고 독서도 하며 느긋하게 즐기길 바란다. 그게 반지의 제왕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다. 그냥 콩나물 심부름같은 퀘스트나 하고 싶다면, 그런 게임 주위에 쫙 깔렸다.
잼아줌마: 논산훈련소에서 뺑이 치는 기분" |
어떤 온라인게임이라도 초보에게는 일단 시스템적인 ‘개념주입’을 시키는 게 보통이다. 물론 ‘반지의 제왕 온라인’도 그렇다. ‘개념주입’을 하긴 한다. 바로 똥줄 빠지게 지역 끝에서 끝까지 발로 뛰어 클리어 하게 하는 육군 땅개식 개념주입이다. 사실 게임의 초반 퀘스트는 개념주입이라기 보단 논산훈련소에서 받는 PT체조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저 ‘뉴비들은 닥치고 반지의 제왕 세계를 반복해 돌아라!’는 식의 빡센 훈련 말이다.
▲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퀘스트는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
초반 퀘스트가 이런데 중반 이후의 퀘스트는 어떨까? 캐릭터 레벨 올리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만든 사람들이야 게임의 방대함에 만족하겠지만 그 안에서 의미 없이 뺑이 치는 사람들은 아주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보상은 제대로인가? 군대월급 정도로 생각하면 정답이다!
쟁점 2. 콘텐츠, 롱런할 수 있을까?
가브리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인심 좋은 맛집” |
오픈한지 한달도 안돼 콘텐츠 본전 다 털리는 게임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이미 미국서 숙성된 콘텐츠라 완성도는 믿을 만하다. 미국 쇠고기와는 달리 콘텐츠 검증도 이만하면 안심이다. 물론 어렵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건 하는 사람 나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엄살 부리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는 게 온라인게임이다. 원작의 방대한 콘텐츠를 아우르려는 개발사의 노력도 가상하다. 또, 실제로 소설과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지역들을 모니터 속에 구현해 놓은 점도 기특하다. 소설에서 묘사된 수많은 던전들과 전쟁터를 보는 맛이 쏠쏠하다.
▲ 몬스터만 봐도 끝이 없다! 이런 MMORPG가 어디 흔한가? |
그렇다고 원작의 아우라에 갇혀 소설 뒷다리나 벅벅 긁는 게임은 아니다. 소설, 영화에는 없는 게임만의 콘텐츠도 있다. 악기연주 같은 기능은 어렵게 느껴지는 콘텐츠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단, 정기적으로 마을에서 운영자들이 펼친 공연은 진짜 안습이다).
소설 속 중간계를 원없이 구경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매력적인 경험이다. 대충 물만 우려낸 다시다 국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우려낸 사골국물 같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계속 나오는 인심 좋은 맛집을 찾은 느낌이랄까. 이런 게 진짜 콘텐츠의 맛이다.
악령좀비: “공짜라고 덤비면 제풀에 떨어져” |
게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구공탄으로 끊여야 제대로 된 맛이 나는 라면이다. 이런 불편한 요리법이 전제되어 있는데, 봉지만 뜯고 라면이 왜 이래 하고 말하는 건 성급한 오류다. 하지만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런 라면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터바인은 항상 이런 불편한 라면만 만들어 왔다. 어렵게 끊여야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터바인의 낡은 고집은 '애쉬론즈콜'과 'D&D온라인' 이라는 걸출한 물건을 낳았다. 게임의 콘텐츠도 이정도면 충분히 방대하고 다음 업데이트 일정도 착실히 잡혀있다.
▲ 하루 이틀 하고 감히 '반지의 제왕'을 논하겠다고? |
요컨대, 맛은 끝내준다. 하지만 먹기가 너무 힘들다.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나만이 이 시대 진정한 게이머인양 여기저기 OBT만 옮겨 다니며 열심히 라면봉지만 뜯었던 사람들은 구공탄에 불도 붙이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떨어지는 수가 있다. 충분히 각오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재미는 확실하다. 롱런 할 수 있냐고? 일단 불부터 붙이고 보자!
잼아줌마: “초보는 꺼지고 마니아만 남으라는 오만방자함” |
'반지의 제왕 온라인' 마니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게임의 방대한 세계관을 고작 1~2주 해봐서 알겠냐고. 그러나 1~2주야 말로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가 지갑 열까 말까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게임의 콘텐츠가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건 인정한다. 소설 안 읽어 본 내가 봐도 마치 ‘중간계는 저럴꺼야’라는 부푼 환상을 꾸게 할 정도로 '간지'난다.
▲ 초보는 지역 돌아다니다가 진이 다 빠진다 |
그러나 그런 방대한 세계관을 좀 친절하게 구경시켜 줄 수 없을까? 게임 곳곳을 돌아보면 ‘초보는 꺼지고 마니아만 남아’라는 듯한 고난이도 콘텐츠가 사람 기부터 죽인다. 저렙 유저들은 마땅히 할 것도 없고, 고렙 유저들에게는 즐길게 너무 많아서 귀찮다. 콘텐츠 밸런싱이 레벨에 따라 너무나 차별적이다.
현실도 피곤한데 콘텐츠까지 빈익빈부익부인가? 원작을 모르면 내가 콩밭으로 가는지 보리밭으로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난해하다. 난 수준 높은 RPG 매니아가 아니다. 폼만 잡지 말고, 좀 서민적인 콘텐츠를 내놓길 바란다.
쟁점 3. 몬스터 플레이 PVP, 졸속인가?
잼아줌마: “포켓몬스터가 연상되는 PVP 시스템” |
MMORPG에서 PVP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PVP는 기존의 MMORPG와는 느낌이 다르다. 원작과 게임사이에서 적절하게 타협을 본 PVP시스템은 캐릭터간의 직접적인 싸움이 아닌 대리인 개념의 ‘몬스터’를 도입해 캐릭터와 싸움을 붙인다는 설정이다. 잘생기고 선량한 엘프가 흉악하고 거친 야수로 변해 다른 몬스터(플레이어)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점은 기존 MMORPG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이다.
▲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PVP는 세계관과 게임의 적절한 타협이다 |
원작 세계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PVP를 즐길 수 있도록 훌륭한 타협점을 찾아낸 것이다. 몬스터로 변해 싸우고 있노라면 ‘포켓몬스터’가 연상되기도 하고, 옛날에 오락실에서 즐기던 ‘블러디 로어(일명 동물철권)’생각이 나기도 한다. 확실히 ‘반지의 제왕 온라인’의 PVP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신선한 요소가 있다. 이런 걸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너무 고지식한 것 아닌가?
악령좀비: “다 된 밥에 코는 왜 떨어뜨려!” |
흉악범들을 서울시 특정 마을에 몰아놨다고 치자. 그 마을에 공짜 주유소가 있다고 치자. 그래서 일반인들이 그 마을에 들어갔다고 치자. 당신이 흉악범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생각할 것 있나? 혼내줘야지. 머리가 벗겨지도록 혼내줄 수밖에 없다. 혼쭐 난 일반인은 그만 머리가 까져 그 마을엔 다시 가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은 더 없이 평화로워졌다. 게임의 몬스터 플레이는 터바인과 톨킨사와 얽힌 이해관계 덕분에 억지로 끼워 넣은 엉성한 퍼즐 조각 중 한부분이다.
▲ 우리 그냥 PVP하게 해 주면 안되겠니? |
가볍게 즐기는 용도로는 무리가 없지만, 몬스터 플레이라는 것에 기대를 했던 유저들에게는 한없는 실망만 남겨줄 뿐이다. 지역도 제한적일뿐더러 장비를 착용하지 못하는 몬스터의 특성상 성장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수석 프로듀서 제프리 스티펠도 이 부분은 인정했다. “지역도 넓히고 몬스터 성장에 대한 요소도 추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언제? 엉성한 PVMP시스템 넣을 바에야 영화속에 등장하는 굵직굵직한 스토리를 하나씩 콘텐츠로 풀어갔으면 더 좋았을 듯 싶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데 왜 억지로 싸움을 붙이려고 하나.
가브리엘: “동기부여 없는 PVP, 이렇게 찌질할 수 없다” |
원작은 대범한데 게임은 찌질한 경우가 많다. 이 게임이 그 짝이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은 개발초기부터 원작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판권부터 원작의 세계관을 절대 훼손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단다. 당연히 게임개발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게 PVP시스템이다. 유저는 '인간', '드워프', '엘프', '호빗' 4종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이놈의 PVP는 대체 어쩌라는건지 알 수가 없다 |
문제는 4종족이 다 착한 놈들이라는 데 있다. 원작의 설정에 따르면 착한 놈끼리는 절대 맞짱 뜰 수 없다. '아라곤'과 '레골라스'가 서로 칼질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원천적으로 PVP에 대한 동기부여가 제거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스펙터클한 영화 속 전쟁이 아닌 촌부들의 골목싸움으로 전락했다. 개발사는 일시적으로 몬스터를 조종해 PVP를 할 수 있도록 설정했지만,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옹이다. 친구한테 맞고 와서 엄마한테 대신 때려 달라는 얼라들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싸구려 괴수물도 이처럼 유치할 순 없다. PVP를 위해 억지로 몬스터를 등장시킨다는 설정 자체가 넌센스다. 원작을 살리려다 오히려 게임만 찌질하게 만든 꼴이다.
끝장리뷰 위원회 적정예상가(기본빵으로 월정액 15000원 잡고…)
반지의 제왕 온라인, 돈낼 가치있다! |
|
일단 먹어주는 이름값 |
+1000원 |
원작을 충실히 표현한 성실한 콘텐츠 |
+5000원 |
이번에는 한국퇴출 안 당하려고 노력하는 터바인의 눈물겨운 각오 |
+1000원 |
와우센스 묻어나는 한글화, 이 정도면 봐줄만하다 |
+2000원 |
앞으로 업데이트 될 게 엄청 많다니, 미리부터 오는 포만감 |
+500원 |
반지의 제왕 온라인, 돈내기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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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난 원작 때문에 극도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게임성 |
-2000원 |
아무리 양보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양키센스 캐릭터 |
-2500원 |
논산 훈련소 식의 뺑이 치는 퀘스트 |
-3000원 |
동기부여 없이 밋밋한 PVP |
-4000원 |
마을에서 운영자 캐릭터들의 어설픈 공연은 정말 못 들어 주겠음! |
-500원 |
최종적정가 (기준가 15000원) |
12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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