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앙의 M&M 히어로즈킹덤즈 기행기 3부, 벌 받은 크앙
2011.02.10 20:30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크앙의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킹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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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의 M&M 히어로즈킹덤즈 기행기 1부, 매맞는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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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의 M&M 히어로즈킹덤즈 기행기 2부, 제2 크앙월드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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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의 M&M 히어로즈킹덤즈
기행기 3부, 전쟁 그 처절한 아픔
“그러니까 유혹의 전당 건설비를 최대로 줄이고, 광산 개발을 약간 미루고, 수정은 조금 남으니까 경매에 부치고… 그래도 모자라네?” |
제2 크앙월드를 건설한 크앙은 두 개의 도시 사이의 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제2 크앙월드 발전에 안간힘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갈수록 거세지는 건설/개발 요금 탓에 병력을 모집할 자금이 부족했다. 예전에는 병력을 모집하려고 해도 모집할 유닛이 없었건만, 이제는 유닛이 남아도는데도 모집할 비용이 모자란 지경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크앙월드는 수도고 제2 크앙월드는 대도시 격의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모 자원이 많다. 광산에서 나오는 자원은 크게 늘어나지 않건만 건설과 개발 비용은 지수함수 그래프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간다. 이런 상태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금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자금이 부족하면 병력을 소집하지 못하고, 자연히 크앙이 꿈꾸는 마왕으로의 길도 더욱 멀어지게 된다. 병력이 없는 마왕을 누가 무서워 하겠는가. 잘 생각해 보니 이것은 국가적 비상 사태의 초기 징후였다. 크앙은 서둘러 영웅 회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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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을 대령했는데 왜 모집하질 못하니!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커흑흑!
“…… 이러한 상태이니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봅시다.” |
“어? 우리 광산 레벨 높아서 돈 많이 버는 거 아니었어?” |
“아녜요, 제가 맨날 광산만 파 봐서 아는데 요즘엔 광산 연구비만 만 단위로 들고 채취량도 크게 늘어나진 않아요.” |
“레벨이 높아져서인지 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엄청나게 늘어났죠.” |
“어? 그러면 건물도 못 짓게 되는 거 아냐? 나 머리할 미용실도 지어야 하고, 부띠끄도...” |
"전 피부관리실 지어야 해요. 맨날 탄광에만 있으니까 피부가 글쎄..." |
"전 백 하나 봐둔 게 있어서 요즘 열심히 땅 좀 보고 다니고 있는데 저 쪽 제2 크앙월드 뒤편에..." |
여자 셋이 모이니 회의장이 순식간에 시장바닥이 되었다. 자원 문제에서 시작된 토의는 서서히 미용과 재테크 문제로 넘어가더니 이제는 회의라고도 볼 수 없는 수다로 번져 가고 있었다. 그 때, 제왕이 의견을 냈다.
“아무래도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게 좋겠다.” |
“그건 불가능해. 크앙월드나 제2 크앙월드 주변에는 더 이상 광산이 없다구.” |
“그렇다면 세 번째 도시를 만들면 되겠군.” |
“세 번째 도시?” |
“도시를 또 세운다고? 개척비용은 하루 정도 개발을 쉬면 모아진다고 쳐도, 나중에 시설 건축하다 보면 또 뭉텅이로 돈이 들텐데?” |
“맞아 시설 건축하다 보면… 가만, 시설을 건축할 필요가 있던가?” |
그 순간 크앙은 깨달았다. 세 번째 도시 개척은 금 5만, 목재와 광석이 각각 50개씩 들어가는 대공사지만, 새로 개척된 도시에 굳이 각종 시설을 마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미 크앙월드와 제2 크앙월드의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니만큼 새 도시에는 자원 채취를 위한 광산, 자원 보관을 위한 창고, 금 수익을 위한 마을 회관과 자원 교환을 위한 시장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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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도시는 더 비싸고, 다섯 번째 도시는 더더 비싸다
“그래, 자원 생산만을 위한 위성도시라 이거지! 좋아. 그럼 캐시카우 도시를 세우자!” |
“국경 부근에 마침 좋은 땅이 있다. 금은 물론 6, 7레벨 병력 모집에 필요한 수은과 유황 광산, 그리고 제재소가 존재한다.” |
“음, 거긴 나도 알지. 이번엔 갑옷 광내기 이용권 같은 거 안 받았나 보군. 자금이 모이는 대로 출발해!” |
"저.. 땅이라면 저도 좋은 곳을 아는데.. 수정과 보석이 풍부한..." |
"너도 뒷돈 받았냐?" |
"네..? 네? 아.. 아닙...." |
"쯧쯧..." |
이렇게 크앙의 세 번째 도시, 캐시카우 시티가 건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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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센스 한 번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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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랑 시장, 마을 회관 빼고는 아~무것도 없어!
크앙, 인과응보 사필귀정 권선징악~
캐시카우 시티를 짓느라 잠깐 개발이 지체되긴 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자금 사정에 점차 여유가 생겨 병력을 모집할 수 있었다. 새로운 도시와 함께 광산 4개가 늘어난 덕이다.
생산에 탄력을 받은 덕에 수도인 크앙월드의 도시 레벨은 ‘타락의 신전’, ‘의사당’ 등의 최고급 건물을 지을 수 있는 15레벨에 도달했다. 크앙은 가장 먼저 ‘타락의 신전’ 을 건설했다. ‘타락의 신전’ 은 최강의 보병 유닛인 ‘데빌’ 을 모집할 수 있으며, 이후 ‘버려진 자의 신전’ 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인페르노 종족 최강 유닛인 ‘아크데빌’ 까지 얻을 수 있는 꿈의 건물이다. 비록 나중에는 신도시 건설을 능가할 정도로 비싼 개발 비용을 자랑하긴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레벨 1의 건물이라도 일단 유닛은 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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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디 비싼 타락의 신전, 하지만 남자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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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데빌 데빌 데빌 아아~ 데빌이다~
무지 강하지만 돈도 유황도 무진장 잡아먹는
괴물 유닛
그렇게 크앙월드와 제2 크앙월드에서는 고급 유닛을 비롯한 다양한 병력이 차근차근 모여 갔다. 그러자 그 동안 삶에 바빠 묻혀 있던 마왕의 꿈이 다시 부활했다. 거대 군세를 몰고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는 마왕. 그에 맞서는 영웅들. 그리고 그 영웅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약한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강한 부하들을 보내 착실히 육성시킨 뒤 너무나도 커 버린 용사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 것! 어째 마지막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크앙이 간직하고 있는 마왕의 로망은 이런 것이었다.
“음풋풋풋풋!” |
“아, 또 요상망칙하게 웃는다.” |
“어째 조금 군주다워질 만 하면 매번 저렇게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는지, 신기하다니까요.” |
“군주의 위엄을 지켜라.” |
“아, 저게 크앙님의 본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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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이 꿈꾸는 마왕의 대표적인 이미지
“시끄러! 그나저나 옅느, 우리 병력이 얼마나 모였지?” |
“병력? 갑자기 그건 왜?” |
“왜긴 왜야, 옆에 있는 왕국 좀 후려갈기려고 그러지.” |
크앙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사건은 잘 잊으면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건은 두고두고 잊지 않는 성격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쫌생이, 좋게 말하면 마왕에 어울리는 성격이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크앙의 첫 목표는 평화롭게(?) 정찰 나간 옅느를 다치게 만든(그러면서 크앙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힌) 옆 왕국이었다. 따져 보면 군사정보를 캐내려 한 크앙이 나쁘지만, 그런 것은 이미 크앙의 뇌리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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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왕국 정찰 보냈다가 역습만 당했던 저번 주의 굴욕
“현재 상비병력의 전투력은 11만이 조금 넘는다. 병력을 추가로 모집하면 12만을 돌파하겠군.” |
“오, 그 정도면 충분해. 좋아! 옆 왕국을 친다!” |
“네? 전쟁인가요?” |
“준비하도록 하지.” |
“전쟁에는 어떤 마법이 좋을까...?” |
전쟁! 피를 부르는 단어! 전투를 좋아하는 인페르노 종족 특성 때문인지 소시지와 제왕, 마법사는 전투라는 말이 나오자 평소와는 다르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크앙 역시 가슴이 뛰었다. 크앙군의 첫 목표는 옆 왕국의 위성 도시에 위치한 광산이었다. 수은과 보석 광산 두 개를 먼저 약탈해서 적의 병참에 타격을 입힌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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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광산들을 약탈하는 거야!
크앙은 공격 목표를 세운 후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들 단순한 영지 정벌이 아닌 타국과의 전쟁에 들떠 있는 가운데 오직 옅느만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전전쟁 정찰 때 옅느가 겪었던 쓰라린 아픔의 복수전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장 기뻐해야 정상이건만,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지 크앙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드디어 복수전 직전인데.” |
“그게 아니라 좀... 불안해서.” |
“불안할 게 뭐야. 저것 봐. 12만이 넘는 전투력의 어마어마한 군세를 보라고. 감히 누가 저 군대를 막겠어?” |
“… 옆 왕국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는 거 아냐?” |
“흥, 우리보다 늦게 건국된 왕국 주제에 세면 얼마나 세겠어? 따라와, 옅느 너에게 지휘를 맡길게 맘껏 날뛰어.” |
“내 생각엔 정찰도 하고 병력도 조금 더 모으는 게…” |
“됐어, 까짓꺼 맛보기로 한번 쓸고 나중에 병력 더 모아서 밀어버리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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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이 여지껏 보았던 최대의 군세
나중에서야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크앙의 의지는 단호했다. 실제로 6단계의 업그레이드 유닛인 ‘핏 로드’ 만 해도 유닛 1기의 전투력이 3800을 넘어선다. 거기에 영웅 특별 보너스까지 합하면 웬만한 전투력 6천 이하의 유닛 부대는 혼자서도 때려잡는 괴력을 보여준다. 그런 유닛이 무려 5기나 모여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무려 유닛 한 기의 전투력이 6800을 넘어서는 궁극 유닛 ‘데빌’ 까지 한 기 모집했다. 이 정도면 유닛 한 두기 만으로도 영지 내의 몬스터들은 벌벌 떨며 엄마 치맛폭에 숨을 정도의 위용이다.
크앙은 아무것도 겁나지 않았다.
“자, 출동이다! 저 건방진 옆 왕국의 광산을 다 털어버려라!” |
“오오오오” |
“워어어어” |
“워우워우예에이예이예 이즌 쉬 러블리희의히이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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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스티비 원더 목소리가 들린다!?
몬스터 군단의 위엄 넘치는 울부짖음에 크앙월드 전체가 쩌렁쩌렁 울렸다(중간에서 스티비 원더 노래 부르던 군악대?는 제외). 12만의 전투력이면 저급 스카우터 정도는 우습게 터뜨릴 수 있는 무지막지한 파워다. 저 병력이 쳐들어오는데 고작 광산 주제에 어떻게 버티겠는가.
“…… 그럼 다녀올게.” |
옅느는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크앙이 쓸데없는 기우라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옅느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출전할 때까지 사라질 줄 몰랐다.
“약탈 다녀왔습니다.” |
한 시간 후, 뭔가 일상적이지 않은 인사와 함께 옅느가 귀환했다.
“음? 빨리 왔네? 어땠어?” |
“그게…” |
옅느는 조그마한 병을 내밀었다. 적갈색을 띄는 유리병은 헤이븐 종족이 수은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참고로 인페르노는 쿨해서 수은의 독성 따위는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그냥 대충 항아리 정도에 보관한다.
“오, 약탈해온 수은이군. 얼마나 털어 왔어?” |
순간 옅느의 얼굴에 냉소가 번졌다.
“더 없어. 이게 전부야.” |
“뭐? 그 대군이 몰려가서 겨우 이거 하나 가져왔다는 건 아니겠지? 설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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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병력 몰고 가서 고작 수은 하나?
크앙은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광산을 통째로 떼어 오진 못 할 망정 고작 수은 하나라니!이런 수은 1개 뺏어오자고 저런 대군을 동원한 것이 아니다. 크앙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옅느도 할 말은 있었다.
“젠장, 이거 하나라도 가져온 걸 천만다행으로 알아. 내가 옆 왕국 과소평가 하지 말라고 말했지? 니가 제대로 된 정찰 한 번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전투하라고 내보낸 덕분에 부대가 전멸할 뻔 했어! 수은 광산에서만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그 때문에 보석과 광석 광산은 접근조차 못 하고 돌아온 거야! 알아?” |
“어...?” |
“지난 번에 아무 준비도 없이 나 정찰 내보냈다가 피 본거 벌써 잊었어? 내가 저 왕국 보기보다 세다고, 정찰도 하고 병력도 조금 더 모으자고 할 땐 그 고집을 피우더니, 지금은 뭐? 왜 이것밖에 못 가져왔냐고?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곧 있으면 보복하겠다고 달려들 게 뻔한데. 게다가 저쪽 병력은 우리의 두 배 수준이라고! 그건 어떻게 막을거야?” |
“그… 그런…” |
크앙은 망치로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약탈은 실패한데다 얕잡아봤던 옆 왕국이 실은 우리보다 더 강한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다니. 크앙이 비싼 건물 짓는 데에 주력할 동안 옆 왕국은 꾸준히 병력을 보아온 듯 하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보복이다. 그 동안은 정찰 등 물밑 작업만 계속해오던 두 왕국 사이의 아슬아슬한 평화를 크앙이 먼저 깨뜨렸다. 이대로는 보복 약탈을 당하거나 심지어 도시를 점령당해도 할 말이 없다.
문제는 그걸 막을 병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약탈 실패로 꽤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애초에 옆 왕국의 병력이 우리보다 더 많았다. 이건 마치 초등학교 6학년생이 반에서 싸움 좀 한다고 멋모르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시비를 걸었는데 알고 보니 키 작은 고등학생이자 아마추어 이종격투기 선수더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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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크! 큰일 났어요! 제2 크앙월드가!” |
“!!” |
마법사가 허둥지둥하면서 달려왔다.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아 떨어진다더니, 크앙이 창 밖을 보자 저 멀리 있는 언덕 뒤편에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제2 크앙월드가 있었다.
크앙, 침략은 나쁘다 침략은 나쁘다 침략은 나쁘...
크앙이 도착했을 때 제2 크앙월드 광산들은 이미 폐허로 변해 있었다. 두 개나 존재하던 금광은 탈탈 털려서 하루 가까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망가져 있었고, 광석 광산은 피해가 조금 덜하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원정을 나가느라 제대로 된 병력이 주둔해 있지 않았던 탓이었다.
“젠장… 놈들을 너무 얕잡아봤어. 피해 상황은?” |
“제1 금광에서 금 10290을 약탈당했고, 마비된 기능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17시간 이상... 걸릴 것 같아요.” |
“제2 금광과 광석 광산은 각각 금 2377과 광석 1개를 약탈당했어요. 기능은… 어디보자, 3시간 반 정도면 복구할 수 있겠어요.” |
“이 놈들.. 대체 병력을 얼마나 끌고 온 거야?” |
“그보다는 철저한 정찰과 침착한 병력 준비 과정을 거쳤겠지. 누군가와는 다르게.” |
옅느의 빈정거리는 소리가 크앙의 가슴을 콕콕, 아니 푹푹 찔러왔다. 마음 같아서는 옅느와 한바탕 투닥거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 안 있어 대규모 병력이 약탈이 아니라 성을 통째로 차지하기 위해 몰려 올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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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철수엄마, 그집 애들은 뭘로 공부하길래 이렇게 침략을 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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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당한 광산들이 죽었슴다--;;
“그 누군가가 중요한게 아냐. 제왕! 지금 당장 생산을 멈추고 병력을 충원하면 병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지?” |
“기껏해야 이전의 12만을 회복하는 게 전부다. 캐시카우 시티 개척과 ‘타락의 신전’ 건설로 금이 많이 부족한 데다, 고급 유닛을 모집하기 위한 유황과 수은도 턱없이 부족하다.” |
“일단 기존에 건설 중이던 건물을 전부 취소하고 남는 특수자원을 시장에 내다 팔아! 자원을 크앙월드로 끌어모아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병력을 모은다! 시간이 없어!” |
이미 옆 왕국에게 크앙은 꽤나 얕잡아 보인 상태다. 괜시레 정찰 보냈다가 옅느 다치게 만들고, 약탈 나갔다가 수은 1개와 병력 잔뜩을 맞바꾸고 돌아오고, 그리고 시원하게 약탈 한번 당해주셨다. 모르긴 해도 그 동안 크앙월드 주위에서 얼쩡거리던 그림자 또한 옆 왕국의 정찰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들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끝난…
한 마디로 크앙은 이제껏 옆 왕국과의 크고 작은 투닥거림에서 0승 0무 필패의 전적을 기록한 것이다. 바보라도 이 정도면 바로 쳐들어 올 텐데 하물며 그 동안 꽤나 현명한 병력 운용을 보여 온 옆 왕국이 이대로 가만 있을 리가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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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월드 동북쪽에 위치한 헤이븐 왕국, 한 번 잘못 건드렸다가 큰 코 다쳤다
크앙은 서둘러 자원을 모으고 병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소유하고 있는 유황과 수은이 얼마 없었기에 모집 단계에서 특수자원이 필요치 않은 4레벨 이하의 병력 위주로 모았다. 가진 자원을 병력에 모두 쏟아부으니 그럭저럭 약탈 전의 병력의 복구는 가능했다.
병력의 집결지는 수도인 크앙월드. 이 곳을 택한 이유는 딱히 생각이 있어서라기보다 크앙의 감이 크게 작용했다. 특유의 성급함 때문에 많은 곳에서 실수를 해 온 크앙이지만 감 하나 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크앙월드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적의 심리다. 적군은 연이은 승리에 사기가 충천해 있을 것. 승리에 도취된 군사가 과연 위성도시인 캐시카우나 방금 약탈을 끝낸 제2 크앙월드를 공격할 것인가? 크앙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 적은 수도인 크앙월드를 노린다. 이 곳에 모든 병력을 모아 적을 물리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것이 크앙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크앙의 예상은 절반만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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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월드에 전 병력을 모아! 어서!
“…… 음? 여기가 어디지?” |
분명히 충원된 병력을 데리고 크앙월드를 방어하기 위해 정신 바짝 차리고 있었는데, 지금 크앙의 시야에는 낮익은 천장의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눈부신 햇빛이 방 전체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앙이 늘 덮고 자는 이불에는 기분 좋은 온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곳은 크앙의 안식처, 다른 세상으로의 게이트웨이, 침실이었다.
“엥? 내가 언제 잠들었지?” |
곰곰히 어젯밤의 상황을 떠올려 보니 새벽 1시쯤부터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바른생활 어린이(?) 크앙이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새벽까지 버틴다는 것은 역시 무리였나 보다. 크앙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잘 자고 일어났다는 건… 옆 왕국이 공격을 오지 않았다는 거구나!” |
▲ 무사히
아침을 맞다니! 감개무량하구나!
크앙은 신나서 방을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근데 왠지 문이 뻑뻑했다. 잘 열리다가 중간에 뭔가 걸린건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세게 밀어 보니 조금씩은 움직이는 것 같다. 크앙은 문을 발로 걷어찼다. 그것도 세게.
<쾅~>
“꺄악~” |
“응?” |
어째 문은 열렸는데 소리가 이상하다. ‘쾅’ 하고 열었으면 ‘쿵’ 이라던가 ‘쿠당탕’, 혹은 ‘삐꺽’ 소리라도 나야 정상인데 ‘꺄악’? 문이 비명소리를 지르다니 설마 마법 연구를 통해 문에다 지성을 부여하는 마법이라도 건 것일까? 크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의문은 문 뒤에서 희한한 자세로 넘어져 있는 소시지의 모습이 드러나며 풀렸다. 크앙의 추리력에 의하면 문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열리는 문에 밀려 복도 반대편 벽에 부딪힌 후 그대로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왜 문에 기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운도 없다.
▲ 보도듣도
못 한 자세로 엎어져 있던 소시지
넘어져 있던 소시지를 일으켜 세우던 크앙은 그녀의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아무리 다이나믹하게 넘어졌어도 이건 너무 심했다. 옷은 군데군데 찢겨 있었고(그래도 중요한 부분은 어째 다 가려진다), 옷에 묻은 얼룩은 왠지 모를 피냄새를 풍겼다. 대충 보아하니 큰 상처는 없는 것 같은데 이건 아무리 봐도 전쟁터에서 갓 돌아온 전사의 모습이 아닌가.
“무슨 일이야? 어디서 그렇게 험하게 굴렀어?” |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엑? 그게 아니고 크앙님! 왜 이제서야 나오신 거에요?” |
“응? 내가 뭘 어쨌다고?” |
“벌써 끝났어요! 새벽에 옆 왕국이 쳐들어 왔는데 일어나지도 않으시고…” |
“엉? 그게 무슨 소리야?” |
“아 몰라요 몰라!” |
소시지는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렇지만 크앙은 소시지가 마지막에 남긴 말에 놀라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새벽에… 옆 왕국이 쳐들어 왔다고? 내가 늦잠 자는 틈을 타서?” |
역시 크앙은 옆 왕국에 비해 한 수 아래였다. 어떻게든 크앙월드에서 병력을 지휘해 공성을 막아보려는 작전이었지만, 적은 그것마저 간파하고 크앙이 방심하여 잠든 사이에 기습 공성을 감행한 것이다.
크앙은 집무실로 향했다. 걸어가던 중 복도에 난 창을 통해 본 영지의 모습은 참혹했다. 성 안까지 적이 들어온 흔적은 없었으나 성벽 아래에 모래주머니 같이 쌓여 있는 저것은 전투 중에 전사한 몬스터 군단이었다. 사기에 넘쳐 울부짖던 어제의 용맹한 모습은 사라지고, 남아있는 것은 부상당해 숨을 헐떡이는 60%의 병력 뿐, 나머지는 전투 중 사망해 시체가 되어 있었다.
▲ 상대는
손실 무, 우리는......
집무실에 도착하자 소시지를 제외한 나머지 영웅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크게 다친 영웅은 없었지만 군데군데 조그마한 상처를 입은 것을 보니 어젯밤의 전투가 엄청나게 치열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크앙 너 정말… 왜 하루 종일 자고 있었던 거야? |
“아니, 난 그냥…” |
크앙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적의 공격을 기다리지 못 하고 잠든 것도 그렇고, 수면을 방해받기 싫어서 문에 잠금 장치와 완벽 방음 시설을 달아 놓은 것도 예전에 크앙이 직접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그 때문에 적의 공성에도 깨지 않고 혼자 잠이나 자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새벽의 전투는 적의 퇴각으로 인해 간신히 방어에 성공했다.” |
“나도 알아. 방어에 실패했으면 우린 여기 없었겠지.” |
“그렇지만 피해는 정말 심각하다. 몬스터 군단은 군주의 명령 없이는 영웅들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아무 대형 없이 적에게 덤벼들었고, 그 때문에 완벽한 공성 진형을 갖춘 적군 선봉에게 패퇴할 수 밖에 없었다.” |
“선봉이라… 설마 대천사라도 쳐들어 온 거야?” |
헤이븐 종족의 최고위 유닛 ‘대천사’ 는 1기의 전투력이 10,000을 넘어가는 궁극 유닛으로,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킹덤즈’ 세계에서 가장 센 파괴력을 자랑한다. ‘대천사’ 10기만 모여도 전투력이 10만이 넘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지역은 그대로 박살나기 십상이다. 크앙은 도시가 버텨낸 것으로 미루어 10기는 아니고 약 4~5기 정도의 ‘대천사’ 가 몰려온 것으로 짐작했다.
▲ 지상
최고의 유닛, 대천사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대천사는 한 기도 없었다.” |
“응? 그럼 팔라딘이나 종교 재판관 같은 애들이 많았나?” |
“그런 유닛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투에 나선 것은 최하위 유닛 중 하나인 징집병밖에 없었다.” |
“뭐? 징집병? 징집 벼~엉?” |
헤이븐의 ‘징집병’ 은 최하급 유닛인 농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개체 당 전투력이 고작 128밖에 되지 않는 약한 보병 유닛이었다. 크앙은 어이가 없었다. 고작 ‘징집병’ 따위에게 몬스터 군단 병력의 절반 가량이 깨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그 쪽 징집병 애들은 창에 성수라도 발라 놓나?” |
“그런 건 없다. 단지…” |
“단지 뭐?” |
“단지 징집병이 500기, 6만이 넘는 전투력을 가진 군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에 다양하게 나뉘어 있던 몬스터 군단이 차례차례 패퇴했을 뿐이다.” |
“뭐…뭐? 500기?” |
“게다가 지휘관이 없었기에 우리 군대는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못 펼쳐보고 후퇴하기 바빴다. 물량과 전술, 모든 면에 걸쳐 완벽한 열세였다.” |
▲ 완패
종결자
쓰라린 패배였다. 하긴 지휘도 제대로 안 된 크앙의 군단이 수적으로도 우세인 옆 왕국의 병력을 감당해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주변 왕국을 상대로 벌인 첫 전투였건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이런 실력으로 세계 정복? 쳇, 어림도 없지. 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하핫.” |
“저기, 크앙님……. 겨우 패배 한 번으로 기죽을 필요는…” |
“제왕! 적이 또 쳐들어 올 수 있으니까 병력 좀 모집해 둬. 그리고, 앞으로는 병력 모집에 온 힘을 쏟도록 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소시지, 마법사. 너희는 병력 생산에 필요한 금광과 유황, 수은 광산 개발에 몰두해. 광석과 목재는 신경 쓰지 말고 팔아버려. 그리고 옅느?” |
“어? 어…” |
“너는 정찰자니까, 계속해서 몬스터라도 해치우면서 레벨을 높여. 다음 번 전투 때는 확실히 정찰하고 쳐들어간다. 또 져도 괜찮아. 그 다음번엔 더 철저히 준비하면 돼. 거기서 또 지면 더욱 더 철저하게. 그러다 보면 이긴다. 반드시.” |
크앙은 모두에게 명령을 내리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 진 크앙의 모습에 다른 영웅들은 물론,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작정이었던 옅느까지 조금은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왕으로의 길의 첫 발자국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거친 비바람을 뚫고 자란 잡초의 생명력은 질긴 법이다.
“그래, 앞으로 몇 번이라도 져 주지. 몇 십, 몇 백 번이라도… 이길 때 까지...” |
“힘내야겠네요.” |
“병력을 모집해야겠군.” |
“그럼 모두 움직이죠.” |
패배를 교훈삼아 각오를 다잡는 영웅들, 그러나 정작 크앙의 속은 여전히 열 살짜리 초등학생 수준이었다.
‘그래도 계속 지면 안되는데… 다시 또 건드렸다가 더 큰 보복 당하면 어떡해? 도시라도 뺏기면? 거참 이거 걱정이네… 괜히 폼 잡았나?’ |
▲ 이거
괜히 폼 잡은 거 아냐?
크앙, 열쇠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크앙은 남의 영지를 빼앗으려면 겨우 이 정도 병력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12만 전투력의 병력은 몬스터 토벌에서는 엄청난 수치였지만 다른 군주를 상대로 한 전면전에서는 택도 없이 적은 병력이었다. 적어도 2, 30만의 전투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런 대규모 병력은 하루 아침에 모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크앙은 초조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일일 퀘스트와 자원 교환을 하며 꾸준히 병력을 모집했다. 그러나 불타오르던 복수심도 잠시, 고질병인 지루함 못 참기 병이 다시 크앙을 덮쳐 왔다.
“심심해.. 심심해.. 아아……. 괜히 폼 잡았어 괜히 폼 잡았다구!” |
▲ 그러는게
아니었어 아니었어 아니었어
“네? 크앙님 뭐라고 하셨죠?” |
소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마법사. 그 때문에 크앙은 애 떨어지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러나 그 보다 아까 중얼거리던 위엄 없는 투정을 마법사가 들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어.. 언제 들어왔어? 아니, 그보다 문 잠가 놨는데 어떻게 들어왔어?” |
“아, 염력 마법을 응용하니까 문고리 정도는 쉽게 열어지던데요? 그리고 방금 들어왔어요. 뭘 잡았다는 말밖에…” |
“그, 그래? 그런데 무슨 일로…” |
크앙은 문고리를 수동 개폐식이 아닌 전자기 카드 오픈이나 비밀번호 형식으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며 마법사의 용건을 물었다.
“그게, 아까부터 통신용 마법구가 시끄럽게 빽빽거리길래..” |
“통신용 마법구? 난 아는 사람 없는데, 무슨 일이지?” |
“연맹에서 뭔가 일이 있나봐요. 그럼 전 이만.” |
마법사는 마법구를 던져 주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킥킥대는 소리가 작게 들린 것으로 보아 크앙이 혼자 떼쓰던 소리를 다 들은게 분명했다. 크앙은 한숨을 쉬며 통신구를 바라보았다.
▲ 3주
만에 처음으로 빛을 발한 통신창
“안녕하세요 크앙님?” |
“? 누구세요?” |
“아, 저도 같은 연맹원이거든요. 이번에 군사 책임자로 임명되신 거 축하드려요.” |
“군사 책임자요?” |
예전에 심심해서 가입했다가 딱히 정을 붙이지 못했던 연맹에서 크앙을 군사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다. 뜻하지 못한 감투였다.
“군사 책임자라.. 왜 하필 저 같은 게 뽑혔을까요?” |
“뭐 크앙님은 재산이나 지배 랭킹도 높으시고… 뭔가 잘 하실 것 같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
“네? 무슨 농담을...” |
크앙이 조금만 띄워 줘도 귀를 팔락대며 성층권으로 날아오르는 평소 모습과 다르게 겸손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패배로 인해 의기소침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초면의 연맹원이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었다.
▲
크앙은 몰랐는데 길드 내에서는 나름 고수였나보다
“무슨 말씀이세요. 크앙님 정도면 대단하시죠. 어떻게 그렇게 돈을 모으시고 병력을 키우셨어요?” |
“뭘요, 얼마 전에는 괜히 원정 나갔다가 깨지고 돌아왔는데.” |
“이전에 그 옆 왕국과 싸우신 것 말이죠? 그 병력 차이를 막아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
“예? 아하하하하하하!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조금 잘나고 병력도 잘 모았고 돈도 많이 모으고…….” |
“아… 네…” |
세상 모든 사람이 크앙과 같다면 우울증이라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귀 얇고 단순하기로는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투는 크앙은 언제 싸움에서 졌냐는 듯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주저리주저리...... 그래서 말이죠, 명석한 판단을 내려 캐시카우 도시를 건설했는데…” |
“(젠장 되게 말 많네..) 아, 크앙님. 심심하시면 혼돈의 왕국이라도 가 보시면 어때요?” |
▲ 혼돈의
왕국 전경, 어째 크앙월드하고 비슷하다?
“에이, 거기 가 봤는데 돈도 얼마 못 벌고 귀찮아서요. 1000원 내고 들어가면 겨우 1400원 주잖아요. 그러면서 유닛만 잡아먹고…” |
“아니에요. 막강한 유닛으로 무장하고 가면 유닛 손상도 거의 없이 무찌를 수 있구요, 고레벨로 갈수록 돈도 많이 벌 수 있어요. 잘만 싸우면 경험치도 얻을 수 있구요. 게다가 이번에 보상도 대폭 늘어서 10랭크의 경우 이기면 무려 38,500 원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어요. 물론 입장료도 비싸지만” |
“오, 정말요? 난 그것도 모르고 예전에 1랭크 몇 번 해 보고 말았네?” |
“크앙님 지배 랭크 정도면… 4랭크에 입장할 수 있네요. 4천원 입장료에 8천원 보상이니까 10번만 하셔도 4만원 버실 수 있어요.” |
“4만!” |
“(휴, 관심을 돌렸다)그럼 전 실례할게요~” |
▲ 승리하면
짭짤한 보상이 기다리는 혼돈의 왕국
이후 그 연맹원은 다시 크앙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어쨌든 크앙은 혼돈의 왕국으로 향했다. 혼돈의 왕국은 연달아 전투를 하면서 숨겨진 열쇠를 찾는 게임인 ‘잃어버린 열쇠’ 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인스턴트 던전이다.
‘잃어버린 열쇠’ 는 제한된 시간 동안 맵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몬스터 군단들을 소탕하면서 열쇠의 행방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몬스터를 해치우면 열쇠가 그 지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알려준다. 그렇게 두세 곳의 몬스터를 해치우면 범위가 좁혀지고, 결국 열쇠를 가진 몬스터를 발견하게 되면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만약 주어진 시간이 다 되도록 열쇠를 찾지 못하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랭크가 높아질수록 보상도 많아지지만, 그만큼 강한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 동안 잊고 살았던 혼돈의 왕국이 의외로 손쉬운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안 크앙은 옅느를 데리고 혼돈의 왕국으로 향했다.
▲ 보상
한 번 좋은데?
“자, 옅느. 저기 저 몬스터부터 해치워!” |
크앙은 옅느를 출동시켰다. 전투 완료까지는 대략 1~2분이 걸리기 때문에 크앙은 책이라도 읽을 겸 자리에 앉았다. 과연 강백호가 레이업 슛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정신이 그 쪽에 팔려 있는 크앙에게 뭔가 목소리가 들렸다
“..…나” |
“응?” |
“….....라고” |
“엥?” |
“일어나라고! 시간 다 되어 가잖아!” |
“헐? 벌써 시간이 이렇게?” |
크앙이 잠시 책을 보고 있는 사이 1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몬스터 하나를 잡아서 열쇠의 위치를 대략 알아내긴 했지만 범위 내에 몬스터가 너무 많았다. 남은 시간은 고작 5분, 이대로라면 열쇠를 찾을 확률이 매우 적다.
실제로 혼돈의 왕구에서는 이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전투가 지루하다고 다른 것을 하다가 깜빡 정신을 팔면 그대로 시간이 지나가버리고, 결국 입장료만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 역시
전투 기다리는 건 지루하다
그래도 길어봐야 3분이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자
“그러니까 다른 짓 하지 마!” |
“아.. 알았어. 이번엔 저기야.” |
“또 책 보기만 해 봐. 뭐야, 애들도 아니고 만화책이라니.” |
옅느는 또 다른 몬스터를 잡기 위해 출격했다. 크앙은 정신을 차리고(혼날까봐) 다른 짓은 하지 않은 채 전투에 집중했다. 사실 너무 먼 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라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문득 지루해졌다. 고작 2~3분의 대기시간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꽤나 심심했다.
“찾았다!” |
“정말? 정말정말정말?” |
▲ 운이
좋으면 두세 번 만에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옅느는 두 번째로 출격한 포인트에서 열쇠를 찾아냈다. 크앙은 보상으로 금 8,000을 받았다. 입장료를 제하고 나니 금 4,000의 순이익이 생겼다. 불과 10여분 만에 4,000의 금을 번 것이다. 다만, 여기서 병력 손실이 더 크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맞다. 병력 손실은?” |
“흐흐흐” |
“설마?” |
“짜잔~ 병력 손실 없이 돌아왔습니다!” |
“하핫 이거 좋은데?” |
다른 유닛 없이 오직 패밀리어 200기로만 전투력 17,200을 채워 놓았더니 1만 이하의 전투력을 가진 몬스터들은 아무 피해도 주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한 것이다. 참고로 이 전법은 크앙월드가 습격당할 때 배운 것이다.
▲ 상대편은
전멸했습니다. 우리편 손실은?
제로! 영! 없다! 전무! 나! 오 나 붸러 댄
유
“좋아, 이렇게 조금씩 배워 가면서 성장하는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옆 왕국도…” |
“크앙 님! 제2 크앙월드의 광산이 또 약탈을!” |
“엑? 또야?” |
“괜찮아. 이번 전투에서는 또 뭘 배울 수 있을까? 이거 흥분되는데?” |
“그런 걸로 흥분하다니, 변태 아냐?” |
“역시 그랬군요. 변태였어.” |
“정상은 아니군.” |
“큭큭 그거 아세요? 지난 번에 제가 크앙 님 방에 들어갔을 때도…” |
“으앗! 그런 얘기 그만! 얼른 방어나 준비하자고, 또 쳐들어 올지 모르니까.” |
그렇게 크앙월드의 평범한 하루가 또다시 흘러갔다. 오늘도 크앙은 자신이 세계의 지배자가 될 그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힘을 쏟고 있다. 평범한 승리와 평범한 패배, 그리고 평범한 망신을 당해가면서...
▲ 평범
종결자
여전히 광산은 약탈당하고, 부랴부랴 공성을 대비하는 밤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크앙은 굳게 믿었다. 언젠가는 이 세계 전부를 발 아래 둘 마왕이 될 거라고. 그리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용사에게 이렇게 외쳐 줄 거라고.
"I'm Your Pather!" |
"스펠링 틀렸어 바보 크앙." |
"시끄러." |
▲ 언젠가
저 가면도 사고 말테다
검은... 형광등 뽑으면 되나?
크앙의 M&M 히어로즈 킹덤즈 기행기 3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