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천2기행] 황야의노숙자, 폭풍간지 노숙일기! (2)(십이지천2)
2008.04.30 09:49게임메카 황야의노숙자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레벨업의 이유’를 묻는다면 뭐라 답할까. 좀 더 좋은 장비를 입기 위해? 그렇다면 ‘좋은 장비는 왜 입는가?’라고 다시 묻는다면? ‘현금화’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제외한 답변을 추리자면 아마 ‘다른 캐릭터 혹은 타 세력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만큼 게임에서의 전투 즉, PVP란 유저들의 궁극적 목표이며 동시에 플레이의 중요한 명분이기도 하다.
굴욕의 시간을 맛본 황야의 노숙자. 그 충격은 생각보다 컸고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혹시 비파소녀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진 않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뭐 물론 말이야 충격이니 어쩌니 하지만 그 참을 수 없는 ‘쪽팔림!’ 이건 어째 수습이 안 되더군. 결국, 어느 토요일 밤, 서버 인원 폭주로 접속 제한에 걸리게 되자 ‘에라이, 이런 서버에서는 나의 평화로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하겠는걸!’이라는 되지도 않은 이유를 구실삼아 서버까지 옮겨버리고 만다. 어쩌겠는가, 정작 내가 물약 값이 없어도 동행원이 약 좀 달라면 멋지게 던져주는 나는야 폭풍 간지 황야의 노숙자거늘.
새로운 서버에서 다시 태어난 사막의 노숙자
3 월드군 13서버 선문도경에 새로운 캐릭터 비파전문 사막의 노숙자 생성을 완료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폭풍 간지는 좀 있다 찾기로 하고 일단은 레벨 업부터 하기로 결정, 조용히 사냥에만 몰두했다. 무럭무럭 자라는 사막의 노숙자. 비파를 튕기며 필드를 누비는 풍류 절정 낭만 비파의 모습이랄까. 임무 인들의 부름에도 군소리 없이 따르고 무공치를 모아 알뜰살뜰 전수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폭풍 간지 로망’을 접은 건 아니었다. 일전의 굴욕으로부터 얻은 큰 깨달음 하나. 진정한 간지는 사냥터가 아닌 전장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
▲ 나의 파괴력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모두 섬멸하리라!
사실 13 서버로 옮겨오기 전, 검투성 전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십이지천1을 할 당시 길치에 방향치, 방향지리상실증후군을 앓는 나로선 전장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십이지천2의 자동이동 시스템은 이런 나에게 전투머신이 되는 길을 열어준 것. 13성일 당시 10~19성 검투성 전투에 참가했고 무조건 적진으로 달려 들어가 닥치는 대로 검을 날리겠다는 무대뽀 정신은 결국 적진 한가운데 대자로 뻗어버리는 치욕을 경험하게 했다.
▲ 다굴에 장사 없구나... 섬멸 당했다. -..-
흔히 하는 말 있지 않은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우리 진영에서 경험자들이 말하는 작전만 잘 들었더라도 그런 쪽팔림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첫 서버에서 온갖 굴욕을 겪고 한층 어른스러워진 사막의 노숙자. 기왕 전투 노숙자로 거듭나기로 했으니 이제 남은 건 실전 경험이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영원한 히어로, 게임계의 풍운아, 십이지천2의 폭풍 간지 사막의 노숙자는 23성이 되었다. 이제 그간 연마한 기량을 마음껏 펼칠 때가 온 것이다. 20성이 되자마자 바로 달려 나가면 ‘쪼큼’ 고전할 것 같아 아주 잠깐 망설이며 3성 정도 더 올린 사막의 노숙자, 과감하게 검투성(20~29) 전장으로 뛰어들어 주신다.
▲ 우아한 몸짓, 타고난 영웅의 여유랄까?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진 않았지만, 인원이 적다고 하여 전장이 아닐쏘냐. 원래 싸움도 1:1 ‘맞짱’이 더 박진감 넘치는 법! 10여 명의 우리 아군들은 어떻게 하면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정파랑 마교랑 둘이 붙게 하고 우린 기다렸다가 남은 팀하고 붙을까요?”
이 방법이 검투성 전투에서 주로 쓰이는 작전이다. 보통 인원이 많이 몰리는 쟁에서나 볼 수 있는 작전으로 각 세력 진 앞으로 낚시하러 오는 적을 따라 나갔다가 많이들 눕곤 한다. (-_-.. 경험자) 그러나 인원이 많으면 모를까, 이 인원으로 마냥 기다리기엔 시간만 낭비되니 효율이 떨어진다.
“제가 몸빵 하겠습니다.”
“헉! 29성 정도 되셨나 봐요! 오오~ 고레벨!” (나보다 강한자인겐가!)
“20성인데요?”“그건 몸빵이 아니라 총알받이 아닙니까!” (전문이었으면서.. -_-..)
“저 무공 하나도 안 배웠는데 칼만 휘두르면 되나욘?”
“무공도 안 배우고 뭐하셨습니까! 참으로 사파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지는... -_-;;)
“여기 뭐 하는 데에요? =ㅂ=?”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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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각자 살아남고 보자!
그렇다. 장차 사파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젊고 전도유망한 역군들이 진지한 작전회의 끝에 내놓은 결론은 “일단 살아남고 보자”는 것이었다. 조잡하다고? 사실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가진 게 뭐가 있나. 사파나 마교나 정파나 20성대에 명템이 있길 해, 그렇다고 보템에 강화를 할 거야, 뭘 할 거야. 고레벨이나 되야 장비 빨이니 레벨 빨이니 비빌 언덕이 생기는 거지. 어차피 지금 전장에 던져지면 이놈이나 저놈이나 고만고만한 스머프 키 재기일 뿐. 잘 도망 다니고 컨트롤 좋은 세력이 이기는 건 당연지사. 또 장비나 스탯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저레벨의 쟁이야 말로 진정한 컨트롤의 승부다! 타고난 떡잎을 가리는 진검 승부 아닌가 이 말이다, 내 말은.
모든 적을 섬멸하라!
드디어 철창의 문이 열리고 우린 먹이를 앞에 두고 삼일을 굶은 사자들처럼 전장으로 뛰쳐나갔다.
▲ 죽고 죽이는 지옥과 같은 전쟁!
무슨 이유에서인지 백도십삼천 정파에서는 한 명도 출전하지 않았고 쟁은 마교와 사파의 1:1 대치 상황이다! 적이 하나라는 점에서 유리할 수도 있지만,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기는 되레 어려워졌다.
“어쩔까요? 진짜 제가 몸빵 합니다!”
“안 돼!!!!!!!!............”
우리 20성 태도님, 씩씩하게 마교 진영 한복판으로 돌진하시고 뒤따르던 우리가 합세할 겨를도 없이 눕고 마신다.
“그러게, 참으시라니까는!!”“아!! 나의 죽음을 알리...”
말할 새도 없이 마을로 보내지시고 남은 인원은 9명. 전장 여기저기 불꽃이 튀고 아군과 적군의 비명과 뒤엉킨 시체들. 말이 저레벨 전장이지, 그곳은 이미 용폭쟁을 능가하는 아비규환이었다. (구라하고는... -..-;;;)
“비파 모이세요!”
채창에 누군가가 외쳤다. 그렇다, 우리는 무적의 비파부대. 내가 왜 비파를 선택하였던가, 얼굴 마주 보고 맞짱 뜨는 건 개인의 간지, 후방에서 비파로 지원하며 승리를 이끄는 건 세력의 영광 아닌가. 그렇다, 난 나 개인의 간지도 중요하지만, 세력의 영광에 이 한 몸을 바치고 싶었던 것이다!
▲ 모여라, 비파부대!
태도와 쌍극이 한 몸이 되어 곳곳의 적을 섬멸하고 우리 비파부대는 후방에서 그들을 지원 사격했다. 가느다란 비파 줄이 튕겨질 때마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처럼 우수수- 떨어져 주시는 우리 적군님들!
▲ 승리의 순간, 우리 비파부대는 영광의 무대 뒤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결국 이날의 검투성(20~29) 전투는 사파의 승리로 돌아갔다. 약값이라도 하라는 듯 쥐어진 10만 은화. 그 은화보다 값진 것은 승리한 자 만이 만끽할 수 있는 뿌듯함. 언젠가 또 어떤 쟁에선 패하고 실망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날의 쟁으로 승리한 우리가 더욱 큰 쟁에서 다시 이 기쁨을 느끼려 노력하듯 마교나 정파나 그들도 그러할 것이기에 우리는 모두 값진 경험을 한 셈이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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