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도 리마스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소장가치 확실"
2017.07.05 11:15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디제이맥스’는 국내 게이머 사이에서 리듬게임의 대명사로 통했다. 펜타비전이 개발한 ‘디제이맥스’는 온라인과 콘솔, 아케이드를 넘나들며 리듬게임 마니아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리즈 명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디제이맥스 포터블 3’는 흥행에 실패했고, 아케이드로 나왔던 ‘디제이맥스 테크니카’도 오래가지 못했다. 개발사 펜타비전도 해체됐다. ‘디제이맥스’가 사라진 자리는 ‘유비트’나 ‘팝픈뮤직’ 같은 일본산 리듬게임들이 차지했다. 그렇게 ‘디제이맥스’는 과거의 추억으로 묻히는 듯했다.
그리고 2016년, 네오위즈가 ‘디제이맥스’ 부활을 선포했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회자되는 ‘디제이맥스 포터블 1, 2’를 한 자리에 담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발표한 것이다. 국산 리듬게임 대표 격인 ‘디제이맥스’ 부활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이번 작은 ‘리스펙트(존경, 경의를 뜻하는 영단어)’라는 부제에 맞게끔, 그동안의 시리즈를 아우를 예정이다. 이에 게임메카는 ‘디제이맥스’ 산증인인 ‘벡스터’ 백승철 PD를 포함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개발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개발진. 우측부터 백승철 PD, 이준섭 아트 디렉터, 이병준 UX/UI 디자이너, 안지호 UX/UI 디자이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소장가치 있는 마스터피스로 만들겠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지난 2016년 PS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화이트데이: 스완송’이나 ‘키도: 라이드 온 타임’ 등 국산 콘솔 게임이 대거 등장하며 게이머와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 가운데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일부 ‘추억팔이’를 의심하기도 하였지만, 시리즈 부활에 환호하는 팬들을 중심으로 단연코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디제이맥스’ 신작은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2010년 ‘디제이맥스 포터블 3’ 이후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노트를 입력하는 정통 리듬게임 형식의 ‘디제이맥스’는 맥이 끊겼다. 차기작으로 나온 ‘디제이맥스 테크니카’는 좌우로 움직이는 바를 따라 노트를 치는 형식이었다. 2012년 PS비타로 출시된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튠’이나 모바일게임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Q’는 이러한 형식을 따랐다. 설상가상으로 ‘테크니카’ 이후 개발사 펜타비전이 문을 닫았으니, 게이머들은 정통파 ‘디제이맥스’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정통 리듬게임으로 돌아간다니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 한동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노트를 보기 어려웠다 (사진제공: 네오위즈)
하지만 백승철 PD는 ‘디제이맥스’를 잊은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며 ‘디제이맥스’에 대한 우선순위가 조금 떨어졌지만, 더 좋은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던 것이다. 백승철 PD는 “‘디제이맥스’ 브랜드는 소중하면서도 강력하다. 다만, 업계 전반에 걸쳐 모든 관심이 모바일로 쏠리는 순간이 있었다. 네오위즈에서도 모바일게임에 집중했다. 그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디제이맥스’가 끝난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디제이맥스’를 그만 만들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명작이던 포터블 1, 2편에 뿌리를 두는 것도 ‘추억팔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과거 향수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소장가치가 있는 ‘디제이맥스’ 마스터피스(Masterpiece, 걸작을 뜻하는 영단어)를 내놓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백승철 PD는 “처음에는 ‘디제이맥스 핫튠즈’처럼 베스트 앨범 형식이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유저에게 소장할 가치가 있는 게임을 전하고 싶었다. 대개 음악 앨범에서는 1, 2번 트랙이 인기가 많고, 뒤로 갈수록 주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덜 유명한 곡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모든 팬을 위해 콘텐츠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패키지의 미소녀 일러스트 같은 전통까지 확실히 (사진제공: 네오위즈)
다만 수록곡 측면에서 100% 완벽하지는 않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제작하면서 두 곡이 문제가 되어 삭제된 것이다. 바로 ‘드레드노트’와 ‘CnP’다. 이에 대해 백승철 PD는 “’드레드노트’는 배경 애니메이션이 당시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해서 정치적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새로 제작하기가 어려워 담을 수 없었다. 또한, ‘CnP’는 데이터가 완전히 유실되어 찾을 방도가 없다. 따라서 이 두 곡을 제외한 106곡이 담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게임 중 보이는 애니메이션까지 최대한 과거 콘텐츠를 재현하고자 했다. 이준섭 아트 디렉터는 “’디제이맥스’ 가장 큰 특징은 게임 중 볼 수 있는 배경 애니메이션이다. 따라서 예전 곡의 애니메이션은 기존 리소스를 그대로 활용했다. 시리즈가 오래되다 보니 원본 데이터를 찾고 HD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 한층 더 깔끔해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네오위즈)
전세계 1등 리듬게임을 노린다
과거 명작을 섭렵하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지만 아예 새로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간만에 선보이는 신작인 만큼 그간 경험할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그 일환이 바로 기종 변화다. 그간 ‘디제이맥스’ 콘솔버전은 PSP나 PS비타처럼 휴대기로 출시됐다. 그러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PS4 타이틀이다. 백승철 PD는 “PS4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시리즈를 담기 위해서는 휴대기기의 저장용량으론 역부족이고, 큰 화면에서 확연히 달라진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힘들었다. 여기에 새로운 재미를 담기도 어려웠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는 타이틀로, 전세계에서 1등 리듬게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원하는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거치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에 어떤 신규 콘텐츠가 담길까? 가장 먼저 리듬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 과거 명곡과 함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위한 다양한 신곡이 추가되는 것. 특히 이번 신곡은 작곡가로서도 이름을 떨친 백승철 PD가 다시 사운드 디렉팅을 잡아 탄생했다. 여기에 신곡을 위한 애니메이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백승철 PD는 “신곡을 만들면서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폭 넓은 장르를 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장르적인 다양성을 고려했다. 1, 2편에서 유저들이 좋아하던 작곡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신곡 소개 영상 (영상제공: 네오위즈)
게임모드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안지호 UX/UI 디자이너는 “’전통적인 아케이드 모드나 프리스타일 모드, 미션 모드, 온라인 모드가 제공된다. 여기에 ‘콜렉션’에도 집중했다. PS4에서 제공하는 트로피 외에도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많다. 유저 플레이 기록을 데이터로 남겨놓기도 하고, 진행 상황에 따라 특별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폭넓은 성취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사진제공: 네오위즈)
여기에 특별하게 ‘로컬 멀티플레이’가 지원된다. 즉, 하나의 기기에서 2명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백승철 PD는 “PS4에서 여럿이 즐길 만한 파티게임이 없다. 그래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는 가족,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2인 로컬 플레이를 담았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다만, ‘랭킹전’처럼 유저간 진검승부를 벌이는 대전 특화 모드는 아직 없다. 백승철 PD는 “곡 별로 점수 랭킹은 있지만 대전에 특화된 별도 멀티 플레이 모드는 없다. 멀티를 즐기는 유저가 많다면 추가 개발을 통해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가족, 친구와 함께 즐기는 2인 모드 (사진제공: 네오위즈)
마지막으로 사후지원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개발 초기부터 공언했던 DLC를 완성도 높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DLC 방향성을 고민하는 단계다. 백승철 PD는 “게임 출시 전후로 DLC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이다. ‘디제이맥스’ 타이틀 별로 추가곡을 나눌 생각인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별 판매를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우려를 끼쳤다, 더 좋은 게임으로 보답할 것
이처럼 네오위즈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시작으로 다시 한 번 ‘디제이맥스’ 시리즈 불을 지필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제작진도 각오를 굳히고 있다. 백승철 PD는 “’디제이맥스’ 최근 행보는 팬들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신작 소식이 끊기고, 시리즈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승철 PD는 “우려나 불신, 걱정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나름대로 전세계 1등 리듬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이후에도 훌륭한 리듬게임을 만들 테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이어 이준섭 아트 디렉터는 출시 이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기존 유저들이 지적했던 운영이나 출시 이후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100% 만족은 힘들겠지만, 사후 관리에 노력하고자 한다.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통해 처음으로 시리즈에 이름을 올린 개발자들 포부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병준 UX/UI 디자이너는 “전통 있는 IP 게임이라 설렜지만, 한 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개발 과정에서 예전 일러스트를 리마스터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유저들에게 공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안지호 디자이너는 첫 공개 당시의 실수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2016년 PS 개발자 컨퍼런스 당시 의도치 않은 이미지 공개가 있었다. 그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에 기대하는 분들이 늘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 전세계 1등 리듬게임을 만들겠다는 열정 가득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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