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200만, '검은사막' 서양권 성공에는 이유가 있다
2017.08.26 00:54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카카오게임즈 김민성 유럽법인장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검은사막'은 국내에서 개발된 MMORPG 중 북미, 유럽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지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 유럽 김민성 법인장도 "국내에서도 무겁다고 평가되는 PC MMORPG를 콘솔이 주력인 북미와 유럽에 자체 법인까지 차려서 직접 서비스한다고 결정했을 때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검은사막'은 북미와 유럽에서만 누적 가입자 200만 명을 달성했으며 DAU(일간 이용자 수) 15만 명, 최고 동시 접속자 11만 명을 유지 중이다. 여기에 지난 5월에 '검은사막'은 스팀에 정식 출시되었는데 스팀에서만 판매량 60만 장 이상을 달성했다. 북미와 유럽에 진출한 지 약 1년이 지난 현재도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은사막'의 북미, 유럽 흥행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게임메카는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를 맡고 있는 카카오게임즈 김민성 유럽법인장을 만나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뮤니티 통해, 출시 전부터 유저 의견 적극 수용
'검은사막'은 기본적으로 북미, 유럽 유저 성향에 맞는 게임이었다. 김민성 법인장은 "국내와 비교하면 서양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편이다. 특히 MMORPG에서는 PvP보다는 PvE를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기는 과정에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2차 창작물을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따라서 게임 자체가 자유도가 높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높은 자유도를 앞세운 '검은사막'은 서양 유저들의 성향에 잘 맞는 게임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가 북미, 유럽 진출을 준비하며 주목한 점은 커뮤니티다. '검은사막'은 서양 진출 이전부터 자생적인 해외 커뮤니티가 있었으며,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을 개발 때부터 운영해온 공식 페이스북도 있었다. 김민성 법인장은 "커뮤니티를 가지고 시작하면 서양 진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이에 대한 유저 의견을 받아 게임이 적용하면 유저들의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를 넣거나, 반대로 치명적인 부분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검은사막' 역시 디테일한 면에서 북미와 유럽 유저를 만족시킬만한 요소를 추가했다. 김 법인장은 "북미와 유럽 유저들은 현실적인 플레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밤은 칠흑같이 어두워야 하고, 날씨도 시시각각 변화해야 한다. 그래서 기상 변화를 좀 더 사실적으로 바꿨다. 밤을 더 깜깜하게 하고, 천둥과 번개도 좀 더 리얼하게 넣었다. 비오는 날씨도 폭우부터 보슬비까지 세밀하게 나누어 게임 속 세계를 사실적으로 느끼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 '검은사막' 게임 소개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출시 전 이러한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다. 김 법인장은 "본래 '검은사막'에는 '걷기'가 없었다. 국내 유저들은 MMORPG에서 걸어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미와 유럽에서는 '걷기'를 넣어달라는 요청이 굉장히 많았다. 이에 개발진에 이를 전달해 '걷기'를 추가했다"라고 말했다.
커뮤니티와의 타이트한 소통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준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대로 유저들의 만족감을 높여 게임에 좀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신뢰다. 김민성 법인장은 "날씨 변화나 걷기는 어떻게 보면 소소한 부분이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 유저에게 이는 아주 중요하다. 작은 부분이라도 개발자과 퍼블리셔가 커뮤니티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출시는 물론 라이브 서비스에 있어서도 게임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김민성 법인장은 만약 국내 게임사 중 북미나 유럽 진출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 중인 곳이 있다면 개발 단계부터 해외 커뮤니티를 구축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북미나 유럽에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일종의 '개발일지'를 주기적으로 올려 어떻게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는가를 자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밀실형'보다는 제작부터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는 개방형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속도보다는 질, 서양 유저들이 원하는 피드백
게임사에 대한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양 유저들의 성향은 라이브 서비스에도 이어진다. 이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CS다. 김 법인장은 "서양 유저들은 국내와 비교하면 응대 속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얼마나 빨리 답을 주느냐보다 답변을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저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CS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라이브 서비스 이후에도 타이트한 커뮤니티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출처: '검은사막' 북미·유럽 공식 홈페이지)
'검은사막'의 경우 '거래소 시스템'이 그 예다. 캐시 아이템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북미, 유럽에서 도입 전부터 '페이 투 윈이 아니냐'라는 불만이 쇄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거래소'는 '검은사막'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삭제하거나, 캐시 아이템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유저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지만 여론에 휩쓸려 게임의 방향성이 흔들리면 게임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민성 법인장은 "당시는 커뮤니티가 폭파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생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거래소'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랜 시간을 들여 유저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수집된 거래소 관련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거래소 시스템'이 페이 투 윈이 아니라 무과금 유저들도 오래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기반이라는 점을 끈기 있게 설명했다"라고 전했다.
유저 의견에 무조건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진솔한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라이브 서비스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김민성 법인장의 설명이다. 그는 "서양에서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동일한 닉네임을 사용하곤 한다. 커뮤니티 관리에 대한 본인의 브랜드를 가지고 가는 것이다. 업무 자체에 본인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최대한 커뮤니티와 진솔하게 소통하려 노력하며 문제가 생길만한 요소는 스스로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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